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반쯤은 정돈되어 있고, 반쯤은 난잡하게 구성된 무대 위의 집은 어떤 부연 설명 없이 이 집의 어수선한 사정을 설명해 주는 듯하다. 미대생들의 솜씨가 어린 조형물 하나하나가 무대의 디테일을 더해 주는 느낌이다.
아이로 분장한 키 작은 남성이 무대에 나와 관객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우리 집에는 아픈 아버지가 있고. 저는 그런 아버지를 위해 글을 써요. 아버지가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바라면서. 저희 아버지는 영웅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건, 너무나도 많이 해 버린 이야기니까요.”
그대로, 무대는 부엌으로 바뀐다. 미술과 학생들이 분주히 무대를 바꾸는 것이 보인다.
그 무대 위로, 앞치마를 두른 여성이 국자를 들고 올라와 노래를 부른다.
[아픈 남편은 하루 종일 병상에 누워 있고.]
[하나뿐인 아들은 그이를 위해 글을 쓰고.]
[나는 둘을 위해 요리를 한다네.]
[토마토와 감자, 베이컨은 장이 안 좋으니 빼고.]
[계란죽은 어떨까? 어머, 그건 어제도 만들었군.]
처연하면서도 힘 있는 노래 뒤로, 음대생들의 반주가 깔린다. 무너져 가는 집에서도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그런 어머니를 향해 아들이 달려온다.
“어머니, 아버지가 이상해요!”
“어떻게 이상하니?”
“땀을 뻘뻘 흘리고, 기침을 내쉬고, 숨을 안 쉬세요!”
“무어야? 숨을 안 쉰다고!”
방으로 달려 들어가는 어머니.
무대는 다시 까맣게 암전이 된다.
* * *
“허어.”
장엄한 뮤지컬을 바라보며, 연수가 탄성을 내뱉는다. <위치드>나 <도그즈>같은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같은 데에 비할 것은 당연히 아니나, 졸업생들이 한 달만에 준비했다기에는 엄청난 퀄리티다.
만약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대학로에 공연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싶다.
“…대박이네.”
심지어 방금까지 꾸벅꾸벅 졸던 의재조차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을 홀린 듯이 지켜보고 있었다.
남편이 죽고, 홀로 장례식을 치루며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한다. 그 사이, 20분짜리 극은 점점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달았다.
[남편은 이제 죽어 없고. 하나 남은 아들만 있네.]
[나는 어떻게 하나, 고민할 시간조차 없어.]
[나는 왜 이렇나, 억울해할 시간도 없고.]
[힘든 순간에 생각나는 건 계란죽인데.]
[아픈 남편도 먹은 계란죽을, 왜 나한테는 끓여주는 이가 하나도 없는지.]
상복 위로도 앞치마를 입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의 구슬픈 노래에 청중들의 마음이 동한다. 그런 어머니를 향해, 자그마한 아들이 달려온다.
아이의 손에는 자그마한 컵이 들려 있다.
[오, 얘야. 그 컵에 든 건 뭐니?]
[계란죽이에요.]
[하지만 따뜻하지 않구나.]
[다 식어버렸어요.]
[안에 계란이 든 것 같지도 않구나.]
[다 타서 버렸어요.]
[게다가 이건… 죽도 아닌데.]
[죽을 하는 법을 몰라서 밥으로 만들었어요. 그러면 엄마, 이건 물에 만 밥인가요?]
[그럴 리가.]
어머니가 달려온 자신의 아들을 폭 껴안는다.
[이건 누가 봐도 계란죽이로구나]
[네가 만든 첫 번째 요리란다.]
[그러니까, 나를 위해서 만든.]
[이 죽을 다 먹을 동안, 좀 쉬고 싶구나.]
[아주 잠깐만 기다려 주렴.]
그런 어머니를 뒤로한 채, 아이 역의 배우가 무대 가운데로 걸어 나와, 제4의 벽을 뚫고 관중들에게 말을 걸었다.
“제 계란죽은 제가 생각해도 형편없었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제 음식을 보고 기뻐해 주셨어요. 어째서 그랬을까요? 한 십 년쯤 지나면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무대가 잠깐 꺼졌다 켜지고.
그 어린 아이는 어느새 학사모를 쓴 학생으로 훌쩍 자라나 있다.
입은 옷은 한국대학교의 졸업식 복장이다.
“어머니, 벌써 십 년이 지났습니다. 이제야, 그때 어머니가 왜 제 계란죽을 보고 우셨는지 알 것 같아요.”
“어머니에게는.”
“그냥 잠깐, 쉴 시간이 필요했던 거였어요.”
“슬픔을 떨칠 시간이.”
그렇게 말하며, 학사모를 쓴 배우는 쓰러진 어머니를 향해 절을 한 번 올린다.
“감사합니다, 모든 게 당신 덕분이에요.”
“그러니까 이제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어머니.”
“당신의 자식이 이제 당신의 그늘이 되어 줄 차례니까요.”
웅성웅성.
지금까지 졸업이라는 즐거움에 빠져, 자신을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게 해 준 부모님을 잠시 잊고 있던 이들이, 강당 뒤편에 모인 부모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당신들에게도, 어머니가 있겠죠.”
강당 위에 있는 배우가 천천히 독백한다.
“그리고 당신들에게도 기쁜 날이 있겠죠.”
힘 있으면서도, 동시에 애달픈 목소리로.
배우가 느지막하게 이야기한다.
“기쁜 날마다, 저는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이름을 불러요.”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대로 커튼이 내려오고, 뮤지컬은 끝났다.
하지만 뮤지컬의 끝일 뿐, 그 뒤는 남았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이야기는, -끝-이라는 이야기만으로 끝나지 않으니까.
“엄마.”
“어머니.”
그런 소리가, 관중들 사이에서 조금씩 새어 나온다. 그리고 곧, 그들의 독백은 거대한 파도가 되어 한국대학교의 연단을 가득 메꿨다.
“어머니, 감사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엄마, 아빠!”
관중석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비슷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그 어떤 시인의 칭찬보다, 그 어떤 앙코르 외침보다도 더욱 더 기꺼운 모습이었다.
저 외침은, 이 뮤지컬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관객에게나, 배우에게나, 원작자인 형우에게나.
참으로, 잊지 못할 졸업식이었다.
* * *
기나긴 여운을 뒤로한 채, 졸업식은 계속됐다.
바뀐 게 없는 것처럼 보여도, 조금은 바뀌었다.
방금까지는 그저 무언가를 끝냈다는 것에 기뻐하던 학생들이, <굿 이브닝, 마더>를 본 이후부터는 자신의 성취 뒤에 숨어있는 부모님들의 헌신을 다시금 기억해 냈으니.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듯, 학생들은 더없이 진중한 표정으로 재학생 대표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었다.
“…저희 졸업생들은 학교를 나선 후에도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잊지 않고, 언제나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은 채 사회의 리더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것을 엄숙하게 선서합니다.”
그 말에 맞춰, 학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동시에 손을 들어 올렸다.
“재학생 대표.”
“재학생 대표!”
현수의 선창에 맞춰, 강당에 모인 오천의 학생들이 후창한다.
“조현수.”
“김연수.”
“고태희.”
“서의재.”
하지만, 마지막의 이름만큼은 자신의 이름을 넣는다. 이곳에 모인 모든 학생들이 한국대학교의 대표들이라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현수를 향해, 현수의 지도교수이자 문창과의 대모인 한다은 교수님이 뚜벅뚜벅 걸어온다.
“지금까지 수고가 많았구나.”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래.”
더없이 인자한 표정으로, 한다은 교수님은 자신의 애재자를 향해 졸업장을 내밀었다.
감정표현이 많지 않은 현수조차도 그 순간만큼은 감격스럽다는 듯이 손을 살짝 떨었다.
“이상으로, 올해 학위 수여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후에 사회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이상.”
짧지만 강한 연설로, 졸업식이 끝났다.
“와아아아아!”
동시에, 박수와 함성이 흘러나오고.
강당의 높은 천장 위로 학사모가 솟아오른다.
고점을 찍은 학사모는, 천천히 학생들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아악! 나 얼굴 맞았어!”
“나한테 학사모 던진 자식 누구야?”
“…내 학사모 천장 전등에 걸렸는데?”
강당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그 모습을 본 한다은이 흐뭇하게 웃었다.
‘…다 끝나고 나가서 던지라니까. 아니면 적어도 살살 던지던가.”
매년 하는 조언이지만 지켜진 적은 한 번도 없으니. 이 또한 학교의 순환인가 싶다.
* * *
“에잇, 1등만 예뻐하는 더러운 세상!”
의재가 투덜거렸다.
“왜 현수 놈은 거기서 졸업장 받고, 우리는 또 조교실에 교수실에 과 사무실까지 들러야 졸업장 주냐?”
“…당연한 거 아녜요?”
연수가 한숨을 푹 쉬었다.
“졸업생이 오천 명인데, 거기서 하나하나 졸업장 주면 한 사람당 10초 세도 열다섯 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한국대학교 학사팀이 세상에서 제일 긴 졸업식으로 기네스북 등재라도 노리고 있지 않은 한,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어라?”
의재와 투닥대며 걸어가던 연수의 눈에 두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늘 대표 연설 좋던데?”
“형우 네 공연만 할까.”
과 최고의 기재로 평가받는 두 선배, 현수와 형우가 서로 훈훈하게 덕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내 공연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래. 나는 사실 원작 조언만 조금 해 주고, 시나리오는 박 교수님이 직접 썼거든.”
“박 교수님이라면….”
“응, 백발로 다니시는 공연과 교수님.”
“알아. 예전에 수업을 들은 적이 있거든.”
“그 외에도 뭐, 무대는 미대생들이 꾸몄고 곡은 음대생들이 짰고. 나는 그냥 이름 올린 정도지…… 꾸엑!”
갑자기 형우의 허리가 90도로 접혔다.
연수가 달리는 속도 그대로 형우의 허리에 냅다 몸통박치기를 해 버린 탓이다.
“뭐, 뭐야…….”
“선배!”
연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형우를 노려봤다.
“이런 거 있으면 미리 이야기를 해 주셨어야죠! 깜짝 놀랐잖아요!”
“그게… 음대 교수님이 서프라이즈로 하자고.”
묘하게 하이든스러운 스타일을 고수하던 음대 교수님의 아이디어였다.
하이든은 궁중 악사로 재직하던 시절, 연주할 때마다 귀족과 왕족들이 꾸벅꾸벅 조는 것이 아니꼬워서 <놀람 교향곡>이라는 곡으로 졸던 사람들이 혀를 깨물도록 한 일이 있는 작곡가였으니.
“외모뿐만 아니라 그 성정도 묘하게 하이든스러운 교수님이었다는 거지.”
“어떤 교수님인지 알 것 같네요.”
연수의 말에, 의재와 현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음대 교수님들은 그런 느낌이 있지.”
“뭐랄까 겉모습만 봐도 ’나 음대 교수요‘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른 과 교수님들은 안 그러는데.”
“……예전에는 모차르트처럼 가채 쓰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어.”
그 말을 들으며, 형우가 씩 웃었다.
“아무튼, 너희도 졸업 축하해.”
보통은 이 다음에 ‘졸업하면 뭐 할 거야?’ 같은 걸 물어보는게 순서겠지만,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질문이다.
형우와 연수는 작가, 의재는 만화가, 현수는 평론가이자….
“대학원 간다고?”
“응.”
“…거길 대체 왜 가냐?”
모두가 동시에 표정을 굳혔다.
“너 대학원생들 얼굴 못 봤어? 맨날 죽어서 다니던데.”
“죽어서 다니면 다행이지, 저는 자기 담당 교수 죽여버리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봤어요!”
“거긴 지옥이야, 현수야. 다시 생각해라. 너 지금 평론가로 잘 나가고 있잖아! 왜 지옥을 걸어서 들어가려는 거야?”
“지옥보다는 무덤이죠, 무덤. 사람들이 다 썩어서 피골만 상접하게 다니잖아요!”
“나는 대학원 가느니 차라리 군대 한 번 더 가겠다는 형님도 본 적 있어.”
그때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현수였지만, 마지막 말을 들은 후에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찔한다.
녀석도 어쩔 수 없는 대한민국 군필자라는 거다.
“에이, 설마 그러겠어?”
현수가 웃는다.
“어차피 배움의 장일 뿐인데.”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딱히 더 할 말은 없다.
“…힘내세요 선배.”
“죽지 말고.”
“파이팅!”
각자에게 덕담 비슷한 것을 한마디씩 들은 후, 네 명은 옹기종기 모여 교수실의 문을 열었다.
“너희가 1등이로구나.”
한다은 교수님이 씩 웃었다. 하기야, 남들은 동기랑 인사한다 가족이랑 사진 찍는다 난리가 났는데, 이 넷은 그런 것도 없었으니.
“네 명 모두 부모님은 따로 안 오셨니?”
“안 오셨습니다.”
형우의 어머니가 말하길, 이미 취업까지 당당하게 마친 자식인데 졸업식이 뭐 대수냐고 하셨다.
다른 셋의 사정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 친구들은? 사진 찍을 애들 없어?”
“친구… 는 여기 있는 게 전부인데요.”
“아까 보니 태희는 줄 세워서 사진 찍던데.”
“…걔는 인싸잖아요.”
그게 인싸면 그 반대인 너희들은 아싸들이로구나,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오늘은 덕담으로 꽉 채워도 모자란 졸업식이 아닌가.
“뭐, 내향적인지 외향적인지가 작가에게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그보다 중요한 건, 너희들이 작가로서 훌륭하게 자라났다는 거란다.”
비록 문창과라고 하지만, 졸업생 중에서 글과 관련된 일을 하는 건 한 기수에 보통 서너 명에 불과하고, 작가가 되는 건 그보다도 더 적다.
게다가, 작가가 됐다고 끝인 것도 아니다. 작가로서의 길은 오직 스스로 걸어가야 하는 험난한 길. 그 초입에 들어서고서도, 결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 넘어지는 제자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모이는 네 명의 제자들은 꿋꿋한 마음을 가지고 창작의 길로 나아가고 있으니.
스승으로서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을까.
“고생 많았다, 애들아.”
그렇게 말하며, 한다은은 기꺼운 마음으로 준비해 뒀던 졸업장을 그 네 명한테 내밀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기도했다.
앞으로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길을 당당하게 나아가 주기를.
* * *
“갔군.”
“그러네요.”
학생들이 떠난 교수실을 홀연히 찾아온 것은, 문창과의 또 다른 교수인 천병옥이었다.
“딱 네 명이군.”
“그러게요, 네 명이네요.”
둘의 머릿속에 동시에 떠오른 것은 30년도 더 전에 있었던 한국대학교의 졸업식이다.
“그때는 멋들어진 교정도 없었죠.”
“신식 건물도 없었지.”
“요즘 애들은 3건물에 엘리베이터가 느리다고 뭐라 하던데, 우리 때는 그냥 걸어 올라갔잖아.”
“…뭐, 시대가 바뀐 거지.”
“맞아요.”
한다은이 한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그때는 저희도 네 명이었는데.”
현대 문학에 많은 족적을 남겨 한국대학교의 3강强이라고 불리우는 한다은, 천병옥, 윤정식.
“그리고 진아까지.”
“…….”
진아, 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가끔은.”
의외로,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천병옥이다.
“……그때가 그립군.”
“맞아요.”
그렇게 말하며, 한다은은 바깥을 바라본다.
“그래서일지도 모르죠. 제가 교수를 하는 건.”
방금 교수실에서 나간 네 명의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교정을 가로지르는 것이 보였다.
“미련을 못 버린 거죠. 하하, 우습지 않아요? 교수라는 인간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이유가 문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의 미련 때문이라니.”
“우습지 않다.”
아이들을 바라보며, 천병옥이 말했다.
“네가 미련 때문에 교단에 섰더라도, 네 가르침을 받은 아이들이 문학을 보았다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일 테니.”
또 눈가가 시큰하다. 시도 때도 없이 눈이 가려운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다행히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한 교수! 한 교수!”
눈물이 나오기 직전에, 누군가가 문을 벌컥 열었다. 공연예술과의 박 교수였다.
“지금 난리가 났네! 총장님이 <굿 이브닝, 마더>가 너무 마음에 드셔서 내년에도 공연이 가능하냐고 물어보셨단 말야!”
“총장님이요?”
그 말을 들은 한다은 교수가 씩 웃었다.
“일단 앉아서 말씀하세요. 숨 좀 고르시고요. 그래서 총장님이 뭐라고 하셨다고요?”
형우는 한국대학교를 졸업했지만.
그 발자취는 아무래도 꽤나 오래 남을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