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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어리석구나. 진정 어리석어.”
“흥, 어디에서 신의 흉내를 내는 것이냐? 죽어랏!”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가 크로스를 내밀자 거대한 천사의 형상이 생성되어 하벨에게 빠르게 날아갔다.
그러나 이 수법도 하벨의 근처까지 도달하자, 믿을 수 없게도 소멸되고 말았다.
“으아…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는 자신의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는지 경악했다.
그때 하벨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벨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뻗어 움켜쥐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에 그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로 인해 그는 손아귀에 갇혀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끄으으…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그는 상체를 움직이면서 버둥거리다가 크로스의 힘을 내뿜었다.
퍼엉!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는 간신히 하벨의 손아귀에서 벗어났다.
“큭큭큭… 보았느냐? 이것이 크로스의 힘이다.”
그때 그가 득의한 순간에 하벨이 손짓으로 상당한 거리가 떨어져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크로스를 빼앗았는데,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발톱으로 가로채는 듯한 장면이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서 그것을 돌려줘!”
“시끄럽다. 그만 죽어라!”
하벨에 의해 절대 언령의 수법이 펼쳐졌다. 강력한 의지가 담긴 언령이라 파워 워드 킬 마법과 유사했다.
푸화확.
갑자기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는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었고, 그 피는 허공으로 흩어졌다.
“끄아아… 난 죽지 않아. 아니 죽을 수 없어!”
크로스에 담겨 있던 천신 휴라니아의 권능과 힘을 흡수한 그이기에 불사신에 가까웠다.
하지만 카오스신의 권능을 흡수한 하벨의 능력에는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또한 하벨에게는 마신 벨제르티스의 켓츠 블루와 엘프여신 앙테뮈르의 눈물까지 섞여 있었기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의 온몸에서 천신 휴라니아의 권능과 힘이 담긴 것이 안개처럼 빠져나오더니 하벨이 들고 있는 크로스에게로 날아와 스며들었다.
몸속에 흡수된 신의 권능과 힘이 빠져나가자 급격하게 늙어버리기 시작했다. 그는 죽음이 다가왔음을 깨닫고는 한마디 외쳤다.
“끄으… 이렇게 허무하게 내가 죽는 것인가? 너무 억울하다… 크아아악!”
푸스스스.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의 육체가 가루가 되면서 흩어졌다. 오크왕 켈란과 대등하게 싸우던 그가 이렇게 허무하게 소멸해버린 것이다.
켈란은 그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취익… 진정 이게 신의 힘인가?”
오크왕 켈란은 두려움에 온몸을 덜덜 떨다가 그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하벨에게 공격 마법을 퍼부었다.
“취익… 이대로 내가 당할 수는 없어. 마그마 블래스터.”
슈슈슈슝.
뜨거운 고열로 뭉쳐진, 사람 상반신 정도 크기의 마그마탄 10여 개가 고속으로 하벨에게 날아갔다.
켈란은 이 마법이 파이어 볼에 비해 파괴력이 몇 배나 강하며 관통성과 폭발성을 동시에 갖춘 뛰어난 공격 마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흥, 어리석은 오크로구나.”
하벨이 파리를 쫓는 듯한 가벼운 손짓 한 번에 마그마탄이 소멸되었고, 아직 그 힘이 남아 오크왕 켈란에게도 여파가 미쳤다.
“크어어억, 취익… 이런 수법이!”
울컥.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 켈란은 입에서 녹색피를 한 사발 정도 내뿜었다.
이번에는 하벨이 손을 들어 오크왕 켈란을 가리키면서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그에 켈란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으나 소용없었다. 그만큼 하벨의 힘은 강했다.
“취익… 이럴 수는 없어, 취익… 나는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힘과 권능을 흡수했어, 취익… 그런데 저자를 상대하지 못하다니, 믿을 수 없어, 취익.”
신의 아티팩트를 무려 두 개나 흡수한 오크왕 켈란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하벨이 신이 아니라는 걸 확신하고 있었기에 더욱 충격이 컸다.
“취익… 혹시 신의 아티팩트의 나머지 3개를 전부 흡수한 거냐?”
“하하하… 오크가 눈치가 빠르구나. 그렇다.”
“취익… 역시 그랬던 건가, 취익… 어쩐지 강하다 했어, 취익.”
“너도 이제 그만 죽어야겠다.”
하벨은 강력한 의지를 담은 절대 언령의 수법을 펼쳤다.
그러나 이미 오크왕 켈란은 방어 준비가 되었는지 결계를 펼쳤고, 가지고 있는 힘을 전부 끌어 모아 대항했다. 그로 인해 결계의 막이 충격을 받아 심하게 출렁거렸다.
“후후후… 제법이다만, 이건 막을 수 없을 거다.”
세 가지의 신의 힘을 담은 의지라 그런지 점점 더 강해졌기에 결계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깨졌다.
켈란은 그런 상황에서 방어막을 펼치면서 끝까지 절대 언령 수법에 대항했다.
“후후후… 신의 아티팩트부터 빼앗아야겠군.”
하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전에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에게 했던 것처럼 오크왕 켈란이 가지고 있는 매직 스테프와 대거 자히르가 강제로 켈란의 손에서 벗어나 하벨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하벨과 켈란은 50~60미터 정도의 거리가 떨어져 있었지만, 하벨의 힘이 매우 강력하고 상식을 벗어난 수법이어서, 켈란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취익… 역시 두 개의 힘만으로는 무리인가, 취익… 내가 먼저 신의 아티팩트를 더 가졌다면 이런 억울한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취익.”
신의 아티팩트 두 개를 하벨에게 빼앗기자 힘겹게 버티던 힘도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절대 언령 수법이 켈란의 몸에 충격을 준 것이다.
“취익… 이렇게 나도 허무하게 죽는 것인가, 취익… 나는 이렇게 너에게 죽지만 불쌍한 오크들은 살려다오, 취익… 부탁이다, 취익.”
“나도 오크들을 죽일 생각은 없다.”
“취익… 고맙다. 나의 부탁을 들어주어서, 취익.”
신의 아티팩트에서 흡수한 권능과 힘이 몸에서 빠져나와 매직 스테프와 대거 자히르에 각각 다시 흡수되었다.
오크왕 켈란의 몸은 가루가 되어 허공에 흩어졌다.
하벨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보았느냐? 제국군은 당장 돌아가거라! 이 땅까지는 오크들의 땅으로 인정할 것이다. 오크들도 이 땅을 넘어 제국을 공격하거나 제국군이 다시 이곳을 침략한다면 내가 너희를 전부 소멸시켜버릴 것이다. 명심하거라!”
하벨의 선언으로 제국군은 겁을 먹고 후퇴하기 시작했고, 오크군단도 돌아갔다. 이렇게 오크 왕국과 제국군의 대전쟁은 하벨의 선언으로 인해 끝이 났다.
하벨이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와 오크왕 켈란에게서 빼앗은 신의 아티팩트를 바라보자, 그것들은 스스로 움직여 하벨의 몸에 달라붙었다.
“으응? 이것들이 왜 이러지?”
이미 신의 아티팩트를 3개나 흡수한 하벨이었기에 가만히 그 과정을 냉정히 지켜보기만 했다.
츠츠츠츠.
방어막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으로 빼앗은 3개의 신의 아티팩트의 권능과 힘이 흡수되기 시작했다.
강력한 3가지의 힘과 권능이 하벨의 몸속에 한꺼번에 흡수가 되기 시작하자, 하벨은 조금 긴장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미 신의 아티팩트를 3개나 흡수한 전력이 있기에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지만 욕심으로 서둘다가는 일이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벨은 무척 세심하게 신의 힘과 권능을 흡수했다.
밤과 낮이 30번이나 변했지만 하벨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신의 아티팩트는 서서히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신의 아티팩트 6개를 전부 흡수하자 그것이 서로 회오리가 일면서 뒤섞였다.
얼마 후, 전부 뒤섞인 그것은 호두알만 한 크기의 신비하고 기이한 빛의 덩어리로 변했고, 하벨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불순물을 제거했다.
우두둑, 우두둑.
하벨의 몸에서 뼈가 어긋나는 듯한 소리가 나면서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하벨은 다시 한 번 환골탈태의 과정을 겪었다. 온몸의 털이 모두 빠지고 새로운 털이 자라났고 허물도 벗겨졌다. 그것을 무려 9번이나 반복했다. 그로 인해 피부는 광택이 났으며, 몸에서는 빛이 났다.
신비로운 빛은 이번에는 머리로 이동하더니 뇌를 활성화시켰다. 하벨의 표정은 황홀함으로 물들었다.
빛이 모든 사명을 마친 듯 스르르 줄어들면서 사라지자 이번에는 하벨의 온몸에서 다시 빛이 확 일어났다가 순간 사라져버렸다.
잠시 후 하벨이 눈을 뜨자 신비스러운 안광이 뻗어 나왔다.
“후후후… 드디어 6개 신의 아티팩트를 전부 흡수했군.”
6명의 신들이 만든 물건이라서 그 신들의 권능 일부가 녹아 있었다.
그것을 전부 하벨이 흡수했기에 신이 아닌 신이 되었다.
분명한 것은, 신이 아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인간을 벗어나 신의 초입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우우우우웅.
공명음이 터지면서 하늘에서 기이한 빛의 기둥이 하벨에게 비추었다. 다시 빛의 기둥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고, 그곳에서 더 이상 하벨은 보이지 않았다. 빛의 기둥과 함께 사라져버린 것이다.
하벨이 강제적으로 이동된 곳은 공간이었다. 빛도 없고 어둠도 없고, 별이나 하늘, 그 밖의 모든 것이 없는 회색 공간이었다.
그러나 하벨은 이곳에 누군가 있다는 걸 느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닌 6명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벨의 전방에 빛이 일어나면서 거대한 6명의 상체가 나타났다. 보는 것만으로도 절대의 힘과 신성함이 느껴졌다.
“신의 권능과 힘을 흡수한 자여, 우리가 누구인지 알겠느냐?”
“신이 아니옵니까?”
“그렇다. 나는 혼돈의 신 카오스이며, 다크박스를 세상에 남겼느니라.”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다크박스보다 엄청나게 강한 기운이 느껴졌거든요.”
“그럼 나의 옆에 있는 신들도 알겠구나.”
“예, 제가 여섯 분의 권능과 힘을 모두 흡수했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그랬다. 크로스를 남긴 천신 휴라니아, 매직 스테프를 남긴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대거 자히르를 남긴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켓츠 블루를 남긴 마신 벨제르티스, 눈물을 남긴 엘프여신 앙테뮈르가 하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6개의 신의 아티팩트를 창조한 진정한 주인들이었다.
“너는 우리들이 남긴 아티팩트의 권능과 힘을 흡수해 인간을 벗어나 신의 초입에 들었다. 그렇기에 너에게 사명을 내리겠다.”
“저에게 말입니까?”
“그렇다. 너는 이제부터 이 세상의 신이 되어 이곳을 지켜보다가 멸망의 위기가 올 때에 간섭을 하거라.”
“저는 제가 예전에 살던 지구라는 곳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살고 싶습니다.”
“신은 시간으로부터 벗어난 존재지만 너에게는 특별히 1천 년에 한 번, 백년씩 유희를 다녀오는 것을 허락하겠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 이제 나의 사명을 받겠느냐?”
“어차피 저에게는 선택권이 없지 않습니까?”
“허허허허… 그것을 알고 있었느냐?”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저를 그냥 내버려두시겠습니까?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나를 포함해 신들은 오직 창조만 할 뿐, 간섭은 하지 않았지만 이 세상만큼은 남다른 애증이 있기에 너를 우리의 대리인으로 삼는 것이니라.”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허허허…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구나. 너는 우리의 힘과 권능을 1퍼센트 정도 흡수한 상태이니라. 창조의 힘은 그것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래서 우리가 특별히 너에게 창조의 힘을 각각 5퍼센트씩 불어넣어주도록 하마.”
“5퍼센트의 창조의 힘을요?”
“그렇다. 그럼 너는 수치상으로 30퍼센트의 창조의 힘을 가지는 것이다. 그것으로 이 세상을 지켜보면서 노력을 한다면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우리와 같은 능력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니라.”
“예, 어차피 시간을 벗어난 존재가 되었으니 무언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지금 저에게는 부인과 딸이 있습니다. 그래서 여쭤보는 것인데, 죽지 않고 같이 살 수는 없는 겁니까?”
“너는 비록 힘과 권능이 약하지만 신이 되었다. 신인데 그 정도도 못하겠느냐.”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군요.”
“우리가 창조의 힘을 불어넣어줄 테니 하늘에 너의 공간을 만들어서 그곳에 궁전을 지어 살거라.”
“아…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요구해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거라.”
“백년간의 유희를 지금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정리할 것이 많아서요.”
“그 정도는 허락하마. 우선 우리의 창조의 힘을 받고 돌아가거라.”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 후, 하벨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말없이 사라졌다고 올리비에와 아르미온에게 핀잔을 들었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자 하벨은 하늘에 자신의 공간을 창조했다. 그가 늘 상상했던 천국을 떠올리고는 화려하게 신궁(神宮)도 만들었다.
하벨은 이제는 스너비 왕국을 떠나 자신이 기거할 신궁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여 올리비에와 아르미온, 아직 어리지만 딸인 아리엘에게 그동안의 비밀을 모두 말해주었다.
너무나 엄청난 비밀이었기에 그녀들은 한동안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벨을 따라나서기로 결정했다.
모든 것을 정리한 그들은 어느 날 세상에서 사라졌다. 하벨이 창조한 하늘에 있는 신궁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벨은 자신의 권능으로 올리비에와 아르미온, 아리엘에게 인간의 육신을 벗어나 신의 몸이 되도록 만들었다. 비록 그 힘과 권능이 자신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지만 말이다.
10년이 지난 후, 하벨은 지구를 한번 다녀오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들에게 의견을 묻고 승낙을 받아 지구로 유희를 떠나게 되었다.
“후후후…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지구를 드디어 가보게 되었구나! 부인과 딸, 어서 모이시오. 지구로 떠날 것이오.”
“정말 말로만 들었던 지구를 가보게 되는군요!”
“엄마, 아리엘도 지구를 구경하고 싶었어요.”
“딸, 정말 그랬어요?”
“예, 엄마!”
“자, 이제 떠납니다. 지구로 출발!”
번쩍.
빛과 함께 하벨 일행은 지구로 차원이동을 했다.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