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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기사학교 (2) (30/241)
  • 기사학교 (2)

    내 다음이라는 말에 기사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달칵.

    기사들이 쥐 죽은 듯 조용하게 있었기 때문에 문이 열리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뭐야. 너희들 수련 안하고 뭐하는 거야? 뭐하는데 그리 몰려있어?"

    기사들은 밖에서 들어온 사람을 구세주라도 본 것처럼 글썰거리는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콜린!"

    "콜린님!"

    "콜린 빨리 와봐!"

    "콜린님의 형님이 오셨어요!"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내 동생 콜린 록스인지, 사람들은 그에게 달려가서 동시에 떠들어 댔다. 

    쟤가 콜린이군. 엄마가 달라서 그런지 나하고 비슷하면서도 다르네.

    "한 명씩 말해! 누가 왔다고?"

    "콜린님의 형님이신 유렌 록스님이 오셨어요."

    "뭐? 그 사람이 왜 여길 와. 어디 있는데?"

    콜린은 나를 찾듯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콜린은 분명 나와 눈이 마주쳤건만 다른 곳을 찾고 있었다.

    "어디 있어?"

    "네? 저기 계시잖아요."

    여기사가 팔을 들어서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나를 가리켰다.

    "너 무슨 개소리야. 유렌이 저렇게 생겼을 리가 없다고, 걔는 돼지... 어?"

    콜린은 여기사에게 따지다가 턱을 축 내밀었다.

    "어어? 마, 말도 안 돼. 진짜야?"

    내 모습이 너무 변했기 때문에 콜린이 못 알아볼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형제라 그런지, 좀 늦었지만 알아 본 것 같다. 아니면 내 얼굴에서 후작을 발견한 거 일수도 있고.

    "유렌?"

    "그래."

    이 녀석이 말을 놓고 시작하네.

    콜린이 내게 다가왔다. 그도 평균 키는 되어보였지만, 내가 너무 커졌기 때문에 그는 나를 살짝 올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아직도 믿을 수가 없는지 콜린은 계속해서 내 위아래를 훑고 있었다. 

    "살 좀 뺐다."

    "그런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키도 엄청 커진 거 같고."

    콜린은 계속 말을 짧게 하고 있었다. 

    "살 빠지니까 키도 크더라."

    콜린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근데 얘네 들은 왜 이러고 있어?"

    콜린은 기절해서 일렬로 벽에 기대어 있는 멜라이, 룰라, 카릭을 가리켰다. 

    "그게..."

    계속 콜린의 옆에 붙어 있는 핑크머리 여기사가 콜린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었다. 

    "말도 안 돼!" 

    콜린의 ‘말도 안돼.’ 라는 대사가 벌써 두 번째였다.

    "그럼 오크 투사를 잡았다는 게 사실이라고?"

    "그래. 사실이다."

    "어떻게 당신이!"

    콜린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인상을 계속 찌푸리고 있었다. 

    "형한테 당신이라니, 자식이."

    "크윽."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했는데, 콜린의 찡그러진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난 못 믿겠어."

    "뭐?"

    "네가 그렇게 강해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동생아. 막가자는 거냐?"

    "나는 원래부터 너를 형 취급 한 적이 없다! 고작 이 년 빨리 태어난 것 빼곤 내세울 것도 없는 돼지 놈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 녀석은 버릇 좀 제대로 고쳐줘야 할 거 같다. 

    "좋아. 내가 왜 형인지 알려주지. 덤벼."

    그와 거리를 두고 땅에 박힌 수련검을 뽑아 들었다. 

    "바라던 바다! 유렌!"

    "그러면 내기를 하는 게 어때?"

    "내기?"

    "그래.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는 내기."

    "좋다. 내가 이긴다면 너를 내 발밑에서 기어 다니게 해주마."

    나는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다. 절대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내기를 걸은 것이다. 

    "검."

    콜린의 말에 옆에 있던 핑크머리 기사가 그에게 수련검을 가져다주고 뭐라고 귓속말을 하고 있었다. 

    청각을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내가 저 셋을 어떻게 기절시켰는지 말해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콜린은 괜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콜린을 저렇게 쉽게 보내지 않을 거니까.

    우우웅.

    콜린은 정말 지기 싫은지, 처음부터 오러를 풀로 발동했다. 그의 전신에서 오러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흠, 어디 한 번 볼까. 

    [창조주의 눈을 발동합니다.]

    [이름: 콜린 록스]

    [특성: 쾌검lv2, 재빠른 몸놀림lv2, 검제(劍帝)]

    [호감도: -78 (극도의 비호감) ]

    이 녀석이 검제를 이어받았군. 호감도는 뭐 살해 충동이 아닌 게 다행인가. 

    상당한 능력치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하앗!"

    창조주의 눈을 발동하고 있을 때 콜린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속도가 꽤나 빨라서 일단 소룡지보로 피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메시지가 나타났다. 

    [창조주의 눈 발동 중에 천무지체의 안법(眼法) 천안(天眼)이 동시에 발동되었습니다.]

    [천안이 창조주의 눈에 예속(隸屬)됩니다.]

    [창조주의 눈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창조주의 눈 lv2를 달성하셨습니다.]

    뭐야, 갑자기!

    메시지가 나온다고 콜린이 멈추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피하려고 했는데, 콜린의 움직임이 모두 보이고 있었다. 

    그가 어디로 검을 휘두를지, 어느 발을 움직일지, 오러의 움직임이 어떤지 모든 게 그냥 보이고 있었다. 

    땅!

    오러가 둘러진 콜린의 수련검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크윽!"

    콜린은 상당한 충격을 느낀 듯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이, 이놈!"

    휘이잉!

    콜린은 언제 밀려났냐는 듯 다시 돌진해왔다. 파괴를 위한 일직선의 찌르기로 내 가슴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콜린의 움직임과 그의 오러의 흐름이 모두 보이고 있었다.

    퍽!

    "크학!"

    찌르는 검을 피한 후 그의 손목을 가볍게 쳐서 검을 날려버렸다. 

    "어, 어떻게..."

    "주워라. 네가 만족 할 때 까지 상대해주지."

    "이익!"

    콜린은 곧바로 가서 검을 줍고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이미 파악이 끝났다. 

    콜린은 쾌검과 재빠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더 빠르고 내가 더 강하다. 거기다 그의 모든 움직임은 내게 보이고 있었으니, 무적 치트키를 쓰고 싸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딱!

    "크윽!"

    퍽!

    "아악!"

    다른 놈들처럼 쉽게 끝내지 않고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내력이 담긴 수련검으로 전신을 두드리며 콜린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퍽!

    "크헉!"

    팍!

    "그, 그만."

    딱!

    "내, 내가 졌어. 이제 그만!"

    퍽!

    "졌다고!"

    이 멍청이는 내가 왜 계속 치는지 모르고 있나 보다. 나는 멈추지 않고 그를 계속 쳤다. 

    퍽!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졌다고!"

    딱!

    "아악!"

    딱!

    "그, 그만해주세요!"

    퍼억!

    "제, 제발!"

    콜린의 존댓말을 들고 나서야 검을 멈췄다. 

    "동생아."

    "크으..."

    "말 두 번하게 하면 맞는다? 동생아."

    "네..."

    "또 까불면 오늘의 두 배 강도로 맞는다."

    "아, 알겠습니다. 크흑..."

    수 없이 맞아도 버티던 콜린은 주변에서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기사들을 보더니 팔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흘렸다. 

    아마, 맞은 것보다 이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게 더 아픈가 보다. 

    "그럼 가자."

    "어딜 가... 갑니까?"

    반말을 하려던 콜린은 내가 인상을 쓰자, 곧바로 존댓말을 사용했다. 

    "가면서 얘기해줄게."

    콜린을 먼저 로비로 보내고, 뒤에 있는 기사들을 보면서 한마디 던졌다. 

    "카릭이라는 멍청이 깨어나면 주제를 알고 까불라고 전해."

    **

    콜린에게 내가 왜 찾아왔는지 설명하자. 그는 휴가신청을 한 후 나를 따라 나섰다. 

    "그럼 이번에는 라온에게 가는 겁니까?"

    "그래." 

    "그 녀석은 제국에 있는데..."

    "몰라. 직접 데려오라는데 어떻게 하냐. 가야지."

    워프를 사용하기 위해 마탑에 가다가 아직 소원을 정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야."

    "네."

    "소원을 말하마."

    "아..."

    콜린은 이제야 소원이 생각이 났는지, 정말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딱히 콜린에게 바라거나, 원하는 게 없었기 때문에 그냥 재미를 위해서 소원을 결정했다. 

    "너 앞으로 나랑 있을 때는 말할 때 무조건 위대하신 형님을 붙여라."

    "예?"

    "내 앞에선 무슨 말을 하든 위대하신 형님을 붙이라고."

    "그, 그게..."

    "내 소원이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진 않겠지?" 

    콜린 정말 싫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녀석은 차라리 말을 하지 않겠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야."

    "네."

    빡!

    "커헉!"

    콜린은 분명 알면서도 대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뒤통수를 날려버렸다. 

    "야."

    "네. 위대하신 형님."

    "좋아."

    "흑..."

    콜린의 흐느끼는 소리를 즐겁게 들으며 마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공간이동을 이용하려고 합니다."

    "네! 어디로 가시나요?"

    "제국의 수도로 가려고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세 분이시죠?"

    "네."

    우리는 마법막대기로 하는 신원확인을 마치고, 제국에 있는 마탑과 연결을 해서 입국허가를 받았다. 나와 콜린이 록스 다 보니, 입국허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입국허가가 난 이후 우리는 워프를 하는 방으로 안내 되었다. 

    "나라가 다른 제국으로도 워프를 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요."

    기라녹스가 신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기본적으로 마탑은 중립이야. 어느 나라에도 속해있지 않거든. 신분만 확인되면 어디든 갈 수 있지."

    "아, 그렇군요."

    콜린은 위대하신 형님을 말하기 싫은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있었다. 

    조용한 워프를 마친 후 우리는 마탑을 나가서 제국의 수도에 발을 디뎠다. 

    "우와."

    "오."

    "여긴 진짜 현대 같은데..."

    제국의 수도는 이 대륙에서 가장 발전된 곳이다. 정말 건물의 높이만 빼면 서울을 보고 있는 것 같을 정도로 현대적인 건물이 많았다. 

    "근데..."

    "네. 조금."

    "분위기가 이상하네."

    사람들의 분위기가 무언가 이상했다. 건물은 밝지만 사람들이 어둡다고 해야 할까, 어찌됐든 제국에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일단 기사 아카데미를 찾아. 가서 라온에게 물어보면 되겠지."

    "네."

    제국의 수도는 왕도처럼 친절하게 안내판이 많지는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물어가며 기사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아카데미 로비에서 콜린에게 라온을 불러오라고 한 후에 나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뭐지, 지금 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 확실한데 이 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네. 

    조용히 홀로 생각하다보니, 콜린이 라온을 데려 왔다. 라온은 나와는 달리 검은 피부에 어깨가 떡 벌어진 상남자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콜린. 수고했어."

    "..."

    "콜린?"

    "위, 위대하신 형님 감사합니다."

    콜린은 어떻게든 대답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 인상한 번에 결국 입을 열었다. 

    "유, 유렌 형님이십니까?"

    "그래. 나 맞아."

    그 모습을 본 라온은 믿기 힘든 듯 눈을 부릅떴다. 라온은 내 외모의 변화와 콜린이 위대하신 형님이라는 대답 두 가지에 놀라고 있었을 거다.

    "저, 형님."

    "그래."

    라온은 원래 그런 건지, 콜린에게 들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알아서 말을 높이고 있었다. 

    "콜린 형님에게 사정은 들었습니다."

    "그래? 잘됐네. 교수에게 말하고 와. 바로 출발하자."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네. 제 문제는 아닌데. 지금 저희는 제국을 나가기 어려울 겁니다."

    "나가기 어렵다고?"

    "네. 지금 제국은 들어올 수는 있어도 나갈 수는 없습니다."

    제국을 나갈수 없다는 말에 번득이며 머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설마! 지금이구나!

    "오늘 새벽에 황태자가 암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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