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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52화 (15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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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하벨이 오랜 수련을 마치고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켈터스 자작과 미쉘 부인이 타워별장으로 마차를 타고 달려왔다.

그동안 아르미온의 마음고생을 잘 알고 있었기에 모른 척하고 있다가 하벨이 그동안 수련으로 더 높은 경지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말에 기뻐했다.

가족은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오붓한 저녁식사를 했다.

쩝쩝.

“그래, 자네의 성취는 얼마나 높아졌나?”

켈터스 자작이 먼저 물었지만, 모두의 관심사라 일제히 시선이 하벨에게 모아졌다.

하벨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어느 정도의 성취라고 말씀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인간의 경지를 넘었다는 것만 알아주십시오.”

“허억, 그, 그게 무슨 말인가?”

“글쎄요. 이게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룡급의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저의 상대가 안 될 것입니다.”

“으음… 그 정도였나?”

“당신, 그,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소, 아르미온. 그리고 아직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내가 잃어버린 기억도 찾았다오.”

“그, 그게 정말이에요?”

“그렇소. 당신에게 먼저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이렇게 장인과 장모가 있는 자리에서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지금 말하는 것이오.”

“으음… 자네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큰일이겠군?”

“확실히 그렇습니다.”

“좋아요, 말씀해주세요.”

“음… 어차피 한번은 해야 할 말이기에 해주겠소. 나는 에슬론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스너비 왕국의 국왕인 클로버 폰 하벨이라 하오.”

“뭐, 뭐라고요?”

“그, 그것이 정말인가?”

“무엇보다도 아르미온에게 미안한 건 나에게는 왕비인 올리비에가 있다는 거요.”

“아… 그럴 리가!”

충격적인 말을 들은 아르미온은 이마에 손을 짚었다. 옆에 앉아 있던 미쉘 부인이 아르미온을 안아주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들었기에 모두 충격이 큰 것이다.

“그,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곳의 일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나의 왕국으로 돌아갈 것이오.”

“그럼 나와 아리엘은요? 버리고 갈 건가요?”

“그건 말도 안 돼요. 나와 같이 왕국으로 갑시다.”

“아르미온! 충격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 아버지도 하벨의 생각에 동의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단다, 아르미온.”

켈터스 자작의 말에 미쉘 부인도 같은 생각이라고 말하자 아르미온이 말했다.

“아… 나와 아리엘도 당신을 따라가고 싶지만 왕비가 우리를 받아줄까요?”

“그녀라면 이해해줄 것이오. 틀림없소!”

“알겠어요, 당신을 따르겠어요. 어차피 나와 아리엘은 당신 없으면 살아도 산 게 아니니까요.”

“고맙소. 정말 고맙소.”

“자네, 장인으로서 한마디만 하겠네. 우리 딸과 손녀를 잘 돌봐주게.”

“비록 사고로 인해 기억을 잃고 일이 이렇게 되었지만, 분명한 건 아르미온을 사랑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이곳과 스너비 왕국과의 이동 마법진을 설치할 것이기에 언제든 자유롭게 오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거 잘되었군.”

하벨은 민감한 문제라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아르미온이 다행히 이해해주어 고마웠다.

가족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하벨이 마련한 아이스크림으로 후식을 먹었다. 신비하고 환상적인 마법쇼를 선보였기에 모두 좋아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하벨은 그 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워낙 밀린 서류가 많아서 저녁이 되어서야 모든 결재를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스너비 왕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특산물과 벌려놓은 막대한 양의 골드화와 각종 쥬얼리들을 마법배낭의 아공간 속에 저장했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하벨이 먼저 스너비 왕국으로 가서 살펴보고 다시 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타워별장 9층 꼭대기에 장거리 워프 마법진을 정성을 다해 그렸다.

떠날 준비가 끝나자 하벨은 아리엘을 한번 안아보고는 워프 마법진 앞에 섰다.

아르미온이 아리엘을 안고 하벨을 쳐다보았다.

“아르미온, 갔다 오겠소.”

“클로버, 빨리 돌아오셔야 해요.”

“일단 가서 살펴보아야겠지만, 최대한 빨리 오겠소.”

“알았어요. 이제 떠나세요.”

“마나와 의지를 담은 워프 마법진이여, 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게 해주소서. 워프!”

스으… 츠파파팟!

빛에 휩싸인 하벨이 빛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리엘을 안은 아르미온은 잠시 워프 마법진을 바라보다가 뒤돌아갔다.

경비대원들은 문을 닫고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건물을 봉쇄했다.

에슬론 대륙의 서부에 위치한 스너비 왕국의 해안가.

석양이 붉게 물든 시각에 허공의 한곳이 이지러지면서 빛이 번뜩였다. 그 빛은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그곳에는 하벨이 떠 있었다.

“으음… 드디어 왕국으로 돌아온 건가? 일단 상황을 알아보아야 하니 투명화 마법을 펼치는 게 좋겠군. 인비지빌리티.”

스스스스.

모습이 보이지 않자 하벨은 스너비 왕국에서 가장 발달된 플로렌스로 날아가서 구석구석을 살폈다.

상인들의 활기찬 모습과 각 상점마다 진열된 상품을 구경했는데, 이전까지는 보지 못했던 물건도 상당히 많았다.

‘으음… 플로렌스가 활기찬 걸 보니 보기가 좋구나. 못 보던 물건들도 많고…….’

구경거리가 많아서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밤이 깊은 줄도 몰랐다. 야영을 하기보다는 여관에서 자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투명화 마법을 해제했다.

“정체가 탄로 나면 안 되니까 얼굴을 마법으로 변형해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야겠군.”

츠으… 츠츠츠.

평범한 얼굴로 변신한 하벨은 근처에 있는 바람의 여신이라는 여관으로 들어갔다. 여관 안에는 술손님들이 여러 명 있었지만, 하벨에게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고 술을 마시거나 잡담을 했다.

하벨은 식사를 주문해 먹고 룸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와서인지 그의 마음은 아주 편안했다.

“후후후… 역시 고향 같은 스너비 왕국으로 돌아오니 마음이 편안하구나.”

그렇게 많이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장거리 워프 마법진을 통해 이동해왔기에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잠을 자두기로 하고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고 여관을 나선 하벨은 다시 스너비 왕국 곳곳을 둘러보았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지만 상점들은 벌써 영업 중이었고, 상단의 인력이나 물건을 구입하려는 손님이 거리로 나와 있었다.

플로렌스는 넓은 곳이기에 구경할 것들이 많아서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하벨은 마음 놓고 이렇게 구경하는 게 얼마만인지 생각도 잘나지 않았다.

“으음… 내가 없는 동안에도 일처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었군. 다행이야. 이젠 왕비 올리비에가 있는 왕성으로 가야겠어.”

두둥실.

허공으로 떠오른 하벨은 경비병들이나 병사들에게 들켜서는 안 되기에 투명화 마법을 펼치고는 왕성을 향해 날아갔다.

한편 왕성의 중앙 타워 꼭대기 층으로 올라온 왕비 올리비에는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 있는 걸로 보아 무슨 고민이 있는 듯했다.

“폐하, 언제쯤 내 곁에 돌아오시는 건가요? 보고 싶어요.”

또르르.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올리비에는 지난밤 하벨이 왕국으로 돌아오는 꿈을 꾸었기에 하루 종일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벨은 결국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고, 붉게 물든 저녁노을을 보니 자신의 처지가 너무 서글퍼 이렇게 눈물이 난 것이다.

스윽… 꼬옥.

그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왕비 올리비에를 등 뒤에서 다정하게 껴안아주었다.

익숙한 느낌에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느낌을 떠올렸다.

“아, 익숙한 느낌과 냄새… 나의 폐하가 틀림없죠, 그렇죠?”

“그렇다오, 나의 올리비에.”

“아… 폐하!”

기쁨에 겨워 눈을 뜬 올리비에는 고개를 돌려 하벨을 쳐다보았다. 눈물을 글썽이며 마음이 들뜬 올리비에는 양손으로 하벨의 얼굴을 쓰다듬더니 환하게 웃었다.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지만 환하게 웃는 그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올리비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한참 동안 얼굴을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목을 감고 하벨의 가슴에 안겼다.

“폐하, 나의 폐하… 오랜 세월이 흘렀으나 결국엔 이렇게 나의 곁으로 돌아오셨군요.”

“그렇소, 올리비에. 그동안 마음고생을 시켜 미안하오.”

“아니에요, 폐하. 이렇게 돌아오신 것만으로도 저는 기뻐요.”

쪼옥.

하벨과 올리비에는 서로의 얼굴을 맞대면서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뜨거운 키스를 나누었다.

얼마 후, 타워 꼭대기 층에 긴 테이블이 놓이고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

왕실의 수석주방장인 데니스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국왕인 하벨이 돌아온 것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든 최고의 요리를 올렸다. 또한 긴 테이블에는 촛불이 놓아 분위기 있게 만들었다.

하벨이 가운데 자리에 앉고 오른쪽에는 왕비인 올리비에가 앉아 하벨의 얼굴을 사랑스럽게 바라보았다.

“요리를 보니 데니스 수석주방장이 직접 요리한 모양이군.”

“누구보다도 그가 기뻐했어요. 그래서 직접 요리를 해 올린 거고요.”

“올리비에, 정말 미안하오.”

“이젠 그런 말하지 마세요, 폐하. 그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듣고 싶어요.”

“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오.”

이렇게 시작된 하벨의 이야기는 하벨이 실종된 날로부터 최근의 일까지 전부 얘기했다.

하벨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올리비에는 놀라기도 하면서 웃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표정을 보여주었지만, 거의 끝이 날 때에는 제법 큰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굳어졌다.

“올리비에, 기억을 잃었었던 나는 켈터스 남작의 딸인 아르미온이라는 여성과 결혼했고 딸인 아리엘을 낳았소. 최근에는 켈터스 남작이 자작으로 작위가 올라갔소. 그러다 최근에 기억을 되찾았고 이렇게 돌아올 수 있었다오.”

“폐하,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나에게 모든 잘못이 있는 걸 어쩌겠소. 올리비에에게는 그저 미안함뿐이라오.”

“폐하, 절 아직도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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