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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퍼억.
결국 영체는 상체를 움직여보려 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결국 가슴에 대거 자히르를 맞고 말았다.
푸스스스.
[끄으으… 드래곤과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소멸되는가? 하지만 오크여 잊지 마라. 난 겨우 천신 휴라니아 님의 권능으로 탄생한 영체라, 본체인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는 그대로이니 그 이름을 잊지 말거라.]
영체는 대거 자히르의 파워에 소멸하고 말았다.
휘리리릭.
되돌아 날아오는 대거 자히르를 받아든 오크왕 켈란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취익… 언젠가는 서로 싸우겠지, 취익… 지금은 대거 자히르의 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지만 두 가지의 아티팩트의 권능과 힘이라면 그 무엇도 겁날게 없다, 취익… 으핫핫핫!”
한편 영체가 소멸됨으로 인해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울컥.
그는 입에서 검붉은 피를 한 사발이나 내뿜었다.
“끄으으… 영체가 소멸됨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군. 하지만 많은 것을 알게 되었어. 오크 녀석이 신의 아티팩트를 두 개나 가지고 있었다니, 이대로는 안 되겠어.”
오크 녀석은 무슨 음모를 꾸미려는 듯했다.
하지만 이렇게 또 다른 음모가 어둠 속에서 시작되려 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몰랐다.
킬라스 제국의 동부지역을 책임지는 셀레스틴(Celestyn) 공작령.
제국의 10대 영주인 그는 7대째 대영주로 살고 있었다. 제국의 동부지역을 다스리는 셀레스틴 공작은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공작령에는 상주인구 80만 명이나 되는 2곳의 도시와, 30만 명 규모의 도시 3곳을 포함해 2100여 개의 마을을 영향력 아래에 두고 있었기에 700만 명이 넘게 살고 있었다.
동쪽으로는 드래곤 산맥이 가로막고 있으며, 그 너머에는 술탄 제국이 있었기에 군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위치였다.
안드라 후작령과 경계를 이루는 곳에는 인구 30만 명의 도시 카라(Kara)가 있었다.
도시 카라에는 셀레스틴 공작이 임명한 폴로(Polo)남작의 성이 있었으며, 남작은 주위 650개의 마을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런데 폴로 남작령의 650개 마을 중 한 곳인 아스터(Aster)마을 외곽에 대규모의 오크군단이 침략해 왔다.
땡땡땡.
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목책 위에서 마을을 경비하던 자경대원이 엄청나게 몰려오는 오크군단을 보고 경악했다.
“오, 오크들이 나타났다!”
“오크다, 오크!”
“뭐야? 무슨 일이야?”
“오크가 나타났데! 마을을 지켜야 한다!”
우왕좌왕하며 무기를 든 자경대원들이 재빨리 목책으로 달려와보니, 오크군단은 이미 주위를 완전히 포위한 상태였다.
마을의 주민을 전부 끌어 모아도 채 1천 명이 안 되는데 오크들은 1만 마리나 되었다. 오크전사들의 수와 그들의 몸집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본 주민들은 전의를 상실했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취익… 반항하는 자들은 죽여라! 취익.”
콰르르릉, 와지근!
파성추 한 방에 목책이 힘없이 무너졌다.
공성무기에 이런 목책은 한방에 무너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목책이 무너졌다!”
“오크들을 막아라!”
“취익… 목책이 무너졌다. 공격하라! 취익.”
“취익… 오크전사들은 공격하라, 공격! 취익.”
엄청난 수로 밀고 들어오는 오크전사들에게 300명의 자경대원은 속수무책이었다. 한 시간도 안 되어 900여 명이 살고 있는 아스터 마을이 오크군단에게 점령당했다.
처음에는 약간 저항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너무나 막강한 오크군단이라 순식간에 제압당한 것이다.
죽은 자경대원들은 오크군단이 보유한 몬스터 부대에 던져졌고 나머지 포로들은 50명씩 나누어 끈으로 묶었는데, 젊은 여성들이나 어린아이들은 따로 모아서 수레에 실었다.
오크군단은 무려 20개 군단 20만 마리나 동원되어 공격해 왔기에 인근 마을을 전부 점령할 수 있었고 포로를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이렇게 불과 반나절 만에 폴로 남작의 650개 마을 중에서 200여 개의 마을이 오크군단에 점령당했다.
도시 카라에 있던 폴로 남작이 이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에는 이미 오크군단이 도시 인근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에 부랴부랴 도시 방위군 3만 명을 끌어 모았지만 소용없을 듯했다.
이미 도시를 공격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친 오크 군단장은 즉시 공격을 명령했다.
“취익… 오크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을 퍼부어라! 취익.”
“취익… 파이어 볼.”
50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파이어 볼을 일제히 날렸다.
하늘에 50개의 파이어 볼이 날아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콰콰쾅! 화르르.
“크악!”
“아아악!”
성벽 위에 있던 방위군들이 파이어 볼에 맞아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 옷에 불이 붙거나 성벽이 무너져 추락하는 자도 있었다.
“취익…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쏴라! 취익.”
“취익… 쏴라, 쏴!”
투투퉁, 슈우웅.
콰콰쾅! 우수수.
돌덩이와 대형 퀘럴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 성벽을 맞히거나 성안에 떨어졌다.
도시 카라의 방위군은 제국의 정규군들보다 전투력이 떨어지는 병사들이었다. 또한 제대로 된 전투를 해본 적이 없어 오크군단으로 부터 공격을 받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뭐 하는가, 어서 화살을 쏴라!”
“오크들이 몰려온다! 투석기를 쏴라! 불화살도 쏴라!”
지휘관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지만 겁에 질린 방위군들은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파성추와 목조타워가 점점 성벽으로 다가왔고, 오크들은 화살과 석궁의 퀘럴을 쏘며 공격했다.
목조타워가 성벽에 가까이 붙어 사다리가 내려지자 이내 오크전사들이 쏟아져 나와 방위군을 공격했다.
“취익… 성벽 위를 점령하라, 취익.”
“오크들이 넘어온다. 막아라! 어서!”
채채챙, 파팍.
오크전사들과 방위군이 충돌했지만 무력에서 앞선 오크전사들이 방위군을 밀어붙였다.
콰쾅!
파성추에 의해 도시의 성문이 박살났고, 오크전사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으아… 성문이 파괴되었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마라! 어서 오크들을 막아라!”
“취익… 성문이 파괴되었다, 취익… 오크전사들은 공격하라! 취익.”
“취익… 돌격하라, 돌격!”
채채챙, 파팍.
방위군들이 대거 성문 앞으로 몰려왔지만 오크전사들도 엄청나게 몰려들었기에 치열하게 서로 싸우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위군들이 밀렸다.
얼마 후, 도시 곳곳에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방위군들과 동원된 사람들은 내성으로 후퇴했고 오크전사들은 도시민들의 집들을 수색해서 닥치는 대로 시민들을 잡아들였다.
“놔라, 놔, 오크 놈들아!”
“취익… 반항하는 자는 죽여라! 취익.”
슈가가각!
“커억!”
“크아악!”
이렇게 처음에는 반항하는 자들이 있었지만 반항하면 그 자리에서 죽인다고 하자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
내성 안에는 1만의 방위군들과 강제징집 된 2만을 합해 3만 명이 방어를 하고 있었지만, 폴로 남작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으음… 오늘 도시 카라는 오크들에게 점령당하겠구나.”
그만큼 오크군단의 무력은 엄청났다. 폴로 남작이 중얼거리자 그 옆에 서 있던 참모 알스틴이 말문을 열었다.
“남작님, 셀레스틴 공작님과 인근 도시 네비스(Nevis)에 지원 요청한 것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들이 오려면 아무리 빨라도 하루는 걸린다.”
“이대로 가다간 채 2시간도 버틸 수 없을 듯합니다.”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지 않느냐.”
“그럼 비상탈출구로 모두 탈출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그럼 도시 카라는 어찌하느냐?”
“저 오크들을 보십시오. 내성 안에 있는 병력을 다 합해도 3만밖에 안 됩니다. 10만 마리는 되어 보이는 오크들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으음…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시간이 없습니다, 남작님.”
“너희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
폴로 남작 주위에 서 있던 지휘관들도 참모 알스틴과 같은 생각인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으음… 알스틴, 탈출하도록 하자.”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폴로 남작과 지휘관들이 먼저 탈출구로 탈출했고, 호위병들이 뒤따랐다. 이렇게 되자 사실상 내성을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지휘관들이 모두 비상 탈출구로 도망쳤기에 제대로 된 지휘를 하지 못해 오크군단의 오크전사들에게 너무 쉽게 무너졌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오크군단은 도시 카라를 하루 만에 점령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셀레스틴 공작과 도시 네비스(Nevis)에 전해졌다.
쾅.
테이블을 내리친 셀레스틴 공작은 믿을 수 없는 결과에 경악했다.
“이, 이게 말이 되는가? 어찌 오크들에게 도시 카라가 점령당할 수 있어!”
화가 치밀어 씩씩거리는 셀레스틴 공작을 쳐다보던 참모 아놀드 자작이 대답했다.
“저…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오크들은 무려 20만 마리가 넘었다고 하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린가? 20만 마리라니!”
“공작각하께서도 얼마 전에 들으셨겠지만, 안드라 후작령이 오크들에게 점령당했으며, 또한 제국군 30만이 동원되어 공격을 했지만 역시 패했습니다.”
“오크들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주었을 것 아닌가?”
“그, 그게… 그렇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안드라 후작령을 점령한 오크들은 평범한 오크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오크의 지도자인 켈란은 오크왕으로 등극했으며, 또한 그자는 대마법사급의 마법을 익혔고, 그를 추종하는 오크무리가 수백만 마리나 된다고 합니다.”
“으음… 그 거짓말 같은 말이 그럼 모두 사실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