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4 / 0156 ----------------------------------------------
제5권 신의 아티팩트
파도가 해안가로 밀려오듯 엄청난 수의 오크전사들이 성문 안에서 쏟아져 나왔기에 제국군의 선봉군단은 경악했다.
“부관,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오크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많아 보이지 않느냐?”
“척후병을 내보내 살펴보지 않았던 게 실수였습니다.”
“우리는 3만 명인데 저들 오크는 더 많은 것 같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군단장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즉시 후퇴해야 합니다.”
“안 된다. 여기에서 어떻게 물러선단 말이냐?”
“보십시오. 선두가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즉시 후퇴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으아아아… 이런 젠장!”
“시간이 없습니다. 군단장님, 어서요.”
“으음… 후퇴하라, 후퇴.”
뿌우우우.
후퇴의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제국군은 즉시 뒤돌아 물러났지만 오크전사들은 계속 밀어붙이면서 공격했다.
“취익… 밀어붙여라, 취익.”
“취익… 우리보다 적들의 수가 훨씬 많다. 공격하라, 공격!”
선봉군단장인 크레타는 병법의 기본인 오크들의 수도를 파악하지 않고 무모하게 성을 공격하다가 역공을 당해서 후퇴하게 되었다.
선봉군단의 피해는 매우 컸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7만의 킬라스 제국군이 켈란 시티 외곽의 평지에 군막을 설치해 주둔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오크군단이 기습을 했다.
“오크들이 몰려온다! 막아라!”
“중장기병과 기병들은 뭘 하는가! 오크들을 막아라!”
“보병들과 방패병들은 대열을 정비하라!”
선봉군단은 1만 명도 안 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고는 후퇴 중이었는데, 오크군단은 모조리 휩쓸어버리려는 듯 계속 밀어붙이고 있었다.
“오크들이다. 막아라!”
“오크가 공격해온다. 각 부대는 뭘 하는가? 어서 막아라!”
채채챙, 파팍!
제국군은 제대로 전열을 정비하지도 못한 채 오크군단의 기습공격을 받게 되어 순식간에 피해가 커졌다.
오크군단은 10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뒤에서 10개의 오크군단이 몰려와 오크군단은 순식간에 20만 마리가 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약간의 거리 차이가 있긴 했으나 오크군단은 계속 성안에서 쏟아져 나와 제국군들을 공격해왔다.
35개 오크군단 35만 마리의 오크전사들이 공격! 제국군들보다 훨씬 수가 많았다.
“으아… 오크들이 너무 많아.”
“공격하라, 공격!”
“취익… 인간족 병사들을 죽여라! 취익.”
“취익… 계속 밀어붙여라! 취익.”
채채챙, 파팍.
“아악!”
“크아악!”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취익… 파이어 볼!”
“취익… 매직 미사일.”
화르르르, 퍼퍼펑!
“아악! 옷에 불이 붙었어! 꺼줘!”
200여 마리의 오크 마법사들이 일제히 화염계 마법을 퍼붓자, 피해는 훨씬 더 커졌다.
“오크 마법사들이 이렇게나 많다니…….”
“후퇴해야 합니다!”
“무슨 소리, 오크들을 죽여라!”
부대장들의 독려에도 제국군의 피해는 늘어났다. 그들은 제대로 병법을 활용하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오크군단에게 밀리다 마침내 괴멸하기 시작했다.
전쟁사에 그 유래가 없던 대종족 전투로, 오크군단에 의해 제국군 30만이 하루 만에 전쟁에서 패한 것이다.
켈란 시티.
밤하늘에 소리 없이 날아오는 것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것은 유령처럼 육체가 없는 영체였다.
장성의 곳곳에는 무장한 오크전사들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으며, 100마리 단위로 된 오크전사 소대가 순찰을 돌고 있었다.
20일 전, 30만의 킬라스 제국군을 무찌른 오크왕 켈란의 오크전사들은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래서인지 켈란 시티에 사는 오크들의 얼굴은 밝고 활기차 보였다.
10개의 오크군단 10만 마리는 인근의 영지를 무리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하여 점점 그 세력을 넓혀나갔다. 그들은 킬라스 제국의 정규군보다 무력이 강했다.
[으음… 오크들의 무장과 사기가 이렇게까지 높다니, 멀지않은 곳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스으, 스스스.
영체는 켈란 시티의 내성 쪽으로 날아가서 내성의 광장 지하로 스며들었다. 켈란 시티의 내성 지하에는 오크왕 켈란의 폐관 수련장이 있었다.
스으윽.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영체가 지하로 스며들어 돌로 만든 천장에서 튀어나왔다.
오크왕 켈란의 폐관 수련장은 사방이 온통 돌로 된 석실로, 천장의 높이가 무려 5미터나 되었고 석실의 규모도 200평 정도로 넓은 편이었다.
석실의 가운데 바닥에는 푸르스름한 색을 가진 3미터 정도의 둥근 막이 생성되어 있었는데, 그 막 안에서 오크왕 켈란이 두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흐흐흐… 드디어 찾았다!’
켈란의 오른손에는 매직 스테프를 왼손에는 대거 자히르를 쥐고 있었다.
우우우웅.
공명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으음… 오크에게 신의 아티팩트가 두 개나 있었다니, 진정 놀랍구나.]
눈썹을 꿈틀거리던 오크왕 켈란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취익… 너는 누구냐?”
[허엇, 나의 기운을 감지한 건가?]
“취익… 육체를 가지지 못한 영체여, 취익… 여기는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취익.”
[흐흐흐… 놀랍군. 나를 찾아내다니 말이야.]
“취익… 천신 휴라니아 님의 크로스인가?”
[으하하하… 정말 대단하구나. 그것까지 알고 있다니 말이야. 받아랏!]
츄우웅.
영체의 손가락이 튕겨졌고, 녹색 빛의 오러탄이 날아왔다.
티잉!
퍼억, 우수수.
오러탄은 오크왕 켈란이 펼쳐놓은 방어막에 맞았지만, 약간 출렁이기만 했을 뿐 튕겨 나가버렸고, 오러탄은 석벽에 박혀들어 돌가루를 떨어뜨렸다.
[으음… 오러탄을 튕겨내다니 대단하구나.]
“취익… 나의 수련을 방해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날 공격해! 취익.”
스윽.
그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영체를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백색 빛의 광선이 죽 뻗어 나오며 영체를 향해 날아들었다.
[허엇, 위험하다!]
영체는 즉시 상체를 뒤로 젖혀 좌우로 흔들어 백색 광선을 피했다. 또한 양 손바닥을 활짝 펴서 손가락 끝에서 녹색의 오러탄 10발을 쏘았다.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에 켈란은 매직 스테프를 쥔 오른손을 들어 올려 죽 내뻗었다.
그러자 날아오던 오러탄이 보이지 않는 힘에 가로막혀 양쪽 옆으로 방향이 꺾으면서 석벽에 격중되었다.
콰쾅! 우수수.
석벽이 구멍이 뚫려서 박살나면서 돌가루가 떨어졌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오러탄이었다. 만약 저 오러탄에 사람이 맞았다면 그대로 즉사했을 것이다.
[흐흐흐…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취익… 감히 본체도 아닌 영체로 날 어쩔 수 있을 것 같으냐, 취익.”
[흥,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짜악, 짝짝.
갑자기 영체가 양 손바닥을 서로 부딪치면서 손뼉을 치자 살상력을 가진 파동이 일어나면서 오크왕 켈란에게로 날아갔다.
그러나 매직 스테프를 든 손을 앞으로 내뻗었을 뿐인데 모든 파동이 휘어지면서 애먼 석벽만 박살내버렸다.
우수수.
돌가루가 떨어지면서 먼지가 일었다.
파지지직.
이번에는 매직 스테프의 킹코브라의 붉은 두 눈인 레드 다이아몬드에서 붉은 광선 두 발이 쭈욱 뻗어 나와 날아갔다.
영체는 위험을 감지하고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으나, 붉은 광선은 영체보다 조금 빨랐다.
퍼억.
[끼아아악!]
영체는 한 발은 겨우 피했지만 나머지 한 발이 그만 어깨 부분에 격중되었고, 큰 구멍이 뻥 뚫리면서 그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감히 나에게 상처를 입히다니… 죽여 버리겠다!]
“취익… 감히 영체 주제에 누굴 죽인다고? 취익… 내가 완전히 소멸시켜주마! 취익.”
츄우우욱.
허공으로 떠오른 대거 자히르가 영체에게로 날아갔지만 영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영체가 양손을 앞으로 내뻗자 날아오던 대거 자히르의 속도가 줄어들었지만, 신기하게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영체를 향해 계속 날아왔다.
[이익! 그만 떨어져라, 떨어져!]
영체가 힘을 더 쓰자 대거 자히르의 표면에서 스파크가 크게 일어났다. 그러면서 영체를 향해 조금씩 전진했다.
그에 안 되겠고 생각한 영체는 몸을 날려서 피하려고 했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영체의 두 다리를 무언가 붙잡고 있는 듯 상체만 움직일 뿐, 발이 바닥에 붙은 것 같았다.
[이익! 이건 무슨 수법을 쓴 거지?]
“취익… 매직 스테프의 권능이라 할 수 있다, 취익.”
[그렇군. 정말 대단해!]
영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날아오는 대거 자히르를 최대의 힘으로 막으려했다.
파지지직.
스파크가 더 크게 일어났을 뿐, 대거 자히르는 계속 날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