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화 혈화접 (24/241)
  • 혈화접

    흑철폭이 갈라지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 붉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빛을 내던 흑철폭은 하늘을 뚫을 것 같은 굉음을 내며 터져버렸다.

    퍼퍼퍼펑!

    수십 개의 파편으로 나뉜 흑철폭은 오크들을 그대로 뚫어버렸다.   

    "아아악"

    "크아악!"

    "크르륵"

    파편은 자그만 했지만, 그것을 맞은 오크들은 볼링공만한 상처가 벌어졌다. 흑철폭 하나에 수십의 오크가 바닥에 몸을 뉘어서 죽어가고 있었다. 

    내력을 좀 과하게 넣었나. 

    "유렌, 그건 대체 뭐야. 너 뭘 던진 거야..."

    일리아가 흑철폭의 위력을 보고 몸을 떨었다. 

    흑철폭은 외피의 파편으로 적들을 몰살시키는 현대의 세열수류탄과 비슷한 암기였다. 

    수류탄이 화약을 쓴다면, 흑철폭은 내공을 사용한다. 그래서 수류탄과는 다르게 터지는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있었다. 

    "흑철폭이라는 거야."

    "흑철폭?"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일단 앞을 봐."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크들의 진형이 붕괴됐고 많은 놈들이 죽었지만, 아직 많은 오크들과 이번 에피소드의 보스 몬스터인 레드 오크 투사가 남아 있었다. 

    "우아아아! 할 수 있다!"

    "유렌님을 믿어!"

    "하나 더 던져주세요!"

    "우린 살 수 있어!"

    겁에 질려있던 병사들이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우렁찬 함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

    쾅쾅쾅!

    "크라라라!"

    "크르를!"

    가장 뒤에 있던 레드 오크 투사 카-루다가 전쟁의 함성을 내질렀다. 그의 함성을 들은 오크들이 바닥에 무기를 찍으며 마주 함성을 내질렀다. 

    "쿠아아아!"

    카루다의 마지막 함성에 오크들은 동시에 우리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딱 한 번 만 더 쓸 수 있겠네. 

    난 곧바로 흑철폭을 하나 더 만들어서 달려오는 오크들의 가운데에 던졌다. 

    "크라라!"

    그 모습을 본 카-루다가 함성을 내지르자, 오크들이 좌우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흑철폭의 단점을 파악했다고?

    흑철폭은 수류탄과 마찬가지로 모여 있을 때 최고의 효과를 발휘한다. 카-루다는 흑철폭의 지연시간을 파악한 것인지 흑철폭이 날아간 곳의 오크들을 분산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잘못알고 있었다. 흑철폭의 폭발시간은 내 마음대로 라는 것을.

    콰아앙!

    "크아아악!"

    "아악!"

    "크르를..."

    오크들이 빠지기 전, 흑철폭이 오크들의 머리위에 있을 때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파편에 휩싸인 십수 마리의 오크들이 다시 핏물 속에 잠겼다.

    "크라라!"

    하지만 카-루다와 오크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우리에게 돌진하고 있었다. 

    "유렌님!"

    "유렌, 더 없어?"

    "늦었어. 여기서 터트리면 다 같이 몰살이야. 놈들의 숫자는 많이 줄었으니까. 싸워! 이길 수 있어!"

    나는 아그네스를 불러온 후 단검으로 바꿨다. 

    슈우웅!

    퍼엉!

    단검이 아니라, 미사일이 터지는 것 같은 위력이다. 일격필살, 단검이 날면 무조건 한 마리 이상의 오크가 죽었다. 

    "우아아아!"

    "할 수 있다."

    "오크들을 죽여라!"

    "원수를 갚자!"

    내 말에 병사들은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 그들의 창대는 흔들리지 않았다. 

    "한 번 해볼까."

    병사들의 모습에 나도 고양되어 오크 투사에게 단검을 날렸다. 

    까앙!

    카-루다는 검을 모로 틀어서 단검을 막았다. 역시나 전투센스가 돋보이는 놈이다. 

    "크아!"

    우리와 오크들의 거리가 10미터정도 남았을 때 카-루가가 갑자기 도약을 했다. 

    "크륵!"

    공중에 떠 있는 놈과 눈이 마주쳤다. 

    나다! 저놈 나를 노리고 있어!

    내가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든, 야생의 감으로 노린 거든 상관없이 저놈은 명백히 나를 노리고 있었다. 

    나는 옆에 있던 기라녹스의 허리를 감싸고 소룡지보의 걸음으로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콰아앙!

    "크아악!"

    그저 내려찍기 일뿐인데 대포가 터지는 소리가 나고 근처에 있던 병사들의 몸이 터져버렸다. 전율적인 파괴력이었다. 

    내가 피한 것을 보고 카-루다가 나를 쫓을 때 일리아가 놈의 앞을 막았다. 

    쾅!

    검과 검이 부딪쳤건만 소리는 평범하지 않았다. 건물이 무너지는 폭발음이 터졌다. 

    "크윽!"

    "크르르."

    일리아는 부드러운 검을 사용해서 카-루다의 폭력적인 검격을 막았지만, 가진 근력의 차이가 너무 커서 모든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쾅쾅쾅!

    카-루다는 일리아를 죽이는 게 아니라 파괴한다는 느낌으로 연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하앗!"

    일리아는 밀리는 와중에도 몸을 옆으로 틀어서 카-루다의 검을 피한 후 놈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었다. 

    캬앙!

    "크윽!"

    하지만 카-루다는 쌍검을 사용하기에 왼손에 들린 검으로 그녀의 검을 막았다. 

    컁컁컁!

    연속으로 부딪치는 검파에 일리아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녀의 검은 더욱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컁!

    전투가 진행 될수록 카-루다와 일리아의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녀가 놈의 검을 파악했다는 뜻이다. 

    아무리 단순한 검이라고 해도 야생의 감이 있는 검을 벌써 파악하다니, 검후 특성은 역시나 사기였다. 

    "핫!"

    "크락!"

    일리아의 검이 카-루다의 왼팔을 스쳤다. 오러에 둘러싸인 검이라 놈의 강철 같은 피부와 근육도 두부처럼 썰렸다.  

    퍼엉!

    나는 단검을 던져서 오크들을 죽이면서도 일리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진행은 소설과 같아. 하지만 결국 일리아는 질 거야.

    "크락!"

    일리아의 검이 카-루다의 배를 관통했다. 그녀는 끝났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여유를 찾았다. 

    지금부터다. 

    나는 다른 곳을 신경을 끄고 일리아와 카-루다만을 보고 있었다. 

    우우웅.

    "무, 무슨!"

    일리아가 카-루다의 숨통을 끊어버리려고 할 때 놈의 몸이 빛나면서 배에 꽂혀있던 일리아의 검이 밀려나오기 시작했다. 

    "카오오!"

    카-루다의 몸이 붉은 빛으로 휩싸였다. 

    "마, 말도 안 돼. 오크가 오러를..."

    카-루다는 오러가 담긴 일리아의 공격을 받으며 강제로 오러를 각성하게 된 것이다. 처음 개방된 오러의 폭발력에 눈이 아플 지경이다. 

    후아앙!

    "제기랄!"

    파악!

    전 보다 훨씬 빠른 카루다의 맹공에 일리아는 욕설을 뱉으며 놈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부딪치는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찌지직!

    "아아악!"

    카-루다의 폭발적인 오러에 일리아의 검이 잘려나가고 있었다. 일리아는 자신의 죽음을 느끼면서도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죽더라도 한 방 먹이겠다는 각오였다. 

    여기서 죽게 놔둘 수는 없지. 

    [직사를 사용합니다.]

    [곡사를 사용합니다.]

    슈우웅!

    후아앙!

    컁!

    카앙!

    내공을 듬뿍 담은 단검 두 개로 카-루다의 쌍검을 날려버렸다. 

    푸악!

    일리아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루다의 가슴을 찌르고 뒤로 빠졌다. 

    "헉, 헉! 고마워."

    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암기를 만들고 있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시험해 봤던 개인용 암기 혈화접(血花蝶)을.

    슈앙!

    당장이라도 꽃을 향해 날아갈 것 같은 붉은 빛의 아름다운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내려앉았다. 

    "쿠오오!"

    출혈을 억지로 멈춘 카-루다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일리아가 아니라 나를 노리며 돌진했다. 

    펄럭.

    나는 손안에 있는 나비를 날려 보냈다. 나비는 살아있는 것처럼 펄럭이며 카-루다에게 날아갔다. 

    펄럭.

    피의 전장과 어울리지 않는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짓에 병사와 오크들이 싸움을 멈춘 채 나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크르륵!"

    부아앙!

    카-루다는 나를 견제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혈화접을 우습 게 보지 않았다. 놈은 쌍검을 교차로 휘둘러서 나비를 날려 보내려고 했다. 

    팔랑.

    하지만 피의 나비는 카-루다의 검을 교묘하게 피한 후 그의 가슴팍에 내려앉았다. 

    덜컥.

    푸칵!

    우아하게 내려앉은 나비에서 기계음이 들리더니, 카-루다의 가슴팍에서 피분수가 쏟아졌다. 혈화접이 놈의 가슴을 순식간에 관통해서 심장을 꿰뚫어버린 것이다. 

    "카르르..."

    카-루다의 왼쪽 가슴팍엔 뒤가 보일 정도로 깔끔하고 선명한 구멍이 나 있었다. 

    쿵!

    카-루다는 결국 땅에 몸을 뉘였고 그의 피로 땅이 젖고 있었다. 

    손바닥보다 작은 나비 한 마리가 2.5m가 넘는 괴물을 일격에 죽이는 비현실적인 모습에 전장에 있는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후..."

    혈화접이 카-루다에게 접근하는 것은 불 보듯 뻔했지만, 오러에 휩싸인 놈의 육체를 뚫을 수 있을지를 걱정했는데 쓸 데  없는 걱정이었다. 

    혈화접은 오러 조까를 외치며 한 방에 놈을 죽여 버렸다. 무시무시한 위력이다. 

    "유, 유렌 너..."

    "일리아, 언제까지 멍 때릴 거야. 전투를 끝내야지."

    멈칫거리던 일리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떨거지들밖에 남지 않았다. 오크들을 죽여라! 이 전투는 우리의 승리다!"

    "으아아아!"

    "우아아아아!"

    내가 오크 투사를 쓰러뜨린 것을 보고 일리아의 외침을 들은 병사들은 본래 실력 이상을 발휘하며 남은 오크들을 쓸어 버렸다. 

    "승리다!"

    "이겼다!"

    "우아아아아!"

    전멸이랑 생각했던 전투에서 승리를 했기 때문에 병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승리의 함성을 질렀다. 

    "유렌..."

    "일리아 다친 곳은 없어?"

    "그래. 얘는 다쳤지만..."

    일리아는 거의 부러지기 직전인 자신의 검을 들어올렸다. 

    "네게 목숨을 빚졌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힘드네."

    "하하!"

    그녀는 예의를 아는 사람이었다. 내게 궁금한 게 많았지만 생명의 은인이라 말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았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검이 아니라 암기를 배운 거야."

    "암기? 단검 같은 거 말이야?"

    "단검도, 아까 여러 갈래로 터지는 검은 공도, 마지막에 저 괴물을 잡은 나비도 모두 암기야."

    "세상에..."

    일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가 연신 흔들리고 있었다.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녀는 검 이외는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오늘일이 그녀의 시야를 넓게 해줄 것이다. 

    "일단 돌아가자. 지금으로썬 사람이 적어서 시체 회수하기도 힘들어." 

    "그래. 내일 바로 와야겠지."

    일리아는 카-루다의 목을 베어서 마법주머니에 넣었다. 

    와, 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주머니에 넣다니.

    "이건 원래부터 적장의 목을 담는 용이야. 아까워하지 않아도 돼."

    "아..."

    일리아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웃으며 말을 해주었다. 

    우리는 일단 시체들을 정리하고, 나중에 다시 와서 바로 찾을 수 있도록 표시를 만들었다. 

    "너무 늦으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일단 가자."

    이미 해가 졌기 때문에 우리는 빠르게 아스 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불빛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모두 정지!"

    일리아의 명령에 우리는 멈춰서 불빛이 다가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들은...

    소설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난 내공의 힘으로 저들이 누군지 이미 파악했다. 

    나는 내 옆에서 날카로운 눈으로 긴장을 늦추지 않는 일리아를 보았다. 

    너는 어떻게 할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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