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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26화 (12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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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짹짹짹.

이름 모를 새소리가 창밖에서 들리자, 하벨은 잠에서 깼다.

창문을 열었더니 강한 햇빛이 얼굴을 비추어서 눈이 부셨다.

샤워를 하고 나서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더니 하녀가 식사를 가져왔다.

방금 구운 따뜻한 빵과 스프, 스테이크와 과일이었다.

식사 중에 아르미온이 룸으로 들어왔다.

“식사 중이시네요?”

“예, 같이 드실래요?”

“아니에요, 전 먹고 왔어요. 오늘 뭐할 거예요?”

“특별히 할 것은 없으니 켄싱턴을 둘러봐야겠어요.”

“그럼 나도 같이 가요.”

“뭐… 그러죠.”

하벨이 식사를 끝내고 아르미온과 함께 저택을 나서려는데 에밀리가 따라붙었다.

아르미온은 하벨과 단둘이서 가고 싶었지만, 에밀리가 따라온다는데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할 수 없이 셋이 같이 가기로 했다.

쿠르르르.

루카스 백작가의 깃발을 꽂은 마차가 저택을 나섰다. 말을 탄 10명의 호위병이 뒤따랐다. 얼마 후 성문을 나서더니 북쪽으로 향했다. 숙박업체와 상점이 잘 갖추어져 있는 상업지역이 북쪽에 있기 때문이다.

상업지역으로 마차가 들어가자 멈추었다.

세 명의 호위병이 동료의 말과 마차를 지키기로 했고, 그들은 길가의 상점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했다.

길에 깔린 흙은 일반적인 흙과는 조금 달랐다. 흙에 모래를 많이 섞어 깔아두었기에 비가 오거나 물이 섞여도 심하게 질퍽거리지 않았기에 다니기에 편했다.

생고기를 파는 상점, 밀과 잡곡을 파는 상점, 대장간, 수레를 팔거나 수리하는 상점, 각종 무구를 파는 상점, 마법물품을 취급하는 상점, 쥬얼리 가게, 옷가게, 제과점, 채소가게, 과일가게 등 수십 종류의 상점들이 즐비했다.

아르미온과 에밀리는 여자라서 그런지 옷가게와 쥬얼리 가게에 관심을 가졌다.

“내가 오늘 드레스 한 벌씩 선물할 테니 옷가게로 가시죠.”

“저, 정말이에요?”

“호호… 아르미온, 클로버 님께서는 마법사라 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그, 그래도…….”

“에밀리 님의 말이 맞아요. 돈 걱정하지 말고 가죠.”

에밀리가 앞장서서 들어간 곳은 켄싱턴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난 고급가게인, ‘만델리나 의상실’이었다.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만델리나 의상실은 ‘사랑스러운’이라는 뜻으로 그 이름만큼이나 귀족들이나 젊은 여성들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서자 여직원들이 친절하게 인사를 했는데, 무려 열 명이나 되었다.

하벨은 의상실에 진열된 옷이 모두 고급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살까 한참을 고민하던 에밀리는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선택했다.

에밀리가 입은 드레스는 가슴 부분이 깊게 파인 검은색 드레스로, 섹시해 보였으며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아르미온도 블루 드레스를 선택해 갈아입고 거울 앞에 섰다.

아르미온 또한 미모와 몸매가 뛰어나서 선택한 드레스가 잘 어울렸고, 옷이 아르미온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에밀리가 입은 검은 드레스는 400골드였고, 아르미온의 블루 드레스는 350골드였다.

평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정도로 엄청난 가격이었지만, 하벨은 걱정하지 않았다. 델리안의 공간 속에는 엄청난 보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 우리가 너무 비싼 걸 골랐어요.”

“아니에요, 아르미온, 이왕 들어온 것 더 골라봐요.”

“예? 더요?”

“호호… 아르미온, 거봐 내가 뭐라 했니? 재력을 갖춘 마법사님이라 하지 않았니?”

“맞습니다. 이럴 때 아니고 언제 돈을 쓰겠습니까?”

그렇게 해서 에밀리와 아르미온은 각각 세 벌의 드레스를 더 골랐다.

총 가격이 2200골드라는 경이적인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하벨은 전혀 곤란해 하지 않고 간단하게 골드로 지급했기에 에밀리는 깜짝 놀랐다.

‘서, 설마 했는데 정말 지급했어!’

“클로버 님, 오늘 너무 많이 쓰신 것 아닌가요?”

“하하하… 미녀 분들에게 쓰는 건데 괜찮습니다. 구입한 드레스에 맞는 쥬얼리도 있어야 하는데, 마침 저에게 그런 것이 있으니 한번 보여드리겠습니다.”

“저, 정말이요? 그런 게 있어요?”

“그, 그래도 되나요?”

에밀리와 아르미온은 동시에 하벨에게 물었고, 그는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촤르르르.

“아… 정말 아름다워.”

“이… 이게 다 쥬얼리?”

마법주머니 속에서 튀어나온 쥬얼리 세트 두 개가 허공에 펼쳐져 떠 있었다.

눈부신 광채를 내뿜는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이 박힌 팔찌와 목걸이, 귀걸이가 하나의 세트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를 본 두 미녀를 포함한 의상실 여직원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드, 드워프의 작품이야. 틀림없어!”

“이렇게 아름다운 쥬얼리는 처음 봐.”

그랬다. 정교하게 세공된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각종 쥬얼리는 드워프가 아니고는 만들지 못했다.

더구나 만델리나 의상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들은 평소 귀족들만 상대하기에 쥬얼리에 대한 눈이 높아서 척 봐도 감정사 못지않게 쥬얼리의 진가를 알 수 있었다.

허공에 펼쳐진 쥬얼리 한 개만 하더라도 수천 골드는 할 것으로 보였는데, 그런 명품 쥬얼리 세트가 두 개나 펼쳐져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정도의 명품 쥬얼리 세트는 공왕비도 가지지 못할 거야.’

에밀리의 생각이 맞았다. 만델리나 의상실 옆에 있는 켄싱턴 쥬얼리점에서도 이런 것은 구경할 수 없었다.

몇 년 전인가 드워프제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를 하나 보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큰 쥬얼리가 박힌 명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고위 귀족들은 그것을 서로 구입하려고 난리였다.

그러니 누가 한 개의 쥬얼리도 보기 어려운 드워프제 명품 쥬얼리를 두 개나 가지고 있겠는가?

하지만 하벨의 생각은 달랐다. 델리안의 공간 속에는 이런 쥬얼리가 산처럼 쌓여 있었기 때문이다.

“클로버 님, 어떻게 이런 드워프제 명품 쥬얼리 세트를 가지고 있는 건가요?”

“그, 그래요. 궁금하니 말해주세요.”

“기억은 잘나지 않지만, 예전에 드워프들과 친분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공간 속에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거든요.”

“아… 이렇게나 아름다운 걸 가지고 계시다니…….”

“자, 이제 골라보세요.”

하벨의 재촉에도 그녀들은 쉽게 고르지 못했다. 하나같이 매우 아름다워서 어느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벨은 한참 후에야 에밀리와 아르미온에게 드워프제 명품 쥬얼리 세트를 선물할 수 있었다.

두 미녀의 쇼핑이 끝나자 이번에는 하벨이 상업지역의 한곳으로 걸어갔다.

수백 개의 상점 끝에 있는 일부가 허물어진 대형 창고였다.

이 창고는 예전에는 대장간의 철광석을 보관하던 창고로 쓰였는데 대장간이 자리를 옮기면서 지금은 빈 창고가 되었다.

이미 미녀들이 의상실에서 드레스를 고를 때, 하벨은 마법사의 눈을 통해 상업지역을 살펴보았던 것이다.

하벨이 방치된 창고를 살펴보자, 그의 등 뒤에 있던 에밀리가 의문스러운지 입을 열었다.

“빈 창고에 무슨 일로?”

“아, 이곳에 상점을 하나 개설해볼까 하고요.”

“그래요? 그렇다면 상인 연합길드로 가서 계약해야겠군요.”

“상인 연합길드라고요?”

“몰랐어요? 상업지역은 상인 연합길드에 가입한 자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는 상점을 개설해 영업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당장 가입하고 이 창고를 사들여야겠습니다.”

“상인 연합길드는 저기 보이는 회색 건물이에요.”

“저기에 있는 저 건물 말입니까?”

“맞아요. 가까이에 있으니 가요.”

그들은 30미터 정도 떨어진 상인 연합길드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이십대 초반의 라라는 반갑게 인사하면서 하벨 일행을 맞이했다.

“상인 연합길드에 가입하려고 왔습니다.”

“그러세요? 그럼 여기 가입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가입신청서를 다 작성한 하벨은 서류를 라라에게 내밀었다.

“델리안 폰 클로버? 귀족이세요?”

“예, 그렇습니다.”

“가입비는 1골드입니다.”

“1골드 여기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부길드장님께 서류를 드리고, 증명패를 받아야 하거든요.”

“그러죠.”

서류를 들고 안으로 들어간 라라는 부길드장인 벨라드와 같이 나왔다.

벨라드는 삼십대 후반으로 2미터의 장신에 160킬로그램 정도 나가 보이는 거구였다.

얼굴에는 수염이 덥수룩하여 삼국지에 나오는 장비를 연상시키는 외모의 사내였다.

“이 증명패를 잘 간수하십시오.”

“이제 등록이 된 겁니까?”

“그렇습니다. 더 필요한 것 있으십니까?”

“근처에 있는 방치된 창고가 하나 있던데, 그걸 계약하고 싶어서요.”

“그곳은 예전에 대장간의 창고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방치되어 있는 창고입니다만, 그걸 어디에 쓰시려고요?”

“그 창고를 헐고 새로 하나 지으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 창고는 마침 길드의 소유이니 당장 계약이 가능한데 계약하시겠습니까?”

“그러죠. 얼마입니까?”

“그리 쓸모가 있는 창고가 아니니 10골드만 주세요.”

“그래요? 그럼 10골드에 사들이도록 하죠.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계약서를 작성하고 대금을 지급한 하벨은 길드에서 나와 창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뭔가 일을 벌이려는 걸 느낀 아르미온은 호기심이 일어나 뒤에서 지켜보기로 했고, 에밀리도 혼자 돌아갈 수 없어 하벨을 지켜보기로 했다.

하벨은 양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옆으로 펼쳐서 천천히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드드드드.

그러자 잠시 후 방치되어 있던 창고가 흔들거리더니 허공으로 스르륵 떠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던 아르미온과 에밀리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지근.

거대한 창고가 순식간에 요란한 소음을 내면서 깡통이 찌그러지듯 심하게 구겨졌다. 바로 하벨이 일으킨 의지의 힘이었다.

“파이어.”

화르륵.

갑자기 생성된 고열의 푸른색 불길에 창고가 순식간에 연기를 내뿜으면서 불에 타기 시작했다.

푸스스스.

불에 타고 남은 재가 바람에 휘날려 하늘 저편으로 사라졌다.

“아… 창고가 순식간에 불에 타서 없어졌어.”

“아르미온, 저, 저게 마법?”

“땅이어 일어나라.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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