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상을 쓰겟다-127화 (127/200)

#126

어머니도 그렇고, 연수도 그렇고, 천우희도 그렇고… 상 못 받았으면 진짜 어색해질 뻔했다.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형우는 천천히 연단 위로 걸어 올라갔다.

사회자가 건네는 트로피를 받아들고,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연단에서 바라보니, 아래 있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다 보인다.

“흐음, 수상 소감 혹시 준비해 오셨나요?”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사회자가 묻는다. 형우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여준다.

“으흠, 그거 한 장?”

“네.”

“…글씨를 엄청 작게 적으셨나 보네요!”

와하하- 또 다시 웃음이 터진다.

개그맨 출신인 MC답게, 상황을 쥐락펴락 하는게 참 자연스럽다. 저런 사람을 볼 때마다, 과연 프로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면 자신은, 이제 프로라고 할 수 있을까.

“먼저, 감사해야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드는데,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기억이 다 안 나네요. 읽겠습니다, 읽을게요.”

“네네,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형우가 그대로 준비해 온 대본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일단은, 처음으로 저에게 이 길을 소개해 줬던 친구 현수가 생각납니다.”

그 외에도, 형우의 첫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민준 삼촌, 편집자인 지원, 후배인 연수, 믿을 수 있는 동료인 천우희, 그리고 독자들과 팬들. 그 외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읽었다.

“그리고 또….”

거기에서, 형우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안 보이네요, 번져버려서.”

어느새, 두 눈에 소리 없이 눈물이 흘렀다.

투명한 것이 시야를 가린다는 게, 참으로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는 안 울 줄 알았는데, 눈물이 저를 찾아왔네요.”

늘 그렇다. 눈물이란 녀석은 늘 소리 없이 찾아와 자기 멋대로 흐른다. 엉엉이니, 흑흑이니 하는 말들은 모두 목이 내는 소리이지, 눈물이 내는 소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거기에 대고, 주륵이니 또르륵이니, 들리지도 않는 의성어를 붙이고 보이지도 않는 의태어를 칠한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나 작고 투명한 것이 이토록 크게 마음을 움직이는 까닭을 영영 이해할 수 없을 테니.

그러니 이것저것 의성어와 의태어를 덕지덕지 칠해서 속이는 거다. 눈물은 사실 아주 큰 것이라고.

큰 것에 마음이 흔들리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니까.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 이름이 있을 텐데, 수상 소감이 다 젖어버려서, 그러니까 끝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렇게 똑같은 말을 몇 번이나 하면서, 형우는 어머니가 있는 방향으로 크게 절을 했다.

눈물로 시야가 완전히 번졌어도, 흐려졌어도.

어머니의 표정만큼은, 생생하게 보였다.

어쩌면 가족이란 건, 눈이 아니라 오감으로 보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어머니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

형우는 그쪽으로 가서, 어머니를 꽉 안아 줬다.

“와아, 이거 좀 감동적인데요?”

그 광경에, 사회자도 눈물을 슬쩍 닦았다. 동시에 연단 전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렇게 3분 정도, 연단의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쯤, 사회자가 다시 마이크를 쥐었다.

“자, 이제 마지막 차례죠? 웹소설 어워드의 꽃!”

올림픽의 꽃이 마라톤이듯, 시상식의 꽃이라 함은 당연히 대상 수상이다. 사회자가 열변을 토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럼 마지막 발표가 있겠습니다. 올해의 웹소설 어워드, 영예의 대상 수상자는….”

두구두구두구- 드럼 소리가 식장을 가득 채웠다. 예능 프로였으면 ‘광고 후에 계속됩니다.’라는 문구가 떴을 게 분명하다.

형우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사회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언젠가 자신도 저 자리에서 대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저 영예의 자리에 올라갈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집중했다.

사회자가 잠시 뜸을 들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스포트라이트가 조금씩 형우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올해의 웹소설 어워드 대상 수상자느으은!”

이 근처 테이블에 앉은 사람인가? 주위를 열심히 둘러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형우의 머리 위에서 떠나지 않는다.

약 3초의 정적이 흐른 뒤,

“참새치, 김형우 작가님의 <아이언 타이거>입니다! <전설의 보안관>에 이은 2관왕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 * *

퍼벙, 펑! 무대 양 쪽에서 폭죽이 터져나간다.

귀가 멍멍했고,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야 사회자가 아까 말했던 ‘한 장밖에 준비 안 해오셨나 봐요?’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상을 두 개 받을 거라는 뜻이었나?’

이번엔 오히려 아까보다 박수 소리가 작다. 부족한 박수 소리 대신 자리를 채운 것은 다른 작가들의 웅성거림이었다.

“뭐야? 2관왕?”

“그게 말이 돼?”

“어어, 잠깐만, 규칙상으로는 한 작품에 상 하나라고는 되어 있는데, 한 작가가 상을 두 개 받지 말라는 법은 없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들 당황한 눈빛으로 형우를 바라본다. 하지만 누구보다 당황한 건 형우 자신이다.

“어, 어. 그러니까….”

방금 장르상을 받을 때 감정을 다 쏟아내서 그런지, 이번에는 기쁨보다는 당혹감이 앞섰다.

“참새치 작가님! 빨리 나오세요!”

멍하니 서서 눈을 끔뻑거리는 형우를 향해, 사회자가 손짓했다. 옆에서 천우희와 연수도 형우의 등을 떠밀었다.

“빨리 나가요, 선배!”

“…하, 내 대상이 어디 갔나 했더니만.”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천우희와 연수의 손에 이끌려서, 어정쩡하게 연단에 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사회자가 씩 웃었다.

“흐음, 2관왕은 예상 못 하셨나 봐요?”

“예, 예. 그렇습니다.”

“주최 측에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해요. 한 사람한테 상을 두 개 주는 게 맞나? 그런데 어쩌겠어요? 결과가 그렇게 나왔는데?”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이 늘 좋아하는 서사들이 있다. 무시 받던 어떤 이가 자신을 무시하던 잘난 사람에게 결국 인정받는 언더독 서사도 그중 하나다.

<아이언 타이거>에 붙은 ‘권위적인 문단조차 인정한 웹소설’이라는 타이틀은 사람들이 원하는 언더독 서사를 정확하게 충족시켜 줬다.

가장 훌륭한 웹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아이언 타이거>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웹소설이었던 것이다.

“…어, 이게.”

뭔가, 말문이 턱 막혔다. 대상이라니.

이럴 거면 말이라도 해 주지. 수상 소감을 두 개 준비했을 텐데.

눈물은 아까 다 쥐어짜서 나올 게 없는데.

“으흠, 김형우 작가님이 하실 말씀이 없으신가 보네요! 대상 받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굳이 내가 말까지 해야 되나? 그런 뜻인가요오?”

“아, 아닙니다!”

“하하, 농담입니다. 그래도 좀, 수상 소감을 한 사람한테 두 번 들으면 지루하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준비한 게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스포트라이트가 형우 쪽에서 관객석 쪽으로 이동한다.

움직이는 불빛이, 중년 여인의 머리 위에서 멈췄다.

“어머.”

눈부시다는 듯, 들어올린 손이 스포트라이트를 가린다. 그 손은 방금까지 형우가 잡고 있었던, 어머니의 손이다. 사회자가 그런 어머니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아까 참새치 작가님의 소감을 듣고 눈물 흘리신 분이 많았을 텐데요! 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작가님 어머님을 연단으로 한번 모실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희 어머니를요?”

“어허! 작가님한테 이야기한 거 아닙니다!”

사회자가 혼을 냈다.

“칙칙하게 생긴 작가님이 아니라, 저기 지금 당장 아침드라마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처럼 곱게 차려 입으신 귀부인께 여쭤보는 거예요. 어떠십니까, 어머님. 올라오시겠어요?”

잠시 고민하던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런, 어쩔 수 없겠네요.”

그 모습과 동시에 박수가 터지고, 어머니가 천천히 레드카펫을 밟으며 연단으로 올라왔다.

사회자가 그런 어머니를 천천히 에스코트했다.

“어머님, 올라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예, 사회자분께 하고 싶은 말이 꼭 있어서요.”

“하하하, 저한테요? 뭐지요?”

“으음, 혹시 반말로 해도 되나요?”

“당연히… 상관없지요!”

그 순간, 마이크를 잡은 어머니의 눈길이 사납게 변한다.

“우리 아들한테 못생겼다니, 니가 더 못생겼다, 이놈아!”

어머니의 재치 있는 발언에, 연단 사람들이 와르륵, 하고 웃는다. 사회자는 그 옆에서 한 방 먹었다는 표정으로, ‘에엑, 제가요? 그럴 리가 없는데?’ 하고 머리를 긁적거린다.

“으음, 그럼 못생긴 놈이 감히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뭔가 아드님에게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실까요?”

“여기까지 나왔는데, 없어도 해야지요.”

어머니가 원래 저렇게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었나.

하긴, 어릴 때는 꿈이 배우라고 들었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가 아버지랑 결혼했었지.

그 후로는 배우의 꿈을 잊고 자식을 키웠다.

그런 어머니가, 30년 만에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고, 마이크를 들고서 자신을 바라봤다.

“일단 미안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하고 싶네요. 저는 사실 좋은 엄마가 아닙니다.”

마이크를 쥔 어머니의 손이 살짝 떨렸다.

“아들이 작가가 된다고 했을 때, 저는 많이 반대했습니다. 힘든 길을 걸어간다는 걸 알면 옆에서 함께 있어 줬어야 했는데, 괜히 힘든 길 걸어간다는 아들이 싫어 모른 척했습니다. 자식만 부모 가슴에 못을 박는 건 아닙니다. 부모도 자식 가슴에 못을 박지요. 원래 부모 자식이란, 그렇게 서로 못 박는 관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서로에게 못을 박는 그 심정이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지만 괴롭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속하기 짝이 없었단다. 하지만, 그 세상의 야속함 속에서도 아들은, 형우는 참 잘도 커 줬다.

“이렇게 사과하기까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말았네요. 8년 전, 저는 아들에게 제발 좋은 꿈을 꾸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남들이 다 인정해주는 변호사, 판사, 의사 같은 것들 말이죠. 하지만,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절대로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어머니의 목소리가 바르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래도 끝내 마이크를 놓지 않고, 한 자 한 자 말을 내뱉었다.

“좋아하는 꿈을 꾸거라, 형우야. 나는 네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꿈을 이룰 수 있었어.”

어렸을 적, 꿈많던 소녀 시절 배우의 꿈을 꿨던 중학생 송윤아는, 어느새 훌쩍 커버렸다.

남편인 철호를 만나고, 형우를 낳았고.

좋은 꿈, 배우라는 꿈은 어느새 잊어버렸지만.

“대신, 또 다른 꿈을 얻었단다.”

그렇게 말하며, 송윤아는 가슴 벅찬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남들이 보기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송윤아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꿈.

“엄마.”

눈물 젖은 그 꿈이, 자신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

“와아.”

연단의 아래쪽에서, 김정수는 입을 쫙 벌렸다.

상을 두 개나 받다니, 들어보니 역대 시상식에서도 몇 번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어때요, 김정수 작가님?”

편집자인 지원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형우 작가님이 요즘 김정수 작가님한테 소설 알려주신다면서요. 맞죠?”

“네, 맞아요.”

“잘 보세요.”

지원이 연단 쪽을 가리켰다.

“정수 작가님에게 글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반짝거리는 메달이 형우의 목에 걸린다. 이미 걸려 있던 메달과 부딪히며 짤랑- 소리를 냈다.

그 순간, 정수는 그 맑고 청량한 소리에 헤어날 수 없이 매료되고 말았다.

자기가 꿈꿔야 하는 것, 목표해야 하는 것.

상상 속에 그리던 작가의 모습이, 손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어엇.”

그 사이, 정수와 형우의 눈이 마주쳤다.

형우가 보란 듯이 메달을 들어 올렸다.

탐나면 가지러 와 봐-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조금만 기다려요, 선생님, 다음에는 제 차례입니다.’

정수는, 남몰래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좀 크게 말해서 옆에 있는 지원에게 다 들렸지만, 고등학생이니 그럴 수도 있지- 하는 넓은 마음으로 못 들은 척 하기로 했다.

* * *

퍼엉!

고기 불판 위로 샴페인 거품이 뚝뚝 떨어졌다.

“작가님들, 진짜로 축하드립니다!”

웹소설 어워드가 끝난 뒤, 스패로우 팩토리의 인원들은 그대로 삼삼오오 모여 근처 고깃집으로 향했다.

형우의 2관왕부터, 천우희의 장르상 수상, 연수의 신인상 수상까지. 경사도 이런 겹경사가 없었다. 8개의 상중 4개를 한 출판사에서 싹 쓸어간 셈이니.

“사장님. 아무리 오늘이 좋은 날이라고 해도 저희 회사 재정으로 이 인원이 소고기를 먹으면 분명 문제가 생길 텐데요.”

“에이, 혜선 씨는 그게 문제라니까? 너무 계산적이야!”

“계산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인 거죠. 한 사람당 2인분만 먹어도 150만 원이 넘게 깨질 텐데. 차라리 평소에 가던 대패삼겹살 집으로 가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어허!”

지원이 면박을 줬다.

“어머님도 계신데 대패삼겹살 대접할 수는 없죠! 그리고요, 원래 회사에서 접대비는 아끼는 거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런 날까지 대패삼겹살 먹이면, 작가님들 도망간다니까요, 그쵸, 형우 작가님?”

“뭐, 저는 대패삼겹살도 괜찮은데.”

“괜찮다는데요?”

“에휴, 물어볼 사람한테 물어봤어야지. 오늘 상 받았으니 넘어가 드릴게요!”

다들 한껏 흥이 오른 모습에, 형우까지 덩달아 기뻐진다. 지원은 내친김에 여기저기 술까지 돌린다.

“일단 조현수 평론가님?”

“평론가님이라니요, 아직 학생인걸요.”

“에이, 겸손도! 제가 웹소설 일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문단 굴러가는 건 알거든요? 완전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한 잔 받으세요!”

현수가 애매한 표정을 짓는다.

“아, 제가 차를 가져와서.”

“대리 부르면 안 되나요?”

“…차가 좀 비싼 거라서.”

“얼마나 비싼데요? 1억 안 되면 마시기!”

“벤츠인데요.”

“좋아요, 패스.”

직장인답게 태세전환이 빨랐다. 지원은 그대로 술을 내려놓고 콜라를 들어올렸다.

“콜라는 괜찮으시죠? 일단 좀 늦긴 했지만, 스패로우 팩토리 대표로서 감사드립니다. 평론가님이 써 주신 <아이언 타이거>의 평론 덕분에 얼마나 저희 회사가 잘 됐는지 몰라요.”

“하하, 작품이 좋은 덕분이지요. 저도 덕분에 좋은 작품으로 평론 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나중에 꼭 한번 들러 주세요.”

그렇게 콜라를 따른 뒤, 지원은 다시 소줏잔을 집어 형우의 옆에 앉아 있는 어머니를 향해 잔을 돌렸다.

“우리 복덩이 낳아 주신 어머님! 한잔 받으세요.”

“네. 형우 다니는 회사 대표님이라고 했죠? 전에 한 번 뵀던 거 같은데, 맞나요?”

“서지원입니다! 다니는 회사는 아니구요, 형우 작가님이랑 공동대표입니다.”

“공동대표?”

어머니의 눈이 아까 대상을 받았을 때보다도 더 크게 떠졌다.

“그, 그러니까, 우리 형우도 회사 사장이라는 거예요?”

“어라, 모르셨어요?”

어머니가 눈을 껌뻑거리며 형우를 바라봤다.

“형우야, 이게 어떻게 된 거니?”

“어, 그게요.”

…어머니한테는 비밀로 해 달라고 말한다는 걸 이런 저런 일이 많아서 깜빡했다.

“너 왜 그거 숨겼니?”

“엄마, 그게요. 회사 크면 말하려고 했죠.”

“나한테는 이야기했어야지.”

아마 조만간 마을 내에 형우가 회사 차렸다고 소문이 쭉 날 것 같다.

‘고향 내려가면 현수막 백 개는 붙어 있겠네.’

그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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