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128화 (128/156)

0128 / 0156 ----------------------------------------------

제5권  신의 아티팩트

저녁때라서 그런지 각 검문소의 경비는 더욱 삼엄했다.

하지만 록시 백작과 동행을 해서인지 쉽게 검문소를 통과하여 공왕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들은 화려하게 빛나는 샹들리에가 천장에 매달려 있는 대연회실로 향했는데, 록시 백작이 앞장섰고 하벨이 그 뒤를 따랐다.

대연회실에 도착하니 상위귀족들과 켈리아스 공왕이 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었다.

“어서 오시오, 록시 백작.”

“공왕전하, 클로버 경을 데리고 왔습니다.”

“아… 상당히 젊군.”

“클로버 경, 공왕전하이시네. 어서 인사 올리게.”

“공왕전하, 인사 올리겠습니다. 델리안 폰 클로버라 하옵니다.”

하벨이 켈리아스 공왕에게 인사하자 공왕은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자네가 오늘 나인 타워라는 걸 만들었나?”

“그렇습니다, 공왕전하.”

“으음… 여기에 있는 궁정마법사인 코렌트 경과 시종장이 두 시간 전에 그곳으로 가서 자세히 둘러보고 왔다는데, 자네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더군.”

“미천한 재주입니다.”

“아니야, 정말 대단한 마법이었다고 했어. 코렌트 경이 직접 물어보게.”

공왕 옆에 앉아 있는 백색 로브를 입은 오십대의 호리호리한 남자가 말했다.

“예, 공왕전하. 나는 궁정마법사 코렌트라 하오.”

“예, 클로버라 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소. 조금 전 클로버 경이 대연회실로 들어섰을 때, 미안하지만 클로버 경에게 마법스캔을 펼쳤소. 하지만 나의 6서클 마스터 경지로도 자네의 마법의 경지를 파악하지 못했소. 도대체 마법의 경지가 어떻게 되시오?”

“저도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것보다는 높은 것 같습니다.”

“허억, 그럴 리가…….”

“궁정마법사님보다 마법 능력이 더 뛰어나다고?”

“그, 그럼 대마법사?”

테이블에 앉아 있던 귀족들은 깜짝 놀랐다.

공국에서 마법실력이 가장 뛰어나다는 코렌트보다 더 높은 마법의 경지라고 하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으음… 그럴 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소. 어디의 마탑 소속이오?”

“그런 것 없이 혼자 마법을 연구했습니다.”

“허억, 그, 그럴 리가… 그건 말도 안 되오. 어떻게 독학으로 이런 마법을…….”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오, 마법은 운과 상관없소.”

“그러나 사실입니다.”

“으음… 소속을 굳이 밝히려고 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아무튼 나인 타워는 정말 대단한 마법이오.”

“원래는 마법서에 없던 마법인데, 제가 한번 연구해서 시전해본 것입니다.”

“허허… 정말 대단한 마법 능력입니다.”

어느새 클로버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 코렌트는 말을 높였다.

코렌트가 공왕을 바라보자 공왕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물어보지. 그래, 나인 타워는 왜 만들었나?”

“네. 장사를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쓸모없이 방치되어 있는 창고를 우선 사들인 다음, 그 창고를 허물고 그 자리에 나인 타워를 만들었습니다.”

“장사를 해보고 싶었다면 주변에 좋은 상점들도 있었을 텐데 굳이 그 자리에 만들 필요가 있었나?”

“아무래도 높은 건물이 들어서야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허허허… 그렇게 호화로우면서도 높은 건축물이니 단번에 시선을 끌 만도 하겠어. 그래, 그곳에서 무엇을 팔 건가?”

“일단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으니 사람들은 호기심에 한 번쯤 구경을 올 것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나인 타워의 모형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것이고 또한 얼음으로 만든 음료도 팔 것입니다.”

“으음… 하긴, 이곳 날씨는 꽤 더운 편이니 시원한 음료가 잘 팔리겠군.”

“저도 그런 생각이 되었기에 장사를 해보려고 한 것입니다.”

“물론 그 얼음도 마법이겠지?”

“예, 공왕전하. 제가 익힌 마법 중에는 빙계 마법도 있어서 얼음과 음료를 섞어서 판매할 것입니다.”

“음… 알겠네. 나도 내일 그곳을 가서 구경해봐야겠어.”

“일반 방문객에게는 8층까지만 관람을 허용하고, 공왕전하와 여기 계신 귀족분들께는 9층을 관람하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겠습니다.”

“8층과 9층의 차이가 있나?”

“그렇습니다. 우선 9층에 전망대를 설치해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 생각입니다. 또한 특별식을 준비할 것입니다.”

“특별식?”

“그렇습니다. 얼음을 이용한 별미 음식입니다.”

“그렇다면 맛을 봐야겠군.”

“아마 처음 맛보는 새콤달콤하고 시원한 맛에 놀라실 겁니다.”

“그래? 더욱 궁금해지는군.”

“여기서 당장 보여드릴 수도 있지만 내일의 뜻 깊은 감동을 위해 참겠습니다.”

“하하하… 정말 대단한 사업수완이군! 좋아, 기대하겠네.”

“영광입니다, 공왕전하.”

“그만 돌아가도 좋네.”

“예, 공왕전하.”

하벨이 공왕전하에게 예를 갖추고 대연회실을 나가자 공왕은 록시 백작에게 말했다.

“자네는 클로버라는 자를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까지는 어떻다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저도 어젯밤에 그를 처음 보았습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인지 좀 더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그런가? 코렌트 경의 생각은 어떤가?”

“저의 스승님께서도 8서클 중급이셨지만 저렇게 강력한 기세는 아니었습니다. 그것으로 보아 최소 8서클 마스터나 9서클 마스터쯤은 돼 보입니다, 전하.”

“으음… 그 정도였나?”

“그렇습니다. 그 능력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는 자입니다.”

“으음… 그렇다면 록시 백작의 말처럼 좀 더 지켜보도록 하지.”

백작의 저택으로 돌아온 하벨은 아르미온에게 말해서 비앙카 백작부인을 만나게 해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에 그녀는 외할머니인 비앙카 백작부인과 하벨이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해주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가 놓여 있는 테이블 주위에 하벨과 아르미온, 비앙카 백작부인과 에밀리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클로버 경, 나에게 부탁할 것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백작부인.”

“어떤 부탁인지 말해보세요.”

“내일 나인 타워를 개장하게 되는데 그에 따른 인력이 며칠 필요합니다.”

“얼마나 필요한가요?”

“하녀 열 명 정도와 그곳의 경비를 맡을 병사 열 명, 모두 20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는 어려운 부탁이 아니니 기꺼이 도와드리죠.”

“감사합니다, 백작부인.”

“그런데 며칠만으로 되겠어요?”

“예, 너무 갑작스럽게 나인 타워에 관심이 높아져서 미처 개장 준비도 하지 못해서 며칠간 인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상인 연합길드에 부탁하면 며칠 내에 인력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내일은 공왕전하와 귀족들이 나인 타워를 방문하신다니 걱정입니다.”

“그럼 왕궁으로 간 것이 그것 때문이었나요?”

“예, 그렇습니다.”

“앞으로 무척 바빠지겠군요?”

“아마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참, 그리고 깜빡한 것이 있었는데, 제가 미처 백작부인께 선물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이게 뭔가요?”

“열어보시고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바로 미스릴로 만든 은색의 작은 쥬얼리함이었는데, 겉면은 각종 장식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 귀한 물건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아… 이런 걸…….”

비앙카 백작부인의 눈이 커지자 옆에 앉아 있던 에밀리와 아르미온이 쥬얼리함에 있는 것을 쳐다보았다.

“와아… 아름다운 브로치야, 아르미온.”

“그래, 나비 브로치가 정말 아름다워.”

비앙카 백작부인이 나비 브로치를 꺼내 살펴보았다.

그것은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가 골고루 박혀 있는 드워프제 명품 브로치였다.

“이, 이거 귀한 물건 아닌가요?”

“백작부인께 잘 어울릴 만한 물건이니 부디 받아주십시오.”

“정말 아름다운 걸 주셨군요. 정말 고마워요.”

“그럼 전 내일 개장 준비에 대해 생각할 게 있어서 먼저 일어나야겠습니다.”

“아… 그렇겠군요.”

비앙카 백작부인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하벨은 자신의 룸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에밀리와 아르미온은 남아서 비앙카 백작부인과 얘기를 더 나누었다.

내일 개장에 대한 일을 떠올리면서 생각에 잠겨 있던 하벨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아침이 밝았다.

허리에 검을 찬 열 명의 병사와 그들의 책임자인 기사 샤트란, 레티 집사에게서 호명되어 온 열 명의 하녀들이 깨끗한 복장으로 하벨 앞에 서 있었다.

그들 21명은 하벨에게 여러 가지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앞으로 일주일간 나인 타워의 경비를 맡게 된 병사들과 하벨을 옆에서 도와줄 열 명의 하녀들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말과 마차를 타고 나인 타워로 향했다.

나인 타워에 도착하니 밤새 경비를 선 3명의 호위병들이 극심한 피로에 지쳐 있었다. 수만의 인파를 감시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다.

“수고 많았네.”

“아, 아닙니다!”

3명의 호위병들은 하벨에게서 1골드씩 받고는 좋아하면서 돌아갔다.

하벨은 다시 나인 타워의 경비를 기사 샤트란과 열 명의 병사들에게 맡기고, 다른 상점을 돌면서 장사에 쓸 재료를 샀는데 각종 과일과 벌꿀, 우유 같은 것들이었다.

개장 시간이 가까워오자 하벨은 나인 타워를 청소하기 위해 마법을 일으켰다.

츠츠츠츠.

하벨이 가리킨 곳은 켄싱턴 강이었는데, 물의 일부가 갑자기 허공으로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물방울이 만들어졌다. 그 모습을 본 경비병들과 하녀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스윽.

하벨의 손짓에 따라 거대한 물방울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와 나인 타워의 9층 앞에서 멈추었다.

“워터 샤워(Water shower).”

츠츠츠츠.

거대한 물방울 속에서 회오리가 일어나면서 나인 타워를 감싸면서 물청소가 시작되었다.

이채로운 모습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고 그 광경을 쳐다보았다.

거대한 물방울은 9층을 청소하더니 8층으로 내려와 청소를 했고, 점점 밑으로 내려와 얼마 후에는 1층까지 물청소가 끝났다.

완벽하게 깨끗해진 나인 타워였지만 언제 물청소를 했었냐는 듯 물기 하나 남지 않았다.

하벨은 모든 층을 물청소해서인지 더러운 물방이었지만 그냥 버리지 않고 손짓으로 잔디에 뿌렸다.

“후후후… 이로써 완벽하게 청소가 끝이 났군.”

한결 깨끗해진 나인 타워는 더욱 반짝거렸다.

잠시 후, 귀족들의 마차가 하나둘 모여들었고, 공왕의 마차까지 도착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