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0 / 0156 ----------------------------------------------
제5권 신의 아티팩트
“일단 방법이 그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즉시 전달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후퇴의 북소리를 울려라!”
둥둥둥… 둥둥.
“후퇴하라는 북소리다. 즉시 제2차 방어선으로 후퇴하라!”
“제2천인대부터 제6천인대까지의 전사들은 신속하게 후퇴하라!”
“서둘러라! 서둘러!”
제8천인대가 앞으로 나서면서 오크전사들을 막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제8천인대의 피해가 늘었다.
“제2차 방어선으로 후퇴하라! 어서!”
발보르 신의 전사들은 7천여 명이 죽고 3천여 명만 겨우 살아남아 제2차 방어선으로 후퇴했다.
제2차 방어선에는 제2군단, 제4군단, 제5군단, 3개 군단 3만 명이 대기했다.
“제1차 방어선은 방심해서 무너졌지만, 여기 제2차 방어선은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된다. 모두 총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듯 거세게 오크들을 향해 돌격했다.
채채챙.
병장기가 서로 부딪치면서 서로 뒤섞여 치열하게 전투가 전개 되었다.
“파이어 볼.”
4~5서클의 마법사 12명이 일제히 화염계 마법을 날렸다.
이들 12명의 마법사들은 듀크가 안드라 후작령을 점령하면서 그곳에 있던 그들을 특별대우로서 영입한 마법사들이었다.
슈우우우… 콰쾅!
오크진영의 후미 쪽으로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 볼이 떨어지면서 폭발하자 오크군의 사기에 한순간에 꺾였다.
시각적인 효과까지 큰 것이 화염계 마법이다. 또한 오크전사 한 마리에 전사들이 3~5명까지 달려들자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강력한 무력을 자랑하는 제51오크군단이었지만, 3배가 넘는 병력의 열세는 어쩔 수 없었다. 오크전사들의 피해가 급격히 늘어나자 우디스톤은 후퇴명령을 내렸다.
“취익… 후퇴하라, 후퇴! 취익.”
잉그리드 마운틴 초입까지 전세가 밀린 제51오크군단은 다시 전열을 정비했다.
발보르 신의 전사 군단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대치했는데, 3배가 넘는 병력을 보유하고도 선뜻 공격하지 못했다. 제51오크군단의 뒤쪽에는 어느새 제52군단과 제53군단이 도착하여 대형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취익… 몬스터 부대를 내보내라! 취익.”
“취익… 알겠습니다. 몬스터 부대는 즉시 돌격하라! 취익.”
“쿠워어어어!”
포효를 터뜨린 트롤 100마리와 오우거 50마리, 미노타우로스 250마리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격했다.
“몬스터들이다. 모두 죽여라!”
“발리스타로 공격해!”
“투석기를 쏴라!”
“취익… 오크전사들도 선두 열부터 돌격하라! 취익.”
“취익… 돌격하라! 돌격! 취익.”
오크전사들이 전사들을 향해 달려오자 발보르 신은 그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공격 명령만 기다렸다. 이윽고 그들에게도 공격 명령이 내려졌다.
“돌격하라! 돌격!”
“나를 따르라!”
“화살을 쏴라!”
“퀘럴로 오크의 다리를 공격하라!”
슈슈슈슝.
허공에는 온통 화살이 뒤덮었고, 오크 다리를 맞추려고 쏘아진 퀘럴은 낮게 날아왔다.
“크어억!”
“케에엑!”
퀘럴에 다리를 맞은 오크전사들이 하나 둘 고꾸라졌지만,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양측은 서로 비슷한 병력이었기에 오크전사들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다.
발보르 신의 전사 3~4명은 달려들어야 오크전사 한 마리를 상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채채챙, 파파팍.
양측이 서로 충돌하여 치열하게 싸웠지만, 한 치의 물러섬이 없었다.
“크워어어어!”
갑자기 하늘에서 드래곤 피어가 울려 퍼졌다. 양측의 전사들은 부르르 잔 떨림을 보이면서 공포에 젖어들었다.
퓨화아아악.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의 냉기를 머금은 브레스가 발보르 신의 전사 측에 내뿜어졌다.
“으아… 살려줘! 크아악!”
쩌쩌쩌쩡.
수천 명의 전사들이 냉동인간이 되어버렸다.
오크왕 켈란의 가디언이 된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건 그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걸 암시하는 것이었다.
역시 지평선 끝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면서 오크군단이 몰려오는 게 보였다.
“파이어 버스트(fire burst).”
슈우우, 콰쾅!
“커억!”
“아아악!”
강력한 불꽃의 구가 폭발하면서 주위에 타격을 주는 마법이었기에 수백 명의 발보르 신의 전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고꾸라졌다.
“드래곤을 향해 발리스타를 쏴라!”
“마법사들은 뭐 하는가 어서 오크들을 공격해!”
“일제히 마법을 날려라! 파이어 볼.”
화르르, 슈슈슝.
거대한 불공 수십 개가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면서 오크전사들에게 떨어졌다.
콰콰쾅!
“케엑!”
“크아아악!”
발리스타의 대형 화살을 피해 날던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는 마법을 다시 시전했다.
“어스 쉐이크(Earth shake).”
우르르릉, 쩌쩌쩍.
대지가 강하게 흔들거렸는데, 바로 마법으로 지진을 일으킨 것이었다.
“어이쿠, 젠장!”
“우왁… 땅이 흔들려. 아악!”
“블레이즈!”
휘리리릭.
회전하는 칼날이 무려 5개나 생성되어 발보르 신의 전사들에게 날아갔다.
“크아악!”
“커억!”
비명을 지르면서 수십 명이 쓰러졌다. 그래도 회전하는 칼날은 소멸되지 않고 계속 전장을 날아다니면서 공격했다.
“끄아아아!”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는 하늘을 빠르게 날아다니면서 마음껏 공격 마법을 퍼붓다가 약간 방심을 했는지 발리스타에 그만 날개가 찢어지는 부상을 입고 물러났다.
빠르게 달려온 켈란의 오크군단은 무려 10개 군단 10만 마리나 되었다.
“취익… 총공격하라! 취익.”
“취익… 공격하라, 공격! 취익.”
“취익… 지원군단이 도착했으니 힘내라! 취익.”
사기가 오른 오크전사들은 발보르 신의 전사들을 밀어붙였다. 그와는 반대로 사기가 꺾인 그들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오크군단이 몰려온다!”
“너무 많아, 후퇴하라!”
“아악! 같이 가!”
엄청난 수로 밀고 올라오는 오크군단에 발보르 신의 전사들은 절망했다. 제2차 방어선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본채에 누워 있는 듀크는 힘겹게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십니까?”
“대장님, 저희를 알아보시겠습니까?”
“으으… 보리스, 내가 얼마 동안 의식을 잃었지?”
“하루를 꼬박 의식을 잃고 계셨습니다.”
“으음… 내 몸 상태가 최악인 것 같은데 맞나?”
“겉으로 보기에는 큰 상처가 없어 보이지만, 내상이 꽤 심한 것 같습니다. 얼굴에도 핏기가 남아 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으음… 그래? 그런데 밖이 왜 이렇게 소란스럽지?”
“오크군단이 쳐들어와서 그럴 것입니다.”
“으음… 오크들이 벌써 이곳까지 쳐들어왔단 말인가?”
“조금 전 보고로는 10만 마리 정도가 지원되었다고 하니, 12만 마리는 넘는 것 같습니다.”
“으음… 최악이군. 우리는 전부해도 8만인데 말이야.”
“그래도 대장님께서 몸이 회복되시면 오크 정도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으음… 이번에는 적이 너무 강해서 쉽지 않을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지금부터 나는 치료에 들어갈 테니 모두 밖으로 나가서 문을 닫아라. 상처가 다 완치되면 내가 직접 밖으로 나갈 테니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장님!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저희가 오크군단을 막아보겠습니다.”
“그래, 보리스가 수고 좀 해줘야겠어. 나가봐.”
보리스와 나머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자 듀크는 즉시 가부좌를 틀고 심호흡을 했다.
“후읍… 흡흡… 후우.”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마음을 진정시켰다.
“후우… 자히르여, 나의 상처는 어떠한가?”
[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으음… 평소 같으면 중상을 입어도 금방 회복이 되었었는데 왜 이렇게 상처의 회복속도가 느린가?”
[그건 나와 같은 신의 아티팩트인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권능과 힘이 들어 있는 매직 스테프에게서 입은 상처이기 때문에 회복속도가 느린 것이다.]
“그럼 빠르게 상처를 회복할 방법은 없나?”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너는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권능과 힘을 흡수했기에 몸의 상처 정도는 자체 치유력으로 쉽게 회복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너의 피를 내가 흡수해야만 회복할 수 있다. 어찌하겠는가?]
“나의 피를 전부 흡수하면 나는 죽는 게 아닌가?”
[그건 아니다. 다만 제법 많은 피를 흡수당하기 때문에 한동안 보양식으로 몸을 보해야 한다.]
“으음…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겠다.”
[매직 스테프의 기운이 이렇게 강렬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근처에 있는 모양인 것 같은데 그와 또 다시 싸우려는 건가?]
“그래, 이번에는 쉽게 당하지 않겠어.”
“이건 나의 충고인데 지금은 피하고 훗날을 기약하는 게 어떻겠나?”
“그, 그건 무슨 소리지?”
[지금 너의 상태로는 그를 이길 수 없어. 난 신의 아티팩트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지금 너의 능력으로는 그를 절대 이길 수 없어. 그러니 포기하고 다음을 기약하라고 권하고 싶다.]
“으으… 내가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잘 생각해서 결정해라. 이미 넌 그자와 한번 겨루어보지 않았는가? 네가 최후의 공격을 사용하려고 할 때, 그자는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권능과 힘으로 너를 공격했어.]
“알아. 하지만 나도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권능과 힘을 흡수한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