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148화 (14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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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다.

“취익… 오크전사들은 공격하라, 공격! 취익.”

“오크들을 무찔러라! 공격!”

“와아아아!”

양측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달려 나가서 충돌했다.

채채챙, 파팍.

50만 마리의 오크군단 중 선봉군단 2만 마리가 앞으로 나와서 전투를 하고 있었으며, 셀레스틴 공작의 병사들은 먼저 10만 명이 나섰지만, 싸울 수 있는 인원이 무려 500만 명이나 되었기에 전혀 걱정이 없었다.

제대로 군사훈련을 받은 병력은 500만 명 중 40만 명이고, 나머지 460만 명은 열흘간 간단한 훈련을 받은 피난민이었다.

전투력에서 앞선 오크전사들이 우세한 상황이었지만 성문이 열리면서 10만 명의 병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취익… 화살을 쏴라! 취익.”

슈슈슈슝.

수천 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가 병사들을 맞혔다.

“크악!”

“아아악!”

우수수.

털썩.

제대로 훈련을 받지 못하고 아무 규율도 없이 몰려 있는 병사들이라 오합지졸이었기에 화살을 그대로 맞고 쓰러진 것이다.

“물러서지 마라. 오크들을 죽여라. 죽여.”

가가각.

“케엑!”

“크어억!”

무력이 강한 오크전사들이었지만 한 손이 여러 손을 당할 수 없듯 오크전사들도 병사들이 휘두른 칼에 맞거나 베이면서 고꾸라졌다.

병사들이 10여 명 이상 쓰러질 때마다 오크전사들도 한 마리씩 쓰러졌다.

셀레스틴 공작의 참모인 아놀드 자작은 이번 오크와의 전쟁에 겁을 먹고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병사들을 위해 술에다 환각작용이 있는 약물을 타서 마시게 했다.

병사들은 그래서인지 오크전사들을 봐도 두려움보다는 흥분해서 적극적으로 싸웠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무릅쓰고 많은 보병들을 계속 투입하여 오크전사들을 압도하려는 전술이었는데, 그 유명한 인해전술이었다.

그것은 엄청나게 남아도는 병력이라 셀레스틴 공작에게는 가장 적절한 방책이라 할 수 있었다.

하벨은 모든 일이 잘 돌아가면서 각종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모처럼 타워 별장의 9층 꼭대기로 올라가 델리안을 의지로 소환했다.

스스스스.

허공에 거대한 외눈의 델리안이 나타났다.

-맹약자 클로버여, 오랜만이구나.

“그래, 오랜만이야.”

-무슨 일로 날 불렀나?

“너의 아공간 속에 저기 한쪽에 쌓아놓은 철궤 속에 들어 있는 금괴와 골드화를 집어넣고, 또한 너의 아공간 속에 들어 있는 각종 보물을 좀 구경할까 하고.”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나의 맹약자 클로버여!

츠츠츠츠.

한쪽에 쌓여 있는 금괴와 골드화가 가득 들어 있는 철궤 20상자가 스르르 사라졌다. 모두 델리안의 아공간 속으로 이동되어버린 것이다.

-자, 나의 맹약자여. 이제 이 팔찌를 받아 손목에 착용해라.

스스스.

팔찌가 나타나자 그것을 받아 든 하벨은 그것을 손목에 찼다.

스윽.

아공간 속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간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각종 쥬얼리류의 원석들이 모여 있는 곳도 있고, 드워프들이 만든 각종 무구류도 한쪽에 잘 펼쳐져 있었다.

수천 년 된 대륙의 각 제국이나 왕국에서 발행한 각종 골드화와 실버화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으음… 델리안, 예전에 한번 보았지만 정말 대단해.”

-그럴 거다. 하지만 나의 아공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기에 비어 있는 공간이 많다.

“그럴 거라 생각했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맹약자가 채워야 할 거다.

“알고 있어. 돈 많이 벌어서 오늘처럼 그렇게 보물을 가득 채워줄게.”

-역시 나의 마음을 아는 건 너뿐이구나. 그럼 필요한 것이 있는지 살펴봐라.

“응, 그럴게.”

쥬얼리가 각 종류별로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들을 둘러보다가 하벨은 아직 분류가 되지 않은 것들이 쌓여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델리안, 여기에는 왜 분류가 되지 않고 이렇게 방치되어 있는 거야?”

-그건 분류하기 까다로운 것과 용도를 알지 못하는 것, 아니면 자격미달인 물건들이 쌓여 있는 곳이야. 이런 것은 맹약자가 시간 날 때 둘러보고 적당한 곳에 설정하면 그곳으로 이동되어 보관이 돼.

“응, 그렇구나. 알았어, 내가 둘러보고 결정할게.”

-그럼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 날 불러.

“응. 알았어, 델리안.”

하벨은 아직 분류되지 않은 곳에 쌓인 각종 물건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무엇을 찾는 것인지 정신없이 속에 묻혀 있는 것이 드러나도록 파헤쳤다.

‘후후후…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것과 같구나. 정말 신기해!’

그는 신기하게도 지난밤 꿈속에서 보았던 장면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었다.

“아… 찾았다, 찾았어.”

하벨 손에 든 것은 주먹만 한 크기의 사각형의 금속이었다.

무슨 금속으로 제조된 것인지, 겉면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검은색이었는데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응, 이상하네? 어찌 이것이 꿈속에서 보였던 걸까?”

아무 특징도 없는 검은 금속상자가 어쩌면 특별한 특징이라 할 수 있었다.

“음… 분명 뭔가 있어. 나의 본능이 그걸 깨우게 해주는 걸 보니… 델리안!”

-필요한 것은 찾았나, 맹약자여?

“그래, 나가고 싶다.”

-알았다, 맹약자여.

스스스스.

하벨이 다시 돌아오고 손목에 착용한 팔찌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델리안은 하벨을 쳐다보고 말했다.

-더 필요한 것은 없는가, 맹약자여?

“그래, 필요하면 말할게. 그만 들어가.”

-다음에도 불러다오. 맹약자여.

스스스스.

하벨이 고개를 끄덕이자 델리안은 사라졌다.

그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은 금속상자를 흔들어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금속상자 안에 빈 공간이 없는 모양이었다.

“음… 그냥 검은 금속을 사각형으로 자른 것 같은 느낌인데, 뭔지 모르지만 왠지 특별하다는 게 느껴져. 이상해!”

그때였다. 순간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다. 왼손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던 마신 벨제르티스의 켓츠 블루에서 푸른빛이 확 하고 일어난 것이다.

또한 오른손에 역시 문신이 새겨져 있던 엘프여신 앙테뮈르의 눈물에서도 녹색 빛이 일어나면서 공명음이 크게 일어났다.

두 가지 색의 빛은 죽 뻗어 나와 검은 금속상자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어엇? 이, 이게 왜 이러지?”

약 1분 정도, 두 가지 색의 빛을 흡수하던 검은 금속상자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와서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뭉쳐 사람의 해골 형태로 변했다.

검은 해골은 세 개의 눈이 있었으며, 그 세 개의 눈 중, 이마에 있는 눈에서 기이한 빛이 흘러나오며 탁한 목소리를 냈다.

[나 다크박스(Darkbox)를 깨운 자가 그대인가?]

“그, 그런 것 같아.”

[나를 깨우려면 5개의 신의 아티팩트 중 2개가 있어야만 가능한데 정말 그 2개를 소유한 자가 있을 줄이야…….]

“그건 무슨 소리지?”

[아무것도 모르는가, 나를 깨운 자여?]

“그렇다. 난 아무것도 모르니 나에게 알려다오.”

[흠… 이런 일이 다 있군.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지.]

“신의 아티팩트에 관한 이야기인가?”

[그렇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서야 끝이 났다.

하벨은 몰랐던 사실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를 전부 들었다.

“으음… 그러니까 여섯 분의 신들이 이 세상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6개의 아티팩트를 남겼다는 말이군.”

[그렇다.]

“그럼 다크박스여, 한 가지 물어봐도 될까?”

[무엇이든 물어봐라.]

“내가 기억을 일부 잃어버려서 기억을 못하는데 그걸 고칠 수 있나?”

[그 정도는 너의 몸속에 흡수되어 있는 신의 아티팩트 중 한 개의 권능과 힘만으로도 충분하게 고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구나.]

“응, 아직 어떻게 힘과 권능을 사용하는지 잘 몰라서 그래.”

[음… 하긴 두 개의 신의 아티팩트가 몸속에 들어 있어서 서로 세력을 넓히려고 하는 상황이니 그 권능과 힘을 끌어내기가 힘들었겠군.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나 다크박스가 있는 한 가능하니까.]

“정말? 그럼 당장 고쳐줘.”

[알았다. 하지만 그전에 나와 맹약식을 해야 한다.]

“그럴 줄 알았어. 어떻게 하면 돼?”

[간단하다. 내가 말하는 것을 듣고 대답만 하면 된다.]

“알았다, 바로 시작해.”

[혼돈의 신 카오스님의 이름으로 말하노니 다크박스와 맹약의식을 하겠는가?]

“하겠다.”

[맹약자의 이름은?]

“박현빈이라는 이름이 있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 지금은 클로버라고 해.”

[그럼 편의상 클로버라 하자.]

“그래, 그렇게 해.”

[그럼 이제 나 다크박스는 클로버가 소멸될 때까지 혼돈의 신 카오스님의 이름으로 맹약한다. 그 증표로써 그대의 피로 맹약하는 데 동의하는가?]

“그래, 동의한다.”

츠츠츠.

다크박스에서 검은색의 아주 가는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오더니 하벨의 몸에 붙어 피를 일부 흡수했다. 그리고 이내 스르르 줄어들며 사라졌다.

잠시 후, 다크박스와 하벨의 몸에서 동시에 기이한 빛이 번뜩이다가 사라졌다.

[나 다크박스의 맹약자인 클로버여, 이제 맹약의식이 모두 끝났다.]

“휴우… 이제 끝이 났군.”

[이제 맹약자의 기억을 찾아주겠다. 약간의 고통이 따르더라도 참아라.]

“기억을 찾는다는데 그 정도의 고통은 감수해야지. 당장 시작해.”

다크박스에서 이번에도 검은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와 하벨의 이마에 붙었다.

츠으… 츠츠츠츠.

순간 하벨이 최면에 걸린 사람처럼 눈동자가 풀리면서 멍한 표정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얼굴에 기쁨과 노여움과 슬픔과 즐거움 등 사람의 온갖 감정인 희로애락이 나타났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쁨의 얼굴이 되면서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 나의 사랑 올리비에, 보고 싶구려.”

그는 잃어버렸던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 또한 이제껏 살아왔던 클로버의 생활 역시 모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두 가지 기억은 한데 어울리면서 섞였다.

“후후후… 이제 진정한 나의 기억을 찾았어. 드래곤들 때문에 내가 이런 일들을 겪었구나.”

[맹약자여 이제 모든 기억을 찾았구나. 축하한다.]

“고맙다, 다크박스여.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에 가능했다. 정말 고맙다.”

[이제는 3개의 신의 아티팩트 속에 들어 있는 권능과 힘을 흡수해야 한다.]

“알겠다, 당장 시작하자.”

[그럼 자리에 앉아라.]

하벨이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자 다크박스가 스르르 날아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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