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2 / 0156 ----------------------------------------------
제5권 신의 아티팩트
“취익… 내가 지시한 것을 모두 보고하도록, 취익.”
“취익… 예, 대왕이시여! 취익… 먼저 제51군단부터 제57군단까지 7개의 군단은 도시 니네베로 향했으며, 취익… 제58군단, 제60군단, 제65군단부터 제70군단까지 8개 군단은 도시 멜바로 향하고 있습니다, 취익.”
“취익… 언제쯤 도착할 것으로 보이는가? 취익.”
“취익… 조금 전 보고가 들어오기로는 도시 니네베로 향한 오크군단은 2시간 정도면 도착하고, 취익… 또한 도시 멜바로 향한 오크군단은 3시간 정도가 지나면 도착한다고 하옵니다, 취익.”
“취익… 좋아, 나의 예상대로 잘 진행되고 있군, 취익… 그만 나가서 쉬도록, 취익.”
“취익… 예, 대왕이시여! 취익.”
이것으로 보아서 듀크와 보리스의 예상은 빗나갔다.
오크왕 켈란이 간섭하지 않았다면 보리스의 예상대로 되었겠지만, 인간의 뛰어난 전략전술을 알고 있는 켈란은 그들보다 한 발 먼저 작전지시를 했기에 이렇게 전혀 다른 전술을 펼친 것이다.
파블 군단장이 밖으로 나가서 호위병들에게 외쳤다.
“취익… 식사를 가져오너라, 취익.”
“취익… 예, 대왕이시여! 취익.”
암컷 오크들이 긴 테이블을 대연회장에 깔고 각종 요리를 가득 차렸다. 보통 오크들도 먹성이 대단한데, 오크왕 켈란의 먹성은 대단했다.
쩝쩝쩝.
배불리 식사를 한 켈란은 입을 닦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취익… 매직 스테프여, 취익…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는데 어떤가” 취익.
[나의 동반자인 오크왕 켈란이여, 드디어 느꼈는가? 이 기운은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힘과 권능이 들어 있는 대거 자히르가 틀림없다. 자신 있는가?]
“취익… 여기에 오면서 바로 느꼈지만, 그동안 전장을 지켜보느라 나서지 않았었다, 취익… 저녁식사까지 푸짐하게 먹었기에 싸울 자신이 있다, 취익.”
[그자가 얼마나 권능과 힘을 흡수했는지는 모르나 동반자여! 조심해야 한다.]
“취익… 고맙다, 취익… 나의 동반자 매직 스테프여, 취익.”
도시 니네베(Nineveh)는 상주인구 26만 명에 6만의 영지병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이다.
오크군단이 며칠 후에 쳐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을 잉그리드 마운틴의 본채에서 이미 들었기에 니네베는 비상령이 내려져 방어준비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영지병들과 시민들이 한마음이 되어 일하고 있었다.
“화살 통 묶음은 외성벽 쪽으로 가져가라.”
“이봐, 기름통은 이쪽이야.”
“서둘러라, 서둘러.”
일선 백부장들의 독려와 지시에 따라 영지병들은 각종 물건을 필요한 곳에 옮겼다.
투석기로 날릴 돌덩이를 수레에 싣던 아폴로와 안토니는 소곤거렸다.
“이봐, 아폴로. 오크들이 대단하다고 하던데 사실일까?”
“나도 보지는 못해서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에스코피에를 겨우 탈출한 자들의 말대로라면 대단하다고 그러더라고.”
“에이, 설마… 그렇게나 강하려고? 몇 년 전에 오크 사냥을 나간 적이 있는데 소문과는 매우 다르던걸?”
“안토니, 오크 중에는 마법을 사용하는 오크도 있다 그랬어.”
“정말 오크가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여기 니네베도 오크들을 막을 수 있을까 걱정이야.”
“나도 겁이 나지만 어쩔 수 없잖아.”
“한두 명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니까 사실일 거야.”
“야… 거기 잡담하지 말고 서둘러.”
“헉! 아, 알겠습니다.”
“갑니다, 가요.”
아폴로와 안토니처럼 병사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상태면 내일 오후 정도면 모든 방어준비가 끝날 것이다.
척척척척.
무장한 오크전사들이 편제(編制)를 이루면서 진군하고 있었다. 오(伍)와 열(列)을 맞추면서 늘어선 줄로 진군하고 있었기에 그 위용이 대단했다.
똑같은 모양과 색의 갑옷에 각종 무기를 쥔 오크전사들은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 걸음걸이도 당당했다. 주변을 온통 오크군단으로 가득 채운 모습이었는데,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쿠르르르.
굉음을 내면서 대형 투석기와 발리스타를 실은 수레가 지나갔으며 식량을 실은 수레도 이동했다. 또한 각종 무구들을 실은 수레까지 이동하는 대규모 병력이동이었다.
이들은 도시 니네베로 진군하고 있는 오크군단으로 제51군단부터 제57군단까지 7개의 군단 7만 마리의 오크전사들이었다.
도시 니네베로부터 약 1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언덕 바위에 척후병인 덴버슨이 오크군단이 진군해오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며칠은 있어야 오크군단이 공격해올 것이라는 정보를 받았기에 지금은 그냥 형식적으로 바위에 기대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입으로 육포를 씹으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으응, 뭐였지? 내가 잘못 보았나?”
달도 없는 밤이라서 주위가 어두워서 물체의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확실하게 무언가 몰려오고 있었다.
“허억, 저, 저것들은 오크?”
잘못 본 건지 그는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저것들은 분명히 오크군단이야. 큰일이다. 빨리 이 소식을 알려야 해.”
그가 발견한 것은 오크군단의 1천 척후대였다. 깜짝 놀란 척후병 덴버슨은 한쪽에 묶어놓았던 말에 올라탔다.
“이랴! 달려라, 달려!”
두두두.
말발굽이 땅을 박차고 튀어나가면서 흙먼지를 일으켰다.
그가 전속력으로 향하는 곳은 지금 도시 니네베의 외성이었다.
얼마 후 외성이 내려다보이는 곳까지 다가가자 외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영지병들이 한 손을 흔들었다.
“여어, 덴버슨. 척후활동은 어쩌고 이 밤중에 여기까지 달려왔어? 무슨 일 있어?”
“큰일 났다, 오크군단이 몰려온다.”
“그게 무슨 소리야? 오크라니?”
“너하고 입씨름할 시간 없어. 어서 모두에게 알려, 오크들이 쳐들어오고 있다고. 빨리!”
“아, 알았다.”
“오크들이 몰려온다! 오크다, 오크!”
보고를 하러 영지병이 사라졌지만 마음이 급했던 척후병 덴버슨은 니네베 외성을 향해 크게 외쳤고, 성벽 위에서 그걸 들은 다른 병사들은 깜짝 놀랐다.
“뭐? 오크들이?”
“오크군단이 몰려온다! 모두 각자의 자리로 가라! 어서!”
“종을 울려라!”
땡땡땡땡.
갑자기 비상종이 울려 퍼지자 교대로 집에서 쉬고 있던 병사들까지 가죽갑옷을 입고 무기를 허리에 차고 나왔다.
성벽의 곳곳에 횃불이 밝혀지면서 주위가 대낮같이 밝아졌다.
“화살 통을 가져와. 어서!”
“빨리빨리 움직여!”
“발리스타를 배치해라!”
우르르르.
6만의 영지병들이 각자 맡은 자리로 속속 배치되었다.
또한 시민 중에서 15세 이상 50세 이하의 남자 8만 명이 모두 동원되어 무기를 지급받고 성곽에 배치되었다.
오크군단의 1천 척후대가 드디어 도시 니네베의 외성이 보이는 곳까지 쳐들어왔다.
화살의 사정거리가 미치지 않는 약 400미터 지점에까지 다가오더니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는 오크전사 일부가 기름을 먹인 횃불을 말뚝처럼 곳곳에 박아 주위를 밝혔다.
슈우우, 퍼펑!
불꽃을 퍼뜨려 하늘 높이 신호탄이 쏘아 올리니 불꽃은 화려하게 폭발했다. 척후대가 선봉부대에게 신호를 보낸 것이다.
오크왕 켈란이 마법 지식으로 만든 아티팩트로 화약으로 폭발하는 신호탄은 아니었지만, 밤하늘 높이 쏘아져 화려하게 폭발하도록 각종 마법 시약으로 만든 마법물품 신호탄이었다.
1킬로미터 정도 뒤에서 진군해오는 선봉부대인 제51군단에서는 하늘에서 터진 신호탄을 확인했다.
선봉의 임무를 맡은 제51군단장인 우디스톤은 부관오크에게 명령을 내렸다.
“취익… 부관, 신호탄이 올랐다, 취익… 진군 속도를 좀 더 높이도록! 취익.”
“취익… 예, 군단장님! 취익… 진군 속도를 좀 더 높여라! 취익.”
오크전사들은 명령대로 진군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얼마 후 1천 척후대와 조우하게 된 오크선봉 제51군단은 넓게 자리를 잡으면서 전열을 정비했다.
한편 도시 니네베에도 이미 오크군단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방어 준비가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성곽의 곳곳에 횃불이 밝혀져 있었으며 무장한 병사들도 보였다.
“취익… 방어준비가 되어 있으니 잠시 휴식을 한다, 취익.”
“취익… 예, 알겠습니다! 취익… 부대별로 휴식에 들어간다! 취익.”
전사들은 전열을 정비한 후, 그 자리에 모두 앉아 휴식에 들어갔다. 제법 먼 거리를 이동했기 때문에 바로 공격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일단 휴식에 들어간 것이다.
오크선봉 제51군단은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식사를 했다.
오크들이 한창 식사 중일 때 제52군단이 도착하더니 얼마 후에는 제53군단에 이어 제57군단까지 7개의 오크군단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도착했다.
“취익… 배불리 먹고 쉬어라, 취익… 자정이 되면 공격할 것이다, 취익.”
“취익… 알겠습니다! 취익.”
츠츠츠츠.
공간이 이지러지면서 빛과 함께 오크왕 켈란이 가디언을 대동하고 마법으로 이동해왔다.
“취익… 대왕님이시다! 취익.”
“취익… 대왕님이시다! 취익… 대왕님 만세! 취익.”
“취익… 대왕님 만세! 취익.”
오크전사들에게 있어서 오크왕 켈란은 신이나 마찬가지인 절대적인 존재였다.
“취익… 용맹스러운 나의 오크전사여, 취익… 배불리 먹고 휴식을 취했느냐, 취익.”
“취익… 그렇습니다, 대왕님! 취익.”
“취익… 배불리 먹었습니다, 대왕님! 취익.”
“취익… 곧 공격이 시작될 것이니 각자 무기를 한 번 더 점검하라, 취익.”
선봉의 임무를 맡은 제51군단장인 우디스톤과 부관오크가 켈란에게 다가왔다.
“취익… 대왕이시여,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취익.”
“취익… 우디스톤이구나, 취익… 선봉 제51군단은 즉시 모든 공격준비를 갖추고 대기하라, 취익… 이번의 공격에는 나의 가디언인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를 내보내서 드래곤의 강력한 브레스 공격으로 저 인간족에게 겁을 줄 것이다, 취익.”
“취익… 대왕이시여, 취익… 드래곤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취익… 오크전사들의 피해는 그만큼 줄어들 것입니다, 취익.”
“취익… 그렇다, 우디스톤이여. 취익… 너는 돌아가서 대기하거라, 곧 나의 명령이 있을 것이다. 취익.”
“취익… 예, 대왕이시여! 취익.”
선봉 제51군단장인 우디스톤과 부관이 자리로 돌아가는 걸 보더니 중얼거렸다.
“취익… 가디언 지오반니 있느냐? 취익.”
“예, 나의 주인 켈란이여!”
“취익… 너는 즉시 본체로 돌아가서 저기 보이는 성을 공격하라! 취익.”
“알겠습니다!”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는 오크왕 켈란에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땅을 박차고 높이 떠올라 빛에 휩싸이더니 본체로 돌아갔다.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몸체로 변신에 성공하더니 이윽고 도시 니네베의 외성을 향해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