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48화 (73/200)

< 뉴욕증시 상장 1 >

"오만한 애플을 박살내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스마트폰을 출시하셔야 합니다."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해 보십시오."

스티븐 회장이 두눈을 빛내며 넌지시 답했다.

"아이폰 가격의 절반 정도로 유니버스를 제공해 주십시오."

스티븐 역시 버라이즌의 아담스 회장과 비슷한 제안을 해왔다.

버라이즌과 AT&T는 시장 지배자적인 위치를 점유한 아이폰의 독주에 제동을 걸고 싶어했다.

그런 탓인지 약속이라도 한듯 아이폰의 절반 가격에 유니버스를 제공해 주기를 원하고 있었다.

"귀사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스티븐이 환한 미소를 내비치며 내 손을 힘차게 마주잡았다.

AT&T의 댈러스 본사를 나서자마자 공항으로 직행했다.

라스베가스에 볼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6시간의 비행 끝에 라스베가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을 나설 무렵, 흰색 리무진이 내 앞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트램프 회장이 보낸 차량이었다.

주한수와 리무진의 뒷자리에 차례로 올라탔다.

리무진은 라스베가스 시내에 위치한  아리아 호텔로 우리를 이끌었다.

탑층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로 올라가자 트램프 회장이 나를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이 회장님. 3년 만에 보는 건가요?"

"아마 그럴겁니다."

우리는 친근한 미소를 얼굴 가득 드리운 채 가벼운 포옹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트램프는 거실의 창가로 나를 이끌었다.

그는 창 밖에 펼쳐진 고층 빌딩 숲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의미심장한 어조를 내뱉었다.

"라스베가스는 미녀와 돈이 넘쳐나는 곳입니다. 유력자들을 접대하기에 최적의 장소라고 할수 있죠."

그는 내 의중을 어느 정도 헤아리고 있었다.

"아리아는 제가 차명으로 보유한 호텔입니다. 원하신다면 저렴한 가격에 펜트하우스를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래주시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회장님."

그리 화답하자 트램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내걸렸다.

다음날.

펜트하우스로 올라가자 동서양의 산해진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트램프 회장과 만찬을 즐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길게 나누기 시작했다.

"차기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십니까?"

내 물음에 트램프가 고개를 저었다.

"아바마의 인기가 너무 높아요. 그런 이유로 차기 대선도 아바마의 승리로 귀결 될 겁니다."

"그럼 차차기에 관심을 두시는 것인가요?"

재차 묻자 트램프가 긍정적인 답변을 해왔다.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하하..."

그는 사람 좋은 웃음을 흘리며 샴페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직후 나에게 넌지시 입을 열었다.

"히말라야전자를 뉴욕증시에 상장하신다면 최소 6천억 달러 이상의 시총을 기록할 수 있을 겁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자 트램프가 재차 말을 이었다.

"히말라야전자의 뉴욕증시 상장에 대해서 진지하게 재고해 보시죠?"

"꼭, 그럴 필요성이 있을까요?"

트램프가 정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한국의 정국은 무척 불안정합니다."

"북한의 핵위협과 여야의 극한 대치, 그리고 정치보복 등의 행위가 비일비재로 발생하고 있어요."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히말라야전자를 타겟으로 삼는다면 회장님에게 커다란 경제적 손실이 뒤따를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질 겁니다."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뭔지요?"

"미국이라는 든든한 보험에 가입하셔야 합니다."

"좀 더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시죠?"

"히말라야전자에 미국 자본을 허용하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하시면 한국의 정치인들이 히말라야전자에 간섭하는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순간 이명복의 비열한 얼굴이 뇌리에 스쳤다.

그놈은 히말라야전자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직시하자 트램프의 조언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유니버스 1 생산에 여념이 없는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에 들어서자 박용범 대표가 나를 맞이했다.

그는 유니버스 스마트폰의 양산에 집중하는 근로자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보고를 올렸다.

"신정 연휴도 반납한 채 유니버스 1 생산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근로자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스런 손길로 유니버스를 조립하고 있었다.

"저들에게 특별 상여금을 지급하세요."

"네. 회장님."

공장 시찰을 끝마친 후 서울로 올라가는 차 안에서 명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에 내 집으로 넘어와라.

-벌써 한국에 입국한거야? 미국에 간 김에 푹 쉬다 오지 그랬냐?

-그럴 여유가 없다니까. 암튼 있다 보자.

그날 밤.

명우에게 라스베가스에 소재한 아리아 호텔 팜플렛을 건넸다.

"그 호텔 탑층에 펜트하우스가 있거든. 그곳에서 판검사랑 정치인들을 접대해."

"장기 렌트라도 한거야?"

고개를 끄덕인 뒤 메모지 한장을 명우에게 내밀었다.

녀석이 메모지를 쳐다본 뒤 의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게 뭔데?"

"메모지에 적힌 전번으로 연락을 해. 그럼 그 남자가 모든 걸 알아서 준비해 줄거다."

"펜트하우스 매니저냐?"

"맞아. 아가씨부터 시작해서 카지노 투어까지 모든 걸 케어해 줄거다. 그 사람이."

명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카지노 서비스도 제공할 생각이야?"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반색한 얼굴로 재차 물었다.

"얼마나 줄건데?"

"인당 1만 달러."

"너무 적은거 아니냐?"

"떡값도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국회의원들이나 제대로 포섭해."

"염려마라. 이미 50명 내외의 개자식들을 섭외해 놨으니까."

명우는 그리 화답하며 진토닉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다음날.

히말라야전자 천안 공장 회의실로 박용범 대표와 임원들을 불러들였다.

상석에 자리를 잡자마자 옆자리에 앉아 있는 박용범에게 모두발언을 지시했다.

그러자 용범이 전면에 펼쳐진 화이트 스크린 앞으로 걸어갔다.

스크린에 히말라야전자의 2007년 경영성적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우리 히말라야전자는 2007년 총매출 95조원, 영업이익 21조원, 순이익 13조원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인텔, MS를 능가하는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동시에 달성했습니다."

순간 장내에 열화와 같은 박수소리가 길게 울려퍼졌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갈채가 가라앉자마자 박용범에게 질문을 던졌다.

"애플의 총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을 말씀해 보십시오."

용범이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애플은 2007년에 아이폰과 아이팟터치의 폭발적인 판매로 인해 총매출 96조원, 영업이익 43조원, 순이익 33조원을 달성했습니다."

"히말라야전자와 총매출은 비슷한 수준임에도 영업이익과 순이익 격차가 이토록 큰 이유가 뭐죠?"

그러자 용범이 쓴웃음을 지으며 답변했다.

"아이폰은 전 세계 중고가 핸드폰 시장을 완벽히 장악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대당 순이익이 삼송전자와 LC전자의 핸드폰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뜻인가요?"

"그렇습니다. 회장님."

"그렇다면 우리도 애플처럼 폭리를 취합시다.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 가격을 작년보다 200% 이상 인상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자 용범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시장지배적인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 정부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대로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의 가격을 폭등시킨다면, 분명 미국 정재계에게 뒷말이 나올겁니다. 회장님."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인상을 하더라도 상황을 봐가면서 하시는 게 최선입니다."

용범의 발언이 끝나자 회의실에 배석한 임원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명했다.

"박 대표가 염두에 두신 인상폭을 말씀해 보십시오."

용범이 시원시원하게 즉답했다.

"30% 안팎이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쉬는 적정가격으로 인상하는 게 최선이었다.

히말라야전자는 한국 반도체 회사였다.

미국 정부의 눈치를 봐야하는 신세였다.

애플과 사정이 달랐다.

회의를 끝마친 뒤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칼라일 투자그룹의 체이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탁드릴 일이 있어 회장님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메릴린치 증권의 CEO와 만남을 가지고 싶습니다.

-원하시는 장소가 어딘지요?

-제가 일이 바빠서 한국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제가 책임지고 메릴릴치 회장을 한국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우리 사이에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우하하하...!

수화기에서 체이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힐튼 호텔 스위트룸에 환경부 장관 내정자인 김창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죽 의자에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는 이명복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장내에 이명복의 날 서린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히말라야전자 수원 공장을 환경오염 명분으로 한달 이상 영업금지 처분을 내려!"

순간 김창용이 경악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입니까?"

"그럼 내가 당신한테 헛소리나 하는 위인으로 보이는건가?"

"그건 아니지만... 너무 놀라운 말씀인지라..."

김창용은 말끝을 흐리며 이명복의 눈치를 살폈다.

명복의 입에서 재차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태수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줄 생각이니까 당신은 내가 시킨대로 움직여. 그러라고 환경부 장관 타이틀을 달아준 거니까."

그제서야 창용이 납득한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당선자님."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앤디 루반이 어디에 있지?"

"힐튼 호텔에서 체류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들어오라고 전해."

"네. 회장님."

1시간 후.

루반이 내 앞에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회장님."

고개를 끄덕인 뒤 그에게 본론을 꺼냈다.

"히말라야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의 수장직을 당신이 맡아줬으면 합니다."

그러자 루반이 반색한 얼굴로 화답했다.

"감사합니다."

"연봉과 판공비를 합쳐서 1천만 달러를 약속할테니, 유니버스 1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루반을 내보낸 뒤 벽면을 장식한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하자 이명복의 대통령 취임선서가 귓전을 강타했다.

놈은 가래가 끓는 듯한 탁성을 과시하며 시종일관 온갖 화려한 미사여구로 일관한 채 한국인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그는 새빨간 거짓말을 밥먹듯이 주워섬기며 두뇌 수준이 뒤떨어지는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었다.

***

히말라야전자 수원공장에 환경부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공장의 관리인들에게 말도 안되는 궤변을 쏟아냈다.

"귀사의 공장에서 누출된 수은과 납 성분 등이 주변 하천과 강에 대량으로 흘러들어갔습니다."

"그런 이유로 히말라야전자 수원 반도체의 운영을 34일 동안 정지처분합니다."

공무원들은 그 말을 끝으로 공장의 발전시설로 벌떼처럼 몰려갔다.

***

드림박스 상암점에서 천만관객을 동원한 '화려한 외출'을 여유로이 감상할 무렵, 주한수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사뭇 긴장한 얼굴로 핸드폰을 내 손에 건넸다.

폰을 들자 박용범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경부에서 수원 공장에 34일간의 운영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유가 뭐야?

-반도체와 핸드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은과 납 성분이 주변 하천과 강에 대량으로 방류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환경부 말이 사실인가?

-전혀 아닙니다. 수원공장은 최첨단 친환경 시스템이 구축된 곳입니다. 수은과 납성분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내가 알아볼테니 동요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네. 회장님.

통화를 끊은 뒤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 그룹 임원 중에 청와대 쪽과 말이 통하는 사람이 누구지?"

"히말라야전자의 하성철 이삽니다."

"하성철과 연줄이 닿는 인사를 말해봐."

"정상호 경제수석입니다. 중고등학교 동창이라고 하더군요."

"하성철에게 정상호를 만나라고 전해. 그리고 장준기 대표를 호출해."

"예. 회장님."

잠시 뒤, 장준기가 내 앞에 나타났다.

"조중동에 히말라야전자의 수원 공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운영정지 처분을 당한 사실을 알려."

장 대표가 놀란 얼굴로 물었다.

"정말 수원공장이 운영정지 처분을 당한 겁니까?"

"그래. 그러니 지금 당장 조중동에 그런 사실을 알리라고. 현 정부를 무자비하게 비판하는 논설도 실으라고 전해."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회장님."

***

서울시내 모처.

장준기는 면전에 앉아있는 조중동 사주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환경부에서 석연치않은 이유로 히말라야전자의 수원공장에 운영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그러자 조중동 사주들이 저마다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청와대에서 정치보복을 하는 건가요?"

"시중의 소문대로 VIP와 회장님이 한판 뜨시는 겁니까?"

"VIP가 회장님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지요?"

준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직후 날 서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이명복 대통령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생각이니까 여러분들이 전폭적인 협조를 해주십시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상반기 광고 물량을 여러분들의 신문에 거의 전부 몰아드리겠습니다."

순간 조중동 사주들의 두눈에 끈적한 탐욕이 떠올랐다.

***

청와대 집무실.

이명복은 책상 위에 널려있는 조중동 신문의 논설에 시선을 집중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대기업에 가해진 석연치않은 운영정지 명령!>

<한국의 수출을 견인하는 히말라야전자에 내려진 가혹한 운영정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어야하는 판국에, 히말라야전자에 가해진 혹독한 시련!>

논설 내용은 하나같이 이명복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명복의 얼굴이 잔뜩 구겨졌다.

직후 면전에 시립한 오기춘 비서실장에게 성난 목소리를 내뱉었다.

"조중동 이 개자식들이 이태수와 붙어먹은건가?"

< 뉴욕증시 상장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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