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얼마 전, TV 다큐멘터리에 형우가 나왔던 날
형우의 고향마을에서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어머 어머, 형우 엄마! 지금 나오는 거 형우 맞지?
-서울에서 무슨 사장님 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어? 저기서는 무슨 선생님이라던데?
-직원교육 시키고 있는 거 아녀?
-사장이 직접 직원교육을 하는 거여? 저 한국대학교 건물 빌려서?
-형우가 한국대학교 학생이잖어! 그러니까 학교 건물 정도야 빌릴 수 있지.
-그게 말이 되나? 그러면 나도 김 씨 밭뙈기 빌려달라 하면 빌려주나?
-이 양반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직원교육이라….
형우는 스패로우 팩토리의 대표였고, 저 아카데미를 나온 사람들은 스패로우 팩토리와 직계약을 맺게 될 테니 어떻게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웃기다는 생각은 했다.
“그나저나 요즘은 연락이 통 없네.”
아들의 전화를 그다지 살갑게 받는다고는 할 수 없는 윤아였지만, 막상 없으니 아쉽기는 했다.
“많이 바쁘다고 들었으니까, 뭐.”
섭섭하기는 해도 서운하지는 않았다.
다큐멘터리만 봐도 아들이 얼마나 미칠 듯 열심히 살고 있는지가 뻔히 보였으니까.
‘열심히 하렴, 형우야.’
그렇게 생각하며 송윤아는 다시 호미를 들었다.
오늘은 완두콩과 부추를 파종하는 날이다.
‘날씨가 괜찮으니 좋은 것들이 나올 테지.’
두 번째로 잘 지어지는 것들은 내다 팔고, 가장 잘 지어지는 것들은 아들에게 보내야지.
미리 흙을 뒤집어 놓은 밭에 도착했을 때 윤아가 발견한 것은 자신을 기다리는 한 사람이었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기다리던 여자가 윤아에게 친한 척을 했다.
“…오랜만이네.”
송윤아는 마지못해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상대는 그걸 눈치채지 못한 척 호호 웃었다.
“그래요, 언니. 저희 마지막으로 본 게 아마 제 결혼식 때였던가요?”
“그렇지. 남편 장례식 때는 네가 안 왔으니까.”
여자, 김지선의 말에 송윤아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김지선은 자신의 남편인 김철호의 동생이고, 형우에게는 고모 되는 사람이다.
“바빴어요.”
“그래, 바빴겠지. 근데 그렇게 바쁘셨던 분이 갑자기 여긴 어쩐 일이야?”
“언니만 여기서 나고 자란 게 아니잖아요. 여기는 제 고향마을이기도 해요.”
“염치없지 않아?”
송윤아가 따져 물었다.
“스무 살 되자마자 시골은 싫다면서 연 다 끊고 서울로 올라가 놓고. 게다가 남편 죽었을 때도 코빼기도 안 비쳤잖아?”
“저도 힘들어서 그랬어요.”
김지선이 억울하다는 듯, 눈가를 살짝 눌렀다.
“그래서, 이제라도 사과하려고요. 그래서 왔어요.”
“사과?”
“네. 언니.”
그대로, 김지선이 일어나 송윤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두 눈엔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그때, 그렇게 매몰차게 떠나서 죄송합니다.”
“사과한다고? 이제 와서?”
“물론 언니도 저 같은 애 사과는 별로 받고 싶지 않으시겠지만….”
“야, 김지선.”
어이없는 기분에 송윤아가 피식 웃었다.
“좀 일찍 오지 그랬어. 네가 세 번째인데.”
“세 번째요?”
“어. 김지선이 네가 오기 전에 우리 대단하신 송씨 가문 사람들도 몇 명 찾아왔거든.”
송윤아, 자신의 일가친척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힘들어서 다 죽어갈 때는 연락 한 번 없던 인간들이, 아들이 티비 한번 나오니까 어떻게든 연줄 대보려고 여기저기서 얼굴 들이미는 게 진짜 웃기더라.”
“언니! 저는 진짜 그런 게 아니라….”
“진짜 그런 게 아니면? 그러면 대체 왜 돌아온 건데?”
송윤아가 눈을 부라렸다.
“고향 땅 다 등지고 가족들과도 연을 다 끊고선,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서울 내려간 애가 갑자기 사과하겠다며 돌아온다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개심했다고요!”
“개심은 무슨….”
회개라던가 개심이라던가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송윤아는 병신이 아니었다.
“십자가나 부처님 동상 보고 해야 개심이지, TV에서 나오는 형우 보고 마음 바꿔 먹는 것도 개심이라고 해줘야 하나?”
오랜 시골 생활로 단련된 송윤아의 입담이 불을 뿜었다.
“그냥 가라, 지선아. 화내기 전에.”
하지만 김지선은 떠나는 대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바르르르 떨었다.
“…저는 여기가 싫었어요. 떠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이제 와서 이러는 게 민폐라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바람이 새어 나가는 듯한 목소리로, 김지선이 말했다.
“언니, 저희 막내가 아파요.”
“…뭐?”
“아토피 탓에 제대로 숨도 못 쉬고, 매일 밤마다 운다고요. 하지만 언니는 도와줄 수 있잖아요. 제발,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 돼요? 언니도 아이를 키워 봤으니까 알잖아요, 어떤 기분인지.”
“너…….”
그 순간.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송윤아가 들고 있던 호미를 떨어트리는 소리였다.
그 소리에 맞춰 김지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형우를 끔찍하게 아끼는 송윤아이니만큼, 자신의 설득에 마음이 동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네가 어떻게….”
고개를 들어 올린 김지선이 목격했던 것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 손을 떨고 있는 송윤아의 모습이었다.
“그따위 말을 나한테 해?”
송윤아가 호미를 떨어트린 이유는 분노 때문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호미를 들고 있으면 그걸로 김지선의 머리를 내려찍어버릴까 봐.
그래서 호미를 멀찍이 집어 던져 버린 것이다.
“난 네가 고향을 떠난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네 뒷바라지를 했던 남편의 장례식 때 안 온 것도, 네 결혼식을 축하해주러 갔던 우리 가족을 은근슬쩍 없는 사람 취급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어. 촌스럽고 멍청해 보여서 같이 있기 싫었겠지.”
“어, 언니.”
“하지만, 그다음 일은 난 절대로 못 잊어.”
김지선은 자신의 결혼식에 왔던 가족들을 홀대했고, 그 탓에 형우네 가족들은 식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밖에서 빙빙 맴돌 수밖에 없었다.
어린 형우는 그렇게 밖에서 기다리다가, 날아가는 풍선을 발견했고, 그다음 이야기는….
“나는 그날 내 아들을 잃어버릴 뻔 했어.”
“그게….”
“만약 네가 우리에게 앉을 자리라도 하나 줬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그런 주제에 뭐? 내 자식이 아프니 도와달라? 에라이!”
순식간에 달려든 송윤아가 김지선의 멱살을 쥐었다.
“나를 건드린 건 몰라도, 내 아들 건드린 건 못 참아. 그러니까 그딴 헛소리 한 번만 더 해 봐.”
“어, 언니! 이건 좀 놓고….”
“내가 너한테 줄 수 있는 돈은 깽값밖에 없어. 그거라도 가져갈 테냐?”
그렇게 한참을 대치하고 있을 때.
“윤아 누님! 그만하시오!”
“사람들! 여기 싸움 났소! 좀 도와주세요!”
소란을 듣고 달려온 마을 사람들이 재빨리 송윤아와 김지선을 만류했다.
“윤아야! 말로 해라, 말로!”
“이 사람은 누구… 어, 지선이? 지선이 아니냐?”
“그보다 일단은 떼어 놓읍시다! 누구 하나 초상 치르겄네!”
마을 사람들의 제지가 있은 후에야, 송윤아는 쳇, 하며 그대로 지선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놓았다.
지선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어디론가 가 버렸다.
“에휴.”
밭을 바라보며, 송윤아가 한숨을 푹 쉬었다.
보기 좋게 정리해 뒀던 밭이 발자국으로 난장판이 되어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네.”
그렇게 중얼거린 것은, 송윤아가 아니었다.
“뭐 하시오, 누님? 팔 걷어붙여야지. 해 지기 전에 하려면 멍 때릴 시간이 없을 텐데.”
“언제 왔냐?”
“처음부터 다 보고 있었소. 아무래도 가족사인데 끼어들기가 좀 그런 것 같아 보고만 있었는데.”
“사람들 네가 불러왔냐?”
“…가만뒀으면 큰일 났을 거요.”
성민준이 멋쩍은 듯 크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송윤아가 피식 웃었다.
“잘했어.”
그 말에 성민준이 한숨을 푸욱 쉬었다.
“지선이 쟤는 예전부터 싸가지가 없었는데, 그 성격 어디 안 갔습니다그려.”
“그러게 말이다.”
성민준이 그대로 송윤아의 옆에 쪼그려 앉아 호미를 쥐고 땅을 슉슉 팠다.
“어어, 거기 깊게 파면 안 된다.”
“그럼 얼마나요?”
“딱 이 정도, 한 뼘만큼만 파거라.”
“이렇게요?”
딱 한 뼘 사이를 두고 나란히 앉은 성민준과 송윤아의 호미가 퍽퍽, 하고 밭을 파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들렸다.
“그나저나, 민준아.”
“왜요, 누님.”
“김지선이 그냥 가만있을까? 걔 독한 앤데.”
“가만 안 있으면요?”
“형우를 찾아가거나 할 수도 있잖아. 형우는 나처럼 마음이 모질지 못한 애라 덜컥 넘어갈지도 몰라.”
“으음, 형우가 착한 거야 맞는 말이지만서도….”
걱정하는 윤아를 향해, 성민준이 굳게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애가 바보인 건 또 아니지 않소?”
* * *
“형우 작가님, 저번에 말씀하신 거 해 놨습니다!”
지저귐의 수업이 끝나고 나온 형우를 보자마자 달려온 지원이 정산표를 내밀었다.
“희망 보육원에 기부금 천만 원 전달 맞죠?”
“네. 제가 직접 했어야 하는데….”
“아뇨, 아뇨! 이런 건 출판사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니까요! 사회적 기업이라는 거죠!”
지원이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들었다. 그 모습을 본 형우가 기분 좋게 웃었다.
“복희랑 애들은 잘 있던가요?”
“네. 복희가 특히 형우 오빠 언제 오냐고 난리던데요? 그리고 애들한테 들어 보니까….”
“네.”
“복희가 크면 형우 작가님이랑 결혼할 거라고 그렇게 말하고 다닌다던데?”
“그것참 좋네요. 그 애랑 저랑 열다섯 살 차이가 난다는 점만 빼면요.”
피식 웃은 형우가 그대로 의자를 뒤로 쫘악 젖혔다. 이번에 협찬받은 300만 원짜리 외골격 의자였다.
“의자가 처음에는 무슨 스테고사우루스처럼 생겨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쓰다 보니 편한 거 있죠?”
“스포츠카도 겉보기엔 장난감처럼 생겼잖아요. 그나저나, 작업은 어떻게 잘 되세요?”
“백문여불여일견이죠.”
형우가 자신만만하게 노트북을 쫘악 펼쳐 보였다.
그 안에 빼곡히 들어차 있는 글자들조차 자신감에 차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오오, 꽤 진도가 많이 나갔는데요? 몇 화죠? 26화?”
“29화요.”
“와, 벌써요?”
형우가 낚시터에서 슬럼프를 극복했던 것이 겨우 일주일 전인데, 형우는 그동안 못 썼던 것을 되갚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미칠듯한 기세로 집필을 이어나갔다.
“이대로라면 5월 초쯤에 50화가 완성되겠어요.”
“그게 목표에요. 뜨거울 때 많이 두드려야죠.”
철과 사랑과 시는 모두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하는 법이라는 말을 어떤 사람이 했더라?
그렇게 고민하던 차, 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아! 형우 작가님, 마침 계셨네요?”
매니저인 서민홍이었다.
“손님이 오셨거든요.”
“손님이요?”
“가족이라고 하시던데… 아, 들어오세요.”
열린 문을 통해 한 여자가 고개를 들이밀었다. 여자는 곧바로 형우 쪽으로 걸어왔다.
“어, 형우야! 오랜만이다!”
그대로 친한 척 형우의 팔을 잡는 사람은, 형우의 고모 되는 김지선이었다.
“나 기억하지? 지선 고모야.”
“고모요?”
고모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형우의 눈이 살짝 싸늘해졌다.
“고모가 어쩐 일로?”
“그게 말이다….”
김지선은 송윤아에게 했던 말을 형우에게 그대로 했다. 마음씨 착한 형우라면 반드시 자신의 청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밖에서 들어 보니 너는 보육원 같은 데도 기부하고 그런다던데, 그런 느낌으로 네 사촌 동생 좀 도와주면 안 되겠니? 물론 너를 신경 쓰지 않았던 내가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게 염치없다는 건 알지만….”
“그런 건 신경도 안 써요. 제 일이잖아요.”
“정말이니?”
김지선이 고개를 확 치켜들었다. 역시 마음씨 착한 형우라면 먹힐 줄 알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올린 지선의 눈에 들어온 건.
“다른 건 신경을 써요. 저희 부모님 말이죠.”
제 어머니인 송윤아보다 훨씬 더 차가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형우의 모습이었다.
“아버지 장례식 때 저는 어린 나이로 상주를 맡았어요. 하지만 고모는 안 왔죠.”
“그, 그건,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다, 형우야!”
김지선이 절절한 목소리로 설득했다.
“내 어머니, 그러니까 네 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어. 네 할아버지는 그 전에 일찌감치 돌아가셨고. 알고 있니?”
“당연히 알죠. 일하다가 쓰러지셨다고 들었어요.”
“그래, 맞아! 시골은 우리 부모님을 앗아간 곳이야. 그런데 내가 어떻게 시골을 좋아하겠어? 여기에 어떻게 정을 붙이겠냐고!”
“어떻게 붙이냐뇨.”
형우의 손이 떨렸다. 두 눈이 큼지막하게 커졌다. 당연히 신파에 넘어가서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떻게든 붙였어야죠.”
방금까지의 감정이 싸늘함이었다면, 지금의 감정은 뜨거운 분노다.
“이야기 다 들었어요. 아버지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자기 동생만큼은 학교 보내겠다면서 자기 꿈 다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잡역부를 자처하셨죠. 그런 사람을 봤으면 어떻게든 정을 붙였어야죠.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적어도 은혜는 갚았어야지!”
그러나, 김지선은 자신의 모든 과거를 잊겠다는 듯이 어른이 되고 서울로 올라가 고향과의 모든 인연을 끊어버렸다.
남편인 김철호가 아플 때도, 심지어 죽었을 때조차 코빼기조차 비추지 않았다.
“그런 주제에 지금 와서 이러는 거 좀 그렇지 않아요? 그래놓고 핑계가 고작 고향이 싫었다고?”
“형우야! 그건 네가 부모를 잃은 고통을….”
몰라서 그래, 라고 말하던 김지선의 말문이 턱 막혔다. 형우라고 왜 그 감정을 모르겠는가.
“고모. 저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아무 사람이나 도와주지는 않아요.”
차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형우가 또박또박 이야기했다.
“예전에 저를 도와줬던가, 아니면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나중에 나를 도와줄 만한 사람이거나. 은혜란 건 그런 사람들에게 베푸는 거예요. 하지만, 고모는 셋 다 아니죠.”
“그건….”
“서민홍 매니저님.”
형우가 그대로 서민홍을 불렀다.
“이 사람 밖으로 쫓아내 주세요. 제 가족이라고 하셨는데, 제 가족은 어머니밖에 없거든요.”
“죄, 죄송합니다. 작가님.”
“아뇨. 매니저님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것까지는 부탁드릴게요.”
“형우야, 형우야!”
“아, 혹시나 이상한 짓 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가뜩이나 돈도 없으시다면서, 변호사 선임비까지 대진 못하실 테니까.”
그대로 김지선은 서민홍의 손에 이끌려 끌려 나가다시피 강의실 바깥으로 내쳐졌다.
“괜찮으세요?”
“으음….”
지원의 물음에, 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쫓아낸 건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다음이 걱정이네요.”
“경고했잖아요. 괜한 짓은 못 할 거예요. 만약 1인시위라던가 이상한 짓을 하면 제가 막을게요.”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 때문이죠.”
“어머니요?”
“네. 어머니는 은근히 마음이 약하신 분이라, 고모가 어머니를 찾아가면 어떻게 허락을 해 줄지도 몰라요.”
“……마음이 약하신 분이요?”
지원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제가 형우 님 어머님을 그렇게 많이 뵙지는 못했지만…… 절대 그러시진 않을 것 같은데요?”
지원의 기억 속 송윤아의 모습은 말 그대로, 예전에 태어났으면 여장부로 이름을 드높게 올렸을 만한 무골武骨 그 자체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