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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경호기사들과 경호병들이 200명 정도 주위에 배치되었고, 공왕과 귀족들은 하벨의 안내를 받아 나인 타워로 들어갔다.
“오오… 정말 아름다운 건물이야! 경치도 좋고 멋지군.”
“감사합니다, 공왕전하.”
귀족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한 층, 한 층 올라갈 때마다 나인 타워는 더욱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렇게 8층까지 구경하고 마지막 9층으로 올라간 그들은 전망을 보기 위해 켄싱턴 밖을 내려다보았다.
“허허허… 이렇게 멋진 곳은 처음이야. 안 그런가, 록시 백작?”
“그렇사옵니다, 전하.”
“앞으로 이곳 나인 타워는 켄싱턴에서 가장 유명한 명소가 되겠어. 축하하네.”
“감사하옵니다, 공왕전하.”
“이제 어느 정도 구경한 것 같은데… 얼음을 이용한 각종 별미를 선보인다고 한 것은 어찌 되었는가?”
“예.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공왕전하.”
스윽.
그 순간, 하벨의 손짓에 따라 마법주머니에서 테이블과 의자가 나와 9층 가운데 배치되었다.
“허허… 이런 것도 마법으로 간단하게 배치하는군?”
“공왕 전하와 귀족분들께서 자리에 앉아 조금만 기다리시면 별미를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공왕과 귀족들이 자리에 앉자, 하벨의 아이스 마법이 시작되었다.
하벨은 모든 재료를 펼쳐놓고 허공으로 하나씩 띄워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짝짝짝짝.
공왕과 귀족들은 환상적인 모습에 하벨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자… 얼음으로 만든 컵에 시원한 과일 음료가 만들어졌으니 일단 마셔보십시오. 시원할 겁니다.”
“허허… 보기에도 시원하겠어.”
“……!”
공왕과 귀족들은 얼음 컵을 들고 하벨이 만들어준 음료를 받아 마셨다.
그러는 사이에도 하벨의 아이스 매직쇼는 펼쳐졌는데, 이번에 만든 것은 과일빙수였다.
모두 과일 음료를 먼저 맛보았기에 기대감이 컸는데, 다시 얼음으로 만든 그릇에 담긴 과일빙수는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고 맛있었다.
“으음… 정말 시원하고 맛있군.”
“이런 맛은 처음입니다, 전하.”
“더운 날씨에 시원한 걸 먹으니 행복합니다, 전하.”
“지금까지 두 가지의 특별한 별미를 맛보셨는데, 마지막은 더욱 특별한 것입니다. 이것의 이름은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으로,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하벨의 마법이 환상적으로 펼쳐지며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졌다.
공왕과 귀족들의 테이블 앞에 은으로 만든 용기와 작은 스푼이 놓였고, 드디어 허공에 떠 있던 아이스크림이 적당하게 나누어져 용기에 담겼다.
“자, 아이스크림이 완성되었으니 드셔보십시오.”
“이게 자네가 말한 아이스크림인가?”
“그렇습니다, 공왕전하.”
“일단 맛을 보고 평을 하겠네.”
“오오… 이런 맛이라니!”
“정말 환상적인 맛입니다, 전하.”
“이, 이런 맛이!”
공왕과 귀족들의 감탄사가 쏟아졌다.
얼음 음료와 과일빙수도 대단했지만, 역시 아이스크림의 맛이 단연 최고였다.
맛이 있어서 눈을 감고 음미하는 귀족도 있을 정도였다.
“아… 정말 끝내주는군. 한 그릇 더 먹을 수 있겠나?”
“아직 재료가 남아 있으니 더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나도 한 그릇 더 주게.”
“나도, 나도.”
공왕과 모든 귀족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아이스크림을 한 그릇 더 먹고 싶다고 외쳤기에 결국 하벨은 아이스크림을 더 만들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것도 다 먹어버리자 하벨이 한마디 했다.
“공왕전하, 더 드시게 되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조금 있다가 드십시오.”
“으음… 그럴까? 정말 맛있었네. 최고였어!”
공왕의 극찬에 하벨은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
잠시 후 공왕과 귀족들은 아이스크림을 두 그릇이나 더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더 먹고 싶은지 아쉬운 표정이었다.
‘후후후… 배탈이 나면 어쩌려고 저러나?’
공왕과 귀족들이 나인 타워의 모형을 선물 받고 돌아간 뒤에야 나인 타워가 드디어 시민에게 개방되었다.
한참을 기다린 시민들은 환호성을 지르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1층부터 8층까지 각 층에는 하벨이 마련한 과일즙을 넣고 얼린 아이스 바, 얼음과일 음료, 과일빙수, 아이스크림이 판매되었는데 그 시원하고 달콤한 맛 때문에 시민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석양이 지고 어둠이 몰려오자 나인 타워의 외관에 은은한 빛이 일어나 건물 전체가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것은 하벨의 마법으로 일으킨 환상적인 야간조명이었다.
“와아아… 환상적인 불빛이야!”
“정말 아름다워.”
“끝내주는 나인 타워야. 정말 멋져!”
야간조명은 앞으로 시민들이 더욱 자주 나인 타워를 찾게 될 이유가 될 것이다.
열흘 정도 시간이 흐르자 나인 타워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인 연합길드에서 고용한 직원들이 배치되어 순조롭게 운영이 되고 있었다.
그제야 하벨도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
광장에는 무장한 오크전사들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맹수처럼 눈빛을 번뜩이는 게 여간 용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백색 로브를 멋지게 차려입고 테라스로 나온 오크왕 켈란은 매직 스테프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취익… 켈란 대왕님 만세! 취익.”
“취익… 대왕님 만세! 취익.”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 외치는 함성은 역시 대단했다.
스윽.
켈란이 한쪽 팔을 옆으로 움직이자, 광장에 늘어선 오크전사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이윽고 켈란이 외쳤다.
“취익… 자랑스러운 나의 전사들아, 취익. 너희는 이제부터 인간족들과 전쟁을 치르게 될 것이다, 취익… 더 이상 예전 사냥이나 당하던 오크들이 아니다, 취익… 이제는 우리가 인간족들을 사냥하게 될 것이다. 인간족들을 마음껏 취하라, 취익… 가라, 가서 오크전사들의 용맹성을 똑똑히 보여줘라, 취익.”
“취익… 오크왕 켈란 대왕님 만세! 취익.”
“취익… 만세! 만세! 취익.”
“취익… 제52군단부터 이동한다, 취익… 서둘러라.”
광장의 한쪽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매직 게이트가 20개나 설치되어 있었고, 오크전사들이 군단별로 이동했다. 선봉의 군단은 제52군단이었다.
오크들의 전장으로 출병하는 모습을 내려다보던 오크왕 켈란은 흐뭇한 얼굴로 지난 일을 돌이켜보았다.
드래곤 산맥에서 오크부족을 제압해서 수십만의 오크들을 확보하고, 그 밖의 각종 몬스터들도 사로잡아 전력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중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는 두 마리의 드래곤을 사로잡아서 자신의 가디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제일 기분이 좋았다.
그는 더 이상 드래곤 산맥을 도모하게 되면, 드래곤들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곳을 도모하기로 했다.
오크 왕국은 오크부족을 점령해서 확보한 오크들을 잘 먹이고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켜서 오크전사로 거듭나게 했다. 또한 식량이 충분해서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받은 암컷 오크들은 새끼들을 많이 낳았다. 그야말로 오크의 전성기라고 할만 했다.
하지만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힘을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오크 왕국이 강해지자 오크들을 힘의 일부를 방출해야만 했다.
이때 때마침 그에게 떠오른 생각이 있었으니, 바로 인간족의 왕국을 공격하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인간족은 오크를 싫어했고, 보이는 족족 오크들을 사냥했기에 오크족은 인간족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오크 왕국이 힘이 넘칠 정도이니 그들이 가만히 두고만 보겠는가?
이번 기회에 인간족을 공격하게 되면 넘치던 에너지를 방출할 수 있고 또한 오크 왕국의 땅도 넓힐 수 있게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기에 과감하게 일을 추진한 것이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곳이 바로 드래곤 산맥과 마주 보는 곳인 킬라스 제국의 동부지역과 북부지역의 경계 안드라 후작령이었다.
이미 그곳과 교역하는 상단을 공격해 정보를 얻었으며, 모든 지형지물에 대한 파악이 끝난 상태였기에 오늘 출병시킨 것이다.
회상에서 깨어난 오크왕 켈란은 혼자 중얼거렸다.
“취익… 오크 왕국은 더 이상 인간족에게 당하지 않을 거다, 취익… 안드라 후작령은 최근 발보르 신의 전사들이라는 놈들이 장악했더군, 취익… 하지만 우리의 막강한 오크전사라면 겁낼 것 없어, 취익… 일단 20개의 군단 20만 마리가 출병했으니 지켜보면 알게 되겠지, 취익.”
[동맹자 켈란이여,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Valbor) 님을 추종하는 전사들이라면, 어쩌면 신의 아티팩트가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취익…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매직 스테프여? 취익.”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힘과 권능이 들어 있는 대거 자히르(Zahir)를 말하는 거다.]
“취익… 저, 정말 그곳에 있을까?”
[글쎄. 지금의 능력이라면 50킬로미터까지 접근하면 감지할 수 있을 거다.]
“취익… 그곳에 대거 자히르가 있으면 좋겠군, 취익.”
[싸워서 빼앗겠다는 말인가?]
“취익… 그렇다, 매직 스테프여. 나의 능력이 그자보다 좋을 테니, 취익.”
[하긴, 비슷한 정도의 능력을 갖췄다고 해도 대거 자히르보다 내가 매직 스테프 상위의 아티팩트를 가지고 있으니 충분하겠구나.]
“취익… 매직 스테프의 말을 들으니 이번 출병은 아주 기대되는군, 취익… 전장의 상황을 봐서 내가 직접 가봐야겠어, 취익.”
[하하하… 지금 너의 능력이라면 신의 아티팩트를 소유한 자와 겨루어도 전혀 밀리지 않겠어.]
“취익… 6개의 신의 아티팩트, 취익… 매직 스테프 너의 서열은 어떻게 된다고 했지, 취익.”
[다시 한 번 더 설명해 줄 테니 잘 새겨들어라. 서열 1위가 혼돈의 신 카오스님의 다크박스, 서열 2위가 천신 휴라니아 님의 크로스, 서열 3위가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매직 스테프인 나이며, 서열 4위가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자히르, 서열 5위가 마신 벨제르티스 님의 켓츠 블루, 서열 6위가 엘프여신 앙테뮈르 님의 눈물이다.]
“취익… 그렇군. 그런데 나머지 신의 아티팩트를 소유한 자들은, 취익… 왜 세상에 나오지 않는 걸까, 취익.”
[곧 세상에 나올 것이다. 난 그것이 느껴지거든.]
“취익… 그게 정말인가, 취익.”
[그렇다. 그러니 나의 동맹자인 켈란이여, 수련을 게을리 하지 마라.]
“취익…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취익… 만약 멜바에 그자가 있다면 신의 아티팩트는 나의 것이 될 것이다, 취익… 그렇게 되면 내가 최초로 두 개의 신의 아티팩트를 가진 자가 될 것이니, 취익… 감히 누가 나의 앞길을 막겠는가, 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