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기훈 >
중부 경찰서가 발칵 뒤집혔다.
김태섭 부장검사가 길길이 날 뛴 탓이었다.
김태섭은 서장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자마자 그의 따귀를 거칠게 올려부쳤다.
딱딱딱...!
"좆같은 새끼야. 뒈지고 싶어서 환장했냐! 클럽에서 돈을 받아먹은 것도 모잘라 폭행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다니!"
진경수 서장은 모멸감에 치를 떨면서도 이렇다할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다.
김태섭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던 탓이다.
"조사하면 다 나오니까 좋은 말로 할때 솔직히 자백해라. 얼마나 돈을 받아 쳐먹었냐?"
그러나 진경수는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짐짓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딱 잡아뗐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이구, 우리 서장님이 생쇼를 하시는구만. 다 알고 왔는데 시치미를 잡아 떼는거봐라. 좋아. 안되겠구만. 검사의 직권으로 내가 직접 수사를 지휘할 밖에."
김태섭은 그말을 끝으로 서장실 문을 박차고 나갔다.
1시간 뒤, 검찰 수사관들이 중부경찰서 자료조사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그들은 cctv 자료를 모조리 압수한 후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
압구정 아파트.
김태섭 검사가 건넨 usb 메모리를 컴퓨터에 연결하자 cctv 영상이 모니터 화면에 떠 올랐다.
예상대로 기훈은 클럽 기도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경찰 역시 기도와 마찬가지로 기훈에게 가혹한 폭행을 행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클럽의 가드와 일선 지구대 경찰들은 공범이었다.
따끔한 맛을 보여줄 차례였다.
컴퓨터를 끈 뒤 김태섭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선 지구대 경찰들과 클럽 기도들을 검찰에 소환해 주십시오.
-안그래도 그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내가 직접 그놈들에게 따끔한 혼구녕을 내주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취조실은 곤란하고 제가 사적으로 이용하는 창고가 있으니까, 그 곳으로 개자식들을 불러 들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모두 돕고 살아야죠. 하하...
***
진경수 서장의 사무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불문곡직하고 진경수의 양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당신을 뇌물수수혐의와 폭행방조혐의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진경수는 올것이 왔다라는 얼굴로 검찰 수사관에게 입을 열었다.
"전화 한통만 씁시다."
그러나 검찰 수사관들은 그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단 검찰로 가시죠."
그 말을 끝으로 진경수를 사무실 밖으로 짐짝처럼 끌고 나갔다.
중부경찰서 일선 지구대에 검찰 수사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방기훈의 폭행에 가담한 경찰들에게 모조리 수갑을 채운 뒤 그들을 모처로 이송했다.
클럽에 검찰 수사관들과 전경들이 난입했다.
그들은 클럽의 기도들을 모조리 체포한 후 모처로 이송했다.
***
수도권 인근의 비어 있는 창고를 내방했다.
창고 안에는 철제 의자에 온몸이 결박 된 십수명의 남자들이 일렬로 앉아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검은 두건이 씌어져 있었다.
내 정체를 숨기려는 김태섭의 넘치는 배려였다.
김 검사가 나를 보자 고개를 꾸벅 숙였다.
"원하시는대로 놈들을 모조리 잡아들였습니다."
"놈들이 하나같이 조용하군요."
"하도 개소리를 하길래 좆같은 입을 테이프로 봉해버렸습니다."
"잘하셨네요. 제가 간만에 손을 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화가 풀리실 때까지 얼마든지 손맛을 보십시오. 후후..."
"감사합니다."
김 검사에게 목례를 취한 뒤 놈들이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밀어서 차례로 넘어뜨렸다.
"선량한 시민에게 잔인한 폭행을 행사한 것도 모잘라, 그에게 죄를 듸집어 씌우다니! 니놈들이 그러고도 경찰이냐!"
격한 언사를 내뱉음과 동시에 놈들의 빌어먹을 몸뚱이를 목표로 강력한 사커킥을 동시다발적으로 내질렀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놈들은 입에 재갈이 물린 탓인지 변변한 비명조차 토해내지 못했다.
"이 좆같은 새끼들아! 니놈들은 오늘 임자를 만난거다. 형은 말이다. 니들처럼 힘없는 시민을 짓밟는 호로자식들만 보면 열통이 터져서 돌아버린다고!"
그 말을 끝으로 살벌한 사커킥이 또 다시 불을 뿜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원 없이 발길질을 해서인지 십년 묵은 체증이 시원하게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아느 정도 화가 가라 앉자 김태섭과 맞담배를 즐기며 즐거운 담소를 이어나갔다.
"클럽 사장은 언제 체포할 겁니까?"
"그게 쉽지 않을거 같습니다. 알고보니 클럽 사장이 재벌가 쭉정이 3세더라고요."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될 일 아닙니까?"
"법원에서 영장발부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재벌 회장님이 손을 쓴 모양입니다."
"클럽사장이 배경이 어딥니까?"
"한성그룹입니다."
한성그룹은 재계서열 20위권인 별볼일 없는 그룹이었다.
그렇지만 나름 재벌그룹으로 통하는 기업집단이었다.
"그놈 이름이 뭐죠?"
"한성철입니다."
한성철은 강태호에게 맡기면 그만이었다.
담배를 땅바닥에 내던지자마자 온몸을 벌레처럼 꿈틀대는 개자식들의 비루먹은 육신에 다시 한번 맹렬한 사커킥을 동시다발적으로 내갈겼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서울로 향하는 차안에서 강태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인블루 클럽 사장인 한성철을 내 앞으로 끌고 오세요.
-한성철이라면 한성그룹 3세 아닙니까?
-잘 아는 모양이죠?
-이 바닥에서 유명한 놈입니다.
-뭘로 유명한가요?
-마약거래를 크게 하는 놈입니다. 그놈에게 약을 사먹는 상류층들이 널리고 널렸습니다. 비호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뜻입니다.
-마약거래는 내 알바 없고, 그 자식을 창고로 끌고 오세요. 단단히 맛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위험한 일입니다. 사장님.
-그래서 하기 싫다는 말입니까?
-하기 싫은게 아니라 워낙에 뒷배가 만만치 않은 자식이라...
돈을 많이 달라는 소리였다.
-1억을 드릴테니까 그놈을 내 앞으로 데리고 오세요.
그제야 수화기에서 태호의 간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령하신 대로 일을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채종구 건을 말해보세요.
-친구놈을 설득 중입니다.
-반드시 친구를 우리편으로 끌이들이세요. 그러라고 당신에게 돈을 주는 거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사장님.
***
강태호 일행을 태운 봉고차가 시내 클럽가에 나타났다.
태호는 담배 연기를 자욱하게 내쁨으며 수하들에게 입을 열었다.
"물주께서 한성철을 원하니까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도록."
그때, 눈꼬리가 길게 찢어진 남자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형님. 이사장이 그렇게 돈이 많습니까?"
"김명우가 설설 기는걸 보면 모르냐? 당근 빳다지."
"얼마나 돈이 많길래 재벌 후계자가 쩔쩔 매는 겁니까?"
"잘은 모르지만 조단위 재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김명우가 설설 기는거야."
"우와! 진짜 돈이 억수로 많은 인간이네요."
"그러니까 이사장 일은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어디가서 그런 물주를 잡겠냐?"
"맞습니다. 형님. 헤헤..."
눈이 쫙 찢어진 남자가 간사한 웃음을 흘려보내자 태호가 비릿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뱁새야. 앞으로 형한테 잘해라. 그러라고 돈을 주는거다."
"넵. 큰형님."
뱁새라고 불린 남자가 부동자세로 고개를 푹 숙였다.
태호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수하들을 향해 명을 내렸다.
"한성철이 클럽에서 나오는 즉시 봉고차에 태워라."
그가 명령을 내리자 남자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형님!"
평창동 서재.
명성그룹 김 회장이 심각한 얼굴로 아들에게 읍소했다.
"니 친구에게 한번만 부탁을 해봐. 너랑 아주 친하다며."
명구가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태수놈은 처갓집이 망하는걸 고스란히 쳐다만 본 인간이에요. 엄청난 독종이라구요!"
"그래도 돈나올 구멍이 태수 밖에 없잖아. 그러니까 진지하게 부탁을 해보라고."
"미치겠네. 시발!"
명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게 왜, 중국에 투자해서 회사를 망하게 만드신 거에요!"
김 회장은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할 목적으로 수천억을 투자한 상태였다.
허나, 중국 공산당 정부는 명성그룹의 백화점과 할인마트에 대해 인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그 덕분에 명성그룹이 구입한 부지에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결국 김회장은 매입한 부지를 매각하려고 시장에 내놨지만, 그마저도 팔리지 않고 있었다.
"지금 한푼이 아쉬운 처지에 아버지의 잘못된 판단으로 그룹 전체가 망할 지경이라고요!"
김회장은 참담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명구의 말이 모두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달 말에 돌아오는 은행이자와 만기 어음만 해도 무려 1천억이 넘어요. 무조건 아버지 비자금으로 틀어막으세요."
그러나 김 회장은 가타부타 말없이 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모습에 명구가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버럭 소리쳤다.
"왜, 아무런 말도 안하시는 겁니까?"
그제야 김 회장이 힘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비자금이 없으니까 그렇지."
순간 명구가 헬슥해진 얼굴로 재차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비자금이 한푼도 없다. 이미 모두 소진한 상태야."
김 회장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
명구가 연락도 없이 내 집에 불쑥 나타났다.
녀석은 다짜고짜 돈을 빌려달라고 난리를 쳤다.
"딱 1천억만 융통해주라. 6개월만 쓰고 돌려줄게."
내 성질을 잘 아는 녀석이 이런 말을 할 정도면 회사가 망할지경인게 틀림없었다.
"회사가 어렵냐?"
"이번 달에 돌아오는 만기어음과 은행이자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룹 전체가 도산할거다."
"비자금은?"
"이미 다 소진한지 오래다."
"할수없군. 그럼 너도 회사에서 신경꺼라. 망할 회사는 하루빨리 망하는 게 정답이니까."
녀석이 불쌍한 표정을 잔뜩 끌어올리며 발밑에 무릎을 끓었다.
"친구야. 제발 한번만 도와주라. 앞으로는 절대 이런 말을 안할게."
"니놈이 내 친구라면 돈 얘기 자체를 입 밖으로 꺼내는게 아니야. 그러니까 이만 가라."
허나, 녀석은 한발자욱도 꼼짝 안한 채 처량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연기가 일품이었다.
"일 없으니까 어여 내 집에서 나가라. 정 그렇게 내 집에서 안나가고 버틸 생각이라면, 내가 나가마."
그 말을 끝으로 내 집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불꺼진 밤거리는 한산했다.
나는 고즈넉한 밤길을 거닐며 명우의 부탁을 곰곰이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명우에게 돈을 빌려주는건 절대 하면 안되는 일이었다.
명성그룹은 부채가 너무 많았다.
천억을 빌려준다 해도 결국에는 도산할 가능성이 99프로였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었다.
그 무렵 주머니 속에 들어있는 핸드폰이 요란한 울음을 토했다.
폰을 귓가에 가져가자 강태호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성철을 창고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놈을 죽지 않을 정도로 두들겨 패세요.
-알겠습니다.
-지금 압구정 사거리니까 이곳으로 차를 보내세요.
-넵. 사장님.
30분 뒤, 내 앞으로 세단 차량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머리 짧은 깍두기가 차에서 내리더니 나를 향해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창고로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그럽시다."
깍두기가 뒷문을 공손히 열어주었다.
차에 올라타자 깍두기가 수원 방향으로 차를 물었다.
차가 수원 인근의 야산 중턱에 멈췄다.
차에서 내리자 비어있는 창고가 보였다.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피곤죽으로 전락한 중년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불문곡직하고 놈의 면상을 목표로 라이트, 레프트 어퍼컷을 번갈아 꽂아넣었다.
퍽퍽퍽퍽퍽...!!!
-크아아아아악....!!
주먹 다섯방에 녀석의 얼굴이 무참히 박살났다.
확실히 내 주먹은 무척 강하다.
"이 거지새끼를 염전 노예로 팔아넘기세요."
강태호가 놀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다 일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집니다."
"그럼 이 상태로 풀어주자는 말입니까?"
내 반문에 태호가 우물쭈물하는 얼굴로 뭔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기를 얼마후, 쓸데없는 제안을 해왔다.
"이 개자식이 마약을 복용하고 여자랑 떡을 치는 동영상을 촬영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면 나중에 딴소리를 못할거 아닙니까?"
"귀찮아요. 그러니까 남해에 수두룩하게 널린 염전에 노예로 팔아넘기세요. 이런 호로자식을 풀어줘봤자 마약이나 팔아먹을게 뻔하니까."
그제야 태호가 알아먹은 얼굴로 화답했다.
"말씀하신대로 이 개자식을 처리하겠습니다."
지갑에서 1억짜리 수표 2장을 꺼내서 녀석에게 건넸다.
"지금 당장 일을 처리하세요."
"넵. 사장님."
태호는 내가 준 수표를 지갑에 집어넣은 뒤 수하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저 호로새끼를 봉고차에 태워."
녀석의 부하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형님."
"일을 처리한 즉히 사장님에게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태호는 그말을 끝으로 부하들을 대동한 채 장내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방기훈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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