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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23화 (12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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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권  신의 아티팩트

콰르르르.

짐마차의 행렬이 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바로 헤럴드 상단의 마차였다. 마차는 최대한 이동 속도를 높여 수도 켄싱턴으로 향하고 있었다.

상단의 마부들과 인부들, 그들을 호위하는 용병들까지 전부 굳은 얼굴인데 비해, 아르미온은 하벨과 함께 마차 안에서 편하게 있었기에 행복한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며칠을 같이 있다 보니 어느새 가까워졌다.

아르미온은 하벨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고, 둘은 또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있었다.

“클로버, 오후에는 수도 켄싱턴에 도착하는 건가요?”

“그렇소, 아르미온. 벌써 그렇게 되었구려.”

“켄싱턴에서는 뭘 할 거예요?”

“글쎄, 며칠간 그곳의 분위기를 파악보고 결정하려고 하오.”

“클로버는 마법실력이 뛰어나니 뭐든 잘할 거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아르미온?”

“그럼요, 난 그렇게 믿고 있어요.”

“아르미온이 날 믿어주니 힘이 나오.”

“클로버, 시원한 것 좀 만들어줘요.”

“음… 뭐가 좋을까? 아, 그래, 셔벗(Sharbat)을 만들어주겠소.”

“셔벗이 뭐예요?”

“쉽게 설명하자면 물에 벌꿀과 우유를 섞어서 과일로 맛을 낸 것인데, 거기다가 살짝 살얼음을 띄워서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거요.”

“아… 맛있겠어요. 어서 만들어줘요.”

“자… 그럼 시작해보겠소.”

스윽.

두둥실.

하벨의 손짓에 준비된 재료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물과 우유, 벌꿀이 허공에서 흩어지지 않고 있다가 하벨의 손짓에 따라 서로 잘 섞였다. 이번에는 과일을 먼저 5개로 분리했다.

딸기와 비슷한 과일인 스로베를 고압으로 즙을 내고, 일부를 한 개의 액체 덩어리에 넣고 잘 섞이도록 돌렸다.

이번에는 포도와 맛과 모양이 비슷한 과일인 그리프라는 과일을 스로베와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집어넣고 잘 섞었다.

이런 식으로 오렌지와 유사한 과일인 오렌, 망고와 유사한 망키, 메론과 비슷한 메린을 각각 미리 만들어 둔 액체 덩어리 속에 넣고 잘 저었다.

마지막으로 냉기를 넣어 순간적으로 살얼음을 만들었다. 5개의 셔벗을 예쁜 장미꽃 모양의 얼음용기에 담았다.

얼음용기도 바로 순식간에 원하는 모양으로 순간적으로 얼려서 만든 것이었다.

“어머, 얼음으로 만든 그릇이 정말 예뻐요.”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오.”

“호호… 클로버는 미적 감각이 탁월해요, 정말.”

“자… 다 되었으니 하나씩 맛을 보시오.”

“보기에도 달콤하고 시원할 거 같아요. 맛있겠다.”

아르미온의 말대로 셔벗은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당분간 이런 것을 만들어 팔아보려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어머, 괜찮은 생각이네요. 켄싱턴에서 이런 것을 만들어 팔면 금방 부자 되겠어요.”

하벨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아르미온의 말에 문득 생각이 났다.

‘특별하게 아는 사람도 없으니까 당분간 장사를 하면서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이 생각으로 인해 하벨이 페파스 공국 수도 켄싱턴에서 유명인사가 되리란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페파스 공국의 수도 켄싱턴.

중앙에는 켄싱턴 마운틴이 솟아 있으며 켈리아스 공왕의 왕궁이 보였는데, 왕궁을 보호하기 위해 왕궁 주변에 내성이 축조되어 있었다. 언덕에는 주로 고위귀족들의 저택이 들어서 있었고 켄싱턴 마운틴의 초입에는 성벽이 쌓여 있었는데, 허락을 받지 않은 자는 마운틴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켄싱턴 마운틴 밑의 사방에는 켄싱턴 강이 남쪽으로 흘렀다.

동쪽에는 평민 거주지역이, 남쪽에는 하위귀족들의 거주지역이, 서쪽에는 빈민 거주지역이, 마지막으로 북쪽에는 숙박업체와 상점이 있었다.

외성은 15미터로 높고, 외성 안에는 상주인구 63만이 살고 있다. 면적은 아주 넓어서 93제곱킬로미터나 되었다.

수도 켄싱턴 외성 밖으로는 평야로 켄싱턴 강이 흐르기에 땅이 기름졌다. 그곳에는 수평선까지 조성되어 있는 밀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쿠르르르.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기 전에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 행렬이 수도 켄싱턴의 외성에 도착했다.

수도 방위사령부 소속의 무장한 병사 50명이 외성 밖에 서서 들어가고 나가는 자들을 검문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가 다가왔다. 병사들은 간단히 신분패를 검사하고 짐마차를 조사한 다음, 마차를 성안으로 들여보냈다.

외성을 통과한 헤럴드 상단의 임시 책임자를 맡았던 마부 네루가 하벨에게 인사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클로버 님의 도움이 컸습니다요.”

“감사합니다요, 클로버 님.”

“클로버 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요.”

마부들과 용병들까지 클로버에게 감사를 표하자, 하벨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로레인 님의 상태가 안 좋으니 돌아가거든 신관에게 치료를 받게 하시오.”

“예,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용병대장이었던 페이쇼의 처리에 관한 문제도 상단주께 말하면 잘 처리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겠소.”

“예, 당연히 그렇게 하겠습니다요.”

“그동안 네루 씨가 잘해주었어요. 정이 많이 들었는데, 잘 가시오.”

“예, 클로버 님도 안녕히 가십시오.”

“잘 가십시오, 클로버 님. 출발!”

쿠르르르.

북쪽의 상업지역으로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가 사라지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하벨과 아르미온은 이내 마차의 창문을 닫고 켄싱턴 마운틴 쪽으로 향해 갔다.

켄싱턴 마운틴 초입으로 두 대의 마차와 말을 탄 호위병 30명이 다가가자, 성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병사들 사이로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얼굴을 보이면서 외쳤다.

“어디로 가는 마차요?”

“루카스 백작가로 가는 마차이니 성문을 내려주시오.”

“그럼 신분패를 보여주시오.”

“자, 여기 있소.”

“루카스 백작가의 문장이 틀림없군. 성문을 열어라.”

그그그긍.

쇠사슬이 연결된 성문이 스르르 내려오자, 마차와 기병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에 있던 100명의 병사들이 포위한 상태에서 기사가 다시 한 번 마차와 기병들을 살펴보고 통과시켜주었다.

성안부터는 고위귀족들의 저택이 있었기에 이렇게 경비가 삼엄한 모양이다.

경사진 길을 따라서 이동하자 언덕이 나왔다. 고위귀족들의 저택이 곳곳에 들어서 있는데, 마차 두 대와 30명의 호위병들이 향하는 곳은 루카스 백작가의 저택이었다.

공국의 상위귀족인 백작가의 저택답게 저택은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문장이 새겨진 주물 대문 앞에는 무장한 병사 10명과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가 서 있었다.

하벨과 아르미온이 탄 마차와 하녀와 짐이 있는 마차, 30명의 호위병들이 주물 대문 앞으로 다가오자, 병사 두 명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여긴 루카스 백작가의 저택이니 멈추고, 신분을 밝히시오.”

“우린 켈터스 남작님의 병사들이며, 마차 안에는 아르미온 님께서 타고 계시오.”

“그렇습니까?”

그때 마차의 창문이 열리고 아르미온이 고개를 내밀었다.

“샤트란 아저씨.”

“아니? 정말 아르미온 아가씨였군요! 오랜만입니다.”

주물 대문 앞에 서 있던 기사가 환해진 얼굴로 마차 옆으로 다가왔다.

오십대 초반의 기사는 제법 중후한 멋이 있었다.

아르미온이 어릴 때부터 가끔 루카스 백작가로 놀러오면 기사 샤트란이 그녀를 데리고 정원과 켄싱턴 상업지역으로 가서 구경을 시켜주곤 했다.

“샤트란 아저씨는 여전하시네요?”

“예, 아가씨. 이번에는 2년 만에 오셨군요.”

“그렇게 되었네요.”

“예전에도 아름다우셨지만, 오늘 보니 아르미온 아가씨께서는 더 눈부시게 아름다워지셔서 귀족가의 자제분들로부터 청혼이 쇄도하겠는데요?”

“호호… 언제나 날 기분 좋게 해주시네요.”

“저는 아가씨의 영원한 추종자 아닙니까?”

“아이 참, 아저씨도… 외할아버지는 왕궁에서 돌아오셨나요?”

“예, 아가씨. 백작님께서도 아주 반가워하실 겁니다.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예. 그럼 나중에 뵈어요, 샤트란 아저씨.”

“예, 아르미온 아가씨. 문을 열어드려라.”

딸랑딸랑.

병사가 바로 주물 대문을 열자 맑은 종소리가 울렸고, 마차와 호위병들이 저택 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3만 평의 저택의 정원은 온통 푸른 잔디와 여러 가지 꽃으로 꾸며져 있었으며 또한 연못까지 조성되어 있어 한층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2층으로 지어져 있는 저택 앞에 마차가 도착하자, 집사가 나왔다. 주물 대문이 열리면서 종소리가 울렸기에 그 소리를 듣고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었다.

회색의 정장을 차려입은 오십대의 집사는 눈매가 날카로운 것이, 성격이 차가울 것 같았다.

집사가 마차의 문을 열어주자 아르미온이 먼저 내렸다.

“아르미온 아가씨, 오랜만입니다.”

“2년이나 지났는데 레티 집사는 변함이 없네요?”

“저야 늘 그렇죠. 아가씨, 그런데 이분은?”

“아… 인사하세요. 마법사 클로버 님이십니다.”

“로브를 입고 있으셔서 마법사님이신 줄 알았습니다. 레티 집사라 불러주십시오.”

“그렇습니까, 클로버라 합니다.”

“안으로 드십시오. 제가 모시겠습니다.”

“외할아버지께 먼저 들러서 인사할 거예요.”

“아가씨, 백작님께서는 집무실에 계시니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레티 집사의 뒤를 따라 복도를 한참 걸어가니 그가 어떤 거대한 문을 열어주었다.

아르미온은 예전에도 이 문 안으로 들어가 본 듯 망설임 없이 안으로 들어갔고, 하벨도 뒤따라 들어갔다.

“외할아버지.”

“아니, 이게 누구야, 아르미온이 아니냐?”

금발의 육십대 노인은 한눈에 보기에도 귀티가 흐르면서도, 중후한 기운이 느껴져 품위 있어 보였다.

“예, 저 왔어요.”

“하하하… 잘 왔다, 잘 왔어. 그래 이번에는 오래 있다가 갈 거지?”

“글쎄요… 아마도 한두 달 정도는 있을 거예요.”

“오오… 그러냐? 정말 잘되었구나. 어디 보자, 매우 예뻐져서 귀족가 자제들이 너를 가만두지 않겠어.”

“흥, 저는 관심이 전혀 없다고요.”

“아참,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냐?”

“아… 클로버 님, 인사하세요. 백작이시며 저의 외할아버지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델리안 폰 클로버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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