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96화 (196/200)

< 희토류 >

청와대 집무실.

면전에 나타난 박용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흑룡강성 학강시에 위치한 진명공업의 소유권을 하루빨리 장악해야 합니다."

진명공업은 희토류를 가공 생산하는 업체였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첨단무기, 스마트폰, 컴퓨터, 각종 IT기기 생산에 없어서는 안되는 매우 귀한 원자재였다.

박용범의 보고는 계속 이어졌다.

"진명공업은 전 세계 희토류 가공 생산량의 95%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환경오염을 이유로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만주 흑룡강성에 희토류 가공 생산공장의 설립을 허가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진명공업의 오너가 누군가?"

"호청산입니다."

"한족인가?"

"네. 복건성 출신의 사업가로 알려졌습니다."

"그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해."

박용범이 곤혹스런 얼굴로 답했다.

"여러차례 만나자는 연락을 넣어봤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이 전무합니다."

"한국 정부에 매각할 마음이 없는 건가?"

"낌새가 그런거 같습니다."

박용범이 은근한 얼굴로 넌지시 입을 열었다.

"희토류는 한국 정부가 관리해야 하는 전략 물자의 일종입니다. 그러니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수중에 넣어야 합니다. 각하."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이만 나가봐."

"넵. 각하."

***

이태원 유엔빌리지에 소재한 고급 요정에 냉혈단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요정의 경호원들을 총기를 이용해 신속하게 제압한 뒤 지하에 위치한 밀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행의 인솔자인 김재욱은 평소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다.

그런 탓인지 김기현 신화창조당 원내부대표와 그를 따르는 국회의원들에게 불문곡직하고 잔인한 물리력을 행사했다.

김재욱과 냉혈단원들은 수중에 들고 있는 진압봉을 이용해 나이지긋한 신화창조당의 거물 의원들을 무자비하게 두들겼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피가 튀고 살이 찢겨지는 목불인견의 참극이 지하 밀실에서 적나라하게 펼쳐졌다.

더불어 모골이 송연한 비명이 장내에 쉴새없이 메아리쳤다.

-크아악...!  으아악...! 쿠아악...!

김기현 일행은 피칠갑을 둘러쓴 채 밀실 바닥에 죽은 듯이 널부러졌다.

김재욱은 입꼬리를 비릿하게 말아올리며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 개자식들을 서빙고동으로 이송해."

"넵. 부장님."

그날 밤, 서울 도처에서 이같은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

서빙고동 대공 보안실에 강태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맨바닥에 애처롭게 나뒹구는 김기현과 신화창조당 의원들을 무표정한 시선으로 일별한 뒤 철제 의자에 조용히 착석했다.

강태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죽은 듯이 축 늘어진 김기현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를 툭 내뱉었다.

"자녀들의 취업을 위해 대기업에 여러건의 압력을 행사하셨더군요."

"그리고 국회의원 해외연수라는 명목으로 관련 업체에서 수억원의 뇌물을 상습적으로 수수하셨고."

그는 잠시 말을 중단한 채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흡입했다.

태호는 답배 꽁초를 맨바닥에 거칠게 내던진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국토교통부 상임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수도권에 수백억 대의 부동산 투기를 하셨더군요."

"말만 국회의원이지, 이건 뭐 날강도와 다를바가 없는데요? 낄낄낄..."

태호의 입에서 노골적인 조롱이 쏟아지자 김기현이 온몸을 부들거리며 고개를 완강히 저었다.

허나, 그는 끝내 입 밖으로 말을 토해내지 못했다.

태호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분들도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점을 이용해 기업과 재력가들에게 부당한 청탁을 하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셨더군요."

순간 맨바닥에 벌레처럼 축 늘어져있던 신화창조당 의원들이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들 역시 이렇다할 반박을 전혀 하지 못했다.

"당신들에겐 두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사수처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 받거나, 아니면 평소처럼 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떵떵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살거나."

그리 말하며 두툼한 서류철을 그들의 발밑으로 툭 내던졌다.

"종신 통령 개헌에 찬성한다는 연판장에 자필서명과 열손가락의 지장을 찍어주십시오."

태호는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몸을 감췄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김기현과 40명의 여당의원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연판장에 자필서명과 지장을 신속정확하게 기입했다.

***

청와대 지하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에 열중했다.

원반을 목표로 6연발 라이플의 방아쇠를 연거푸 잡아당겼다.

탕탕탕탕탕탕!

높이 치솟았던 클레이 원반 6개가 산산조각으로 박살났다.

백발백중이었다.

클레이 사격에 한창 몰입할 즈음, 김앤박 로펌의 김명우 대표가 눈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대통령 각하."

김성우는 나를 향해 깍듯이 예를 표한 뒤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라이플을 주한수에게 건넨 뒤 김성우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갔다.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김성우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공석으로 비어있는 대법원장직에 취임해 주십시오."

그러자 김성우가 무덤덤한 얼굴로 답변했다.

"저는 대법원장에 적합한 인물이 아닙니다. 운영하는 로펌도 있고."

"김 대표만한 적임자가 없어요."

김성우가 은근한 얼굴로 넌지시 물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 전에 김대표의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그리 되묻자 김성우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변했다.

"부동산과, 금융자산, 주식, 채권 등을 합할 경우 4조 7천억원 안팎일 겁니다."

예상대로 김성우는 조단위 재벌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거대 로펌 대표다웠다.

"그래서 제가 대표님을 적임자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대표님은 조단위 재벌이십니다. 당연히 돈 욕심에서 어느 정도 초탈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 말하며 영춘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성우 역시 그런 나를 조심스럽게 뒤따랐다.

"자택에서 돌연사한 김태섭이 1년 5개월 동안 대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챙긴 뒷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그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놈은 대법원장이란 지위를 이용해 1400억에 달하는 검은 돈을 수수했습니다. 사건 의뢰인들과 판사들의 인사청탁 명목으로."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성우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대표님에게 대법원을 맡아달라고 청하는 겁니다. 도둑놈들이 설치는 꼴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제서야 그가 심각한 얼굴로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그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흘러나왔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1주일 간의 시간을 드릴테니 그 안에 결정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성우는 그말을 끝으로 청와대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

청와대 오전 무렵.

집무실로 들어서자 강태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두툼한 서류철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연판장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모두 받았겠지?"

"예."

"그놈들이 지금 어디에 있지?"

"국정원이 관리하는 병원으로 보냈습니다."

"놈들이 언론과 지인들에게 헛소리를 못하도록 철저히 단속해."

그리 말한 뒤, 책상 서랍에서 호청산의 프로필이 담긴 서류철을 꺼내서 강태호에게 건넸다.

그가 서류철을 공손히 받아든 채 나를 슬며시 쳐다봤다.

"프로필에 지시 사항을 적었으니까, 일주일 안에 일을 완료하도록."

"넵. 각하."

태호를 내보낸 뒤, 김명철 신화창조당 원내대표를 집무실로 호출했다.

눈 앞에 나타난 명철에게 연판장을 건넨 뒤 지엄한 명을 하달했다.

"11월 안으로 국회에 종신 통령 개헌안을 상정해."

"말씀대로 개헌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돼!"

명철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복명했다.

"염려마십시오."

"그럼 너만 믿는다."

"감사합니다. 형님."

***

흑룡강성 흑강시 교외에 위치한 대저택에 강태호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냉혈단원들은 저택의 경비원들을 신속하게 제압한 뒤 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호는 동서양의 격조높은 인테리어로 치장된 넓다란 거실을 제집 안방처럼 여유로이 거닐며 나직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우리 호 회장님의 고집이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소파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던 호청산은 냉혈단원이 중국어로 통역을 하자 긴장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약속도 없이 남의 집을 무단으로 침범하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통역관에게 호청산의 말을 전해들은 태호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내걸렸다.

"한국 정부의 명을 거부하신다면 호 회장님과 식솔들의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습니다. 그점을 숙지해 주십시오."

태호는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을 대동한 채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들이 자택에서 모두 사라지자 그제서야 호청산의 잔뜩 얼어붙었던 얼굴이 차츰 풀려갔다.

다음날.

흑강시 진명공업 본사에 조기상 일행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기상은 수하들을 1층 로비에 남겨둔 채 나홀로 회장실로 올라갔다.

기상은 소파에 착석한 뒤 유들유들한 얼굴로 유창한 중국어를 내뱉었다.

"1000억원에 공장을 넘기시죠? 이 정도면 한국 정부도 할만큼 한거 아닙니까?"

호청산이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만약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어찌되는 겁니까?"

기상이 냉랭한 어조로 답했다.

"회장님과 가족들의 생명이 위태해질 겁니다."

청산의 얼굴이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5일 안에 가부를 결정하십시오. 그럼 이만."

기상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청와대 춘추관.

면전에 정중히 시립한 김성우에게 대법원장 임명장을 수여했다.

우리는 친근한 악수를 교환한 뒤 만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성우와 만찬을 즐긴 뒤 관저로 일찍 귀가했다.

사랑스런 그녀들과 기분 좋은 시간을 만끽한 뒤, CNN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로이드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스 홉킨스 병원에 입원한지 72시간 만에 사망했습니다.

-병원 관계자들은 로이드 후보의 사인(死因)을 급성 폐렴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주당과 지지자들은 로이드 후보의 사망 소식을 접하자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상태로 선거가 치뤄질 경우 트램프 대통령의 재선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선거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중략...

트램프는 내 덕분에 재선을 확정지었다.

미국 역시 대선 입후보 기간 중에는 후보를 변경할 수 없었다.

트램프는 경쟁자 없는 단독 후보자나 마찬가지였다.

뉴스를 끈 뒤 트램프에게 핫라인을 연결했다.

-대통령 재선을 축하드립니다.

-모두 각하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우하하하...!

수화기에서 트램프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기분이 많이 좋은 모양이었다.

-이제 약속대로 일본의 이지스함과 미사일 부대, 군부대, 생화학무기의 위치 정보를 알려주십시오.

-조만간 기밀자료를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죠.

핫라인을 종료한 뒤, 민용철 비서관을 관저로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이해소 박사를 호출해."

"예. 각하."

30분 뒤, 이해소 박사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의 왼손에는 핵가방이 들려있었다.

이해소는 한국의 핵무기를 관리하는 인물이었다.

그에게 내 의중을 전달했다.

"일본의 대표도시인 도쿄와 오사카에 핵무기를 투하할 생각입니다."

그러자 이 박사가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수백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겁니다!"

"그래서 방사능 피폭이 거의 없는 수소폭탄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이 박사가 엄숙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 세계인들이 각하를 학살자라고 매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경 안씁니다. 저는 혐한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도쿄와 오사카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맹세했거든요."

"흐으음..."

"오사카와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을 접수할 생각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십시오."

이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각하."

< 희토류 > 끝

ⓒ 방탄리무진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