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91화 (191/200)

< 반한복중(反韓復中) >

요녕성 한중 국경선 주변을 불시에 방문했다.

국경선에는 한국군 110만명과 미군 20만명이 주둔하고 있었다.

한미 양군은 30미터 높이의 전기 철책선 작업에 한창이었다.

국경선 주변을 시찰한 뒤 미군 기지가 대규모로 들어서는 대련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대련은 항구 도시였다.

미국의 제 7함대가 입항한 채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었다.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인 대련에 미군 기지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런 탓으로 대련항 인근에 미군 기지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미군 20만명과 군무원, 미군 가족 등이 살 수 있는 주택과 휴게시설, 골프장, 야구장, 수영장, 미식 축구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한국 정부는 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데 총 60조원을 투입한 상황이었다.

미군 기지 건설 현장을 두루 살핀 뒤 심양 비행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를 태운 대통령 전용기가 평양 공항에 착륙했다.

평양에는 이효상 외교부장관이 있었다.

그는 중국과 휴전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평양에서 체류하고 있었다.

평양 주석궁으로 들어서자 이효상이 나를 맞이했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함께하며 휴전협정 체결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휴전협정이 체결되는 즉시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의 자산동결을 해제할 것을 중국 정부에 요청하십시오."

이효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휴전 협정 서명문에 그같은 내용을 삽입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휴전 협정을 체결하는 대로 청와대로 오십시오."

"네. 각하."

평양에서 이효상과 면담을 끝마친 뒤 곧바로 대통령 전용기에 몸을 실었다.

다음날.

청와대 집무실.

육중한 책상에 좌정한 채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한중 휴전협정이 평양에서 공식적으로 체결됐습니다.

-양국은 쌍방 호혜의 원칙에 입각해, 자국에서 상대방 국가의 기업활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로써 한중 전쟁이 발발한지 6개월 만에 모든 사태가 공식적으로 일단락 됐습니다. 중략...

***

백악관을 비공개 방문했다.

백악관 정문에서 트램프와 악수를 교환한 뒤 웨스트윙(동쪽 별관)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홍차를 음미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트램프에게 솔직히 말했다.

"일본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그러자 트램프가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일본과 전면전을 펼칠 생각입니까?"

고개를 저으며 내 의중을 밝혔다.

"일본의 지배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획득할 예정입니다."

"뜻 모를 소리만 하시는군요."

트램프가 이해가 안된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에게 곧바로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1895년경 한반도의 지배권을 갖고 있던 조선왕을 겁박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은 한반도의 지배권을 단돈 2억불에 획득했죠."

그러자 트램프가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말씀이 사실인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20세기 초에 발생한 말도 안되는 괴사였습니다."

"흐으음..."

그의 입에서 침중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저는 일본이 조선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되돌려줄 생각입니다."

트램프의 눈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말을 이었다.

"일왕에게 일본의 지배권을 한국 정부에 매각하라고 권유할 방침입니다."

그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가능하게 만들 생각입니다."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일본 자위대를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 생각입니다."

트램프는 내 말을 200% 이해했다.

"일본 군대를 무력화 시킨 후 일왕과 담판을 지을 계획인가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노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국에 협조하면 저와 미국 정부에 무엇을 주시겠습니까?"

"원하시는 바를 말씀해 주십시오."

"생각할 시간을 주시죠."

"그럼 마음을 정리하신 뒤, 저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그 말을 끝으로 웨스트윙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

심양 도심의 중국식 찻집에 국청양을 태운 회색 벤츠가 정차했다.

그는 차에서 내린 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후 찻집 안으로 슬며시 들어섰다.

그는 구석 테이블에 모여있는 남자들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 역시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국청양이 객가회라는 한자가 적힌 배첩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상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지하에 위치한 비밀 공간으로 일행들을 안내했다.

그들은 지하 밀실에 들어선 뒤 객가회라는 명패가 붙어 있는 제단에 향초를 꽂은 뒤, 중국식으로 세차례 가량 절을 올렸다.

객가회(客家會)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만주로 이주해온 한족(漢族)들의 친목단체였다.

허나, 객가회는 만주가 한국에 편입된 후 반한테러 조직으로 급변신했다.

맨 선두에서 제사를 주도한 남자가 좌중을 향해 위맹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만주 전역의 관공서와 가오리방즈(한국인을 비하하는 단어)에게 협력하는 반역자들을 대상으로 폭탄테러를 가일층 배가시켜야 합니다!"

"최우선적으로 한만일체회라는 반역집단의 조직원들을 목표로 척살에 돌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의 발언이 끝나자 객가회 조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존명!"

바로 그때, 밀실의 천장에서 거친 구둣발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졌다.

직후 객가회주의 입에서 은밀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비밀 통로를 이용해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회주는 그리 말한 뒤 벽면에 파묻힌 서가의 한켠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희미한 비밀 통로가 장내에 드러났다.

그 시각, 정재익 일행이 찻집 안으로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지하 밀실의 존재를 어렵지 않게 파악했다.

허나, 밀실에 들어섰을 때는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테러범들의 종적이 씻은 듯이 사라진 탓이었다.

***

심양시에 위치한 열래호텔 펜트하우스에 강태호가 나타났다.

그는 펜트하우스에서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운 뒤, 정재익을 면전에 호출했다.

정재익이 긴장한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들은 강태호가 냉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놈들의 종적은?"

"파악 중에 있습니다."

"국청양의 가족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놈의 가족들은 중국 광동성에 거주 중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냉혈단원을 광동성에 급파해."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국청양이 잘 가는 곳에 거미줄을 쳐놔."

"네. 단주님."

***

하얼빈 78사단 사령부에 일단의 남성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만주 동북 삼성의 유력 언론사 사주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사령부 관계자는 그들을 지하에 위치한 벙커로 안내했다.

지하 벙커에는 강태호가 있었다.

그는 면전에 나타난 언론사 대표들에게 날 서린 언사를 내뱉었다.

"만주에서 반한 활동을 펼치는 테러집단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하십시오."

통역관을 통해 말을 전해들은 사주들이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강태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반한 테러조직에 가담하는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발견 즉시 즉결 처형할 것이며, 그들의 직계 가족 역시 모조리 사형에 처할 것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언론사 사주들의 얼굴에 짙은 공포심이 한가득 드리워졌다.

"우리 대한민국은 테러범들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만주인들에게 한국 정부의 방침을 대서특필해 주십시오."

"만약 정부의 방침을 거부하는 언론사가 있다면 테러단체에 준하는 엄혹한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

흑룡강성 이춘시의 고등학교에서 물리학 교사로 재직 중인 무창순은 반한복중(反韓復中)을 기치로 내건 반한테러 조직인 흑룡방에 은밀히 가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보유한 물리학 지식을 활용해 각종 폭발물의 제조에 힘을 쏟고 있었다.

만주에서 발생한 폭탄테러에 사용된 폭발물 역시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었다.

그는 오전 수업을 끝마친 뒤 교무실에서 흑룡일보 1면에 시선을 집중했다.

<반한테러 조직에 가담한 자들은 본인과 직계 가족 모두 사형에 처할 것이다!>

그는 한국 정부의 초강경 대응책이 실린 일면 머릿기사에 못박힌 듯 시선을 고정했다.

기사를 읽어내려가는 그의 온몸이 저절로 벌벌 떨려왔다.

더불어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가 스쳐지나갔다.

그는 한국 정부의 초강경 대응책에 할 말을 잃었다.

가족들 역시 모조리 처형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탓이었다.

무창순의 시선이 기사 하단에 머물렀다.

<그러나 자신의 죗과를 뉘우치는 반한테러 조직 가담자들에 한해 죄를 사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그의 얼굴에 격렬한 갈등이 표출됐다.

한국 정부에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 경우 가족들의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창순은 학교 업무를 파한 뒤, 집으로 일찍 귀가했다.

그는 자신을 맞이하는 부인과 자녀들을 애틋한 얼굴로 보듬은 후 서재로 발길을 옮겼다.

무창순은 그날 밤, 자신과 가족들의 앞날을 심사숙고했다.

다음날.

창순은 날이 밝자마자 흑룡강성 78사단 사령부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청와대 화상 회의실로 들어서자 스크린에 강태호의 모습이 드러났다.

녀석은 나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긴급 현안을 보고했다.

"흑룡강성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반한복중 단체를 포착했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태호의 보고가 이어졌다.

"흑룡방이란 테러 조직에서 폭발물을 제조하는 남자가 제보를 해왔습니다."

"방주의 정체를 파악했나?"

"아직 파악 전입니다."

"근거지는?"

"점조직으로 활동하는 조직이라 일정한 근거지가 없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탓에, 다른 조직원의 신상에 관해서 일절 알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방주만 조직원들의 신상을 알고 있는건가?"

"그렇습니다. 각하."

흑룡방은 마약 조직처럼 점조직으로 운영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그놈을 활용해서 흑룡방주를 잡는게 최선 같습니다."

"당신이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각하."

화상 회의를 끝마친 뒤, 영춘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춘관에 들어서자 20대 재벌그룹의 오너들이 나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이어나갔다.

20대 그룹의 오너를 대표해 삼송그룹의 김민용이 넌지시 입을 열었다.

"북한과 만주 지역에 공장을 설립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 북한과 만주의 토지를 매입할 근거가 전무한 형편입니다."

민용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북한과 만주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다면 한국 기업의 채산성이 급격히 향상될 겁니다."

"그러니 북한과 만주에 공장 설립 허가를 내주십시오. 그리고 부지 매입도 허용해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대통령 각하."

민용은 공적인 만남이라 그런지 정중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녀석이 낯설게 느껴졌다.

평소에 만나면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친구의 입에서, 공손한 어투가 쉼없이 흘러나온 탓이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정부의 방침을 전달했다.

"아시다시피 북한과 만주 지역을 재건하려면 2천조원 내외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그 많은 돈을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요."

"그래서 정부는 자본력이 막강한 국내외 사모펀드에 만주와 북한 지역의 토지를 매각할 방침입니다."

"특히 평양과 개성, 신의주, 하얼빈, 심양, 장춘 등의 요지를 최우선적으로 매각할 계획입니다."

장내에 배석한 재벌 회장들의 두눈에 끈적한 탐욕이 파도처럼 넘실거렸다.

평양과 개성, 신의주, 하얼빈, 심양, 장춘 등의 부동산은 수십, 수백배의 시세차익이 확실시되는 곳이었다.

대중국 수출기지로서 적격인 탓이었다.

"국내 자본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얼마든지 토지를 매각할 용의가 있습니다."

재벌 오너들이 은근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의 간절한 시선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찬회동을 끝마친 뒤 김민용을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녀석에게 본론을 꺼냈다.

"염두에 둔 지역을 말해봐?"

그러자 민용이 기다렸다는 듯 답변했다.

"신의주랑 평양에 공장을 건설하고 싶거든. 그리고 북경과 인접한 심양에도 관심이 있고."

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신의주 30만평, 평양 50만평, 심양 80만평 정도면 충분할거 같은데..."

녀석은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미안한데, 그렇게 많이는 줄수 없어. 그러니까 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자."

그러자 민용이 아쉬워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벌써 땅 임자가 있는거야?"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히 답했다.

"북한과 만주의 요지는 모두 내가 먹을 생각이니까 더 이상 욕심 부리지마라."

그가 체념한 얼굴로 화답했다.

"알았다. 그럼 신의주 15만평, 평양 25만평, 심양 40만평 정도로 쇼부를 보자."

"박용범 산자부장관에게 말해놓을 테니까 토지 가격에 대해서 논의를 해봐."

"고맙다. 친구야. 하하..."

녀석의 입에서 쾌활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

요녕성 교통관리국에 냉혈단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요녕성의 도시 구석구석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TV에 이목을 고정한 채 국청양과 비슷한 행색의 남자들이 나타날 때마다 현지에 요원들을 급파했다.

허나,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는 데 끝내 실패했다.

조기상은 수척해진 몰골로, 피곤에 절은 단원들을 다독인 뒤 폐쇄회로 TV에 못박힌 듯 시선을 고정했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국청양과 흡사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단동 지역의 모텔로 들어서는 광경이 시야에 포착됐다.

그는 곧바로 냉혈단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단동시 중평동에 위치한 하림 모텔로 요원들을 급파해!"

"넵. 부장님."

늦은 밤.

단동시 증평동 인근의 모텔 주변에 냉혈단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손가락만한 모기 드론을 전면에 위치한 모텔로 날려보냈다.

김한석 조장은 모기 드론이 실시간으로 전송한 영상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총기와 폭발물을 소지했구나. 국청양이 확실해!'

김한석은 모기 드론의 제어 리모컨을 눈 높이로 들어올렸다.

직후 '마취'라는 글자가 적힌 리모컨 버튼을 힘차게 눌렀다.

10분 후, 모텔 방에 수십여 명의 냉혈단원들이 난입했다.

그들은 맨바닥에 죽은 듯이 널브러진 국청양과 총기, 폭발물 등을 신속하게 수거한 뒤 장내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날 밤.

요녕성 조양시 인근에 코브라 공격헬기가 출현했다.

헬기에서 발사된 토우 대전차 미사일과 20mm 3연장 벌컨포가 고급 주택에 빗발치듯 쏟아져 내렸다.

콰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잠시 뒤, 초토화된 대저택에 한국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객가회 조직원들을 매의 시선으로 살피며 저택의 곳곳을 철저하게 수색했다.

< 반한복중(反韓復中)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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