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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스윽.
단장의 손짓에 단검이 스르르 벽에서 빠져나와 그에게 회수되었다.
“오늘의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소.”
“……!”
9명의 황금해골 그랜드 마스터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단장에게 인사하고 각자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단장마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회의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스스스.
밀실에서 무엇인가 나타났지만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백발노인에서 이십대의 청년으로 변한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는 눈을 감고 이마가 꿈틀거렸다.
번뜩.
그리고 기이하게도 그의 이마에서 눈(目)이 하나 생성되더니 떠졌다.
스르르.
형체가 없는 유령 같은 존재가 허공을 미끄러지면서 다가와서 메디아 파탈리푸트라 메가스테네스 이마의 눈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마의 눈은 다시 감기면서 스르르 사라져버렸고, 이번에는 그의 두 눈이 떠졌다.
“큭큭큭… 역시 제자 놈의 성취가 제법 높아서인지 영체를 순간적으로 감지했지만, 능력이 모자라 확실하게 소멸시키지는 못하는구나.”
이것은 그가 천신 휴라니아의 권능을 흡수하면서 생긴 능력으로 육체가 없는 의지로 생성된 영체였다. 사람의 혼령과는 분명히 다르지만 유사한 점들이 많았다.
의지가 원하는 곳으로 언제든 빠르게 이동해서 보고 들을 수 있으며 육체만 없을 뿐이지, 강력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기에 공격도 가능했다.
“큭큭큭… 이만하면 영체의 실험은 이루어졌으니 이젠 내가 직접 안드라 후작령으로 영체를 의지로써 보내 살펴봐야겠어.”
하벨은 수도 켄싱턴에서 아르미온과 성대한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에는 켈리아스 공왕을 비롯한 공국의 상위 귀족들이 전부 참석하여 그의 놀라운 인맥을 알 수 있었다.
그것으로 하벨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하위 귀족들은 알 수 있었다.
이젠 장인이 된 켈터스 남작은 하벨의 영향력 때문인지 자작으로 작위가 올라갔다. 그로 인해 그는 하루하루가 살맛이 났고 행복을 느꼈다.
또한 자신의 영지에서 수도 켄싱턴까지 도로가 잘 닦이면서 상단이 대거 들어왔다. 게다가 이전까지만 해도 영지의 특산품이 없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는 하벨의 도움으로 고기잡이배를 50척이나 보유하게 되어 매일같이 막대한 양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초대형 창고도 10개동이나 만들어져 잡은 물고기를 그곳에 넣어 며칠 동안 보관할 수 있게 되었기에, 상단이 영지로 들어와 싱싱한 활어를 구입해 갈 수 있었다.
이렇게 상단이 매일같이 영지로 들어오자 사람들이 많이 몰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생겨났고 또한 상단이 묵을 여관도 신축되었다.
게다가 영지민들은 일거리가 많아서 가정경제가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이것은 영지의 수입으로 이어져 켈터스 자작령의 경제까지 좋아지는 현상을 가져왔다.
수도 켄싱턴과 켈터스 자작령에 각종 사업을 벌인 하벨은 몸이 10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쁜 생활을 했지만, 집에서 아르미온과의 행복한 시간도 보냈기에 둘 사이에 아기가 생길 수 있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아르미온이 드디어 출산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예쁜 딸을 낳았다.
“고생했소, 아르미온.”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 미안해요.”
“그게 무슨 소리요? 난 딸도 예쁘기만 하다오.”
“정말이에요?”
“그렇소.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소.”
“고마워요.”
“어서 산후조리를 잘해서 예전의 건강한 몸으로 회복했으면 하오.”
“고마워요, 정말.”
“그런데 우리의 딸 이름을 뭐라 지으면 좋겠소?”
“혹시 생각해둔 이름 있어요?”
“음, 공기의 요정이라는 뜻을 가진 아리엘(Ariel)은 어떻소?”
“아리엘? 좋은 것 같아요. 그 이름으로 해요.”
“알았소. 그럼 이제부터 내 딸 이름은 델리안 폰 아리엘이오.”
하벨은 예전에 무인도에 지었던 9층 타워 별장을 새로운 터전으로 삼았다.
그는 섬과 해안가까지 돌로 된 거대한 다리를 만들었는데, 마차 5대가 동시에 지나가도 될 정도로 넓은 다리였다. 그런데 놀라운 건 다리의 3분의 2 지점을 통과하면 다리가 끊어졌다.
성문처럼 철판으로 된 다리가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는데, 기계장치를 돌려야만 다리가 다시 내려와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이것은 혹시라도 있을 적들을 침입에 대비한 것이었다.
또한 섬에도 20미터나 되는 높은 성벽을 쌓았으며, 경비병을 500명이나 모집해 주둔시켰다. 그리고 섬의 외곽에는 결계를 설치해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도록 해두었으며 성안 곳곳에도 마법물품을 박아 넣어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
하벨 자신은 사업 때문에 바쁜 생활을 하기에 아르미온과 딸 아리엘의 안전에 좀 더 힘을 쓰지 못하기에 이렇게라도 미리 마법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한 것이다. 이렇게 섬은 하나의 마을처럼 되어버렸다.
그는 켈터스 자작령을 좀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사업에 필요한 공장을 이곳에 많이 만들었고, 그로 인해 인근 영지나 공국에서 사람들이 대거 일자리를 찾아 그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래서 켈터스 자작령은 단기간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면서 백작령에 버금가는 영지로까지 발전했다.
켈란 시티(Kellan City).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킬라스 제국의 안드라 후작령이었다. 그런데 오크왕 켈란이 이곳을 점령한 후에는 지명을 켈란 시티라 바꾼 것이다. 장성을 쌓고 대대적으로 주거지를 만들어 오크들의 도시가 되었다.
오크 100만 마리가 이곳으로 이주해서 살고 있었는데, 그중 50만 마리가 오크전사들이었다.
또한 각 점령지에서 사로잡은 80만의 인간 포로들을 모두 노예로 만들어 각 오크 성에 노동에 투입했는데, 이곳 켈란 시티에도 30만의 노예가 노동에 투입되었다.
인간 노예의 발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었으며, 그것이 노예들의 상징인 족쇄라는 것이었다. 30만의 킬라스 제국군이 켈란 시티의 외곽의 평지에 군막을 설치했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3만의 선봉군이 전열을 정비하면서 편제를 이루더니 성벽을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
도시 켈란의 방위사령관인 술라루푸스(Sullarufus)는 폐관수련에 들어가 있는 오크왕 켈란에게서 모든 군사적인 권한을 위임받고 그로부터 도시를 방어하라는 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즉 두 달 만에 적들이 쳐들어올 줄은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켈란은 성벽 위에서 제국군의 선봉군단이 진군해오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취익… 몬스터 돌격대는 출동 준비를 하고 대기하라고 일러라, 취익… 투석기와 발리스타는 즉시 공격하라! 취익.”
“취익… 알겠습니다, 취익… 투석기와 발리스타는 즉시 공격하라, 공격! 취익.”
슈슈슈슝.
돌덩어리와 대형 퀘럴이 진격해오는 제국군 선봉군단의 대형을 향해 떨어졌다.
“아악!”
“크어억!”
“당황하지 말고 진격하라!”
“진군하라, 진군!”
“취익… 아이스 볼트, 취익.”
“취익… 매직 애로우!”
슈슈슈슝.
오크 마법사들이 성벽 위에서 공격 마법을 시전했고, 진군해오는 선봉군단의 보병들에게 날아가 떨어졌다.
“크악!”
“아아악!”
털썩.
수십 명의 보병들이 고꾸라졌지만, 진군 속도를 늦추지는 않았다.
보우에 화살을 걸고 대기하던 오크 보우병들은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
“취익… 적들이 화살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취익… 화살을 쏴라, 취익.”
투투투퉁.
쏴아아아.
마치 비가 내리듯 수천 발의 화살이 하늘을 가득 채우며 날아왔다.
“화살이다. 방패로 막아라!”
“보병들은 방패에 몸을 은폐하라.”
티티티팅, 퍼퍼퍽.
“커억!”
“아아악!”
대부분의 화살은 방패에 맞아 튕겨졌지만, 일부의 화살은 병사들에게 격중되었고 그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다.
선봉군단장인 크레타(Crete)가 옆에 서 있는 부관에게 명령했다.
“부관, 공성무기를 내보내라!”
“예, 알겠습니다. 오크 마법사들은 목조타워와 파성추를 내보내라!”
쿠르르르.
굉음을 내면서 목조타워와 파성추가 성벽을 향해 움직였다.
“취익… 파이어 볼, 취익.”
“취익… 매직 미사일!”
“취익… 파이어 볼트, 취익.”
슈슈슈슝.
오크 마법사들의 공격 마법이 퍼부어졌다. 그로 인해 목조타워는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고, 파성추에도 불이 붙었지만 계속 돌격했다.
그러자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던 방위사령관인 술라루푸스가 기가 막히는지 중얼거렸다.
“취익… 저놈들이 우리 오크전사들을 아주 우습게보는구나! 우리가 성안에 있다고 공성무기로 공격하려 하다니, 취익.”
“취익… 그러게 말입니다, 취익… 겨우 3만의 선봉군으로 겁도 없이 오다니요, 취익… 오크전사들을 출병시켜 전멸시켜버리십시오, 취익.”
“취익…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취익… 즉시 오크군단을 내보내라! 취익.”
“취익…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취익… 오크군단을 내보내라! 취익.”
그그그긍.
갑자기 성문이 내려가더니 오크전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목조타워와 파성추를 이끌고 진군하던 보병들은 당황했다.
“취익… 공격하라, 공격! 취익.”
“취익… 적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취익… 공격하라! 취익.”
석궁이나 보우를 든 오크들은 그것을 쏘면서 달려 나왔고, 롱소드나 전투도끼를 손에 든 오크들은 주위에 있는 제국군들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