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화 후작가의 대공자 (2) (3/241)
  • 후작가의 대공자 (2)

    [이름: 유렌 록스]

    [특이사항: 고도비만]

    [특성: 창조주의 눈lv1, 사천당가(四川唐家)(잠김)]

    [싱크로율: 99.9%]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내 특성인 사천당가 뿐이었다. 

    사천당가는 무협소설에 거의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문파 중 하나다. 주로 독과 암기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무협소설에선 비겁한 행동을 하거나, 적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천당가가 왜 여기에 와 있는 거냐고! 여긴 판타지란 말이야!"

    예전에 사천당가의 인물이 주인공인 무협소설을 재밌게 읽은 기억은 있지만 역시나 왜 내 특성에 적혀있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거기다 쓸 수도 없게 잠긴 상태다. 설정이 지 혼자 미쳐 날뛰고 있었다. 

    사천당가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할 수 라도 있지. 이건 진짜 답도 없다. 전혀 모르겠다. 

    "어디 물어 볼 곳도 없고, 진짜 답답해 미치겠네!"

    **

    "유렌은 일어났나?"

    "네. 좀 전에 일어나셨습니다." 

    집무실에서 아린이 윌링턴 후작에게 유렌이 일어난 것을 보고하고 있었다. 

    "좀 어때 보이더냐?"

    "일단 몸 상태는 아직 정상이 아니신 것 같았습니다. 일어서다가 넘어지시기도 하셨고 몸 상태가 별로 라고 하셨습니다."

    유렌이 넘어진 것은 몸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아린은 당연히 그것을 알 수가 없었다. 

    "알리오 신관의 말로는 상처는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윌링턴은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오늘 유렌의 반응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렌 녀석 좀 이상하지 않더냐? 예전 같았으면 일리아에게 사과하라고 하자마자, 지랄을 했을 텐데 신기하게 ‘네’라고 대답하더군." 

    "기절했다가 일어나신지 얼마 되지 않으셨으니 그런 게 아닐까요." 

    "그런가? 하긴 조금 맞았다고 그 개 같은 성격이 어디 가진 않겠지. 내일이 되면 일리아한테 복수 하겠다고 난리 칠 것 같구나."  

    아린은 후작보다도 유렌의 변화를 크게 느꼈지만, 아직 확신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섣불리 말을 꺼내지 않았다. 

    "정말 둘째의 반만 닮아도..."

    둘째와 셋째는 잔소리는커녕 하지 말라고 해도 밤을 새가며 수련과 학문에 힘쓰고 있었다. 매일 놀고먹어서 살만 뒤룩뒤룩 찌는 유렌과 비교가 안 될 수가 없었다.

    "점차 나아지실 겁니다."

    "하하, 아비인 나도 그놈을 포기했는데 너는 믿고 있나보구나."

    윌링턴의 말에도 아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을 뿐이다. 

    "네게 미안한 일을 했어.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기사의 길을 가게 해줬어야 했는데..."

    "아닙니다."

    윌링턴은 아린의 재질을 알아보고 수련을 시키면서 두 가지를 고민했었다. 가문의 기사로 만들지, 유렌의 호위로 만들지를.

    윌링턴은 유렌이 당연히 자신의 뒤를 이어 후작이 될 것이고 그러면 아린도 호위기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유렌에게 아린을 보낸 것이지만, 지금에 와선 가능성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 가 보거라."

    "네. 그럼."

    아린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오면서 후작의 말대로 평소와 다른 오늘의 유렌에 대해 생각했다. 

    ‘확실히 변했어. 특히나 눈빛이.’

    **

    "사천당가는 분명 무림에 있는 그 사천당가가 맞을 거야. 근데 이걸 개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나는 내공심법 모르고 칼이라곤 과도밖에 들어 본 적이 없다. 평범한 내가 강해지려면 사천당가 특성을 어떻게든 개방해야 한다. 

    어쨌든 사천당가는 무림문파니까, 몸은 쓰는 것은 분명할 거야. 그렇지만 이 돼지 같은 몸으론 운동도 무리야. 

    걷기부터 시작하기 위해서 내 방을 돌기 시작했다. 방은 걷기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넓었지만, 문제는 나였다. 방을 몇 분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다리가 저려 와서 앉고 싶어졌다. 

    "이런 게 몸이 정신을 지배한다는 건가."

    머리에선 더 걷고 싶었지만, 몸은 계속 의자를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도 내 몸의 지방덩어리들이 연신 ‘앉아’를 외치고 있었다. 

    똑똑

    의자의 유혹을 참으면서 십 분 정도 걸었을 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문이 열리고 아린이 방안에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땀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곤 흠칫 놀라서 뒷걸음질 쳤다. 

    "대공자님, 뭘 하시는..."

    "좀 걸어 보려는데 방이 넓어도 걷기에는 좀 별로네. 냄새도 나고, 수련장 있지? 연무장이라고 하던가? 안내 좀 해줘."

    "네?"

    무표정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던 아린이 입을 벌린 채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정지되어 있던 아린의 눈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수련장에 가자고."

    "혹시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아린은 내가 무슨 사고를 칠까봐 걱정하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저 살을 빼고 사천당가를 개방하고 싶을 뿐이었다. 

    "좀 전에 말했듯이 방이 넓긴 한데 움직이기 불편해. 연무장에 가서 운동 좀 하려고."

    "으음."

    아린의 무표정이 다시 한 번 깨져버렸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린?"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개를 흔들며 밖으로 나가는 그녀를 따라갔다. 역시나 후작가의 저택, 밖의 복도는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알 수 없는 방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와..."

    건물이 넓은 만큼 많은 하인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었는데 그들을 만날 때마다. 창조주의 눈을 발동시켜 보았다. 

    [호감도: -49 (비호감) ]

    [호감도: -74 (극도의 비호감) ]

    [호감도: -69 (극도의 비호감) ]

    [호감도: -80 (혐오) ]

    [호감도: -77 (혐오) ]

    망나니짓만 해대는 유렌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그 수치가 장난 아니게 높았다. 

    특히나 남자보단, 여자 하인들이 나를 훨씬 싫어했다. 유렌이 약혼자에게 차이도록 여자를 밝히게 만들었는데 그 영향인거 같았다. 

    망가진 이미지를 복구하려면 장난 아니게 힘들겠는데...

    앞을 걸어가고 있는 아린을 쳐다보았다. 

    [호감도: 0 (중립) ] 

    모든 사람들의 호감도가 마이너슨데,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아린이 왜 중립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긴급한 일이 있었다. 계속 걷고 있지만 연무장에 도착 할 생각을 안 한다. 정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헉, 헉! 언제 도착해?"

    "아직 반도 안 왔습니다."

    역시나 후작가문, 정말이지 더럽게 넓었다. 연무장에 가는 걸로 오늘의 운동을 땡 쳐도 될 것 같았다. 

    "아직 멀었어?"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으으!" 

    살은 넘치는데 근육이 없어서 움직이는 게 너무 힘들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예비군 5년차의 자존심이 나를 멈추게 하지 않았다. 

    "도착했습니다."

    "헉, 헉!"

    소설 속에선 ‘연무장에 도착했다.’ 이 한 줄이면 되는 게 현실로 바뀌는 거의 한 시간은 걸은 것 같다. 

    "이렇게 멀면 연무장에 어떻게 다니는 거야."

    "원래라면 훨씬 빠르게 도착합니다만 오늘은 공자님이 못 따라오실 것 같아서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익!"

    분하지만 그녀의 말이 맞았다. 예비군이고 뭐고 그녀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면 분명 따라가지 못하고 중간에 주저앉았을 거다. 

    "아무도 없네."

    "지금은 정규훈련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기사는 제1, 제2 연무장에 있을 겁니다."

    "연무장이 하나가 아니야?"

    "연무장은 총 네 개가 있고 이곳은 세 번째 연무장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아, 당연히 알지. 하하."

    몰랐지만 아는 척을 하면서 숨을 골랐다. 

    호흡을 안정 시킨 뒤 연무장을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휴식을 한다면 몸이야 편하겠지만, 다시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피곤해도 계속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아무도 없으니까 편하네." 

    아린은 망부석처럼 가만히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이전과는 좀 달라보였다. 

    "헉, 헉! 아 진짜! 몸이 너무 무거워!"

    내 원래의 몸은 근육질은 아니지만, 하루 한두 시간정도는 꾸준히 걸었기 때문에 걷기는 자신 있었다. 하지만 유렌의 몸으로 움직이니, 모래주머니 수십 개는 달고 걷는 느낌이라 장난 아니게 힘들었다. 

    극한의 정신력을 발휘하여 더 이상 움직이지 못 할 정도로 걷고 난 후, 바닥에 주저앉아서 빌빌 댈 때 누군가의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졌다. 

    "엉?"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햇볕 때문에 자동으로 눈이 찌푸려졌지만 그의 상태창은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호감도 : -91(살해 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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