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37화 (62/200)

< 전 세계 최고 재벌 1 >

하와이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의 항공유를 급유받기 위함이었다.

"3시간 정도 호놀룰루 공항에서 대기하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내려가자."

"네. 회장님."

주한수와 함께 공항 대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합실 의자에서 따분한 시간을 보낼 무렵 아랍 왕족으로 보이는 남자와 수행원들이 고급스런 라운지로 올라가는 광경이 보였다.

라운지 전면에 내걸린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리자 '아멕스 센트리온 블랙 전용 라운지'라는 글자가 보였다.

곧바로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저 라운지가 뭐하는 곳인지 자세히 알아봐."

"네. 회장님."

한수는 그리 화답한 뒤 라운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잠시 뒤, 한수가 내 앞에 다시 나타났다.

"알아보니,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최상위 고객들만 드나들수 있는 라운지였습니다."

"카드의 정확한 명칭이 뭐야?"

"라운지에 써있는대로 센트리온 블랙이 최상위 레벨입니다."

"저런 라운지가 전 세계 곳곳에 있는 건가?"

"미국과 유럽 주요 대도시, 일본, 싱가포르, 홍콩, 한국, 중국 상해 공항 등지에 센트리온 블랙 고객 전용 라운지를 운영하는거 같습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양이었다.

"오케이. 지금 당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사에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신청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

버진아일랜드에 소재한 HBC 은행을 오랜만에 방문했다.

100여개 내외의 페이퍼 컴퍼니 계좌를 설립하기 위함이었다.

페이퍼 계좌를 설립한 뒤 각각의 계좌에 미화 1억 달러 가량을 예치했다.

유사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모든 작업을 끝마친 뒤, 공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버진아일랜드에서 시간을 허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6시간의 비행 끝에 뉴욕 맨해튼에 도착했다.

시내 호텔에 여장을 푼 뒤 체이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밤.

호텔 레스토랑에서 체이스 회장과 저녁 식사를 같이하며 외자은행에 대해서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외자은행을 매개체로 하는 선물 옵션의 판매상황을 알려주십시오."

"지금 현재 8억불 가량이 소진된 상탭니다."

"총 판매 규모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

"아무리 못해도 13억 달러 이상은 판매될 겁니다."

"그럼 판매가 끝나는 즉시 TS 인베스트먼트 계좌로 수익금을 이체해 주십시오."

"염려마십시오. 회장님."

"그리고 주주배당은 언제 인상하실 생각이죠?"

"3월달에 펼쳐지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보다 300%프로 인상된 주주배당 안건을 상정할 계획입니다."

우리는 외자은행의 자산을 신속하게 처분할 생각이었다.

"2년 안에 작업을 끝마친 뒤 재매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니 회장님은 별다른 걱정을 하지 마십시오."

체이스의 믿음직한 확언이었다.

***

주한수 비서실장은 미국과 영국의 무장 보안요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기관단총으로 중무장한 채 요인(要人)을 철통같이 경호하는 그들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에 찬탄을 금치 못한 것이다.

그런 탓이었을까? 한수는 총기 사용에 능숙한 인물들로 경호팀을 새로이 구축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주한수가 내 앞에 나타났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식전 댓바람부터 무슨 일인데 그러는거야?"

"경호팀을 물갈이하는 문제로 여쭐 말이 있습니다."

"갑자기 경호팀을 물갈이하려는 이유가 뭔데?"

한수가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답변했다.

"저희도 미국과 영국처럼 총기 사용에 능숙한 프로페셔널한 경호요원들이 필요합니다."

"어차피 그래봤자 한국에서는 총기 사용이 불허잖아?"

"유사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사격에 능한 인물들로 경호팀을 새로이 구축해야 합니다."

"군 특수부대 출신자들로 경호팀을 만들 생각인가?"

녀석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그럼 누굴 원하는 건데?"

"전직 청와대 경호관 출신들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쓸만한 제안이었다.

"청와대 경호관 출신이면 몸값이 비싸겠군."

"그렇지만 실력과 출신성분이 확실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좋아. 돈은 얼마든지 지원해 줄테니까 청와대 출신들로 경호팀을 꾸려봐."

"감사합니다. 회장님."

"그리고 방탄 리무진 차량도 알아보고."

"방탄 기능이 있는 차량을 원하십니까?"

"안전차원에서 그러는 편이 좋을거 같아. 돈은 신경쓰지말고 미국과 독일 쪽에 방탄 리무진을 수소문 해봐."

"알겠습니다. 회장님."

***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에 건장한 체격의 양복사내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그들은 대다수 전직 청와대 경호관 출신이었다.

주한수 실장은 비서실에 등장한 십여명의 남자들을 향해 나직한 어조를 내뱉었다.

"연봉 1억 5천만원과 4대보험, 3개월 마다 보너스 100%를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명절에도 500%에 달하는 추가 보너스를 챙겨드리죠."

순간 장내에 도열한 남자들의 얼굴에 하나같이 만족한 표정이 짙게 드리워졌다.

한수는 정중앙에 서 있는 사내를 지목하며 입을 열었다.

"이력서를 보니 청와대에서 13년 동안 근무하셨군요."

"그렇습니다. 실장님."

"그럼 앞으로 이창우씨가 경호팀장을 맡아주십시오. 물론 팀장 수당도 따로 지급해 드리죠."

"감사합니다. 실장님."

한수는 곧바로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회장님은 전 세계 최고 재벌이십니다. 여타의 재벌 회장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이십니다."

그러자 장내에 도열한 남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화답했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경호에 만전을 기해 주십시오. 불측한 무리들이 언제 어디서 우리 회장님에게 해꼬지를 할지 모르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실장님!"

이창우가 일행을 대표해 씩씩하게 복명했다.

그날 부터, 이창우를 비롯한 십여명의 전직 청와대 경호관들이 이태수를 엄중히 경호하기 시작했다.

***

뉴욕 맨해튼 인근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본사 빌딩 회의실에서, 이태수를 주제로 뜨거운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었다.

"히말라야 투자그룹의 이태수 회장의 자산가치는 1100억 달러를 넘는 수준입니다.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발급받을수 있는 자격이 차고도 넘칩니다."

"그렇지만 한국은 센트리온 블랙 카드 발급 불가 지역이에요. 그의 국적이 한국인 이상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발급한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회사 내규를 변경하는 건 어떻습니까? 한국도 센트리온 블랙카드의 발급 지역으로 지정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건 안될 말입니다. 한국은 북한이란 깡패국가와 대치 중인 상황이에요. 언제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는 말입니다."

"핵으로 무장한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에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발급한다는 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다는 것과 진배 없습니다."

테이블 상석에 좌정한 채 임원진들의 치열한 난상토론을 묵묵히 경청하던 윌리엄 파고 회장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결심한 얼굴로 무거운 입을 열었다.

"알다시피 이태수 회장은 전 세계 최고의 억만장자에요. 그런 인물에게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발급하지 않는다는 건 코미디에 지나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회사 내규를 변경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이태수 회장에게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발급하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파고 회장의 지엄한 명이 떨어지자, 시끄럽게 떠들던 좌중이 삽시간에 꿀먹은 벙어리로 전락했다.

"더 이상 두말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이 회장에게 센트리온 블랙카드를 신규발급 하세요."

***

서울 시내 선술집.

취객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은 채 이태수를 술안주 삼아 뜨거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태수는 보면 볼수록 엄청 잘난 인간이라니까!

누군가 운을 떼자 기다렸다는 듯 태수에 관한 얘기가 연달아 들려왔다.

-부랄 두쪽 밖에 없는 흙수저 출신이 전 세계 최고의 재벌이 됐으니 잘난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

-그것도 그렇고, 이태수 재산이 130조가 넘는다고 하더라. 삼송그룹의 김민용 보다 무려 10배 이상 재산이 많은거라고!

-그뿐인지 아냐! 이태수의 히말라야전자가 얼마나 잘나가는데. 금년에도 20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태수가 더 대단한거야. 히말라야전자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개인회사거든. 그런 이유로 회사의 이익이 모두 이태수 그사람 거라고 하더라.

-주식회사랑 완전히 다른거냐?

누군가 그리 묻자 다른 누군가가 잘난체 하는 얼굴로 답변을 쏟아냈다.

-그렇지. 주식회사는 주주들이 주인인 시스템이라 회사 오너라고 해도 회삿돈에 함부로 손을 댈수 없는 거라고.

-주식회사 오너가 회삿돈에 손을 대면 어떻게 되는 건데?

-당연히 은팔찌를 차는거지. 회사자금을 횡령 배임한 혐의로.

-그럼 히말라야전자랑 드림박스, 드림케이블 모두 개인회사라, 이태수 마음대로 회삿돈을 빼먹어도 상관없는거야?

-당연하지. 개인회산데 감히 누가 터치하겠냐!

그들은 밤이 지새도록 이태수를 화제로 뜨거운 이야기꽃을 피워냈다.

***

삼성동.

한국당의 박선미 대표와 김요섭 원내총무가 머리를 맞댄 채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당내 경선과 대선을 무사히 치루시려면 막대한 선거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태수 회장에게 도움을 청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김요섭의 은근한 제안에 박선미가 두눈을 빛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이 회장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제가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그게 뭐죠?"

"우명석 의원을 통한다면 이 회장과 접촉이 수월할 거 같습니다."

"우명석이라면 검사장 출신의 초선의원 이잖아요?"

"네. 알고보니 그자를 스폰하는 사람이 이 회장이라고 하더라고요."

"확실한 정본가요?"

"백프롭니다. 그러니 우명석과 저녁식사라도 하시면서 넌지시 청을 넣어보시죠."

박선미가 두눈을 번뜩이며 결심한 얼굴로 화답했다.

"좋아요. 김 총무님이 자리를 만들어 보세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대표님."

***

가평 사격장에서 클레이 사격을 만끽할 무렵, 우명석이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향해 허리를 반으로 접으며 인사를 해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회장님."

예전보다 더욱 공손해진 태도였다.

내가 전 세계 최고의 재벌로 자타의 공인을 받은 탓이었다.

"나를 보자고 한 용건이 뭐죠?"

명석이 허리를 세우며 은근한 어조로 대답했다.

"어제 밤에 박선미 대표와 저녁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요?"

녀석이 두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회장님을 스폰으로 만들고 싶어하더군요."

"내 돈을 원하는 건가요?"

"그런거 같습니다. 회장님."

박선미는 대선 여론조사에서 이명복에게 근소한 차이로 밀리고 있었다.

"당내 경선에서 누가 승리할거 같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에 박빙인지라..."

명석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돈질을 할수는 없어요. 그러니 이만 돌아가세요."

그러자 녀석이 수긍하는 얼굴로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그럼 나중에 찾아 뵙겠습니다."

"그럽시다."

명석을 돌려보낸 뒤 클레이 원반을 목표로 라이플의 방아쇠를 힘차게 잡아당겼다.

탕탕탕탕탕탕!

다음날.

상암동 드림 케이블 본사 회장실에서 업무에 열중할 즈음 주한수가 면전에 나타났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의 워렌 버터필드 이사가 면담을 요청하셨습니다."

"들어오라고 전해. 커피도 가져오고."

"예. 회장님."

잠시 뒤 중년의 백인 남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센트리온 블랙 카드를 담당하고 있는 워렌 버터필드라고 합니다."

녀석은 그리 말하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의 손을 마주잡은 뒤 소파를 손짓했다.

"커피라도 하시면서 대화를 나눕시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우리는 커피를 음미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기를 얼마 후, 워터필드가 서류가방에서 고급스런 박스를 꺼내서 간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안을 살펴보시죠."

고개를 끄덕이며 박스를 오픈하자 티타늄 재질의 카드가 보였다.

"이게 센트리온 블랙인가요?"

"그렇습니다. 그 카드를 이용하시면 전 세계 주요 공항에서 최고급 서비스를 받으실 뿐만 아니라 고급 호텔과 백화점 등에서도 고품격의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겁니다."

"한도는 얼마죠?"

"당연히 무제한입니다."

문득 한가지 호기심이 생겼다.

"이 카드로 구입한 물건 중에서 가장 고가의 상품이 뭔가요?"

워터필드가 즉답했다.

"작년 초에 중국의 고객분이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미화 4억불에 상당하는 미술품을 일시불로 거래하신 이력이 있습니다."

한화로 4800억에 상당하는 액수였다.

내 품격에 아주 잘 어울리는 카드였다.

"연회비는 얼마죠?"

"연간 1만3천 달러만 부담하시면 됩니다."

연회비는 생각 외로 저렴했다.

"마음에 드는군요. 앞으로 잘 쓰겠습니다."

"그래주시면 저희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회장님."

워터필드는 그리 화답하며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회사 업무를 끝마친 뒤 타워필리스 펜트하우스로 명우를 불러들였다.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그리 묻자 명우가 즉답했다.

"이명복이 너를 만나고 싶어하더라."

"왜?"

녀석이 어깨를 으쓱이며 무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

"돈 달라는 소리겠지. 뻔한거 아니겠냐?"

"하긴, 그 인간이 나를 만나자는 이유가 돈 밖에 없겠구나."

"이명복이나 박선미 양쪽에 보험이라도 들어둬. 그래야 나중에 뒷탈이 없지."

"바락 아바마가 내 편인데, 한국 대통령 나부랭이가 나를 어떻게 건드려!"

목소리를 높이자 녀석이 찔끔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조의 어투를 흘려보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그렇게 성을 내냐?"

"모두 마음에 안드는 사람들이니까, 내 앞에서 그 인간들 얘기는 절대 하지마라."

그리 말하자 녀석이 수긍하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날도 그러니까 아가씨들이나 만나러 나가자."

그 말을 끝으로 집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명우가 좋아죽는 얼굴로 내 뒤를 졸레졸레 뒤따랐다.

< 전 세계 최고 재벌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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