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나 참.”
서의재는 하늘을 향해 숨을 길게 토해냈다. 입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치솟았다.
지금은 여름. 입김이 나오기엔 너무나도 덥고 찝찝한 날씨니, 그 연기의 정체는 담배다.
“이거 역시, 피울 게 못 되네.”
그렇게 중얼거리며, 의재는 바닥에 담배를 대충 버리고 비벼 껐다.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과일가게 아저씨가 그런 의재를 참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이거 아저씨 피우실래요?”
“…뭐라고?”
“피우세요. 전 안 피우렵니다.”
담배를 사서 한 개비만 피우고 다른 사람한테 준다고?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과일가게 사장님은 담배를 받아들였다.
“공짜 담배니 마다하지는 않겠는데. 무슨 일이 있나?”
“오늘 짤렸거든요.”
“저런. 그래서 담배를….”
“TV에서는 이럴 때마다 담배를 피우던데, 뭐 별거 없네요.”
대학교 4학년. 혹은, 청춘靑春.
하지만 그 단어는 그렇게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태어나서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까지. 그 길들은 따지자면 이미 예비되어 있는 길이었다. 어떻게든 걸어가기만 하면 되는, 그런 길.
하지만 이 앞부터는 정해진 것이 없다. 그 치열한 불확정성의 세계 앞에서, 대학생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친다.
동기인 현수나 형우는 이미 자신의 자리를 잡고, 그 기반을 쌓아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며 축하도 해 줬고 부러워도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자괴감도 좀 들었던 것 같다.
‘나는 대체 뭐 하는 거지.’
물론 자신처럼, 아직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학생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괴감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신은 아래를 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었다.
아니, 다들 사실 그렇지 않을까.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인간은 아래를 보는 것보다 위를 보는 일이 더 많은 동물이 되어버렸으니.
그렇게 방황하던 차에 웹툰공방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문창과에 들어왔지만, 의재는 사실 소설보다는 만화를 더 좋아했다. 만화과에 가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그림을 못 그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개인저작이 아닌 공동저작의 시대가 되었다. 이름 있는 만화가는 작화 담당, 스토리 담당, 채색 담당을 따로 둔다고 들었다. 그러니까, 그림을 잘 못 그려도 만화가가 될 수 있는 시대였다.
한다은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서, 의재는 ‘스토리 담당’으로 웹툰공방에 들어갔다. 꿈을 이뤘다는 충족감에 부풀어 오르던 순간.
“어, 의재 씨. 잘 들었어. 일단 청소부터 좀 해 줄래?”
현실이라는 이름의 뾰족한 바늘이 그 충족감을 순식간에 펑- 하고 터트려 버렸다.
공방의 메인 스토리작가는 따로 있었고, 자신이 하는 것은 만화를 그리는 게 아니라 청소를 하고 바닥을 닦고, 가끔 오타를 수정하는 정도였다. 스스로 생각해도 별로 하는 일이 없었고, 결국 잘렸다.
‘생각해 보니, 스토리 작가가 둘이나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게 이유였다. 솔직히, 사실 모르진 않았다. 언젠가 잘릴 거라는 거.
그래도 열심히 하면 달리 봐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애초부터 필요가 없던 사람이 열심히 해 봐야 별로 달라질 건 없었다.
잉여인구는 배제하는 것이 가장 효율성이 좋다. 간단한 경제학이었다.
‘알기야 알지만….’
꿈을 갖고 삼 개월 넘게 한 일인데 결과가 이렇게 끝나다니.
차라리 실패했다면 나름의 양식이라도 됐을 텐데, 이건 실패라고 부르기도 뭐한 시간 낭비가 아닌가. 그런 경험이 주는 건 쓰라림밖에 없다.
“역시 난 담배보다는 술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근처 술집으로 향하던 도중, 형우에게 전화가 왔다.
“무어야? 참치 너 말도 할 줄 아냐?”
…제정신이 아닌 걸 보니 녀석도 술을 잔뜩 마신 것 같았다. 들어보니 안 좋은 일이 있는 듯 했다.
“…뭐, 혼자 먹는 것보다야.”
의재는 그렇게 생각하며, 형우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 *
“여어, 나 왔다.”
의재의 손에는 술안주로 삼기 좋은 새우와 문어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물론 대학생의 술안주로 새우와 문어라고 한다면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그래서 뒤에 한 글자씩을 더 붙였다. ‘깡’. 지금 의재에게 필요한 것도 딱 그게 아닌가.
“무슨 과자를 이렇게….”
“안주 없이 술 먹긴 좀 그렇잖냐.”
“그건 그렇지… 그나저나, 너 괜찮냐?”
“안 괜찮다. 하. 씨발, 존나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말하는 의재의 입에서 담배 냄새가 조금 났다. 그 냄새를 모르는 척 하며 형우가 되물었다.
“무슨 알바였는데?”
“이제 숨겨서 뭐 하냐. 웹툰공방에서 일했어. 하아, 웹툰 나오고 나서 당당하게 알려 주려고 했는데.”
“웹툰공방?”
그 말을 들은 형우가 반색을 표했다.
“야, 그러면 말야. 너, 만화 좀 아냐?”
“어제까진 알았는데, 오늘부터는 모르겠어.”
“농담하지 말고, 이것 좀 봐봐.”
형우가 보라고 내민 것은, 지원에게 받았던 웹툰의 초고였다.
“이게 뭐냐?”
“오늘 편집자님한테 받은 거야.”
“아, 그 웹툰화 어쩌고 했던 거. 자랑하려고 부른 거냐?”
“나도 그랬으면 좋았겠는데….”
“됐어, 좋은 일이었으면 네가 혼자서 술 까고 있겠냐. 보나 마나 문제가 또 터진 거지. 이야기해 봐. 무슨 일인데?”
“그게….”
형우는 C&N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내정치와, 그로 인해 자신의 작품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의재에게 털어놨다. 의재는 웹툰 초안을 눈으로 슬슬 훑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웹소설 작가라는 게 원래 그렇게 일이 많이 터지냐? 하다하다 이제는 뭔 사내 정치까지….”
“…나도 그게 지금 제일 궁금하다.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튼 뭐, 사내 정치 같은 건 나도 잘 몰라. 웹툰공방에서 일한 거야 알바로 고작 삼 개월 일한 거니까. 사내 정치니 뭐니 경험도 못 했지.”
자신이 당한 건 사내정치라기보다는 일방적인 따돌림이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아… 그러냐.”
형우의 표정이 살짝 움찔거렸다. 보아하니 저도 모르게 실망한 표정을 지으려다가, 내색하기엔 좀 그렇다 싶어 재빨리 멈춘 티가 났다.
“벌써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인마. 해줄 말이 아예 없는 건 또 아니니까.”
“…정말?”
“내가 사내 정치는 몰라도 만화는 좀 알거든.”
그렇게 말하며, 의재는 형우의 웹툰을 바닥에 쫘르륵 펼쳐놨다.
“일단 형우, 너는 이 웹툰이 별로라고 했어. 그 별로인 이유가 뭐였어?”
“그게….”
형우가 말을 골랐다.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적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뭐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였다. 마치 선임이 ‘내가 너한테 뭐 나쁜 짓 했냐?’라고 물어보는 느낌이랄까.
그때는 이를 악물고 하나도 없습니다! 라고 했지만, 지금은 경우가 좀 달랐다.
“일단 에이전트 제로 머리가 너무 커.”
“그리고?”
“때리면 혹 나는 연출이나, 코피 뿜으며 날아가는 연출… 그리고 첫눈에 반했을 때 눈에 하트 뿅뿅하는 거… 그런 거 다 싫어.”
“연출적인 거 말고 다른 부분은 없어?”
“음, 헤럴드를 보자마자 베아트리체가 얼굴을 붉히는 거? 캐릭터 해석을 잘못한 거라고 봐.”
“그렇지. 네 말대로 이 작품은 구려.”
의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은 점이 한 스무 가지쯤은 될 거다. 하지만 옛말에 그런 말이 있지.”
의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연인들이 헤어져야 하는 이유는 백만 가지지만, 만나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면 충분하다고. 그리고, 그 하나의 이유 때문에 연인들은 끝끝내 헤어지지 못하는 법이지.”
그 말을 다 들은 형우는 의재보다 두 배는 더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이 자식은 글 쓴다는 놈이 왜 이리 비유를 싫어해?”
“이럴 때까지 일 이야기 하지 말지?”
“비유가 일이냐?”
“달리기 선수한텐 달리는 게 일이고, 작가한테는 비유가 일이지 자식아! 아무튼, 다시 설명해 봐. 쉽고 간략하고 빠르게!”
“이런 낭만 없는 놈.”
의재가 혀를 쯧쯧 찼다.
“내 말은 이거야. 이 답 없는 작품에도 한 군데 정도는 장점이 있다는 거지.”
“그게 뭔데?”
“네가 말했던 모든 단점들이 ‘고칠 수 있는 문제’라는 거야.”
* * *
“우리 어릴 때 만화방이 어땠는지 기억해?”
“가 본 적은 없지만… 대충은.”
형우가 기억을 더듬었다.
“아마도, 아저씨들이 담배 피우고 짜장면 먹으면서 만화 보는 장소였던 것 같은데.”
“맞아. 요즘이랑은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요즘 만화카페는 아저씨들이 짜장면 먹는 곳이 아니라 젊은 대학생들이 떡볶이 먹는 장소잖아?”
“그렇지.”
형우는 예전에 가 봤던 만화카페를 떠올렸다. 담배 연기 따위는 없었고, 아기자기한 디저트와 곰 인형 쿠션 같은 것들이 가득했었다. 심지어 페르시안 고양이도 한 마리 있었다. 그 말이 뜻하는 건 곧...
“만화의 주된 소비자층이 어려졌다는 건가?”
“맞아.”
의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변화에 가장 큰 쐐기타를 박아 넣었던 것이 바로 2010년 무렵에 출연한 웹툰이라는 플랫폼이다. 젊은 작가들을 필두로 한 웹툰시장은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결국 대한민국의 만화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게 됐다.
만화의 파이가 웹툰으로 넘어가면서, 기존에 만화가들의 주된 연재처였던 신문연재나 잡지연재가 점점 줄어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물론 중견 만화가들도 가만 있지는 않았어. 파이가 큰 웹툰 시장으로 발을 뻗었지.”
적응에 성공해서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 간 중견 작가들도 꽤 있었지만, 사실은 적응에 실패한 작가들이 더 많았다.
“그 이유를 꼽자면, 역시 세대간의 문화차이 때문일 거야. 갑자기 어려진 독자층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거지.”
어른들 중에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고, 대학생 중에 홍어삼합을 좋아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같다.
“중견 만화가 입장에선 미칠 노릇인 거지. 자기가 보기에 그림은 젊은 작가들보다 자기네들이 훨씬 더 잘 그리는 것 같은데, 막상 자기 작품은 망하고 젊은 애들 작품은 쭉쭉 튀어오르니까.”
그림 또한 기술이라, 연습 시간이 길수록 실력도 늘어난다. 그러니 중견 만화가들이 가진 그림 실력은 평균적으로 젊은 작가들보다 뛰어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거다.
하지만 그런 좋은 그림체를 가지고도, 스토리가 구식이라거나 요즘 센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작품이 망해버리니 얼마나 속이 쓰리겠는가. 그렇게 몇 번인가 실패를 반복하던 중, 누군가가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그림 스킬 만렙인 중견 만화가들에게 부족한 건 젊은 독자들의 니즈 파악이다. 그렇다면, 그 부분을 보충해 줄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어떨까?’
중견의 그림실력을 살리면서도, 젊은 독자층을 완벽하게 공략할 수 있는 방안.
스토리 작가라는 직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네가 보여준 웹툰이 딱 웹툰 초창기에 고꾸라진 작품들 느낌이야. 잘 봐봐.”
의재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바닥에 놓인 <전설의 보안관> 웹툰을 가리켰다.
“여기 인물 선 그린 거 보이지?”
“선만 봐도 프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뭔 개소리야, 그걸 어떻게 알아.”
의재가 역정을 냈다.
“원근법 활용한 걸 보라는 뜻이야. 휙휙 그린 것 같아도, 스킬로 꽉 차 있어. 싸구려 연출에 묻히긴 했지만 그림은 잘 그리는 작가라는 뜻이지.”
만화에는 고칠 수 있는 문제와 고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림 실력은 당연히 ‘고칠 수 없는’ 쪽이다. 그림이란 건 작가가 수십 년 동안 노력한 결과물이므로, 하루아침에 뒤엎기란 사실 불가능하다.
“하지만, 센스 없는 건 누군가 채워 주기만 하면 돼. 어쩌면 내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형우가 손사래를 쳤다. 의재의 표정이 의뭉스럽게 번져나갔다.
“…고칠 생각이 없다는 거야?”
“아니, 누굴 구할 필요가 없다고.”
형우가 손가락을 곧추 펴고, 의재의 얼굴을 가리켰다.
“네가 해주면 되잖아.”
“내가 하라고? 뭘?”
갑작스러운 말이라, 그 말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만화를?”
“응. 네가 스토리 짜면 되겠네.”
“…뭐라고? 야, 나 완전 아마추어인데….”
“나도 6개월 전까진 아마추어였거든.”
“아무리 그래도….”
“솔직해져라 인마. 너도 하고 싶잖아.”
“나 참, 무슨 소리를.”
의재는 마치 그런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사람같이 눈을 깜빡거렸다.
“네가 뭘 안다고. 점쟁이처럼 구네, 아주.”
“내가 널 왜 몰라? 네 말마따나, 우리 7년 동안 알았다.”
형우는 의재를 1학년 때부터 봐 왔다. 1학년 때의 의재는 형우를 위로해 준답시고 밤새 소주를 까다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펑크내서 잘렸다.
“너 실연했을 때?”
“실연 아니거든. 썸이 박살 난 거지. 그뿐이냐?”
군대 있을 때는 괴롭힘 받는 동기 도와주겠다고 선임이랑 싸우다가 영창에 갔다. 복학한 뒤 3학년 때에는 사촌 동생이 불량배들한테 맞았다며 기말고사를 펑크내고 동생 학교로 달려갔다.
“그래놓고 교수님 앞에서 그게 청춘이자 낭만이라고 했지. 아직도 기억 나. 너는 그런 놈이었어. 낭만이 제일 중요한 놈.”
그게 형우가 아는 서의재라는 녀석이다. 세상에서 낭만이 제일 중요하고, 그렇기에 술과 친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오늘만 사는 녀석.
그러던 녀석이 최근 들어 변했다. 처음은 한국 대학교의 리더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평소라면 팔 걷어붙이고 도와줬을 놈이, 자기 일 바쁘다며 가 버렸다.
형우가 입원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기 일이 바쁘다고 안 오지 않았던가.
“내가 아는 낭만에 미친 서의재는 그럴 놈이 아니었거든.”
“그래서 뭐, 내가 변했다고? 그래서 서운하다는 거야, 뭐야?”
“하나는 맞고 하나는 틀렸네.”
변했다는 부분은 맞았다.
하지만, 서운하지는 않았다.
“하나도 안 서운했다.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의재를 5년이나 보아 온 형우는, 의재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았다. 적어도 의재가 과도하게 낭만을 쫓았던 것이 절반 정도는 현실에서의 도피였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도전하기 무서워서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는 거다. 그러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인생에서라도 뭔가 의미를 찾기 위해 낭만이니, 친구니 하는 것에 매달렸다.
하지만, 그런 녀석이 어느 순간 변했다. 낭만을 버리고 뭔가에 도전했고, 실패해서 술을 마셔대고 있다. 오랫동안 의재를 봐 온 형우가 그런 변화를 놓칠 리가 없었다.
“이쯤 됐으면 쿨하게 인정 좀 해라. 너도 하고 싶은 거 생긴 거잖아?”
잠시 고민하던 의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말하는 의재가 집어 든 것은, 형우가 아까 절반 정도 먹고 남겨 둔 소주였다.
“뭐 하는 거야?”
“…조금 목이 말라서.”
“목이 마시면 물을 마셔야지.”
“…시끄러.”
의재는 병 입구에 입을 대고, 한 번에 원샷을 때렸다. 그리고, 잔뜩 취한 듯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됐어, 자식아아! 해 볼게, 해 본다고! 그 스토리 작가인지 뭔지! 뭐라도 되겠지!”
“오호라….”
형우는 의재를 아주 잘 알았다. 그러니까, 그의 주량이 소주 세 병이라는 것도 알았다는 뜻이다.
‘짜식, 많이 부끄러웠나 보네.’
소주 반병 마시고 얼굴 빨개진 척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