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지니스 1 >
청송 교도소에 구영호 일가와 황익수, 오성민, 전직 고위 군장성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사수처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상황이었다.
그런 탓일까?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지옥의 한 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잘 아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감방에 입실한 순간부터 생지옥을 경험했다.
고참 죄수들이 신고식을 거행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의 전신을 잘근잘근 짓밟은 탓이었다.
허나, 교도관들은 감방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죽든지 말든지 무관심했다.
청송 교도소의 흔한 일상이었다.
***
북경 외교부.
중국의 외교부장관이 분노한 얼굴로 대내외에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는 유엔 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우리 중국 정부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첫번째 조치로서 중국 영토에서 공장 운영과 각종 상업 행위를 일삼는 한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규제조치를 시행할 것이다!
-당연히 이 모든 사태는 한국 정부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같은 시각, 일본 외무성 프레스룸.
나까소네 외무상이 국내외 언론사 기자들을 향해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는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일본 정부는 한국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에 심히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한국 정부가 끝내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를 기정사실화 한다면, 우리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경제제재 조치에 돌입할 것임을 공표하는 바이다!
***
청와대 집무실.
CNN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중국과 일본 정부의 공식 성명을 묵묵히 시청한 뒤 박용범 산업자원부 장관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박용범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일본, 중국과 국교를 단절할 경우 예상되는 피해액이 총 얼마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략 연간 천억 달러 내외의 피해액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일본, 중국 등과 국교를 단절할 경우 예상되는 경제 피해 규모를 산출해 봐."
"알겠습니다. 각하."
박용범을 내보낸 뒤 주한수를 불러들였다.
"김명우를 호출해."
"네. 각하."
1시간 뒤.
청와대의 너른 경내를 거닐며 명우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담배 연기를 자욱이 말아올리며 그에게 지시를 내렸다.
"히말라야전자의 2010년도 1.2.3분기 경영 실적을 보고해 봐."
명우가 즉답했다.
"3분기까지 한화로 총 460조원에 달하는 매출과 294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70조원 정도다."
"4분기 예상 실적을 포함할 경우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더 불어나겠지."
"업황전망은?"
명우가 자부심 그득한 얼굴로 화답했다.
"경쟁상대가 전무한 탓에 히말라야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쉬의 판매가 연일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시도 미국과 유럽, 동남아, 중남미 등에서 날개돋힌듯 팔려나가고 있어."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입가에 흡족한 미소를 내비치며 명우에게 넌지시 말했다.
"히말라야전자 대표에게 11인치 사이즈의 유니패드 프로를 발매하라고 전해."
명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첩에 내 명령을 차분히 받아적었다.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빨아들이며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애플의 움직임을 말해봐?"
"캘리포니아 법원에 추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어."
"액수가 얼만데?"
"200억 달러 내외."
"근거는?"
"유니패드의 판매 때문에 아이패드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더라."
"미친 것들이 생쇼를 하는구만."
"그래도 미국 법원에서 심리하는거라 애플이 승리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거다."
명우는 그리 말하며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정말 핵무기를 제조할 생각이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러려고 핵확산 금지조약도 탈퇴한거다. 그러니 너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생각이나 해."
"미국이랑 중국,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복안이 있는거야?"
"있으니까 걱정은 넣어 둬. 트램프가 백악관에 들어가면 만사가 내 뜻대로 돌아갈테니까."
그 말을 끝으로 집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중소기업 공장을 시찰할 무렵, 주한수가 다급한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났다.
한수가 건네준 유니패드에 시선을 모으자 미국 대선 개표방송이 보였다.
트램프는 선거인단 수가 많은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를 석권한 덕분에 벌써 과반수를 능가하는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였다.
사실상 대선에서 승리한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탓인지 개표방송을 중개하는 CNN 패널들이 시무룩한 얼굴로 트램프의 선거 승리를 시니컬하게 전달했다.
-미국 제일주의를 표방한 극우성향의 트램프 후보가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했습니다. 중략...
짤막한 멘트를 끝으로 대선 개표방송이 종료됐다.
유니패드를 한수에게 돌려준 뒤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청와대로 돌아가자."
"예. 각하."
곧바로 대통령 전용 헬기에 몸을 실었다.
청와대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트램프에게 축전을 전달했다.
-이른 시일 안에 만납시다.
트램프가 화답했다.
-각하께서 원하시는 시일에 언제든지 회담에 응하겠습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을 갖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번달 말에 백악관을 방문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트램프 각하.
통화를 끊자마자 이해소 박사를 청와대로 호출했다.
우리는 저녁 만찬을 즐기며 진지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 박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수소폭탄의 특징을 알려주십시오."
그가 즉답했다.
"수소폭탄은 플루토늄 원자탄의 주요 특징인 방사능 피폭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핵물질이기 때문이죠."
"수소폭탄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방사능 누출이 거의 없다는 말씀입니까?"
이 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런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핵 보유국들은 수소폭탄을 실전배치한 상황입니다."
"북한도 수소폭탄을 개발했나요?"
그가 고개를 저으며 답변했다.
"이 상태로 시간이 지난다면 2년 안에 수소폭탄마저 개발을 완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북한보다 먼저 수소폭탄을 개발해야 합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각하."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박사님."
그가 결연한 얼굴로 확답했다.
"2011년 연말까지 수소폭탄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1년이면 충분하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실제 폭발실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얼마든지 폭발 실험을 대체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건 핵무기를 실어나를 대륙간 탄도탄의 개발입니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정거리가 최소 6천 KM 이상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필수적입니다. 대통령 각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 그리 힘든 겁니까?"
이 박사의 입가에 씁쓸한 고소가 내걸렸다.
"한국은 겨우 2천킬로 내외의 미사일 개발 기술이 고작입니다."
"기술력을 단시간에 상승시킬 묘안이 없을까요?"
이 박사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미국에게서 탄도 미사일 기술을 이전 받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그때,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등극한 트램프의 탐욕스런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그를 이용한다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술을 얼마든지 확보 할 수 있을거 같았다.
***
대툥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주말 휴일을 보내며, 청평호의 푸른 물결을 배경 삼아 낚시에 몰두했다.
강태공으로 분한 채 낚시에 몰입할 무렵, 박용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면전에 나타났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보고서가 들려있었다.
그가 건넨 보고서를 대충 훑은 뒤 나직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중국, 일본과 국교를 단절할 경우 연간 1300억불에 달하는 경제 피해액이 발생하는 건가?"
"조사 결과 그렇게 예측됐습니다."
박용범이 은근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최선은 중국, 일본과 끝까지 국교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각하."
"당신의 조언을 마음 속에 새길테니 이만 가봐."
"예. 각하."
박용범을 보낸 뒤 주한수를 손짓했다.
"미국 방문에 기자단을 참가시켜. 내가 미국 대통령과 대등하게 정상외교를 수행하는 장면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리도록."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체이스 회장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네. 각하."
***
삼청동 안가 도감청 방지룸.
체이스 회장에게 내 요구를 전달했다.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의 기술이전을 원합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대륙간 탄도탄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안보회의 의장과 미국 대통령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어차피 국가안보회의 의장도 트램프가 임명하는 거 아닙니까?"
체이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저를 미국의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밀어주십시오."
그는 그럴 듯한 감투를 원하는 모양새였다.
"저를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밀어주시면, 대륙간 탄도 미사일은 물론이고, 스텔스 전투기 기술도 한국에 이전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
결국 그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습니다. 회장님을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밀어드리죠. 그리고 한국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스텔스 기술을 이전하는데 앞장서 주시면, 그에 합당한 보너스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체이스가 환한 얼굴로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을 힘차게 마주 잡은 뒤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우하하하하...!"
체이스 또한 우렁찬 웃음으로 화답했다.
"하하하하...!"
***
청와대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백악관에 핫라인을 연결했다.
트램프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왔다.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요?
-체이스 회장을 귀국의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임명해 주십시오.
갑자기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기를 얼마 후, 트램프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다시 들려왔다.
-체이스 회장의 국가안보회의 의장 임명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각하.
***
백악관 집무실.
트램프의 면전에 팀 라이스 국가안보 수석 보좌관이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트램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어조를 흘려보냈다.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을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임명할 생각이니까 언론사에 정보를 흘려."
순간 라이스 안보수석이 고개를 완강하게 저으며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체이스 회장은 월가의 거물입니다. 그런 인물을 국가안보회의 의장으로 임명한다면 여론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낼 겁니다."
"자네는 그런거 신경쓰지말고, 내가 하라는 일만 신경 쓰면 되는 거야! 알겠나!"
트램프가 고성을 내뱉자 라이스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예스맨이 필요할 뿐이니까, 이런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표를 제출해!"
"죄송합니다. 각하."
라이스 안보수석은 한발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트램프의 뜻이 확고한 탓이었다.
며칠 후.
백악관 집무실에 체이스 회장이 나타났다.
그는 트램프가 건넨 국가안보회의 의장 임명장을 손에 든 채 백악관 기자단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기자단을 대동한 채 미국을 국빈 방문했다.
백악관 경내에 들어서자 해병대원들이 발사한 74발의 예포(禮砲)가 푸른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백악관 출구에 서 있는 트램프와 힘찬 악수를 교환한 뒤 전 세계에서 몰려온 기자들을 향해 정상회담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한미 양국의 현안에 대해 트램프 대통령 각하와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 할 생각입니다."
짤막한 멘트를 끝으로 백악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의 고풍스런 소파를 배경삼아 트램프와 대화를 나누며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쉬에 온몸을 내맡겼다.
카메라 타임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을 모두 내보낸 뒤 트램프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수소폭탄을 개발한 후 북한의 평양과 핵미사일 저장고, 화학무기 등이 은닉된 장소를 목표로 핵무기를 발사할 예정입니다."
순간 트램프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선제타격의 당위성에 대해서 길게 설명을 이어갔다.
"북한은 한국 전역에 핵미사일을 발사할 만반의 태세를 끝마친 상황입니다. 저는 더 이상 북한의 핵위협에 무력하게 끌려다니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북한을 선제타격 하려는 겁니다."
트램프가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북한의 핵반격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저에게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북한의 핵미사일과 화학무기 저장고의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십시오."
트램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창 밖에 드리워진 푸른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탐욕에 절은 목소리를 토해냈다.
"체이스 회장이 그러더군요. 각하께서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기술의 이전을 원하고 있다고."
그는 잠시 말을 끊은 뒤, 끈적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봤다.
"각하께서 원하는 대로 편의를 봐줄 경우, 저에게 무엇을 주실 겁니까?"
그는 비지니스를 원하고 있었다.
"액수를 말씀해 보십시오."
트램프가 양어깨를 으쓱이며 태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대선 과정에서 각하께서 기탁하신 선거자금을 거의 모두 소진했습니다. 그런 탓인지 제가 요즘 급전이 많이 필요해요."
"1백억불 정도면 성에 차시겠습니까?"
그러자 트램프가 탐욕에 물든 얼굴로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 3개를 들어올렸다.
"최소 3백억 달러는 받아야 할 거 같습니다. 후후..."
트램프는 36조원에 상당하는 천문학적인 거금을 원하고 있었다.
< 비지니스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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