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기부상열차 >
청와대.
장수길 부총리가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향해 깍듯이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재건펀드에 투자하는 국내외 자본들에게 한국정부가 발행한 연리 3% 대의 국채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좋습니다. 국채 발행 문제는 부총리께서 책임을 지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일주일 안에 히말라야 투자그룹 명의로 재건 펀드에 1천조원을 예치할 테니, 한국 국채를 히말라야 투자그룹에 전달하시면 될 겁니다."
"네. 각하."
장수길을 내보낸 뒤 국토교통부 장관을 호출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렸다.
"북한과 만주의 지하철, 도로, 항만, 관공서, 공장 등을 신속하게 건설할 준비에 착수하세요."
"국내 건설회사들에게 컨소시엄을 제안하겠습니다."
"국내 건설사가 입찰담합 행위를 할지 모르니까, 그 문제에 관해서 공정위장과 검찰총장, 경찰총장에게 협조를 부탁하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서울과 개경, 평양, 신의주 등을 지하철로 연결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세요."
그러자 국토부장관이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서울과 신의주까지의 거리는 직선으로 670KM 이상입니다."
"거리 따위는 숫자에 지나지 않아요."
"저도 그리 생각하지만, 철도로 연결하는 것보다 최소 2배 이상의 건설비용이 필요합니다. 각하."
"돈은 신경쓰지말고 서울과 개경, 평양, 신의주 등을 지하철로 반드시 연결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목소리를 높이자 국토부장관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힘차게 대답했다.
"각하의 하명대로 서울과 신의주를 지하철로 연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
삼송전자 서초동 본사.
김민용은 회장실에 들어서자마자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삼송정공 대표를 호출해."
"네. 회장님."
1시간 뒤, 김민용의 면전에 삼송정공 대표가 나타났다.
민용은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자기부상열차의 사업성이 있습니까?"
"정부를 설득한다면 삼송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겁니다."
"확신하십니까?"
"네. 회장님."
민용은 자회사인 삼송정공이 보유한 자기부상열차 기술로 서울과 북한, 만주 전역을 연결하고 싶었다.
수백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사업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두눈에 거대한 야망이 꿈틀거렸다.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시연할 수 있는 테스트 객차를 지금 당장 조립하세요."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
삼청동 안가 도감청 방지룸에 들어서자 민용이 환한 얼굴로 나를 반겼다.
가죽의자에 착석한 뒤 맞은편에 앉아 있는 녀석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를 보자고 한 용건이 뭐야?"
그리 묻자 민용이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자기부상열차 문제로 할 말이 있다."
"자기부상열차?"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 삼송정공이 시속 850KM 에 육박하는 자기부상열차 기술을 완성했거든."
"대단하군. 언제 그런 기술을 습득한거지?"
"삼송그룹의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생각하고, 수십조원을 투입한 댓가라고 할 수 있지."
"암튼 축하한다. 그런 대단한 기술을 완성해서."
덕담을 건네자 녀석이 내 눈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하면 서울에서 만주 흑룡강성의 하얼빈까지 3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거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민용이 계속 말을 이었다.
"자기부상열차를 서울에서 하얼빈까지 연결한다면 한국과 북한, 만주 전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을거다."
민용이 나를 청한 이유를 알거 같았다.
그는 자기부상열차를 서울에서 하얼빈까지 연결하자고 제안하고 있었다.
"너의 뜻은 잘 알겠는데, 자기부상열차는 건설비용이 한두푼이 아니잖아. 그 많은 건설비용을 감당하는 게 만만치 않아."
민용이 애절한 얼굴로 나를 설득했다.
"재건펀드를 이용해서 건설하면 되잖아. 100조원만 투자하면 서울에서 하얼빈까지 3시간 안에 주파가 가능하다니까."
"그건 최소 건설비용이잖아. 분명 건설하는 도중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거라고."
부정적인 언사를 내뱉자 민용이 결연한 얼굴로 외쳤다.
"100조원 이내로 건설비용을 맞춰줄게. 내가 약속한다니까!"
"각료들과 논의를 한 후에 결과를 알려줄게. 그럼 오늘은 술이나 마시자."
그리 말하며 테이블 위에 놓여진 진토닉을 민용의 술잔에 넘치도록 따라부었다.
***
청와대 경내를 거닐 무렵, 장수길 부총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장수길이 긴급 보고를 올렸다.
"북한과 만주의 재건 펀드 계좌에 총 1100조원의 자금이 예치됐습니다. 모두 각하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덕분입니다."
"대한민국의 시민들을 대표해 대통령 각하에게 심심한 감사 인사를 전하는 바입니다."
장수길은 그리 말하며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칼컴과 얄리바바, ARM을 뉴욕 증시에 상장한 덕분에 1100조원 내외의 가욋돈이 생겼다.
나는 그 돈을 모두 재건펀드 계좌에 이체했다.
물론 절대 공짜는 아니었다.
그 댓가로 한국 정부가 발행한 연리 3% 대의 국채를 반대급부로 받아챙겼다.
또한 북한과 만주의 요지를 헐값에 매입할 수 있는 합법적인 권리마저 쟁취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장수길의 보고가 다시 이어졌다.
"국토부장관과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자기부상열차 사업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용역결과는 나왔나요?"
"네. 각하."
장수길은 그리 말하며 자기부상열차의 수익성 용역결과 보고서를 내 손에 건넸다.
용역결과를 살핀 결과 15년 안에 건설비용을 대다수 회수 할수 있다는 희망섞인 관측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최소 건설비용이 어느 정도죠?"
"서울과 개경, 평양, 심양, 장춘, 하얼빈을 최단 거리로 연결한다면 98조원 내외로 건설이 가능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거리가 어느 정도죠?"
"대략 2500KM 안팎입니다."
자기부상열차는 자기부상객차와 전용 궤도를 지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런 연유로 지하철보다 최소 3배 이상의 건설 비용이 필요했다.
허나, 자기부상열차는 비행기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속도의 구현이 가능했다.
그런 탓으로 전 세계 선진국들은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울과 북한을 지하철로 연결하는 것보다, 차라리 자기부상열차를 이용해 서울과 북한, 만주 등을 연결하는 게 올바른 선택이라고 판단됐다.
마음을 정한 뒤, 장수길에게 내 의중을 전달했다.
"삼송그룹에 자기부상열차의 시연회를 개최하라는 지침을 하달하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
수행원과 김민용을 대동한 채 이천에 위치한 삼송정공을 방문했다.
민용은 나를 지하에 위치한 시연회장으로 안내했다.
2천평에 달하는 지하 공간에 자기부상열차의 전용 궤도가 지그재그 방식으로 허공을 수놓고 있었다.
민용은 전용궤도를 손짓하며 차분히 입을 열었다.
"잠시 후에 자기부상열차가 최고 속도로 시연을 시작할거다."
그의 말대로 지하 벽면 깊숙이 숨어있던 은회색의 자기부상객차가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자기부상객차는 전용궤도를 힘차게 일주했다.
자기부상객차가 궤도를 무한반복으로 일주하는 광경을 매의 시선으로 살피며 민용에게 물었다.
"지금 속도가 어느 정도지?"
녀석이 즉답했다.
"대략 850KM 안팎. 이 정도 속도면 서울에서 하얼빈까지 3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을거다.
민용의 자신만만한 확언이었다.
시연회장을 빠져나온 뒤 민용과 함께 대통령 헬기에 몸을 실었다.
푸른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옆자리에 동승한 민용에게 내 결심을 밝혔다.
"서울과 북한, 만주를 잇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니까, 98조원 내외로 자기부상열차 사업계획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해."
그러자 민용이 감격한 얼굴로 내손을 부여잡았다.
"고맙다. 친구야. 이 은혜를 죽을 때까지 잊지 않으마."
"당연히 그래야지. 그러라고 너한테 이런 알토란 같은 사업권을 주는 거니까. 하하..."
***
청와대 국무회의실.
국무위원들에게 내 결심을 피력했다.
"서울, 개경, 평양, 심양, 장춘, 하얼빈 등을 시속 850KM로 연결하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께서는 자기부상열차 사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자 국무위원들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힘차게 복명했다.
"말씀대로 자기부상열차 사업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습니다!"
국무회의를 종료한 뒤 집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집무실의 육중한 책상에 좌정한 채 포털 사이트의 인터넷 뉴스를 두루 살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스포츠면과 세계 뉴스면에 대서특필된 청소년 축구팀의 트로피 사건에 절로 시선이 집중했다.
<트로피 만행>이란 자극적인 기사와 달리 뉴스 내용은 별 것이 없었다.
트로피에 발을 올린 정도에 불과했다.
유럽 축구선수들이 흔히 하는 자축 코스프레였다.
허나, 한국의 축협 관계자들은 어린 선수들을 중국 축협 관계자들에게 무릎 끓리며 굴욕적인 사죄행위를 강요했다.
당최 이해못할 사대주의적 발상이었다.
컴퓨터를 종료한 뒤 주한수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국정원장을 호출해."
"예. 각하."
30분 뒤, 국정원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그에게 지엄한 명을 하달했다.
"중국 축협에 사죄행위를 강요한 한국 축구 관계자들을 중국 스파이 혐의로 모두 잡아들이세요."
국정원장이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그들을 국가반역 혐의로 전원 사형할 생각이니까, 48시간 안에 자백을 받아내세요."
"넵. 각하."
***
남산 서빙고 대공 보안실.
국정원의 심문관들은 장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축구 관계자들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관계자들의 입에서 모골이 송연한 비명이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으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심문관들은 피에 절은 어육으로 전락한 축구 관계자들에게 싸늘한 어조를 내뱉었다.
"중국 국가안전국에 포섭됐다고 자백해!"
"만약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다면 이 곳에서 살아나가지 못할거다!"
관계자들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온몸을 부들거리며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그런 모습에 심문관이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아주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좋아. 소원대로 해주마."
그 말을 끝으로 또 다시 참혹한 구타가 쉴새없이 펼쳐졌다.
더불어 애절한 비명이 장내에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쿠아아악...! 으아아아악...! 쿠아아악...!
***
미국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다.
트램프는 환한 얼굴로 현관문 앞에서 나를 반겼다.
우리들은 수행원과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골프를 즐기는 한편 화기애애한 담소를 길게 이어나갔다.
그날 밤.
기자들과 측근들을 모두 물린 채, 캠프 데이비드 집무실에서 트램프와 중국과 일본의 처리 문제에 관해 심도깊은 협의를 나누기 시작했다.
"중국은 여전히 14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위협적인 공산국가에요."
그리 말하자 트램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저 또한 각하와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중국을 최소 5개국 이상의 국가로 재편하는 방안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싶습니다."
트램프가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그럴듯한 복안이 있으신지요?"
"있습니다."
"그럼 말씀해 보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신강의 위구르족과 티벳 지역의 티벳인, 운남성의 묘족, 중국 남방 지역의 자본주의 세력 등을 지원한다면."
잠시 말을 끊은 채 트램프의 두눈을 정면으로 직시했다.
직후 재차 내 주장을 이어갔다.
"중국을 손쉽게 5개 국가로 재편할 수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현실적으로 중국을 단시일 안에 5개 국가로 재편하는 게 만만치 않을 겁니다."
트램프는 약간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럼 중국을 그냥 두고 보자는 말씀입니까?"
그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단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말씀드린 겁니다."
"미국이 이런 식으로, 미온적으로 나온다면 중국의 분열은 요원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램프를 강하게 밀어부치자 그가 체념한 얼굴로 넌지시 물었다.
"각하께서 원하시는 바를 속 시원히 밝혀주십시오."
곧바로 즉답했다.
"티벳과 신강 위구르족, 운남 묘족, 중국 남부의 자본주의 세력들에게 무기와 군자금을 대규모로 지원해 주십시오."
"으음..."
트램프의 입에서 앓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중국 분열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한국에는 여럭이 없는 겁니까?"
"아시다시피 우리 한국은 북한과 만주 지역의 재건 사업에 국가의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한눈 팔 여력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
수행원을 대동한 채 재건사업이 한창인 평양시를 방문했다.
평양시 전역은 거대한 공사장이나 마찬가지였다.
한국 굴지의 토건사들과 건설사들은 지하철과 기차, 도로와 관공서, 호텔, 빌딩, 공장 등의 건설에 총력을 쏟아 붓고 있었다.
< 자기부상열차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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