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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벌 개망나니-17화 (104/200)

< 대유그룹 4 >

저녁 무렵, 사모를 모시고 하얏트 호텔로 들어가자 호텔 매니저가 우리 일행을 맞이했다.

사모는 27층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그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차대리가 내 행동을 제지했다.

"우리는 문 앞에서 대기하면 그만입니다."

그는 엄한 눈초리로 그리 말하며 문 앞에서 부동자세를 취했다.

나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멀뚱히 서 있을수 밖에 없었다.

문 앞에서 보초를 30분 정도 섰을 즈음 스위트룸 안에서 여인의 흐느끼는 신음성이 나직이 들려왔다.

이 소리는 십중팔구 여인네가 잠자리에서 내지르는 교성이었다.

그때, 남자의 숨소리도 은밀히 들려왔다.

귀티나고 부티나는 사모는 호텔 스위트룸에서 외간 사내와 대놓고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차대리를 은근히 쳐다보자 그가 한쪽 눈을 찡긋하며 엄지손가락을 둥그랗게 말며 그 안으로 검지손가락을 집어넣는 제스츄어를 연달아 취했다.

상대방 남성에게 본능적인 호기심이 동했다.

허나, 차대리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사모의 비밀을 끝까지 엄수하는 자세였다.

2시간 뒤,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사모가 문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양볼에는 붉은 홍조가 진하게 피어오른 상태였다.

외간 남자의 잠자리 스킬이 보통이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엘리베이터 쪽으로 사뿐사뿐 걸어갔다.

다음날.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사모는 하얏트 호텔의 스위트 룸에서 정체불명의 남자와 진한 잠자리를 즐기고 있었다.

남편을 안중에도 두지않는 태도였다.

그런 사실을 확인하자 김회장이 불쌍하게 생각됐다.

수중에 아무리 돈이 많아도 마누라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면 말짱도루묵인 탓이다.

사모를 모시고 성북동에 도착할 즈음 리무진 차량에서 내리는 장년의 남자를 목격했다.

그는 대유그룹의 절대자인 김유중 회장이었다.

성북동에 출입한지 3일 만에 김회장을 처음봤다.

그는 사모를 발견하자 얼굴가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본관 건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사모 역시 그런 김회장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본관으로 걸어갔다.

겉으로 봐도 찬바람이 쌩쌩부는 부부사이였다.

나와 차대리는 별관 건물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늦은 저녁을 함께한 뒤 나란히 성북동을 벗어났다.

차대리가 집으로 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생맥이나 한잔합시다."

불감청 고소원이었다.

"저야 좋죠."

우리는 인근의 생맥주 집에서 치킨을 안주삼아 생맥을 벌컥컬벅 들이켰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차대리가 은근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과 사모는 무늬만 부부 사이에요."

"어느 정도 예상했습니다."

"회장님이 거느린 애첩이 한트럭이에요. 그래서 사모가 대놓고 바람을 피우는거죠."

그의 입에서 비밀스런 얘기가 줄줄이 사탕 처럼 쏟아져나왔다.

"원래 회장님들은 그 정도는 기본 아닙니까?"

"그래도 회장님은 너무 도가 지나치세요. 혼외자만 10명이 넘을 겁니다."

"그럼 혼외자들도 전부 호적에 올라있는 건가요?"

"사모님 성깔이 있는데, 그게 가능할리가 없죠. 호적에는 사모님 슬하의 2남 1녀만 올라있는 상태죠."

"집에서 자녀분들을 한명도 못봤는데 모두 어디에 있는건가요?"

"큰아드님과 작은 아드님은 결혼해서 분가한 상태고, 막내 따님은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유학 중이에요."

차대리는 생맥을 입안으로 시원하게 들이부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은 애첩들의 집은 순회하느라 성북동에는 어쩌다 출입하는게 현실이죠. 그래서 사모님이 외로운 마음에 대놓고 맞바람을 피우시는 거에요."

김회장 일가의 속사정을 어느 정도 파악할수 있었다.

"그렇게 살바에는 그냥 이혼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회장님이 사업 초기에 사모님 친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지분 문제도 복잡하게 얽혀있을 겁니다."

우리는 남의집 가정사를 안주삼아 생맥을 사이좋게 폭풍흡입했다.

다음날.

여권을 챙겨서 성북동에 들어가자 별관 건물에 서 있던 차대리가 나를 손짓했다.

"뉴욕 출장에는 민유경 대리도 같이 갈 예정이니까 업무분담을 잘하세요."

차대리는 그리 말하며 업무분담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했다.

"여자인 민대리가 사모님을 밀착 수행하기로 했으니까, 태수씨는 통역 업무에만 전념하세요."

"알겠습니다."

그에게 고개를 끄덕일 찰나 장내에 정장룩 차림의 민유경이 나타났다.

우리는 구면이라 가볍게 목례만 취한 뒤 별다른 인삿말 없이 본관 건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민유경이 출국 수속을 재빨리 끝마친 후 국적기 퍼스트 클래스로 사모님을 안내했다.

그녀는 사모님을 퍼스트 클래스에 들여보낸 뒤 나에게 이코노미 좌석티겟을 건넸다.

"사모님 곁에는 제가 있을 테니까 이코노미 좌석에서 속 편하게 쉬세요."

민유경은 그말을 끝으로 자기 혼자만 퍼스트 클래스로 냉큼 들어갔다.

아주 약아빠진 여자였다.

자기만 좋은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나도 넓직한 퍼스트 클래스에서 두다리를 편히 뻗은 채 여유로운 한때를 만끽하고 싶었다.

허나, 민유경 때문에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사모를 밀착마크 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었다.

도저히 그녀의 잔머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비좁은 이코노미 석에서 20시간 이상 비행을 하자 두다리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기내식은 먹을만 했지만 좌석이 너무 좁았다.

그런 곳에서 한두시간도 아니고 20시간 이상 장기비행을 한다는건 엄청난 고역이었다.

출국 게이트를 통과하자 대유자동차의 북미지사에서 파견나온 남직원이 팻말을 든 채 사모님을 반기고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팻말에는 '주선미 여사님의 뉴욕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져있었다.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외국인들이 한글을 모르는게 다행스럽게 생각될 정도였다.

사모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북미 지사장을 독오른 암표범 처럼 싸늘하게 노려봤다.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한 지사장이 송구한 얼굴로 피겟을 등 뒤로 숨기며 그녀에게 사죄의 변을 토해냈다.

"죄송합니다. 여사님. 저의 불찰을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절대 이런 식으로 나를 맞이하지 마세요. 창피하다구요!"

그녀의 입에서 하이톤의 목소리가 쏟아져나오자 지사장이 죽을상을 하며 머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여사님."

"어서 숙소로 안내하세요. 사람들이 쳐다보잖아요."

"넵. 여사님."

지사장은 맨해튼 인근의 웰링턴 호텔로 우리 일행을 안내했다.

사모님과 민유경은 스위트룸에서 한방을 썼고, 나는 그 옆에 있는 일반실이 배정됐다.

일반실에서 샤워를 끝내자마자 양복을 걸쳐입은 뒤 곧바로 옆방의 스위트룸으로 들어갔다.

스위트룸의 거실에는 룸서비스가 가져온 스테이크와 포도주 등이 세팅되어 있었다.

사모는 나를 향해 친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여기 앉아서 식사나 같이해요."

일반적인 비서라면 이럴때 무조건 사양하겠지만, 나는 미칠듯이 배가 고팠다.

그런 탓으로 그녀의 제안을 단박에 수락했다.

"사양치 않겠습니다. 사모님."

그리 화답하며 의자에 냉큼 앉자 민유경이 고리눈을 한 채 나를 심하게 째려봤다.

신입 주제에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물론 내 알바 아니었다.

우리는 등심 스테이크와 포도주로 저녁 만찬을 즐기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사모는 민유경은 도외시한 채 오로지 나에게만 질문을 던졌다.

"이비서는 여자친구가 있나요?"

그녀에게 솔직히 답했다.

"작년에 헤어졌습니다."

"오래사귄 여자친구 였나요?"

"그건 아닙니다. 잠깐 만난 사이였죠."

"그럼 지금은 여친이 없나요?"

"뭐, 그렇습니다. 관장님."

민유경은 대화에서 소외되자 나홀로 포도주를 들이키며 나를 은밀히 노려봤다.

허나, 사모는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비서의 이력서를 보니 부모님에 대해서 언급이 없던데, 무슨 사연이 있나요?"

"제 부모님은 어린 시절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력서에 기재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거죠."

그러자 사모의 얼굴에 안스러운 표정이 그려졌다.

"미안해요. 그런 것도 모르고."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 말하자 사모가 고혹적인 눈웃음을 내비치며 내 빈잔에 붉은 포도주를 친절하게 따라주었다.

저녁식사를 끝내고 내방 침상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휴식을 취할 무렵,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죠?"

"민유경이에요. 잠깐 대화 좀 할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문을 열자 그녀가 성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사모님이 저녁을 같이 먹자고 요구해도 무조건 사양하세요. 그게 우리 비서들의 기본 자세니까 반드시 명심하시라구요!"

민유경은 성깔이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습니다."

"다음 번에도 이런 식으로, 사모님과 겸상을 하는 광경이 제 눈에 띄면, 실장님에게 보고를 올릴거에요. 그러니 주의해 주세요."

"넵. 선배님."

그제서야 유경이 화가 다소 풀린 얼굴로 스위트룸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사모를 대동한 채 미술관이 잔뜩 몰려있는 그리니치 빌리지를 내방했다.

사모는 그저그런 미술품에 진한 관심을 표명하며 현지 미술관의 큐레이터에게 말을 걸었다.

물론 그녀의 말은 내가 통역했다.

"미술품의 가격을 물어보세요."

사모의 말을 큐레이터에게 전달했다.

"미술품 가격이 얼마죠?"

그러자 큐레이터가 화사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2만 달러만 주시면 그림을 내어드릴게요."

그녀의 말을 사모에게 전달했다.

사모가 흡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림을 사고 싶다고 그녀에게 전하세요."

사모의 말을 큐레이터에게 곧바로 전달했다.

그후로도 사모는 그리니치 빌리지의 허름한 미술관에서 보잘것 없는 싸구려 미술품 여러점을 예매했다.

다음날.

그리니치 빌리지 모처의 미술관을 내방했다.

어제 예매한 미술품의 가격을 치루기 위함이었다.

사모가 나에게 입을 열었다.

"이면계약이 가능한지 화가들한테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리 화답한 뒤 면전에 앉아있는 대여섯 명의 화가들에게 사모의 의중을 전했다.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관행적으로 하는 계약이니까 너무 부담갖지 마십시오."

그러자 돈독이 잔뜩 오른 화가들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곧바로 화가들과 차레로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본 계약서에는 40만 달러 내외의 가격이 적혀있었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달랑 2만 달러 정도의 금액이 쓰여졌다.

7건의 미술품을 그런 식으로 계약했으니까 280만 달러의 돈이 허공에 붕 뜬 셈이었다.

필시 사모는 페이퍼 컴퍼니 계좌로 그 돈을 입금할 것이 확실했다.

소문대로 재벌 그룹 산하의 미술관은 비자금을 조성하는 창구였다.

모든 게약이 순조로이 끝나자 사모가 흡족한 얼굴로 나와 민유경을 인근의 고급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다.

레스토랑에서 양송이 버섯 스프로 입가심을 할 무렵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성이 장내에 나타났다.

순간 민유경이 놀란 얼굴로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아가씨."

"오랜만에 뵙네요."

그녀는 그리 화답하며 사모의 옆자리에 털석 주저앉았다.

그러자 사모가 반색하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공부는 잘되니?"

"말도마. 지도 교수가 아주 깐깐해서 학점이 엄청 짜다구."

그녀는 사모의 품에 안긴 채 소녀 처럼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다.

사모는 그녀의 흑단같은 머릿결을 보드랍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이비서야. 능력이 아주 좋아."

그러자 사모의 딸내미가 심드렁한 얼굴로 의례적인 인삿말을 전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는 나에 대해서 눈꼽만큼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나 역시 사무적인 어조로 대꾸했다.

"비서실에 새로 들어온 이태수라고 합니다."

< 대유그룹 4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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