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화 새로운 독을 얻다 (11/241)
  • 새로운 독을 얻다

    거울 속엔 윤기나는 흑발을 가진 백옥 피부의 꽃미남이 있었다. 

    "고작 하룻밤 만에 이렇게 달라 질 수가 있다고?"

    어제도 거울로 내 얼굴을 봤지만, 지금과는 비교 할 수가 없었다. 

    "진짜 미쳤다..."

    계속 얼굴을 만져보며 이게 현실인지 확인해 보았다. 볼 살이 빠지고 피부가 좋아져서 그런지 이목구비의 조화가 거의 완벽 할 정도다. 

    당장 3대 기획사에 찾아가도 ‘어서옵쇼’ 할 정도의 외모였다.  

    "유렌, 고마워해라. 이렇게 절정의 미남으로 만들어 줬으니."

    "흠흠..."

    "헉!"

    어느새 아린이 들어와서 뚱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어, 언제 들어왔어?"

    "절정의 미남이라고 하실 때 들어왔습니다."

    "..."

    창피함에 얼굴이 뜨거워졌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고 밖으로 나가서 말을 돌렸다. 

    "내 방은 어떻게 됐어?"

    "대체 뭘 하신지는 모르겠지만, 냄새가 너무 심해서 옷과 카펫을 버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잘했어."

    그것들 만지기도 싫었는데 버려줬다니, 오히려 고마웠다. 

    "그래서 그 검은 물은 대체 뭐였나요?"

    "내 방에서 수련을 하다 보니까 나왔는데."

    "네?"

    아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나를 쳐다보았다. 

    "수련을 하다가 검은 물이 나왔다고요?"

    "그래. 온 몸에서 땀처럼 나왔지."

    "설마! 오러 유저가 되신 건가요?" 

    "그럴 리가."

    아린이 말하는 것은 오러 유저가 되면 몸속에서 나오는 검은 땀 인거 같다. 

    "그렇겠죠. 제가 오러 유저가 됐을 때 나왔던 검은 땀보다 훨씬 많이 나왔어요. 거의 온 몸이 젖을 정도셨으니."

    그건 예전 유렌의 몸이 워낙에 돼지였던 것도 있을 테도, 만독자전신기라는 내공심법의 효능이 뛰어나서 그런 걸 테지.

    "그렇지. 거기다 난 오러 쓸 줄도 모르고." 

    "맞아요. 공자님은 오러에 대해 배우시지도 않으셨으니. 그럼 대체..."

    "걱정 마. 안 좋은 게 빠져나왔으니, 오히려 좋은 거잖아."

    "그렇긴 하지만."

    아린은 계속 나를 의심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녀도 바보가 아니니, 내가 뭔가 속인다는 것을 알겠지만, 더 이상 묻지는 않았다. 

    "오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늘은 쉴게."

    "잘 생각하셨습니다. 3일 내리 주무시지 못하셨으니 오늘은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럴게, 너도 오늘은 쉬어. 나 때문에 한 달 동안 하루도 못 쉬었잖아."

    "일단 식사는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아린은 조리실로 갔고 나는 방으로 향했다.

    방문과 안의 창문들은 모두 활짝 열려 있었고 내 노폐물이 닿은 카펫도 바뀌어 있었다. 

    "다행히 냄새도 좀 빠졌네."

    완전히 빠진 건 아니지만,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환기를 시키면 될 거 같았다. 

    "그건 그렇고 들키지는 않았겠지."

    침대 밑을 들춰보니, 독초들은 그대로 있었다. 

    "이거 바로 처리해야겠어. 어디 둘 곳도 없고, 이럴 줄 알았으면 페루한테 맡겨 둘 걸 그랬네."

    독초들을 보고 있을 때 계단을 올라오는 가벼운 발걸음 소리가 느껴졌다. 아린의 걸음걸이였다. 

    다시 독초들을 침대 밑에 밀어 넣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대공자님.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그릇은 나중에 치우고, 지금부터 계속 잘 거니까. 오늘은 더 이상 안 와도 돼."

    "알겠습니다."

    아린은 잠시 내방을 살펴보다가 고개를 꾸벅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럼..."

    올 사람도 없겠다. 독을 전부 먹어치우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어제 다 먹고 싶었지만, 1성의 내공심법으로 먹었다간 죽을지도 몰라서 한양초만 먹었었다. 하지만 2성에 올랐으니, 흡수하는데 힘은 들겠지만 죽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바사삭

    아린이 가져온 치레인 스프위에 역록파와 묵작엽을 가루로 만들어서 뿌렸다. 

    "이거 진짜 미친 짓 같은데, 오늘 눈 못 뜨는 거 아니야?"

    독을 모두 가루로 만드니까 독과 스프의 비율이 반반정도 되어버렸다. 걸쭉하다 못해 퍽퍽할 정도의 독극물 스프가 완성되었다.

    두 보자기 분량의 독이 들어간 진짜 독 스프라니...

    떨리는 손으로 한 스푼을 들어서 삼켜보았다. 

    "커억!"

    역록파는 지랄 맞게 매웠고, 묵작엽에선 달달한 맛이 났다. 매운데 단맛이 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독(역록파)를 섭취하셨습니다.]

    [만독자전신기가 독(역록파)을 흡수합니다.]

    [만독자전신기의 성취도가 올랐습니다.]

    [연장독(聯腸毒)이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연장독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독(묵작엽)를 섭취하셨습니다.]

    [만독자전신기가 독(묵작엽)을 흡수합니다.]

    [자백제(自白劑)가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자백제를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살혼연(殺魂煙)이 개방됩니다.]

    [지금부터 살혼연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두 개의 독초를 같이 먹으니까, 메시지창이 보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독들이 개방 된 거 같지만, 지금은 저게 중요한 게 아니다. 뒤지지 않으려면 빨리 내공심법을 운용해야 한다.

    스프는 오라지게 맵고 달았지만, 참고 삼켜버렸다. 

    좆됐다. 생각보다 독성이 강해.

    수면제를 먹은 듯 머리가 멍해지고, 뱃속은 바늘로 쑤시는 듯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바로 만독자전신기를 운용했다. 한양초 때는 내공을 늘리기 위해서였다면 지금은 살기 위해서 독초들을 흡수해야한다.

    독기들은 굽이치는 파도처럼 내 몸을 휘젓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독기를 제어하기 위해서 단전에 있는 모든 내공을 동원해서 독기의 움직임을 멈췄다. 

    일단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았다. 이젠 이 독기들을 내공과 같이 운용해서 내 힘으로 만들어야 한다.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 만독자전신기의 운용을 시작했다. 계속해서 끔찍한 고통과 기묘한 환각이 느껴졌지만, 내공심법을 멈추지 않았다. 

    **

    [만독자전신기(萬毒磁電神氣)] 3성에 도달했습니다.] 

    2성 달성의 메시지를 본지 얼마나 되었다고, 하루만에 3성에 도달했다. 

    "하아..."

    가부좌를 하고 있던 자세를 풀고 대자로 드러누웠다. 

    "미친 짓이었어. 진짜 죽을 뻔 했다..."

    아무리 독성이 강하지 않은 독이라고 하더라도 한 번에 대량으로 먹는 것은 자살시도를 하는 것과 그리 다를 바가 없었다. 

    만일 1성 때 이렇게 먹었다면 진짜 죽었을 거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주변을 정리했다. 창밖에는 이미 해가 지고 얇은 달이 중천에 떠있었다. 

    "내공심법을 운용한 게 아니라, 전쟁을 벌인 것 같아." 

    노력과 성과에 대한 뿌듯함을 느끼면서 사천당가 특성을 켰다. 

    새롭게 생긴 독을 볼 생각이었다.

    곧바로 사천당가-독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원래는 마비독 밖에 쓸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용가능한 독이 4개로 늘어있었다.

    마비독 밑에 있는 독을 읽어보았다. 

    [연장독(聯腸毒)](발통)

    신체의 장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독이다. 연(聯)이라는 뜻대로 하나의 장기에 투입되면 연계적으로 모든 장기에 독이 전파된다. 중독되면 수백 개의 바늘로 장기를 쑤시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수백 개의 바늘이 위를 찌르는 느낌, 아까 경험했었지. 지랄 맞게 아팠다.

    묵작엽의 혼란도 버티기 힘들었지만, 역록파의 고통은 정말 참기 힘들었다. 

    "음, 자백제라."

    [자백제](혼란)

    타인의 정신의 벽을 무너뜨려서 사실을 말하기 쉽게 만드는 약물이다. 복용한 자의 의지력과 활력을 차츰 저하시켜서 무기력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주면 자백할 가능성이 더욱 늘어난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의 자백제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현실에 있는 자백제와 거의 비슷한 설명이지만 내공으로 만들고 성취도가 있어서 쓰면 쓸수록 효과가 강해지는 게 달랐다. 

    "마지막은 살혼연이군."

    [살혼연](혼란)

    사람을 홀리는 연기를 만든다. 연기를 마신 자는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한다.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로 바꿔서 보여준다. 

    "살혼연이 연장독보다 위험해 보이는데..."

    살혼연의 설명을 읽어보자, 개개인의 싸움보다는 전쟁에서 엄청난 효과를 발휘할 거 같았다. 

    설명을 읽어봐도 대충 감은 오지만, 한 번 시험을 해봐야 힘을 조절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바닥에서 일어나서 침대위로 올라갔다. 간만에 느끼는 최고급 침대의 푹신함에 몸이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정신이나, 몸이나 피곤했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그들에게 시험을 해봐야 할 거 같다.

    "휴우...자자."

    **

    "대공자님. 일어나실 시간입니다.

    어느새 아침이 밝았는지, 아린이 세숫물을 가지고 왔다. 

    "어제는 푹 쉬셨나 보네요."

    "계속 잤어."

    아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를 가져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몸이 가뿐했다. 정신도 신체도 내공도 완벽하게 만전인 상태다. 

    잠시 후 아린이 가져온 스프를 먹고 나니, 아린이 당연하다는 듯 연무장으로 길을 나설 준비를 했다. 

    "아린."

    "네."

    훈련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던 아린을 불렀다. 

    "오늘 주말이잖아."

    "네. 그렇죠."

    "그럼 기사들은 어디에서 수련해?"

    "제 1 연무장은 놔두고 보통 제 2 연무장이나 제 3 연무장에 가서 수련을 합니다."

    "제 1 연무장은 왜 안가?"

    "갑작스럽게 훈련이 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기사들에게 주말은 무조건적인 휴일이 아닙니다."

    그럼 제 1 연무장은 갈 필요가 없고, 2랑 3중에 골라야 할 것 같다.

    "지금 제 2 연무장에 사람 많을까?"

    "네. 록스 후작가의 기사들은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주말에도 훈련하는 기사들이 많습니다."

    "제 3은?"

    "제 2 만큼은 아니겠지만, 그곳도 많을 겁니다."

    "그럼 오늘은 제 3 연무장으로 가자."

    "갑자기 왜 3으로 가자고 하시는 거죠?"  

    아린은 내말이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게 질문을 했다. 

    "응? 그냥 기사들 좀 보고 싶어서."

    "예전에 기사들에게 한 행동 때문에 겁에 질려 계셨던 거 아닌가요?"

    "윽."

    역시, 아린은 표정과는 다르게 눈치가 빠르다.

    "겁? 나 그런 거 안 키워."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면서 외쳤다. 예전이야 아린의 말대로 겁났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아린은 내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생각에 잠겨있으면서도 물건을 챙기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 제 3 연무장으로 가시죠."

    "그래." 

    아린의 말대로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제 3 연무장엔 많은 기사들이 수련을 하고 있었다.

    "흠..."

    내가 그곳에 도착하자, 휴식을 취하던 기사들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그들은 내가 누군지 모르는 듯 자기들끼리 수근 대기 시작했다. 

    "저들은 공자님을 알아보지 못하는 군요."

    "그러게 내가 조금 바뀌긴 했지."

    "조금이 아닙니다. 아예 다른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런가?" 

    매일 보던 아린이 인정할 정도로 외적이든, 내적이든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와 저 여자 예쁜데." 

    "그러게 엄청 예쁘네, 근데 저 여자 어디서 봤는데."

    "저 여자 대공자의 집사잖아. 아린이었던가?"

    내공 덕인지, 내 귀는 멀리서 얘기를 하는 기사들의 목소리를 모두 잡아내고 있었다. 

    "잠깐만 그러면 저 남자는..."

    "헉!"

    "그럼 저게 망나니 대공자라고?"

    "말도 안 돼!"

    "내가 한 달 전에 봤을 때도 뒤룩거리는 돼지였다고!"

    "대체 무슨 마법을 써서 걸어 다니는 살덩이가 저렇게 된 거야!" 

    자기들끼리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내공 덕분에 그들의 대화가 모두 들리고 있었다. 

    기사들은 내 모습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한 채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놀람에 사악한 미소로 답을 해주었다. 

    "실험대상들 많아서 좋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