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상을 쓰겟다-133화 (133/200)

#132

문학은 인간의 삶에 어떤 기능을 하는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문학 따위 삶에 전혀 필요가 없다며 시인무용론詩人無用論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詩學을 편찬하며 문학의 위대함을 나눴다.

그 후로 2,500년이 지난 지금은?

몇몇 정신분석자들은 소설을 보고 ‘인간의 무의식에 질서를 부여하여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평했고, 대중평론가인 슬라보예 지젝은 ‘소설이야말로 인간의 미래.’라며 극찬했다.

이 수 많은 말들 중 하나의 정답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겠지.’

소설이란 인간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인간과 닮아 있다. 한 인간이 누군가에겐 쓸모없고, 누군가에게는 연구의 대상이고, 누군가에게는 평온함이고, 누군가에게는 미래이듯이, 소설 또한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므로 자신이 쓰는 소설도 어느 순간, 어떻게 쓰냐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하리라.

플롯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이야기다.

[그리고 내 시야를 3분의 2 정도로 쪼개며, 자그마한 발 하나가 움푹 자리한다. 그 발은 곧 무릎이 되고, 손이 되고, 목소리가 된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저번에는 딱 이 부분에서 멈췄다. 죽음을 예감한 순간 자신의 손을 잡은 소녀. 그 모습을 본 주인공은 어떻게 생각할까.

아니, 소설이 인간의 이야기라면 이 또한 인간의 이야기가 되어야 옳을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꿨다.

20년도 더 전에, 죽기 직전 자신의 손을 잡았던 이진아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추측이나 망상, 그리고 소설의 차이는 뭘까. 여기서는 정신분석학자들의 말을 빌리고 싶다. 정돈성과 디테일의 차이라는 언급 말이다.

형우는 천천히, 이진아의 삶을 떠올린다.

‘알고 있는 정보는 단편적이야.’

소설가 지망생, 할머니와 함께 살아감, 천식 환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죽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음.

일단 자살은 아니다. 천식이라는 방법은 스스로 죽어가기에 너무나도 길고 지지부진한데다가 불확정성이 너무 강하다. 그렇다면.

“절망했구나.”

절망이란 컵에 물을 똑똑 떨어트리는 것과 같다. 어제까지는 참을 수 있을지라도 오늘 떨어진 아주 사소한 한 방울의 물 때문에 넘칠 수도 있는 것. 어렵게 살아온 이진아는 충분히 절망한 상태였고, 그러던 도중 골목길에서 천식이 도졌다.

담배꽁초 가득한, 세상에서 버려진 듯한 골목길에서 홀로 느끼는 고통. 그것이 마지막 한 방울이었나. 그 순간 절망은 치사량을 넘겼나.

여기까지만 보면 비극이지만, 형우는 그 순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비극처럼 보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 아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은 어디까지나 <오델로>, <헴릿>, <리어 왕>, <맥베스>이니.

그리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비극이 아닌 이유는, 그 끝이 가문의 화해라는 희망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이진아의 삶도, 같은 이유로 비극이 아닐 수 있을까. 죽기 전 만난 한 아이로 인해서.

마지막에 자신을 보며 했던, ‘아아, 아.’라는 그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왜 우는 아이를 달래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말은,

타다다닥-

형우의 손이 천천히 자판 위를 걸었다. 평소처럼 내달리지 않고, 아주 천천히.

[자신의 손을 붙잡은 자그마한 온기를 느끼는 순간, 뭐랄까. 잊고 있었던 삶에 대한 의욕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살고 싶다.]

[그렇게 중얼거렸으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훨씬 더 간략한, 어린아이의 옹알이 같은 말일 뿐이었다.]

[아아, 아.]

[아아, 아.]

그 말은 어쩌면, 살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우는 아이를 말리지 않은 이유도, 아이가 크게 울어서 자신을 도와줄 누군가를 불러주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부족한 부분을 상상으로 채우며, 글은 이어졌다.

[아직은 죽고 싶지 않아. 그 일념으로 손끝을 바라봤다.]

그리고 이 다음부터가, 진짜로 쓰고 싶었던 말들이다.

[움직여라, 손가락 끝아!]

[한참을 되뇌자, 손끝이 꿈틀거렸다.]

[그렇게 천천히, 온몸이 움직일 때까지. 소녀는 내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 뒤에서부터는, 현실과는 조금 다른 결말이다.

[괴로운 시간이 지나고, 철호는 다시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렸을 때. 소녀는 이미 떠난 후였다.]

쿠앤틴 타란티노가 <원스 어 폰 어 타임 할리우드>라는 작품에서 그러했듯, 비참한 현실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뒤덮는다.

누군가는 그저 정신승리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형우에게 있어서는 위로의 행위다.

[여전히 손금마다 느껴지는 온기를 바라보며, 나는 힘겹게 인사했다.]

죽은 이진아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고.

[살아서든 죽어서든, 어디서든 행복하기를.]

두려움을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네 살배기 자신에 대한 위로이기도 했다.

“다 썼다.”

마지막 문장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누군가 말했듯이, 글쓰기란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순간이 분명 있는 법이니.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인가 보다.

* * *

작업실.

작가라는 인종에게 작업실은 꽤 중요하다. 누군가는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컴퓨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직업인데, 뭐하러 돈 아깝게 작업실을 따로 두나? 그냥 집에서 하면 안 돼? 하지만 그건 정말로 모르는 소리다.

인간의 뇌란 의외로 비합리적인 기관이라서, 같은 일을 해도 어느 장소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효율이 달라진다고 한다. 같은 운동을 해도, 집에서 수행할 때랑 헬스장에서 수행할 때의 능률이 다르다는 이야기다. 물론 헬스장에서 하는 쪽이 당연히 높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괜히 작가들이 빈방을 두고서도 따로 작업실을 구해 출퇴근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허어.”

추리링에 운동화라는, 드라마 속에 묘사되는 작가와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여자가 작업실에 앉아 한숨을 푹 쉰다. 하지만 사실 그녀는 그런 작가들과는 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단 입고 있는 트레이닝복은 189만 원짜리 신상 구찌 트레이닝복이고, 신고 있는 운동화는 그보다 더 비싼 244만 원짜리 한정판 조던이다.

“우희야.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니?”

“아빠는 학교 안 나가요?”

“교수도 휴가는 있다. 방학 때밖에 못 쓰는 귀중한 휴가지.”

“귀중한 휴가면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시지. 딸 작업실은 뭐하러 왔대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천우희의 표정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서로 연락도 안 하던 사이었는데, 요즘 들어서는 아버지인 천병옥과 농담도 따먹을 정도로 부쩍 친해진 부녀관계다.

평소라면 ‘아빠 왔어?’하며 기분 좋게 식사라도 하러 갈 텐데, 오늘은 왠지 그럴 기분도 나지 않는다. 천병옥이 물었다.

“뭐 소설이 막히기라도 한 거냐?”

“그건 아닌데….”

“소설 막힌 거 아니면 작업실에서 한숨 쉴 일이 뭐가 있어?”

“……그게요.”

딸이 미간에 석 삼三자를 그렸다. 소설이 아니라면 대체 뭘까. 천병옥의 시선이 딸에게 멈췄다.

“내가 아는 친구 이야기인데.”

천병옥은 바보가 아니다.

‘아는 친구 이야기’로 이마에 석 삼자를 그리는 사람은 세상에 흔하지 않고, 자신의 딸은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서 ‘거짓말 마! 네 이야기잖아!’라고 하면 들을 말도 못 들을 게 뻔하니, 그냥 적당히 모른 척 하면서 둘러대기로 했다.

“으음. 친구가 뭐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그러더라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뭔가 이유가 없어서 못 만나겠다고.”

천병옥의 시선이 45도 각도로 이동한다. 뭔가 100% 누구 이야기인지 알 것 같다.

‘맙소사.’

천병옥의 미간에도 딸과 같은 석 삼자가 생겼다.

자신의 작품 속에서는 순애부터 SM까지 온갖 형태로 남자들을 후리고 다니는 딸이었지만, 본인 연애에는 이토록 무지하다니.

‘개그만화가가 실제로 보면 안 웃기고, 액션 영화 감독이 굳이 싸움 잘할 필요 없다지만 이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허어.’

천병옥은 그 남자가 누구인지까지 순식간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니, 모르면 바보다.

김형우. 그 놈말고 없지 않은가.

‘내 딸이 벌써 그럴 때가 됐구나.’

스피드 시대인 21세기라는 걸 감안하자면 솔직히 말해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아무리 늦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달이 다른 남자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나마 말만 번드르르한 핸드폰 판매원이나 팔뚝에 문신 가득한 중고차 딜러가 아니라 김형우라는 게 다행이기는 하지만.’

하지만 역시, 더 듣고 있기가 괴롭다.

딸의 사생활 같은 건 알아도 모른 척하는 게 아버지라는 생물의 미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말을 넘겼다.

“그런데 딸아. 보통 이런 이야기는 친구랑 하지 않니?”

“어, 그게.”

천우희가 쩔쩔맨다.

“내가 그, 서울에 혼자 올라와서. 친구가 별로 없거든….”

아까는 분명 ‘아는 친구 이야기’라고 했잖아! 제발 자기가 말한 것 정도는 기억해라!

이건 오나전 자기 입으로 ‘이거 내 이야기에요.’ 하는 것과 다름없는 자백이 아닌가.

천병옥이 한숨을 푹 쉬었다.

‘딸의 연애 코치라니.’

속에서 열불이 뻗치지만, 일단은 넘어갔다.

이미 성인이 된 딸에게 이런 일로 어쩌고저쩌고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니.

“일단은 말이다. 그 친구에게 전하렴. 일이라는 건 찾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거라고.”

“만드는 거?”

“그래. 네 소설에도 나오잖아. <블랙기업이지만 사장님 얼굴이 복지라 괜찮아요!>의 32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여주랑 데이트하려고 어떻게 하지?”

“으음, 안 다쳤는데 다친 척 팔에 붕대를 매고 출근하지. 아, 그런 식으로 하라는 거야?”

진짜 몰랐던 건가?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다.

이걸 소설과 현실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그다음에 여주한테 들켜서 혼나잖아. 차라리 데이트하고 싶으면 그렇게 말해요! 걱정되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라고.”

“걱정이 안 될만한 짓을 하면 되잖아. 예를 들어서, 뭐… 공통 관심사를 같이 하자고 한다던가.”

“공통 관심사? 그게 뭐가 있을까?”

소설 말이다, 소설!

그렇게 외쳐버리고 싶은 천병옥이었으나 눈을 질끈 감고 떠듬떠듬 말을 이었다.

“그건… 그 친구가… 알아서… 생각해야지? 내가 그, 네 친구랑, 그 남자가 뭘 하는지는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게 겨우겨우 말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장하다 천병옥!

만약 ‘노벨 눈치 빠른 아버지 상’이 있었다면, 이 순간 대한민국의 노벨상은 두 개가 되었을 테다.

* * *

“뭐야, 이게.”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낀다는 11m. 그 앞에서 천우희는 두 다리를 달달달 떨었다. 눈앞에 주마등 비슷한 게 좌르륵 스쳐 지나갔다.

‘분명 김형우한테 연락했었지.’

공통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따라, 형우에게 연락을 한 천우희는 액션에 대해 좀 알려달라고 했다.

조만간 소설 내에서 박진감 넘치는 액션신을 한번 써 볼까 하는 생각이 조금이나마 있긴 있었으니, 완전 거짓말은 아닌 셈이다.

‘액션이요? 마침 잘 됐네요!’

형우는 흔쾌히 승낙했다.

‘저도 요즘 좀 액션신이 부족하다 싶긴 해서 뭣 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말 나온 김에 저랑 혹시 어디 좀 안 가실래요?’

‘엇, 어엉? 어디를 가자고?’

‘캠프요.’

‘캠프? 갑자기 왜?’

‘액션 배우기에 좋은 곳인데, 싫어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갑작스러운 급발진에 좀 당황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OK를 했다. 액션을 배우는 거랑 불피우고 마시멜로 구워 먹는 게 무슨 상관이지? 싶기는 했지만, 워낙에 엉뚱한 형우니만큼 그러려니 했다.

‘아니면 혹시, 쟤도 나랑 놀고 싶었나?’

그렇게 생각하면 침대 속에서도 발을 동동 구르게 됐고, 기대감에 그만 잠을 설치고 말았다. 그대로 부족한 잠을 버스에서 채우고 말았으며….

그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다들 뭐합니까! 여기 놀러 왔습니까!”

눈을 뜨자마자 천우희가 봤던 것은, <교관>이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힌 빨간색 모자였다.

“뭐, 뭐야?”

“당장 일어나서 환복합니다! 실시!”

……형우가 ‘액션을 배우기 좋은 곳’이라며 데려온 캠프의 정체를 그제서야 알았다.

해병대 훈련 캠프.

“미친 새끼!”

졸린 눈을 비빌 새도 없이 군복을 입고 달리고, 바다에 입수하고,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갯벌 먹고, 갯벌이 싱겁다 싶어서 바닷물도 먹었다.

몇 번이나 ‘집에 갈래!’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차마 말은 못 했다. 일단 서슬 퍼런 교관의 눈빛이 너무 무섭기도 했고, 뭣보다 형우 녀석에게 지고 싶지가 않았다.

웹소설 어워드의 뒷풀이 날, 앞으로는 그 어떤 것도지지 않겠다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이건 좀…….’

아무리 대쪽같은 다짐이여도 11m점프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 흔들리는 법이다.

‘……포기하자.’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옆에서 형우가 폴짝 뛰는 게 보였다.

“으아아아악! 13번 김형우, 시행!”

“시행!”

뭔가 뛰어내리기 전에 자신을 보면서 비웃은 것도 같다.

‘에게, 이것도 못 하세요? 그러니까 네이비 웹소설 어워드에서 나한테 졌지!’

천우희의 승부욕이 만들어 낸 환청이었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말했듯이, 비록 환청일지언정 그걸 들었을 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빡친다면 그건 실재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천우희는 교관은 좋아하고 치과의사는 싫어할 만한 행동을 했다.

이를 악물었다는 뜻이다.

“너한텐 아무것도 안 진다!”

그렇게 외치며, 천우희가 폴짝 뛰어내렸다.

“으아아아악!”

11M는 정말, 더럽게 길었다. 내려오자마자 미리 기다리던 형우가 툭 던지듯 말했다.

“잘 뛰던데요. 깜짝 놀랐어요.”

“뭐든지 너보다는 잘해.”

투덜거리면서도, 그 칭찬에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는 천우희였다.

* * *

“김형우 훈련생, 천우희 훈련생. 수료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샤워실은 저쪽에 있으니까, 씻고 가세요.”

훈련이 끝나자마자 교관은 목소리부터 바뀌었다. 이 또한 프로페셔널한 직업 정신인가 싶다. 교관이 말해 준 쪽으로 가서 일단 몸에 물부터 끼얹었다.

“따뜻한 물은 나오네.”

그렇게 몸을 닦고 환복한 뒤 밖으로 나와서 천우희를 기다렸다. 천우희는 30분 정도 후에 나왔다.

“어때요, 할 만했어요?”

“뭐. 별것도 아니던데.”

천우희가 허세를 반쯤 섞어 이야기했다. 아까는 죽을 것 같은 표정이더니.

“한 번 더 할까요? 심화반도 있던데.”

“…놀이공원 기구 말하듯이 말하지 마.”

자존심은 있지만, 적어도 몸에 해가 될 만큼의 자존심은 부리지 않는 게 또 천우희답기는 하다.

“이야기 들었죠? 다음 주부터 플랫폼 사업 시작한다는 거.”

“응.”

천우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우가 해병대 캠프를 온 데에는, 앞으로 빡세질 때를 대비해서 미리 정신무장을 한번 하고 가자- 같은 의미도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식의 워밍업을 할 시간 자체가 없을 테니까.

앞으로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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