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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 개망나니-36화 (137/200)

< 떡 본 김에 고사 지낸다 1 >

남자는 첫눈에 홀딱 반하는 여자를 일평생 두세 차례 정도 만나게 된다.

나같은 경우 정연희와 카페 알바생 이렇게 두명이 첫눈에 홀딱 반한 케이스였다.

물론 김유라와 안젤리나, 이반카도 아름다웠지만 첫눈에 빠진 케이스는 아니었다.

창가 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그녀가 내 앞에 다가왔다.

"무엇을 드릴까요?"

의식적으로 여자들이 환장하는 중저음의 묵직한 바리톤을 내뱉었다.

내가 지닌 커다란 장점 중의 하나였다.

"카라멜 마키아토 두잔 부탁합니다."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음인지 그녀가 빙긋 미소지으며 화답했다.

"네. 손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여자들은 탄탄한 근육질의 바디와 묵직한 목소리에 언제나 높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녀들의 여심을 저격한 탓이다.

여알바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30대 후반의 나이였지만 그녀는 나에게 홀딱 반했을거다.

확신한다.

그녀가 쟁반에 마키아토 두잔을 받쳐들고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내뿜는 싱그러운 살내음이 코끝을 기분좋게 간질였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그리 말하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마키아토를 음미하며 그녀를 유심히 살폈다.

그녀는 언제나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참으로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한떨기 아름다운 백합꽃 같은 그녀가 성품마저 화사한 탓이었다.

점점 더 그녀가 좋아졌다.

무조건 연락처를 따고 싶었다.

허나, 걸리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일단 내 나이가 문제였다.

20대 초중반 이었다면 불문곡직하고 들이댔겠지만, 지금 내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다.

더구나 이곳은 나이를 유난히 따지는 한국이었다.

일단 안면을 익힌 후에 그녀에게 대쉬하는 게 정답이었다.

마키아토를 어느새 두잔 모두 비워버렸다.

차라리 잘 된 심경이었다.

손을 들자 그녀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마키아토를 다시 두잔 정도만 갖다주세요."

"많이 드시네요."

그녀가 놀란 얼굴로 빈 커피잔을 쳐다봤다.

"제가 원래 달달한 마키아토에 환장하거든요. 하하..."

"아, 그러시구나.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5분 뒤, 그녀가 마키아토 두잔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맛있게 드세요."

그녀는 고운 목소리를 흘려낸 뒤 카운터로 사뿐사뿐 걸어갔다.

내 시선은 그녀의 쭉빠진 각선미와 살집 풍만한 애플힙에 모아졌다.

타이트한 청바지를 입은 탓인지 육감적인 하체의 굴곡이 절로 드러났다.

그녀의 이름과 연락처가 너무 궁금했다.

돌아버릴 정도로 알고 싶었다.

그 무렵, 명우가 카페에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 또한 여알바의 눈부신 미모에 눈을 떼지 못했다.

명우가 앞자리에 앉으며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와! 끝내준다. 웬간한 여배우들 찜쪄먹을 비쥬얼인데."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가자."

"왜? 나는 좀 더 있고 싶은데."

녀석은 그리 말하며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알바를 힐끔거렸다.

"따라나와."

그제야 명우가 알아먹은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카페를 나서자마자 녀석에게 지엄한 명을 내렸다.

"카페 여알바의 신상을 알아봐."

그러자 명우가 능글맞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자식. 표정을 보아하니 첫눈에 맛탱이가 갔구만."

녀석은 눈치가 백단이었다.

"잔말 말고 형이 시키는대로 알아보라고."

"맨입으로."

"찐하게 한턱 쏠게."

명우가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은 요정으로 가는거다."

요정은 고관대작들이 자주 출입하는 장소였다.

당연히 룸빵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화대를 지불해야 한다.

남자 두명이 찐하게 놀려면, 수천만원에 상당하는 돈이 필수였다.

명우의 차에 올라타자 운전기사가 강남 인근의 요정으로 차를 몰아갔다.

요정에 들어가자 관리실장이 우리를 맞이했다.

명우와 내실에서 술을 즐길 무렵, 반반한 아가씨들이 무더기로 나타났다.

우리는 그녀들의 술시중을 받으며 질펀한 술판을 밤새도록 즐겼다.

새벽 무렵, 요정을 나설 찰나 익숙한 아저씨들이 시야에 포착됐다.

그들은 한국의 경제를 진뒤지휘하는 경제부처의 수장들이었다.

tv 뉴스를 자주 본 탓에 그들의 면면을 나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을 접대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김유중 회장이었다.

다행히 김 회장은 나를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

요정을 전속력으로 빠져나왔다.

그러자 명우가 당황한 얼굴로 내 뒤를 잽싸게 따라붙었다.

"임마. 갑자기 왜 그래?"

"잔말 말고 따라나와."

차에 올라타자마자 운전기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압구정동 현도 아파트로 갑시다."

"네. 사장님."

압구정동 아파트에 들어가자 명우가 제멋대로 안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니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테니까 그런줄 알아라."

녀석은 그말을 끝으로 내 방에서 깊은 잠에 골아 떨어졌다.

세상 편하게 사는 놈이었다.

담배 연기를 자욱하게 피워올리자 김유중 회장의 얼굴이 심중에 떠올랐다.

그는 경제부처 수장들과 친목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요정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런 친분이 있었기에 돈도 없는 주제에 쌍룡자동차를 꿀꺽한 것이다.

한심한 노릇이었다.

쌍룡자동차 역시 수익성이 나빴기 때문이었다.

똥과 똥이 결합해봤자 결과물은 뻔했다.

더 큰 똥이 만들어질 뿐이다.

세간에 알려진 대유그룹의 부채는 적게는 15조원이고 많게는 50조원을 상회했다.

편차게 이렇게 큰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부채가 많은 탓이었다.

나는 대유그룹의 부채가 5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대유그룹이 도저히 감당 못할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쌍룡자동차를 통 크게 인수했다.

당연히 은행 빚으로.

인수합병에 환장병이 걸린게 틀림없었다.

불필요한 계열사를 매각할 생각은 하지 않고, 또 다시 대규모의 부채를 끌어들이는 모양새였다.

대유그룹과 김유중을 생각하자 갑자기 골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내 인생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이럴 때는 아름다운 그녀를 뇌리에 떠올리는게 최고다.

카페 여알바를 생각하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눈부신 미모를 반추하는 것만으로도 금세 마음이 흐뭇해졌다.

다음날.

나와 명우는 아침 나절 부터 중화요리로 배를 채웠다.

우리는 짜장면과 짬뽕, 군만두를 걸신들린 아귀 처럼 폭풍흡입 한 뒤 식후연초를 사이좋게 즐겼다.

"나도 너처럼 빌딩에 투자를 좀 해볼까?"

명우의 난데없는 말이었다.

"요즘 꽁돈이 생겼거든."

"니놈이 무슨 재주로?"

"내 명의로 된 제주도 목장을 팔아먹었지."

"니 아버지가 허락하신거냐?"

"허락이고 나발이고, 내 명의니까 상관없잖아."

"그러다 존나게 경을 치겠구만."

"그건 내 문제니까 신경쓰지말고, 쓸만한 건물이나 추천해봐라."

"돈이 얼마나 있는데?"

"120억 정도."

"자식. 은근히 많은데."

"그러니까 한방에 떼돈을 벌수 있는 걸 알려달라고."

명우는 돈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빌딩은 힘들고 강남 쪽 상가 건물 급급매로 나온거 잡아봐라. 나중에 돈이 될거다."

"에이, 그런 자잘한 물건 말고 빌딩을 추천해 보라니까."

"120억 갖고 무슨 빌딩을 산다고 그래. 꿈깨."

"까짓 것, 부족한 돈은 대출을 받으면 되지."

"니놈이 담보가 뭐가 있다고?"

"대 명성그룹 후계자를 우습게 보네. 내가 말 한마디만 하면 시중 은행장들이 얼씨구나 하고 달려든다니까."

녀석은 대놓고 구라를 치고 있었다.

명성그룹은 부도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대출금이 많은 탓에 은행이자를 갚는거 조차 힘겨워 하고 있었다.

"욕심내지 말고 상가건물이나 알아봐."

그말을 끝으로 욕실로 들어갔다.

그날밤.

임대빌딩을 관리하는 김용석 사장이 나를 요정으로 초청했다.

술접대를 하려는 모양이었다.

특실룸에 들어가자 김용석과 희여멀건한 젊은 남자가 나를 맞이했다.

김용석이 남자를 소개했다.

"창신그룹 조용건 기조실장님입니다. 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해서..."

용석이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폈다.

어차피 공짜술을 마시며 이쁘장한 아가씨들을 날로 먹으면 그만이었다.

"이태수라고 합니다."

그리 말하며 남자에게 악수를 청하자 황송한 얼굴로 내 손을 두손으로 마주잡았다.

"사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헤헤..."

녀석은 초면 부터 바짝 기어다녔다.

예의범절을 아는 놈이었다.

잠시후 아가씨들과 양주들이 방안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젊은 놈은 시종일관 나를 황제처럼 떠받들며 내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아가씨들과 밀실에서 오붓한 시간을 즐긴 뒤 정원으로 걸어나오자 조용건이 간사한 얼굴로 내 곁으로 다가왔다.

"사장님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하실 말이 뭐죠?"

"실은 사장님 빌딩에 저희 그룹 본사가 입주한 상탭니다."

"그곳이 어디죠?"

"광화문에 있는 빌딩입니다."

"37개 층을 통으로 사용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사장님."

이제서야 생각이 났다.

창신기업은 8개월치 임대료가 밀린 상황이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거의 백억대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빌딩을 통으로 사용하는 탓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딱 두말만 더 말미를 주시면 임대료 문제를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 작자는 돈없는 세입자였다.

"됐으니까 일주일 안으로 빌딩을 비워주십시오. 금싸라기 같은 빌딩을 임차하셨으면 제값을 치루셔야 할거 아닙니까?"

순간 녀석이 내 발밑에 납작 엎드렸다.

"제발 한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사장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안되는건 안되는거다.

"일 없으니까 앞으로 만나지 맙시다."

그 길로 요정을 나섰다.

내 자비로 술값과 화대를 계산했음은 불문가지였다.

***

청담동 고급주택.

창신그룹의 조용묵 회장은 참담한 심경에 휩싸였다.

큰아들인 조용건의 술접대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탓이었다.

"그러게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진작에 저렴한 빌딩으로 이사가자고 했잖아요!"

용건은 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내가 아버지 때문에 좆같은 새끼한테 얼마나 수모를 당한지 아세요?"

조 회장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그 놈한테 무릎 까지 끓었다고요!"

조 회장은 입이 있어도 말을 할수 없는 처지였다.

자존심 강한 아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힌 탓이다.

"그 개새끼 때문에 내가 얼마나 열이 받는지 아시냐고요!"

용건은 연거푸 고성을 내지른 뒤 분한 얼굴로 장내에서 사라졌다.

***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김용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앞으로 한번만 더 이런 개짓거리를 하시면 당신네 회사와 거래 못합니다.

수화기에서 송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사장님.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임대료가 밀린 개자식들을 일사천리로 내보내세요. 사정 봐주지 말고! 누군 땅파서 장사하는지 아십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전화를 끊은 뒤 욕실로 들어갔다.

숙취 때문에 골이 지끈지끈 아파왔다.

뜨거운 욕조에 온몸을 담그자 그제야 숙취가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욕조에서 두시간 가량 몸을 푼 뒤 거실로 나가자마자 중화 요리집에 전화를 걸었다.

짬뽕으로 빈속을 채운 후 인근의 영화관으로 마실을 나갔다.

영화관에서 헐리웃 액션 대작을 감상한 뒤 인근의 햄버거 집으로 들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새우버거 2세트를 걸신들린 아귀처럼 후딱 먹어치운 뒤 명우의 회사 근처로 차를 몰아갔다.

카페 앞에 벤틀리를 정차 한 뒤 창문 너머에 존재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녀를 묵묵히 감상했다.

그러기를 얼마후 명우의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미국 la  모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박탈 당한 이명복은 미국에서 은인자중하며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었다.

그는 2002년 6월에 펼쳐지는 지방자치선거에 잔뜩 눈독을 들였다.

특히 서울시장직에 이목을 집중했다.

이명복은 샐러리맨의 신화를 창조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었다.

20대 중반에 현도그룹에 입사한 후 단 10년 만에 임원 타이틀을 쟁취한 인물이었다.

그는 자신의 화려한 경력을 밑천 삼아 한국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명복은 산타모니카 비치를 아름답게 수놓은 비키니 미녀들의 몸짓을 흐뭇한 시선으로 감상한 뒤 인근의 별장으로 유유히 발걸음을 옮겼다.

< 떡 본 김에 고사 지낸다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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