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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24화 (12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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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흐음, 그런가? 나는 루카스 드 록시 백작이라 하네. 아르미온과는 어떤 관계인가?”

“제가 좋아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아르미온도 자네를 좋아하고 있나?”

“예, 외할아버지. 제가 더 많이 좋아해요.”

“음… 쉽게 할 말이 아닌데 이럴 정도면 아주 좋아하고 있단 말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음… 로브를 입고 있는 걸 보니 마법사인가?”

“예, 마법을 조금 할 줄 압니다.”

“아니에요, 외할아버지. 얼마나 마법을 잘한다고요.”

“그래? 이 아이의 말이 사실인가?”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하하하… 잘생긴 외모에 마법실력도 상당하고 겸손하기까지 하다니.”

“……!”

“어쨌든 잘 왔네. 레티 집사! 클로버가 쉴 곳을 마련해주게.”

“예, 백작님.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클로버는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레티 집사가 안내해준 곳으로 들어갔다. 제법 호화롭게 꾸며진 룸이 클로버를 기다리고 있었다.

룸 안에 있는 문을 열어보았더니, 간단하게 씻을 수 있는 목간통이 마련되어 있었다.

“마침 땀과 먼지를 씻으려고 했는데 잘되었군.”

옷을 모두 벗고 목욕에 필요한 비누와 타월을 꺼냈다.

그의 손짓에 목간통에 받아놓은 물이 허공으로 서서히 떠오르더니 거대한 물방울 두 개를 만들었다.

하나의 물방울에 마나를 불의 속성으로 변하게 하여 불어넣자 순식간에 물이 따뜻해졌다.

“흠… 따뜻하게 데워졌으니, 이제 목욕을 해볼까.”

그는 목만 내놓고 몸을 목간통에 집어넣고 때를 불렸다.

10분 정도 그 속에 있다가 나와서 허공에 떠 있었다.

이번에는 타월에 비누를 골고루 묻혔다.

스윽.

비누가 묻은 타월을 허공으로 들어 올려 몸 구석구석을 잘 문지르도록 조종했다.

그의 몸에 비누칠을 하고, 이번에는 얼굴과 머리카락에도 비누칠을 하고 다시 따뜻한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

휘리리릭.

자신은 그대로 있고, 물방울을 옆으로 회전시켜서 때를 벗겼다.

“아… 이제야 깔끔해졌군. 역시 목욕을 해야 개운해져.”

이번에는 따뜻한 물방울 속에서 나와 차가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

“으으… 정말 시원하구나.”

마법을 이렇게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걸 마법사들이 보면 아마 경악했을 것이다.

목욕을 끝마친 하벨은 손가락으로 물방울을 움직여 목간통에 다시 담았다.

“정화(Clarification).”

스스슷.

목간통에 들어 있던 더러운 물이 순식간에 맑고 깨끗하게 정화되었다.

“룰룰루… 이제 새 옷으로 갈아입으면 끝.”

마법주머니 속에 입던 옷을 전부 집어넣고, 겉에 입는 갈색 로브를 새것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마법주머니 속에서 유리컵과 술통을 꺼냈다.

쪼르르.

낮에 과즙을 만들어서 빈 술통에 채워 두었던 것을 꺼냈다.

츠으으으.

유리컵에 과즙을 따르니, 생과일즙 음료가 차가워졌다.

“음… 이제 마셔볼까? 아… 시원하고 좋군.”

시원한 과즙을 마시면서 창가를 내려다보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클로버 님, 집사 레티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저녁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르미온 아가씨는요?”

“조금 전에 소연회장으로 가셨습니다.”

“그렇군요.”

긴 복도를 집사 레티가 앞장섰고 그의 뒤를 하벨이 따랐다.

소연회장으로 들어가니 천장에 달려 있는 샹들리에가 환하고 호화로운 빛을 내고 있었다.

긴 테이블에는 록시 백작을 비롯해 아르미온과 처음 보는 사람 몇 명이 앉아 있었는데 백작의 가족인 듯했다.

“제가 조금 늦은 겁니까?”

“아니네, 우리가 조금 빨리 왔어.”

“클로버 님, 이쪽에 앉으세요.”

클로버가 자리에 앉아 록시 백작이 말문을 열었다. 록시는 우선 자신의 가족들을 소개해주었다.

아르미온의 외할머니가 되는 비앙카 백작부인, 큰아들이며 자작인 헤롤드, 둘째 아들이며 라이온 기사단장인 그레이스, 헤롤드의 딸이며 아르미온과 같은 나이인 에밀리를 차례로 소개했다.

“델리안 폰 클로버라고 합니다. 마법을 조금 할 줄 압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하벨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아르미온이 어머니가 저주마법에 걸린 사실을 이야기해주고 그것을 해결해준 하벨에 대해 칭찬을 하고 나서야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아르미온! 마음고생 많았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요리가 나왔다.

하벨의 귀족식사 예법은 남달랐다. 까다롭고 어려운 것이 귀족들의 식사 예법인데, 그걸 아주 능숙하게 해낸 것이다. 그러자 록시 백작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식사 중에 간간이 이어진 질문에 하벨은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그에 모두 하벨이 학식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백작의 가족들은 하벨이 마치 양파처럼 속을 벗겨도, 벗겨도 자꾸만 새롭고 어려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자, 학자급에 버금간다고 생각했다.

“허허… 클로버 경의 학식이 무척 놀랍구려.”

“아닙니다,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많습니다.”

“……!”

“앞으로 켄싱턴에는 얼마나 있을 예정이오? 그리고 무엇을 할 예정이오?”

“아직 결정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단 당분간은 여관에서 머물면서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볼 것입니다.”

“여기 룸이 많으니 여관에 머물 것 없이 여기서 묵으면 되겠구려.”

“그래도 될는지요?”

“안 될 것 뭐 있소? 이 집의 주인이 된다는데, 부인과 너희는 어떠냐?”

“저야 괜찮아요.”

“저희도 찬성입니다, 아버님.”

“자… 클로버 경, 보시오. 모두 찬성이라고 하니 여기에서 당분간 묵어도 되오.”

“예, 감사합니다. 백작님,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하하하, 신세랄 것까지야… 모쪼록 마음 편하게 있으시오.”

“예,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하하… 시원시원해서 좋군. 자, 요리가 다 식겠소. 드십시다.”

그렇게 해서 2시간에 걸친 식사가 모두 끝이 나고, 과식한 하벨은 자신의 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으음… 너무 많이 먹었어. 소화 좀 시켰다가 자야겠군.”

하벨은 침대 위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음을 차분하게 한 후 명상에 들어갔다. 마음이 편해서인지 금방 정신집중이 되었고, 깊고 고요한 마음의 세상으로 나아갔다.

츠츠츠츠.

그때 갑자기 하벨의 양쪽 팔에 새겨 있는 문신이 기이한 빛을 번뜩이다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그는 한참 동안 명상을 한 후 눈을 떴다.

“음… 오늘은 평소보다 훨씬 머리가 맑아졌구나. 마음이 편해서 그런가? 아… 그래도 무언가 떠오를 듯하면서도 잘 떠오르지 않는군.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기억이 돌아오려나…….”

침대에 누운 하벨은 천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안드라 후작의 영주성이 있는 도시 멜바(Melba).

상주인구가 32만 명이며, 후작령에 있는 3곳의 도시 중 가장 큰 도시였다.

멜바 수비대 4만 명, 기병 1만 명, 중장기병 5천 명 이렇게 5만 5천 명의 병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후작령의 도시 2곳과 800개의 마을에 흩어져 있는 병사 30만 명 중에서 6분의 1 정도가 도시 멜바에 주둔해 있었다.

멜바 수비대장 앤디는 석양이 질 때 멜바 수비대 본관 건물 속에서 걸어 나와 단골주점인 아나이스(Anais)로 들어갔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술을 한잔하고 들어갔던 것이다.

“응? 오늘은 왜 이렇게 조용한 거지?”

10개의 테이블 중 7개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정적이 흘렀다.

“오늘은 조용한 게 술맛 나겠어. 두 통만 마시고 들어가야지. 어이, 여기 술 두 통만 줘.”

“예, 알겠습니다.”

과일안주와 술통이 놓이자 그는 갈증이 심했는지 단숨에 반 통을 마시고 내려놓았다.

“아! 시원해. 오늘은 왠지 술이 달고 맛있군.”

주위의 테이블을 한번 둘러보았지만, 모두들 술을 마시느라 그에게는 관심도 없어 보였다.

“아… 뭐지, 이 찝찝한 기분은?”

고개를 흔들고 다시 술통을 들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는 몰랐지만 주위에 앉아 있던 술손님들의 눈빛은 먹이를 노리는 늑대의 눈빛과 같았다.

앤디는 빈 술통을 내려놓고 두 번째 술통을 비우기 시작하더니 곧 술통을 깨끗이 비웠다.

“커어억… 오늘은 정말 술맛이 끝내주는군! 아쉽지만 내일을 위해서 참아야지.”

두 병을 급하게 마셔서인지 약간 알딸딸해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평소에도 늘 마시는 주량이라 큰 걱정이 없었다. 게다가 집도 근처이고 또한 자신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멜바 수비대 본관이 코앞이었기에 문제없었다.

“아… 기분도 좋으니 오늘 밤에는 좋은 일이 있으려나? 여기 술값 놓고 간다.”

술값을 내고 뒤돌아서려던 찰나, 갑자기 뒤에서 누가 그를 검으로 내려쳤다.

슈가각.

“어억… 으음…….”

그는 본능적인 느낌으로 몸을 비틀었기에 중상은 면했지만, 제법 상처를 입어 피를 흘리면서 비틀거렸다.

“누, 누구냐, 너희는?”

“그건 알 것 없고 그만 가거라. 에잇.”

롱소드를 손에 쥔 자들이 좌우에서 협공으로 앤디 대장을 공격했고, 어떤 자는 테이블을 박차고 튀어 올라 롱소드를 사선으로 내리쳤다.

이미 선기를 빼앗긴 그는 연신 뒷걸음질을 치면서 공격을 피했지만 곧 한계에 봉착했다.

하벨은 자신의 롱소드를 꺼낼 시간도 없이 연신 뒤로 밀리다가 등이 벽까지 붙게 되었다.

“기회를 주면 안 돼. 한꺼번에 공격해. 어서!”

“죽어라. 이얍!”

슈가각, 쉬쉬쉭.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공격을 피했지만 한꺼번에 대여섯 개의 공격을 전부 막을 수는 없었다.

“크으으… 내가?”

털썩.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술실력을 갖춘 앤디였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인 공격에는 어쩔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은 이미 두 통의 술을 마시고 방심한 상태였기에 미처 피할 정신이 없었다.

그는 가슴과 등을 베이고 옆구리에 롱소드의 검날이 박혔기에 피를 분수처럼 흘리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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