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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사랑하오. 매우 사랑하오, 올리비에.”
“그것으로 되었어요, 폐하. 아르미온과 딸 아리엘을 스너비 왕국으로 데려오세요.”
“올리비에, 고맙소. 그리고 미안하오.”
“폐하께서는 책임감이 강하신 분, 기억을 잃고 그렇게 되셨는데 제가 이해해야죠.”
“고맙소. 정말 고맙소, 올리비에, 제1왕비는 당연히 당신이 될 거요. 아르미온은 제2왕비에 올릴 거고, 딸인 아리엘도 공주로 스너비 왕조실록에 남길 것이오.”
귀족만 되어도 부인을 여러 명 둘 수 있는데, 하벨은 국왕인데도 왕비인 올리비에만 사랑했기에 다른 여자는 넘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본의 아니게 제2왕비와 공주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올리비에는 그 정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짹짹짹.
왕성의 정원에 작은 새들이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더니 저편으로 날아갔다.
하벨은 자신의 옆에 올리비에가 행복한 얼굴로 누워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그는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폐하, 벌써 깨셨어요?”
“모처럼 아주 편하게 잘 잤다오.”
침대에서 일어난 하벨은 샤워실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밖에 누구 있느냐?”
“폐하, 찾아 계시옵니까?”
“빈센트 시종장을 들라 해라.”
“즉시 거행하겠나이다, 폐하.”
글로아 시녀가 빈센트 시종장이 있는 집무실로 들어가 하벨의 왕명을 전달했고, 깜짝 놀란 빈센트 시종장이 달려왔다.
2년 9개월이 넘었지만, 시종장이 크게 변한 모습은 아니었기에 하벨은 그가 무척 반가웠다.
“빈센트 시종장 오랜만이야.”
“폐하, 진정 폐하이시옵니까?”
“그래, 고개를 들어서 날 봐.”
“폐하, 진정 폐하이시군요!”
“아침식사는 자네와 왕비와 같이할 테니 그렇게 알아.”
“폐하, 황공하옵니다!”
“그전에 스탈 백작과 잉스 백작, 베룬 백작을 비롯해 리차드 백작, 렉스 백작, 리오 백작에게 내가 귀환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그동안 밀린 보고를 받을 테니 준비하라 일러라.”
“당장 시행하겠사옵니다, 폐하.”
“그럼 빈센트 시종장은 나가서 일을 보시오.”
“예, 폐하. 식사 때 뵙겠사옵니다.”
“응, 그때 보자고.”
빈센트 시종장은 가슴속에 있던 응어리가 일시에 해소되는 걸 느꼈다.
한편 궁정마법사 칼 에이슨은 하벨이 귀환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빈센트 시종장님, 그 말씀이 진정 사실이십니까?”
“칼 에이슨 님, 제가 이런 걸로 농담할 사람으로 보입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2년 9개월 동안 돌아오시지 않으셨던 폐하께서 갑자기 돌아오셨다고 하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하하하… 하긴, 나도 믿어지지 않으니 당연하지. 조금 전 폐하를 뵙고 오는 길입니다. 믿으세요. 신료들을 불러 그동안 하지 못했던 보고를 받으신다고 하니 칼 에이슨 님도 참석하세요.”
“알겠습니다. 당연히 저도 참석할 겁니다.”
“폐하의 어명이십니다. 즉시 마법통신구로 상위 신료들을 호출해주십시오.”
“이렇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칼 에이슨의 명에 의해 마법사들이 마법통신구를 이용해 상위 신료들을 호출했고, 폐하의 귀환소식을 접한 상위 신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두두두두.
화려한 상위 귀족의 마차가 왕성으로 이어진 대로로 나는 듯 튀어나왔다.
마차의 지붕 한쪽에는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100명의 기사단이 그런 백작급의 상위 신료들의 마차를 호위하면서 뒤따랐다.
마부도 이번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화급을 다투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속도를 높여 전력질주로 왕성을 향해 달려갔다.
왕성의 모습이 보이는 곳까지 마차와 기사단이 다가가자, 각 교차로에서 역시 상위 신료들의 마차와 기사단이 나왔다. 이들도 한 가지의 목적으로 이렇게 전력질주를 한 것이다.
상위 신료들은 속속 왕성으로 들어와 대연회장에 모였다.
웅성웅성.
국왕폐하인 하벨이 의문의 실종을 당한 후 2년 9개월이나 지나 잊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국왕폐하께서 귀환했다는 소식을 접한 신료들이었다. 그러니 흥분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정말 국왕폐하께서 귀환하신 걸까요?”
“으음… 우리들을 모두 소환하신걸 보면 거짓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허허… 이거야 원, 국왕폐하께서 실종되신 지 2년 하고도 9개월입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귀환이시라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곧 국왕폐하의 모습을 뵈면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때 대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빈센트 시종장이 안으로 들어와서 말했다.
“국왕폐하께서 납시셨습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주십시오.”
“시종장, 그게 정말이오?”
베룬 백작이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빈센트 시종장에게 묻자, 화려한 복장을 한 하벨이 안으로 들어서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 베룬 경의 성격은 여전히 급하군.”
“국왕폐하, 진정 국왕폐하이십니까?”
“모두 오랜만이구려.”
국왕폐하인 하벨이 안으로 들어와 왕좌에 앉자, 상위 신료들도 모두 자리에 앉았다.
하벨은 상위 신료들을 한 번씩 둘러본 후 말했다.
“모두 크게 변한 게 없구려.”
“황공하옵니다, 국왕폐하.”
“모두 내가 왜 갑자기 실종되었는지 궁금하지요?”
“그렇습니다, 국왕폐하.”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십시오, 국왕폐하.”
렉스 백작과 리오 백작이 말하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하… 좋소, 모두 같은 생각일 테니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해주겠소.”
이렇게 해서 하벨이 실종된 날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최근의 일과 귀환하게 된 일까지 전부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중에도 신료들은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는 등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무려 한 시간이 넘는 긴 이야기였다.
조르단 총리가 궁금한 듯 말했다.
“국왕폐하, 그럼 페파스 공국에 있는 아르미온 님과 아리엘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점에 대해 올리비에 왕비와 상의한 결과, 아르미온을 제2왕비로 삼고 아리엘은 공주로 결정했소.”
“국왕폐하, 잘하셨습니다. 그럼 언제 모시고 오실 겁니까?”
“오늘 신료들의 보고를 받고 내일쯤 워프 마법진으로 데려올 생각이오.”
“……!”
“자, 이제 나의 이야기는 이 정도로 하고, 그동안 국정전반에 대한 보고를 듣고 싶소.”
“국왕폐하, 신 조르단이 먼저 보고를 올리겠사옵니다.”
상위 신료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조르단 총리부터 보고가 시작되어 각 신료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으음… 각 상위 신료들의 솔선수범으로 스너비 왕국이 잘 유지되어왔구려. 수고 많았소. 앞으로도 열심히 해주길 바라오.”
“황공하옵니다, 국왕폐하.”
“오늘 점심식사는 여기서 하는 걸로 하고, 먼저 내가 여러분들을 위해 그동안 미안한 것도 있고 해서 특별히 선물을 마련했으니 돌아갈 때 하나씩 가지고 가시구려.”
츠츠츠츠.
하벨은 미리 준비한 신료들의 선물을 마법 주머니에서 꺼냈는데, 그것은 상자에 들어 있어서 열어보기 전에는 무엇인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국왕폐하, 이것이 무엇인지 열어보면 안 되겠습니까?”
“하하하… 성격 급한 베룬 경은 궁금해서 안 되겠는 모양인데 상자를 열어 보아도 좋소.”
베룬 백작이 먼저 상자를 열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다른 신료들도 상자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그 상자 속을 보고 상위 신료들은 깜짝 놀라면서 눈이 커졌다.
“허억! 국왕폐하 이런 귀한 것을? 감사하옵니다!”
“국왕폐하, 이런 명품은 처음이옵니다!”
“롱소드는 드워프제 명품이고, 쥬얼리 세트도 드워프제 명품이니 부인들이 좋아할 거요.”
“국왕폐하, 이런 화려하고 멋진 쥬얼리 세트는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상위 신료들은 하벨에게 받은 선물이 매우 마음이 든 모양이었다. 그 때문인지 분위기는 화기애애해졌다.
“자자, 이제는 배도 출출하니 점심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눕시다.”
“오늘 점심식사는 그 어느 때보다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국왕폐하.”
왕실 주방장이 만든 요리를 시녀들이 가지고 와서 테이블에 차리기 시작했다. 신경을 많이 쓴 요리들이 테이블에 가득 차려졌다.
“자, 먹읍시다.”
“예, 국왕폐하.”
하벨이 먼저 요리를 먹자, 신료들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후식은 특별히 하벨이 만들었다. 환상적인 마법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었기에 신료들은 모처럼 좋은 구경을 하면서 후식을 먹었다.
“국왕폐하,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이 너무 달콤하고 부드럽고 시원하옵니다.”
“이런 것은 처음 먹어 보옵니다, 국왕폐하.”
“역시 국왕폐하 이시옵니다.”
“하하하… 모두 칭찬을 해주니 나도 기쁘오.”
“국왕폐하, 이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판매해도 좋을 것 같사옵니다.”
“페파스 공국에서 이미 판매하고 재미를 보고 있어요.”
“그러십니까? 역시 국왕폐하는 돈을 끌어 모으는 재주가 있는 것 같사옵니다.”
“그렇습니다, 국왕폐하.”
점심식사가 끝나자 상위 신료들은 환한 얼굴로 하벨에게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하벨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제출한 의안을 살펴보고 직인을 찍었다.
다음 날 아침, 하벨은 장거리 워프 마법진으로 아르미온과 아리엘이 있는 켈터스 자작령으로 이동했다.
“클로버, 돌아오셨군요.”
“아빠다, 아빠!”
“우리 귀여운 공주님, 잘 있었어?”
하벨은 반갑게 달려오는 아리엘을 안고 아르미온의 손을 잡고 걸었다.
“왕비인 올리비에가 모든 것을 허락했으니 오늘 중으로 가지고 갈 짐을 챙겨 이동합시다.”
“오늘 당장이요?”
“그렇소. 일단 장인의 저택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하고난 후 갈 것이오. 앞으로 이곳에는 자주는 못 오겠지만 틈틈이 들릴 것이오.”
“스너비 왕국과 이곳은 멀어서 다시는 오기 힘들 거예요.”
“아니오, 장거리 이동 마법진을 타워 별장 꼭대기 층에 새겨둘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요.”
“정말 그렇게 해줄 거예요?”
“그렇소. 이 팔찌를 받아요.”
“이건 웬 팔찌에요?”
“앞으로 이 팔찌로 스너비 왕국에서 이곳까지 이동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마법의 아티팩트이니 착용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 사용하시오.”
“고마워요, 클로버.”
하벨은 아리엘을 안고 아르미온의 손을 잡고 켈터스 자작의 저택으로 향했다.
하벨은 반갑게 맞아주는 장인 켈터스 자작과 미쉘 자작부인과 저녁식사를 하고 밤늦게 타워별장 9층 꼭대기 층으로 올라와 장거리 워프 마법진으로 스너비 왕국으로 이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