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상을 쓰겟다-7화 (7/200)

#6.

<전생검신전기>는 총 7권. 생각보다 꽤 볼륨이 있는 작품이었다.

“지금에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여점 에이스였던 소설인데. 너 생각보다 보는 눈이 좀 있구나?”

“흐흐. 읽다 보니 재밌더라고요.”

“누가 추천해 준 거냐?”

“추천이라기보다는….”

형우는 슬쩍 어깨 위에 앉은 참치를 바라봤다.

‘참새가 추천해줬다고 말할 수는 없지.’

그래서 그냥 어쩌다가 보게 됐다고 얼버무렸다.

“천천히 읽고 돌려줘.”

“저, 민준 삼촌.”

“응? 또 필요한 거 있어?”

“저 혹시, 여기서 읽어도 돼요?”

“왜?”

“민준 삼촌 작가잖아요. 작가 작업하는 건 본 적이 없어서.”

“너 진짜 문창과 학생 맞냐? 지금까지 작가들 작업하는 것도 안 보고 뭐 했어?”

“…그러게 말이에요.”

민준과 형우의 시선이 마주치고, 정확히 3초 후 동시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있고 싶은 만큼 있어도 돼. 너무 시끄럽게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

피는 안 섞였지만, 친조카 같은 아이였다. 그런 아이에게 존경을 받는 건 확실하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여기 앉아서 읽다가 졸리면 가.”

그렇게 말하며 성민준은 방에서 방석 하나를 갖고 나왔다.

“고마워요, 삼촌.”

형우가 그 위에 턱 하니 걸터앉아 책을 펼쳤다. 책들의 숲, 푹신한 방석.

거기에 크림 오레오에 콜라까지.

‘지식욕, 수면욕, 식욕을 한 번에 채우다니.’

천국이 따로 있나, 여기가 천국이었다.

* * *

“삼촌. 여기 7p에 오타 있어요.”

“뭐? 어디?”

민준이 화들짝 놀라 달려왔다. 형우가 읽던 A4용지를 그대로 내밀었다.

<환생이 조금 애매하다>

성민준이 최근에 완결을 친 작품이었는데, 작품 평가가 꽤 좋아서 최근에 종이책 계약까지 맺은 작품이었다.

“여기도 또 있네. 11p.”

“왜 이러지? 분명 맞춤법 교정기 돌렸는데….”

“교정기로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삼촌 워드 프로그램 뭐 쓰세요? 한번 봐봐요.”

형우는 민준의 노트북을 살폈다. 민준은 2014년 판 워드 파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러네. 이 맞춤법은 2019년에 개정된 거예요. 봐봐요. 이 부분을 검색을 해 보면….”

“오오.”

형우의 말대로였다. 모르고 오타를 냈다면 나중에 좀 귀찮아질 뻔했다.

“허허, 이 자식. 대학 가서 영 헛돈 쓴 건 아닌가 보네. 이런 걸 다 알고.”

“저 엄청 열심히 했거든요.”

“뭐, 당연히 그랬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민준은 재빨리 형우가 지적한 곳을 고쳤다. 그 외에도 A4용지 위에는 여기저기 밑줄이 그어져 있었다.

“내가 맞춤법을 이렇게 많이 틀렸나?”

“꼭 맞춤법은 아니고요.”

비문, 상투적인 표현, 오문 등등…. 형우는 그런 것들이 보이는 대로 붉은 볼펜으로 밑줄을 쭉쭉 그었다. 대학에서 공부하며 몸에 붙은 습관이었다. 민준이 형우의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중 몇몇 부분은 확실하게 고치는 게 더 나았다.

“히야, 훨씬 낫네. 너 내 편집자 안 할래?”

“월급 얼마 줄 건데요?”

“편집자 월급은 건당으로 받는단다.”

민준의 말에 형우는 잔뜩 실망한 듯한 얼굴이 됐다.

“그러면 안 할래요.”

“근데 자식아, 너 아까부터 왜 틀린 것만 말하냐? 재밌는 부분은 없어?”

형우가 씩 웃으며 민준이 들고 있는 A4용지를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뒤에 뭐가 비쳤다.

“A4용지 한번 뒤집어 보실래요?”

“뒤에도 뭐 적어 놨냐?”

성민준이 A4용지를 휙 뒤집었다. A4용지 뒷장은 오히려 앞장보다 빼곡했다.

‘이건 설마….’

거기에 쓰여 있는 것은 <환생이 조금 애매하다>의 해부도였다.

인간에게 오장육부가 있다면 소설에는 구성이 있다. 흔히 말하는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이 그것이다.

[발단 부분에서는 의도적으로 단문을 사용하여 템포를 빨리 잡았고, 전개로 넘어가는 부분부터 만연체를 주로 사용함.]

[주로 세 박자의 문법을 구사하며, 대부분의 이야기가 원형 구조를 그리고 있음. 하지만, 4번 에피소드에는 반대로 선형구조의 이야기를 서술함으로써, 특이한 여운을 만들어 냄.]

…이 외에도 잔뜩. <환생이 조금 애매하다>에 심어 놓은 요소들과 진행 방식들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심지어는 나중에 쓰려고 놔둔 복선과 암시마저 모두 알아채서 물음표를 달아 놨다. 그 부분을 찬찬히 읽던 성민준이 진지한 표정으로 형우를 바라봤다.

“형우야. 다른 건 그렇다 치고, 하나만 묻자. 여기서 주인공의 승모근이 두 번 꿈틀거리는 게 복선인 건 어떻게 알았니?”

“아 그거요.”

형우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해당 부분에 동그라미를 몇 번 쳤다.

“이 부분만 묘사가 특이하더라고요. 따지자면 힘을 줬다는 느낌? 다른 부분 보면 평이한 묘사는 그냥 스킵하는 편이던데, 그 부분만 이상하게 묘사가 입체감이 있었어요. 단문체 사이에 만연체가 섞여 있으니 티가 났다고 해야 하나.”

군더더기 없는 정답이었다. 그걸 단지 소설 몇 페이지 읽는 걸로 눈치채는 게 가능한 일인가?

‘복선이란 뒤에서 사건의 전말이 나타난 후에야 아, 이게 복선이었구나 하고 알아채는 것이 보통인데.’

형우는 그 과정을 정확하게 반대로 하고 있었다. 심지어 방금 지적당한 부분은 자신의 편집자에게도 비밀로 한 복선이었다.

“너… 어디서 웹소설 공부한 적 있어?”

“어, 없어요. 읽은 것도 거의 처음인데.”

“진짜 없어?”

당황한 형우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 민준이 침을 꿀꺽 삼켰다.

‘…경험 없는 사람이 이토록 정확하게 소설의 내용을 파악해 낸다고?’

농구를 처음 해 보는 사람이 본능적으로 덩크슛을 꽂아 넣었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믿기 힘든 일이었다.

‘…천재다.’

민준의 얼굴에 결심이 어렸다. 그 표정 그대로 형우의 어깨를 붙잡았다.

“형우야. 너 웹소설 써 볼 생각 없냐? 아니, 웹소설 써. 너 재능 있어.”

“웹소설이요?”

“그래 이 자식아. 내가 작가고 편집자고 몇 명이나 만나 봤는데, 너처럼 순식간에 쏙쏙 이해하는 놈은 처음이야.”

“싫어요.”

형우는 즉시 거절했다. 이유는 확실했다. 성민준 때문이었다.

“예전에 삼촌이 그랬잖아요. 소설 한 권 출판해 봐야 한 권당 삼백 원 받는다고.”

어릴 때 형우가 민준을 좋아하고 따르기는 했지만, 사실 민준은 돈을 잘 벌지 못했다. 만약 민준이 잘나가는 작가였으면 어머니도 형우의 문창과행을 그렇게 말리지는 않았으리라.

대학생 대상으로 하는 순문학 공모전 같은 경우에는, 우승 상금이 천오백만 원 정도가 된다. 형우의 생각으로는, 차라리 그런 것에 꾸준히 도전하는 게 조금 더 돈을 벌기에 나았다.

게다가 이런 공모전 입상 경력은 후에 등단할 때 스펙도 될 수 있었다. 형우의 머릿속에서 작가가 돈을 버는 방법은 등단 후 출판을 통해 인세를 받는 것이었다.

“뭐, 권당 300원?”

형우의 말을 다 들은 민준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화를 내려고 하나?’

정확히 그 반대였다. 민준의 얼굴이 점점 부풀더니, 잠시 후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어요?”

“이 자식이, 글 쓴다고 폼 재더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네. 무슨 종이책 시대 이야기를 하고 있어? 조만간 조선 시대 이야기도 하겠다?”

“그럼 아니에요?”

백문불여일견, 직접 보시라.

민준은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꺼냈다. 이번 달 정산 창을 띄워 올렸다.

“자, 이게 이번 달 정산액이다.”

민준은 약간 잘난체하는 표정으로 형우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허억.”

옆에서 그 모습을 본 형우의 입이 헤 벌어졌다. 생각보다 액수가 좀 많았다.

“이거… 돈 맞죠?”

“그래, 돈이지.”

형우는 홀린 듯이 민준의 휴대폰을 바라봤다.

8,374,310원.

한글로 하면 팔백삼십칠만 사천삼백십 원. 그 액수를 나지막이 발음해본 형우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진짜 돈이에요? 게임머니 이런 게 아니라?”

“뭐라는 거야. 현금이야. 현금! 원!”

성민준이 자신의 소설로 한 달 만에 이룩한 수입이었다.

“와, 매달 이렇게 벌어요?”

“매달은 아니고, 이번에 완결 치면서 좀 많이 들어오긴 했지. 그래도 평소에도 이 절반은 벌어.”

팔백의 절반이라면 사백. 팔백보다는 적었지만, 여전히 큰 액수기는 했다.

“이걸로 차도 바꿨는데, 들어오면서 못 봤냐?”

“아, 맞다. 차 한 대 있던데. 그거 삼촌 거였어요?”

문밖에 있는 차는 엄청 비싼 외제차까지는 아니었지만, 국산 차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좋은 물건이었다.

“어…… 삼촌 빚 받으러 온 빚쟁이 차인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농담이에요.”

반쯤은 진담이었지만, 형우는 일단 그렇게 얼버무렸다.

월급 사백과 최신형 자동차. 그 외에도 민준의 방에는 놀라운 것들이 몇 개 있었다. 자세히 보니 노트 사이에는 몽블랑 만년필이 꽂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수컷 장수풍뎅이를 세 마리나 잡아준 사건 이후 처음으로 민준을 향해 존경심을 보냈다.

“삼촌, 완전 잘 나가네요. 이 정도면 거의 업계 탑급 아니에요?”

“뭐? 업계 탑?”

기가 찬다는 듯이 민준이 코웃음을 쳤다.

“얘가 진짜. 쪽팔린 소리 하게 만드네.”

민준이 마우스를 몇 번 까딱거리자, 화면이 바뀌었다.

칵테일, <환생이 조금 애매하다> ★8,551

“칵테일은 민준 삼촌 필명이겠고, 저건 제목이고… 그 옆에 별은 뭐예요?”

“내 소설이 좋다고 한 독자 수. 선작이라고도 하고 선독자 수라고도 부르는데… 그러니까 뉴튜브 구독자 수 비슷한 거야. 그리고 잘 봐라.”

민준이 다른 소설을 클릭했다.

매롱 <엑스트라급 등급 해설자> ★41,511

“별 옆에 숫자 보이냐?”

“허억.”

형우의 숨이 턱 멎었다. <엑스트라급 등급 해설자>의 별 개수는 4만 개. 민준의 다섯 배였다.

“이 정도는 돼야 업계 탑이라고 할 수 있지. 내 목표이기도 하고.”

하지만 형우의 귀에는 민준의 설명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선독 8천인 성민준이 한 달에 400을 번다. 그러면 선독 4만인 작가의 한 달 수익을 구하시오.’

이천만 원.

계산은 참 쉬웠지만, 그 액수는 전혀 쉽지 않았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웨, 웹소설이 이렇게 대단한 거였어요?”

“이제 좀 관심이 생기냐?”

방금 생겼다.

그것도 아주 많이.

* * *

형우는 가난했다.

하지만, 주머니가 가난하니 마음이라도 부자여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꿈을 꿨다.

‘인간은 과거, 지금, 미래 중 하나만 있어도 살 수 있다지.’

화려한 과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자랑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빛나는 지금을 가진 사람은 지금이 빛나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까, 풍족한 꿈을 가진 사람도 미래를 위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걸 위해서 악착같이 공부하고, 매일같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남들은 다 쉽게 하는데, 나는 왜 아무것도 없지?’ 라거나, ‘왜 우리 부모님은 등록금조차 못 내줄 정도로 별로지?’ 같은 생각은 해 본 적도 없었다. 오히려 성인이니까 성인답게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앞섰다.

‘원망도 돈이랑 시간이 있어야 하는 거지.’

군대에 있을 때도 샴푸 하나 사지 않고, 매달 무료로 보급해 주는 비누로 머리를 감았을 정도다. 그렇게 2년간 악착같이 모은 돈은 고스란히 다음 해 대학 등록금으로 들어갔다.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몇 번이나 되뇌었다. 장학금도 항상 받았다. 1등은 해 본 적 없었지만, 2등이나 3등은 늘 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웠다.

‘어떻게 하면 작가가 되는가?’

형우가 알기로 그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공모전이나 신춘문예를 통해 한국문인협회에 이름을 올리는 게 첫 번째다. 그 후에 원고 청탁을 받고, 조금씩 이름을 쌓아 나가다가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작품을 내고 인세를 받으면 된다.

처음에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한테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자신에게는 쉬울 줄 알았다.

‘아니었지.’

연이은 공모전의 낙방. 요즘 들어서는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순간, 형우의 머릿속에 뭔가가 스쳐 지나갔다.

‘……길은 맞는데, 방법이 틀렸다.’

‘예전의 기억 속에 그 답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점쟁이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 뭔가 지금 상황이랑 맞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길을 맞는데 방법이 틀렸다, 이 부분.’

작가로서의 삶이 하나의 길이라면, 순문학은 그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지금까지는 길이 하나인 줄 알았지만, 돌아보니 길은 얼마든지 있었다.

‘…웹소설.’

그다음 예언도 참 의미심장했다.

‘예전의 기억 속에 답이 있다라.’

형우는 민준의 방을 둘러봤다. 책장마다 판타지 소설과 무협소설들이 가득했다.

‘고등학교 시절, 매일 학교가 끝나자마자 여기로 달려왔었지.’

공부가 바빠 많이는 못 읽었지만, 하루에 한 권씩은 꼭 읽었다. 그러면서 작가가 되고 싶다고 결심했는데, 정작 대학에 간 이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장르문학을 멀리하게 됐다.

‘점쟁이 할머니가 말은 내가 고향에 내려와서 웹소설을 쓰게 될 거라는 뜻이었나?’

점이라는 게 원래 코에 붙이면 코걸이, 귀에 붙이면 귀걸이라지만, 형우는 왠지 모르게 그런 확신이 들었다. 그때까지 이쪽을 바라보던 민준에게 고개를 돌렸다.

“…삼촌. 웹소설이라는 거, 뭐부터 하면 되는 거죠?”

민준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히죽 웃으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일단은 웹소설에 대해 배워야지.”

손가락 끝에 있는 건 민준이 애지중지하는 거대한 떡갈나무 책장이었다.

“순문학만 써 왔으니, 웹소설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야. 그리고, 그 시간 단축시키는 데에는 독서만 한 게 없지.”

민준은 자신의 책장에서 책 몇 권을 뽑아 들었다. 과거 시대를 호령했던 수많은 소설들이었다.

“무협 하나랑 현판 하나, 맞다. 헌터물도 읽으면 좋지.”

그렇게 장르별로 하나하나 쌓다 보니, 거의 한 무더기가 됐다.

“이걸 다 읽어요?”

“그래. 그리고 분석해.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 과제를 하나 주마.”

모든 책을 다 읽고,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웹소설의 특징 세 개를 찾아라.

마치 대학교 과제 같았다.

“방학 때도 과제를 하게 될 줄이야….”

“왜, 하기 싫으냐?”

“설마요.”

왠지 억울한 느낌이 아예 안 들었던 건 아니었지만, 그다지 크지도 않았다. 그보다 호승심이 더 컸다.

“완벽하게 해 올 테니 기대하라고요.”

평소에는 순둥순둥한 형우지만, 일단은 작가 지망생이다. 글에 관해서 만큼은 완벽주의자 같은 데가 있다는 것이다.

* * *

잠시 후, 거의 오십 권이 넘는 거대한 책 무더기를 트렁크 가득 채운 성민준의 차가 형우의 집 앞에 멈췄다.

“안 도와줄 거예요?”

“나는 일이 바빠서, 크흠. 다 끝마치면 다시 찾아와라!”

낑낑거리며 책들을 옮기는 형우를 보며 성민준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냈다. 최근에 온 문자 하나가 눈에 밟혔다. 자신의 편집자로부터 온 문자였다.

‘요즘 신인이 너무 없네요… 민준 작가님 혹시 주변에 괜찮은 소설가 있어요? 기성 말고.’

그 밑에, 민준이 보내려다 만 답장이 깜빡거렸다.

‘시골에서 글만 쓰는 글쟁이한테 인맥이 어디 있습니까?’

그대로 답장하려다가, 영 히키코모리처럼 보이는 것 같아 껄끄러워 송신하지 않았던 것이다. 재빨리 그 답장을 지운 민준의 손가락이 새로운 내용을 써 내려갔다.

‘찾은 것 같아요.’

그대로 민준은 ‘전송’ 버튼을 눌렀다.

* * *

한참이나 낑낑거린 끝에야 형우는 책들을 다 방 안에 옮겨 놓을 수 있었다. 넓어 보이던 방이 꽉 찬 느낌이었다. 형우가 책들을 하나하나 살폈다.

“<나 혼자만 파워 업>. 이거는 먼치킨 헌터물이겠고… <독자가 다 앎>. 빙의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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