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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27화 (12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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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드드드드.

쩌쩌쩍.

땅이 지진이 일어난 듯 요란하게 흔들거리더니 수십 개로 갈라졌고, 땅의 겉면은 안으로 들어가고 안에 있던 땅은 위로 솟구쳤다.

하벨이 손바닥을 누르는 듯한 동작을 취하자, 고르지 않던 땅이 고르게 바뀌었다.

엄청난 능력에 두 미녀는 놀라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땅의 한곳에다 품에서 꺼낸 물건을 내려놓았다.

구리로 만들어진 9층 팔각 탑으로 벽이 전부 트여 있었는데, 마치 팔각정자 같은 모형이었다.

하벨이 되돌아오자 아르미온이 한마디 했다.

“조그마한 장난감 같은데 왜 놓고 왔어요?”

“좋은 것 보여드리려고요. 잘 보세요. 팽창(Expansion).”

파츠츠츠.

손바닥 크기만 한 9층 팔각탑이 점점 커지더니 창고가 있던 자리를 꽉 채울 만큼 거대해졌다.

팔각탑의 한 층은 천장까지의 높이가 무려 5미터로, 45미터나 되었는데, 이것은 주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또한 외관이 황금색이라서 햇빛을 받으면 온통 주위가 황금빛으로 빛날 것이다.

팔각탑의 웅장하며 화려한 모습을 본 두 미녀는 이 탑이 주의를 압도할 만한 대단한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와아… 탑이 커졌어!”

“아르미온, 어, 엄청난 탑이야. 그렇지?”

“응,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저런 건 처음 봐.”

탑의 일층 출입구 위에는 ‘나인 타워(Nine Tower)’라고 새겨져 있었다.

나인 타워 앞까지 다가온 아르미온은 하벨에게 물었다.

“클로버 님, 이건 뭔가요?”

“나인 타워라는 겁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할 겁니다.”

“나인 타워? 9층탑이란 말인가요?”

“비슷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탑처럼 높게 세운 9층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 그런데 어떻게 조그마한 그것이 저렇게 커질 수 있었죠?”

“하하하… 마법을 불어넣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일단 구경을 한번 하죠.”

그렇게 세 사람은 나인 타워 안으로 들어가서 1층부터 9층까지 전관을 구경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아르미온과 에밀리는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클로버 님, 9층 전망대가 아주 좋았어요.”

“아르미온, 너도 그랬니? 나도 9층이 제일 멋졌어.”

“아르미온, 다른 층은 별로였습니까?”

“아니에요, 층마다 조금씩 달라서 보기에 좋았는데, 그중에서도 9층이 가장 좋았다는 말이에요.”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런데 클로버 님, 여기에서 무슨 장사를 하실 거예요?”

아르미온 옆에 서 있던 에밀리가 궁금한지 한마디 했다.

“글쎄요. 아이스크림과 셔벗 같은 아이스 음료를 파는 상점을 할 생각입니다. 또한 나인 타워 모형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팔 겁니다.”

“모형을 만들어 기념품으로 판다는 건 알겠는데, 아이스 음료는 뭐예요?”

“에밀리, 그건 나중에 내가 얘기해줄게. 아… 정말 멋진 사업이 될 것 같아요, 클로버 님.”

“고맙습니다, 아르미온, 이제 나인 타워의 주위도 깔끔하게 마무리를 해야겠어요.”

“또 마법을 펼치려고요?”

“그렇습니다, 아르미온. 지금은 그냥 밋밋한 땅인데, 이제부터 잘 보세요.”

스윽.

하벨이 한 손을 들어 무엇인가를 가리키자, 저쪽의 땅에서 푸른 잔디 한 움큼이 날아와 손바닥에 놓였다.

“그건 잔디잖아요?”

“그렇습니다. 이걸 나인 타워 주위에 깔려고 합니다.”

“이렇게 넓은데 전부 잔디를 깐다고요?”

“그게 정말 가능해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잘 보세요. 복제 성장.”

하벨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의 손바닥 위에 놓여 있던 푸른 잔디가 허공으로 떠오르다가 기이한 빛에 휩싸이더니 그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리고 이내 그의 손짓에 잔디가 땅에 자연스럽게 내려오면서 뿌리를 내렸다.

간단한 마법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끝났다.

푸른 잔디밭과 황금색 9층 건축물인 나인 타워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 정말 대단해요.”

“아르미온, 곧 사람들이 몰려올 테니 자리를 피하는 게 좋겠소. 호위병 3명에게 시켜서 이곳을 지키도록 하겠소.”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어서 와요, 에밀리.”

“으응, 아, 알았어. 같이 가.”

바로 하벨과 두 여인은 마차를 타고 그곳을 떠났다.

3명의 호위병들도 하벨의 환상적인 마법을 보고 마음이 들떴지만, 갑자기 사방에서 들이닥친 사람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인 타워를 제외하고 주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겨우 전 3층에 10미터도 안 되었다. 그에 비해 나인 타워는 높이가 무려 45미터나 되었기에 구경꾼들이 사방에서 모여드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석양이 지자 나인 타워가 황금빛에 휩싸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켄싱턴 마운틴의 공왕궁에서도 하벨이 만든 건축물이 보였기에 공왕은 사람을 시켜서 건물의 정체를 알아보도록 명령했다.

얼마 후, 나인 타워 주위에는 수만의 인파가 몰려서 그걸 구경하느라 난리였다.

“길을 비켜라. 어서!”

“길을 비켜라!”

이때 등장한 무장한 병사들의 외침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길이 만들어졌다.

수도 방위사령부 소속의 병사 200명이 나인 타워로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나인 타워 앞에는 루카스 백작가의 호위병 3명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서 있었다.

병사들의 앞으로 나온 2미터의 키를 자랑하는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칼루니는 검술 실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자였다.

그가 앞을 막고 있는 호위병들에게 물었다.

“나는 수도 방위사령부 소속의 천인대장인 칼루니라고 한다. 너희는 누구냐?”

그 말에 3명의 호위병들 중 가운데 있는 금발의 아로만이 대답했다.

“우리는 루카스 백작가의 병사들이오.”

“루카스 백작가? 그런데 왜 그 앞을 막고 서 있느냐?”

“여기 나인 타워는 클로버 님의 소유라서 막고 있는 거요.”

“나인 타워는 뭐고, 클로버라는 사람은 누군가?”

“나인 타워는 이 건축물의 이름이고, 클로버 님은 루카스 백작가에 손님으로 오신 분이오.”

“그래? 그런데 이런 건축물이 그의 소유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테냐?”

“그거야, 나인 타워를 그분이 만드시는 것을 두 눈으로 똑바로 봤으니 알고 있는 거요. 또한 그분은 마법사라서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결계를 쳐두셨다 하셨소이다.”

“그래? 그럼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소이다. 내일 그분께서 이곳에서 장사를 하신다고 하니 내일 와보면 알 것이오.”

“으음… 하긴, 너희가 입고 있는 가죽 갑옷에 루카스 백작가의 문장이 새겨져 있으니 믿을 만하구나. 또한 마법이 아니고서야 몇 시간 전만 해도 없던 건물이 이렇게 번듯이 세워질 수는 없지.”

“그렇소이다.”

“음… 일단은 수도 방위사령부 소속의 병사 50명을 시켜서 자네들을 돕도록 조치하겠네.”

“정말 그렇게 해주시겠소?”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나머지 병사들은 인파를 해산시켜라. 내일 이곳이 영업을 한다고 하면 알아들을 것이다.”

“예, 천인대장님. 모두 그만 돌아가시오.”

“돌아가시오.”

“내일 이곳에서 영업을 한다고 하니 그때 다시 구경을 하면 되오.”

병사들이 인파를 강제로 돌려보냈다.

사람들은 내일 영업을 할 것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한 번 나인 타워를 바라보고 돌아갔다.

얼마 후 각 귀족들이 보낸 사람들도 나인 타워에 대해서 물어보고는 돌아갔는데, 그중에는 공왕이 보낸 병사들도 끼어 있었다.

그들은 돌아가면서 궁금증만 생겼다.

거대한 건축물의 명칭이 나인 타워라는 것과 이것을 마법으로 만든 사람이 클로버라는 자라는 걸 말이다.

이렇게 하벨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켄싱턴의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백작의 저택으로 하벨과 두 여인이 탄 마차가 돌아왔고, 바로 그들은 각자의 룸으로 향했다.

에밀리가 비앙카 백작부인에게 오늘 상업지역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자랑을 늘어놓자 비앙카 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라워했다.

또한 비싼 드레스도 드레스지만, 하벨이 선물한 드워프제 명품 쥬얼리 세트를 보고는 그 아름다움에 얼이 빠질 정도였다.

“에밀리! 이제까지 말한 것이 전부 사실이더냐?”

“예, 할머니. 정말이에요. 테라스에만 나가도 나인 타워가 보일 거예요.”

“그럼 어디 한번 보자.”

비앙카 백작부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테라스에 나가서 에밀리가 말한 방향을 쳐다보았다.

“아… 저렇게 거대한 건물이 정말 있구나.”

“할머니, 내일 나인 타워에 직접 가보시면 더 놀라실 거예요!”

“꼭 가보고 싶구나.”

“같이 가요, 할머니.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그러자꾸나. 아르미온은 정말 대단한 사람과 사귀는구나.”

“맞아요. 정말 클로버 님은 대단하신 분이에요.”

이렇게 에밀리가 백작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왕궁에 있던 록시 백작이 저택으로 와서는 황급히 클로버를 찾았다.

“자네가 정말 나인 타워를 만들었나?”

“예. 그렇습니다, 백작님.”

“허허… 정말 대단한 마법을 펼쳤군! 그것 때문에 공왕궁이 발칵 뒤집혔다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에 없던 거대한 건축물이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해보게. 공왕국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으음… 그렇군요.”

“공왕께서도 시종장에게 진상을 파악하라고 일렀다네. 내일부터 나인 타워에서 영업을 할 거라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허허… 그래, 어떤 사업을 할 건가?”

“아이스 음료를 팔 겁니다. 또한 기념품을 만들어 팔기도 할 거고요.”

“아이스 음료? 기념품? 그게 다 뭔가?”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긴 그렇지만,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우선 아이스 음료는 얼음에 각종 과일을 섞은 음료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또 기념품은 나인 타워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작은 모형의 나인 타워를 만든 것이라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아… 그런 거였어? 자네의 사업 수완은 인정해야겠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요?”

“아냐, 자네는 이미 켄싱턴의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어. 내일 당장 수만의 인파가 몰릴 거야. 그렇지 않겠는가?”

“그, 그야 그렇겠지요.”

“그것만으로도 성공이야. 자네는 당장 나와 같이 공왕궁으로 가세.”

“예? 지금이요?”

“공왕전하와 상위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네. 어서 가세나.”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하벨은 록시 백작을 따라 공왕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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