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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22화 (12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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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레드, 실버, 골드, 그린, 블랙, 브론즈, 화이트 드래곤 45마리가 드래곤 산맥 7개 지역에 분포되어 살고 있었다.

헤츨링 시절에는 암컷과 같이 살아가지만 1천 년이 지나 성체가 되면 독립한다.

종족별로 나뉜 7개 지역을 세분화하면 한 지역에 보통 6~7마리 정도의 드래곤들이 흩어져 각자의 레어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그만큼 드래곤 산맥은 크고 넓었다.

대륙의 제법 큰 산맥에도 드래곤들이 몇 마리씩 흩어져 레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 드래곤들까지 전부 포함한다고 해도 그 수는 얼마 되지 않았다.

1만5천 년 전만 하더라도 드래곤들의 개체수는 1천여 마리 정도 되었다. 하지만 대종족 전쟁이 일어나 각 종족별로 큰 피해를 입은 후로는 65~67여 마리 정도 남아 있는 게 다였다.

6230살의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는 최근 자신의 영역이 너무 조용한 것 같았다. 그래서 알아보니 각종 몬스터들이 급격하게 줄어 있었다.

“몬스터들이 집단 이주를 했나?”

이렇게 생각되어지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닌 것이, 약 5~6만 마리는 될 것 같았던 몬스터들이 겨우 5천 마리 정도밖에 안 되었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몬스터가 특별한 이유 없이 무려 10분의 1 정도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몬스터에게 흥미가 없다고 해도 엄연히 자신의 소유라 할 수 있었는데, 그런 몬스터들이 사라졌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이 일어났다는 걸 의미했다.

“으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자세히 알아봐야겠군.”

자신의 레어에서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한 그는 하늘 높은 곳에 나타났다.

인간족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 본체로 헌신하지 않은 그는 그대로 하늘을 날면서 자신의 영역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한참을 그렇게 살펴보니 마침내 뭔가가 드러났다. 가장 흔했던 오크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오우거와 트롤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오우거와 트롤 몇 마리를 발견했고, 남은 몬스터의 대부분은 고블린들이었다.

“으음, 심각한 상황이구나. 이렇게까지 몬스터가 줄어들다니…….”

하늘에 멈춰 서서 의지를 일으켜 생명체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을 추격해보았다.

“으음… 북쪽으로 17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제법 많은 생명체의 기운이 느껴지니 그곳으로 가보는 게 좋겠군.”

츠파파팟.

그는 텔레포트 마법으로 순식간에 그곳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거대한 목책으로 만든 성이 만들어져 있었고, 무장이 잘된 오크전사들이 감시탑과 목책위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오크들이 모여 군사훈련을 하고 있었으며, 목책 밖에서는 오크전사 무리가 그곳으로 대거 이동해 오고 있었다.

“으음… 저들이 몬스터를 포획했던 거군. 좀 더 살펴보면 확실하게 알게 되겠지. 으응, 이건?”

순간 강력한 마력이 느껴졌다. 마력의 정체는 매직 게이트였다.

알렉산드로는 모르고 있었지만 오크전사들에게 매직 게이트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다.

5천 마리 정도의 오크전사들만 남고 나머지 오크전사들과 몬스터는 매직 게이트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렸다.

투명화 마법으로 스며든 그는 매직 게이트가 설치되어 있는 걸 확인하고 무척 놀랐다.

“으음… 이런 대규모의 이동 마법진을 누가……?”

알렉산드로 그가 보기에도 그것은 고위 마법진이었다.

마법진에 새겨져 있는 각종 룬문자와 배열을 꼼꼼하게 살펴본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상급의 마나석이 여러 개 박혀 있고, 룬문자의 배열이나 마법수식도 놀랍구나. 누가 이런 걸 개발해 설치했을까?”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일단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크전사들을 감시하기로 하고조용히 물러났다.

그가 알아본 결과, 드래곤 산맥 각 지역별로 오크전사들의 임시 전초기지가 9곳이 있었다.

전사들은 전투 준비를 모두 끝마치고 한창 철수 중이었는데, 지금 알렉산드로가 있는 곳에서도 철수준비가 한창이었다.

한편 전초기지가 있는 곳의 영역을 가지고 있는 드래곤들도 알렉산드로와 마찬가지로 의문스러운 오크전사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들이 일시에 사라져버리자 당황하고 있었다.

1만 마리나 되던 오크군단이 신속하게 철수가 이루어져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제야 당황한 드래곤들이 추격에 나섰지만 결국 어디로 이동한 것인지 알아낼 수 없었다.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도 멍청하게 지켜만 보았더라면 다른 드래곤들처럼 실패했겠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오크전사들에게 스며들어 있었기에 그들과 함께 이동할 수 있었다.

모두 철수한 오크전사들은 자신들의 거점이라 할 수 있는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으로 이동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알렉산드로는 놀라워했다.

“으음… 이런 곳에 대규모의 오크 성이 있을 줄이야… 이들 오크전사들은 하나같이 내가 예전에 알던 오크들이 아니야. 이들은 잘 먹어서인지 몸집이 두 배나 커. 거기다가 무장상태도 아주 좋군. 누가 이들 오크전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지만 조금 더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으음… 성벽은 아주 튼튼하게 돌로 쌓았고, 대방어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어서 어지간한 공성무기론 파괴되지 않겠어. 정말 대단해.”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게 하면서 오크전사들을 따라 성안으로 들어갔는데, 성안은 지저분한 오크들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모든 시설들이 잘되어 있었다.

‘호오? 이게 정말 오크들의 성이 맞아?’

자신의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시설은 훌륭했다.

외성안은 수만 마리의 오크들이 생활해도 될 정도로 넓었다.

또한 돌이나 흙으로 지어져 있어서 화공에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넓은 길도 길이지만 길옆에는 인공으로 만든 수로가 길게 설치되어 있어서 언제든 불이 나더라도 걱정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곳곳에 땅을 파서 지하 창고를 만들어 각종 무기나 식량을 잘 쌓아놓았다.

그렇게 성안을 살펴보고 있으니 보우나 석궁까지 들고 다니는 오크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외성을 한참이나 지나고 나서야 아름다운 내성이 보였다.

마치 인간족의 영주 성을 보는 듯했다.

내성의 앞에는 해자(垓子)가 있는 튼튼한 2중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으음… 이런 요새화된 성은 처음이야. 너무 방어체계가 잘되어 있어. 누굴까?’

외성에서 내성까지 가는 동안에 곳곳에 오크전사들의 부대가 배치되어 있어서 돌파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내성안의 넓은 연무장은 오크 왕 켈란의 전용 연무장으로, 주위에는 보통의 오크전사들보다 몇 배나 뛰어난 전투력을 자랑하는 오크전사 가디언들이 1천 마리가 넘게 배치되어 철통 경호를 서고 있었다.

오크 왕 켈란은 전용 연무장에 앉아서 매직 스테프를 무릎에 놓고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 있었다.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의 권능을 흡수하고 있는 중으로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다.

그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취익… 이런 중요한 때에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접근하고 있구나, 취익… 드래곤이군, 취익.”

매직 스테프가 켈란의 말에 대답했다.

[이제는 간단하게 드래곤의 기운을 느끼는군? 대단해, 켈란.]

“취익… 제기랄… 취익… 권능의 깨달음이 잡힐 듯했는데 그만 놓쳐버렸어, 취익.”

[수련 중에 다른 생각을 했기 때문이야.]

“취익… 그동안 얼마나 노력했는데, 조금만 더 있다가 드래곤이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취익.”

[그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래도 드래곤을 가디언으로 만들 수 있으니 괜찮은 거 아냐?]

“취익… 드래곤 한 마리 정도야 간단하게 굴복시킬 수 있지만 깨달음이 쉽게 오지 않아, 취익.”

[다음에 기회가 있을 거야. 이번에 어느 정도 깨달음에 가까이 다가간 것 같으니 말이야.]

“취익…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 취익… 일단은 나의 수련을 방해한 드래곤부터 잡아야겠어, 취익.”

스스스스.

그의 신형이 스르르 사라졌다가 이내 허공 높은 곳에 다시 나타났다.

그는 기이한 빛의 안광이 뻗어 나오는 눈으로 주변을 내려다보았다.

“취익… 저기 숨어 있었구나, 취익… 드래곤, 취익.”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는 내성에 들어가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자신의 귀에 나직하지만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소리가 들렸다.

“취익… 드래곤, 나는 허공에 떠 있으니 올라와라, 취익.”

그제야 그는 허공을 쳐다보았고, 허공에서 투명화 마법을 걸고 있는 자신을 정확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로브를 입은 오크를 발견했다.

“큭큭큭… 오크 성에 오크 마법사도 있었어?”

순식간에 허공으로 이동한 그는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여 인간족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와 오크 왕 켈란이 서로 15미터 정도의 거리를 둔 채 허공에 떠 있었다.

“네가 날 불렀느냐?”

“취익… 그렇다, 드래곤. 취익.”

“혹시 네가 오크 성의 책임자냐?”

“취익… 그렇다. 나는 오크 왕 켈란이라 한다, 취익… 너의 이름은?”

“큭큭큭… 살다 보니 이런 황당한 일도 다 겪어보는군. 오크가 위대한 존재인 나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와 맞먹다니 말이야.”

“취익… 드래곤이 별거냐? 미련하고 무식한 오크라 생각했겠지만 내가 보기엔 드래곤들도 별것 아니던데?”

“뭐, 뭐야? 정말 날 화나게 하는군.”

“취익… 그래. 오크 성으로 숨어들어와 살펴본 느낌이 어때?”

“오크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잘해놓았더군.”

“취익… 모두 나의 작품이다, 취익.”

“으음… 비록 오크지만 정말 대단하군.”

“취익… 이제 이런 말들은 그만 하고 본격적인 대결을 해볼까? 취익.”

“뭐? 나와 대결을?”

“취익… 그렇다, 취익… 널 사로잡아서 나의 충실한 가디언으로 삼아주마, 취익.”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무서운 게 없는 모양이구나. 파이어 볼.”

화르르.

그의 손바닥 위에 불길이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생성되었고, 그것을 켈란에게 집어 던졌다.

“취익… 겨우 이 정도 마법으로 날 상대하려 하다니, 우습구나, 취익…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푸스스스.

불덩이에 한방 맞으면 그대로 재가 되어버릴 것 같았는데, 너무나 어이없게도 드래곤이 시전한 화염계 마법은 날아오다가 소멸되어버렸다.

“허억?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취익… 그 정도로 날 이길 순 없다, 취익… 좀 더 강한 마법을 날려보거라, 취익.”

“이… 이놈이 정말! 좋다, 확실한 걸 보여주지. 헬 파이어.”

화르르르륵.

목표물이 완전 전소될 때까지 타버린다는 지옥의 불길이었다.

절대로 불꽃은 꺼지지 않으며, 그 무엇으로도 강제로 이 불꽃을 끄게 할 수는 없었다.

이 마법의 화염은 일반 화염이 아닌, 마계의 가장 밑바닥에서 타오른다고 하는 지옥의 불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마법은 붉은 불꽃이 아닌 검은색의 불꽃을 가지고 있었다.

“취익… 마계의 바람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끌 수 없다고 한다는 그 헬 파이어인가?”

“그렇다. 오크여, 나의 헬 파이어를 받아볼 테냐?”

“취익… 그 정도는 되어야 나의 상대라 할 수 있다, 취익… 어서 공격해보거라, 취익.”

“큭큭큭… 헬 파이어는 마계의 바람으로만 끌 수 있는데, 오직 마족 중에서도 상급 이상의 마족들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인간의 능력으로는 끄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지. 잘 가거라, 오크여!”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가 경고를 보낼 정도로 화염계 마법에서 헬 파이어는 절대적인 마법이었다.

슈아아앙.

지름이 10미터가 넘고 표면에 검은 불길이 이글거리는 모습만으로도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시무시한 마법인데도 불구하고 켈란은 전혀 걱정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취익… 잘 보았다, 드래곤. 이번에는 나의 능력을 조금만 보여주도록 하지, 취익.”

스윽.

그는 매직 스테프를 가슴 앞으로 치켜들면서 중얼거리더니 외쳤다.

“취익…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권능으로 말하노니, 취익… 지옥의 불길이여, 그만 너의 고향으로 돌아가거라, 취익.”

스스스스.

날아오는 헬 파이어에 대해 외쳤을 뿐인데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어이없게도 헬 파이어가 소멸되어버린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이런 일이…….”

“취익… 이것이 나의 힘 일부이니라, 취익… 드래곤이여, 나의 가디언이 되어라, 취익.”

“이이… 무슨 소리! 이번에야말로 너를 죽여주마.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츠츠츠츠.

유효거리 내의 생명체는 절대 죽음으로부터 피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절대마법이었다.

그러나 오크 왕 켈란의 몸에는 기이한 빛만 한번 번쩍였을 뿐,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 이건 사기야, 사기!”

“취익… 이제는 내 차례인가?”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니 공포심이 무럭무럭 일어난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는 도망치려고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하려고 했으나, 그보다 켈란의 공격이 먼저였다.

“취익… 도주하려고? 내가 그냥 둘 것 같으냐? 타임 스탑.”

츠파파팟.

켈란의 효과 범위 내의 시간이 정지했다.

“취익… 이번에도 드래곤 한 마리를 사로잡게 되는구나, 취익… 홀드 퍼슨(Hold person).”

츠츠츠.

알렉산드로가 포박 마법으로 포박되어버렸기에 켈란은 시간정지 마법을 해제했다.

“이익, 포박 마법을 걸었지만 이 정도로는 날 붙잡아둘 수 없을걸?”

“취익… 나의 홀드 퍼슨 마법은 보통의 포박 마법이 아니다. 드래곤, 라칸 님의 권능이 스며든 거라 너라도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취익.”

“흥! 그래도 난 벗어날 거다.”

“취익… 도저히 안 되겠군, 취익… 그만 잠들어라, 취익… 슬립(Sleep).”

츠츠츠.

“아, 안 돼…….”

천근만근 무거워진 눈꺼풀의 무거움에 골드 드래곤 알렉산드로는 허무하게도 잠에 빠져들었다. 드래곤이 오크에게 또다시 당한 거다.

벌써 두 마리의 드래곤이 오크 왕 켈란에게 사로잡혔다.

“취익… 드래곤 한 마리만 해도 엄청난 전력인데 취익… 이런 드래곤을 한 마리 더 사로잡았으니 기분 최고야, 취익.”

신이 난 그는 잠든 드래곤을 이끌고는 내성으로 되돌아갔다.

곧 그에게 각종 마법약물과 정신계 마법을 걸 것이고, 또한 용언으로 충성맹세를 하게 만들 것이다.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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