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행운 Luck-121화 (12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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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굳은 얼굴로 하벨이 말했다.

“조금 전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기에 이렇게 모이게 한 것이오. 며칠 전에는 용병 10명이 갑자기 사라진 사건이 일어나더니 오늘은 페이쇼 대장이라는 자가 용병 20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소. 다행히 페이쇼 대장은 현장에서 아르미온 님의 호위병들에게 붙잡혔기에 사건은 일단락되었소. 그런데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소. 로레인 님이 누군가에게 기습공격을 받아 쓰러져 계셨소.”

“그, 그게 정말입니까?”

헤럴드 상단의 누군가가 이렇게 묻자 하벨이 대답했다.

“그렇소. 다행히 조기에 발견하여 즉시 치료 마법을 시전하여 생명은 건졌으나, 머리를 크게 다쳐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시지 못하고 있으니 큰일이오.”

“그럼 저희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단은 하녀들이 로레인 님을 맡아 간호하고 있기에 큰일은 없을 것이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목적지인 수도 켄싱턴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듯한데 어떻게들 생각하오?”

“뾰족한 방법이 없으니 그게 최선의 방법 같습니다.”

“아르미온 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 저도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 모두들 그렇게 알고 최대한으로 속도를 높여 수도 켄싱턴까지 가도록 합시다. 그런데 헤럴드 상단의 로레인 님과 보좌관이었던 센티, 용병대장인 페이쇼까지 지휘감독하는 사람들이 전부 이러니 누가 헤럴드 상단의 임시 지휘를 맡는 게 좋을 것 같소?”

“저… 마법사님께서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으음… 난 외부인이라 안 될 것 같소. 그러니 헤럴드 상단에서 일하는 분들 중 나이가 많은 사람이 맡는 게 어떻겠소?”

“그럼 나이가 가장 많은 네루 아저씨가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네루라는 마부가 임시로 헤럴드 상단을 맡기로 하고 회의는 끝이 났다.

잉그리드 마운틴의 코르스 산적들의 본채.

코르스 산적들을 통합한 듀크는 한 달간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그들을 혹독하게 다루었다.

연일 쓰러질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받은 산적들은 이제는 예전보다 훨씬 정신적인 면과 육체적인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코르스 산적들의 본채의 넓은 운동장에 산적들을 모아놓고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예전의 코르스 산적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새로 태어난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Valbor)의 힘이 될 전사들이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발보르신의 전사라 칭할 것이다.”

“발보르, 발보르!”

“이제 모든 준비는 끝이 났다. 가라!”

“각 중대별로 이동한다. 출발!”

“와아아아!”

2백 명으로 이루어진 중대별로 행군을 시작했다.

이들은 안드라 후작령에 속해 있는 8백여 개의 마을 중 가장 가까운 곳부터 신속하게 점령하려고 출동하는 것이었다.

로쿤 마을.

안드라 후작령의 8백 여 개의 마을 중 잉그리드 마운틴과 가장 가까운 마을로, 150명의 자경대가 있으며, 650여 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두두두두.

1천여 명의 말을 탄 발보르신의 전사들이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키면서 빠르게 이 마을로 달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보면 한눈에 코르스 산적들이라는 걸 알 것이다. 1년에 한두 차례 마을로 쳐들어와 약탈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마을에 있는 자경대라 해도 제대로 된 영지병들처럼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에 사실상 코르스 산적들을 막기란 불가능했다. 목책 위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달려오는 코르스 산적들을 보고 종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겨 마을에 알리는 게 전부였다.

땡땡땡.

“코르스 산적들이 쳐들어온다!”

“아이들을 숨겨라!”

“딸들과 여자들도 숨겨라. 어서!”

비상 종소리를 들은 마을사람들은 하던 일들을 멈추고는 각자 집으로 되돌아가 문을 닫아걸었다. 열어두었던 창문도 굳게 닫았다.

순식간에 마을은 인적이 보이지 않았다.

비상 종소리를 듣고 목책으로 달려온 마을의 자경대는 놀란 얼굴이 되었다.

평소에 코르스 산적들은 1백 명 혹은 2백 명 정도가 몰려와서 협박을 하며 식량과 젊은 여자 5명을 데려가는 게 보통인데, 오늘은 아예 작정을 하고 온 것인지 무려 1천여 명이나 되었다.

“으… 너무 많이 몰려왔어.”

“오늘은 느낌이 안 좋아.”

“산적들이 너무 많아.”

다그닥다그닥.

발보르신의 전사 중에서 12조 조장을 맡고 있는 템플이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는 목책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자경대에게 소리쳤다.

“난 발보르신의 전사 중에서 12조 조장을 맡고 있는 템플이라 한다. 촌장이 있으면 앞으로 나서라.”

“내가 로쿤 마을의 촌장을 맡고 있는 아타쿤이라 하오. 무슨 일로 이렇게 온 것이오?”

한눈에 보기에도 나이가 많이 든 칠십대 노인이었는데, 손에는 구부러진 지팡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13살 이상의 모든 마을 남자들은 목책에서 나와라. 그럼 여자들과 아이들의 목숨은 내가 보장한다. 1시간의 시간을 주지.”

“마을 남자들은 왜 나오라 하는 것이오?”

“이유는 없다. 그분께서 명하신 일이기 때문이다. 나오지 않으면 마을을 불태우고 다 쓸어버릴 것이다.”

극단적인 말에 촌장도 당황했다.

‘으음… 이를 어쩐단 말인가. 저들의 기세를 보아서는 그렇게 하고도 남겠어.’

“이보게들, 어떻게 하는 게 좋겠는가?”

“으음… 촌장님, 저들과 싸우죠.”

“말도 안 되는 소리. 우리는 겨우 150명의 자경대뿐이야. 그 인원으로는 저들을 막을 수 없어.”

“그렇다고 저들의 말을 순순히 들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자네들도 들었지 않은가. 만약 저들의 요구대로 되지 않으면 여자들과 아이들까지도 충분하게 위해를 가할 자들이야.”

촌장의 말이 아니더라도 자경대는 알고 있었다. 저들이 마음먹고 마을로 들어서면 다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얼마 후 어린아이만 남기고 모든 남자들이 모였다.

늙은이와 장애를 가진 자를 제외시키자 자경대를 포함해 모두 320명이나 되었다.

“320명이나 되는군. 좋아, 너희들은 우리를 따라와라.”

“마을의 남자들을 어디로 데려가는 거요?”

“그건 알 필요 없어. 촌장, 우리의 전사 2백 명이 마을 남자들이 돌아올 때까지 있을 거야. 허튼짓은 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아. 알겠나?”

“알겠소이다.”

“자… 출발한다. 출발!”

수레 20대에는 마을 남자들이 먹을 식량이 실려 있었고, 그들은 모두 몸에 끈을 묶고 서로 연결된 상태에서 발보르신의 전사들을 따라갔다.

이렇게 듀크는 7개 마을을 같은 방법으로 은밀하게 장악했다.

그리고 마을 남자들을 잡아와서는 군사훈련을 혹독하게 시켜 전사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 달 후, 마을 남자들은 맹수 같은 눈빛을 하고는 돌아왔다.

얼마나 지독하게 군사훈련을 받았는지 살은 쏘옥 빠져 있었지만 대신 몸은 탄탄하게 변해 있었다.

여자들은 남편이나 자식들이 살아 돌아와서 기뻐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돌아온 그들은 말수가 줄어들어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가족들은 이내 더욱 불안해했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렇게 7개 마을의 남자들은 혹독한 군사훈련을 받고 전사가 되어 다시 마을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발보르신의 전사가 필요할 때 부르면 언제든 달려올 것이다. 그렇게 정신무장을 시켰기 때문이다.

발보르신의 전사들은 7개 마을 2천여 명의 남자 중 일부를 혹독한 군사훈련을 시켜 발보르신의 전사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중 절반 정도를 차출하여 다른 곳을 습격하는 데 동원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마침내 안드라 후작령의 8백여 개마을 대부분은 발보르신의 전사들로 가득 찼다.

“이봐, 보리스. 안드라 후작령의 8백여 개 마을을 전부 장악했는데, 다음 계획은 뭐지?”

“듀크 대장님, 이제는 안드라 후작령의 도시 3곳만 손에 넣으면 완벽하게 장악하게 되는 것입니다.”

“흐흐… 그럼 얼마 남지 않았군.”

“그렇습니다. 충성스러운 발보르신의 전사들이 5천에서 무려 20만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또한 각각의 도시에 20만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는 해도 무장한 영지병들은 겨우 1~2만 정도가 고작이니 충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그럼 도시 하나를 은밀하게 점령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겠군?”

“그렇습니다만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니 전사들을 도시에 미리 침투시켜 어느 정도의 무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기습공격을 감행하여 단번에 점령해야 안심이 될 것입니다.”

“그거야 어려울 게 있겠나. 마을의 남자들이 대부분 우리의 전사들이니 도시에 물건을 사러 들어가는 척해서 도시 안으로 들어가 중요한 거점을 미리 확보해두면 끝이지. 안 그래?”

“큰 작전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후에 진행하는 게 좋겠습니다.”

“아아… 알았네. 그거야 보리스 자네가 전문이지 않는가?”

“이번에도 믿고 맡겨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하지. 자네가 적임자지 누가 적임자겠어.”

이렇게 듀크의 충성스러운 발보르신의 전사들이 은밀하게 점령해 오고 있는 상황인데도 안드라 후작은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오크 왕 켈란은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에게 용언으로 그의 가디언이 되겠다는 맹약을 받아냈다.

간단하게 드래곤을 가디언으로 만든 그는 매직 스테프의 힘으로 치료 마법을 펼쳐 그의 깊은 상처를 완치시켰다.

“취익… 드래곤을 나의 충성스러운 가디언으로 만들었다, 취익.”

또한 드래곤 산맥에서 포획했던 각종 몬스터들도 마법약물과 정신계 마법으로 훌륭한 자신의 전사로 만들어 전쟁에 필요한 군대로 충당할 예정에 있었다.

“취익… 이제는 드래곤 산맥에 본격적으로 세력을 만들어도 되겠어, 취익.”

오크 왕 켈란은 즉시 제41군단, 42군단, 43군단의 오크전사들을 집합시켰다.

3만 마리의 오크전사들이 광장에 모여 있는 모습은 인간족의 기사단을 방불케 했다.

한 차례 오크전사들을 내려다본 켈란이 말했다.

“취익… 나의 충성스러운 오크전사들아, 취익… 너희들은 이제 드래곤 산맥으로 이동해 오크족을 점령하고 몬스터들을 포획하라, 취익… 그것이 우리 오크 왕국을 살찌우는 길이 될 것이다, 취익… 가라, 가서 마음껏 우리의 용맹을 떨쳐라, 취익…출병하라, 취익!”

“취익… 제41군단은 나를 따르라, 취익.”

“제42군단은 이쪽이다, 취익.”

“제43군단은 신속하게 이동하라, 취익.”

매직 게이트 3곳을 이용해 각 오크군단은 신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잠잠했던 오크전사들이 갑자기 기습공격을 해오니 기존에 있던 오크 부족의 오크들은 당황했다. 도저히 자신들의 무력으로는 상대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오크전사들보다 배에 가까운 몸집에, 갑옷에 우수한 무기까지 보유한 오크군단을 향해 보우병들과 석궁병들이 지원사격을 하고, 방패병들은 앞에서 철통 방어를 했다. 하지만 열약한 오크용사들의 무기는 그들에게 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법 용맹하게 싸웠지만 곧 오크군단의 무력에 굴복했다.

드래곤 산맥의 오크 부족들은 이렇게 하나둘씩 점령당했다.

켈란은 그곳에다 바로 전초기지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목책을 튼튼하게 설치하여 인간족들처럼 제법 방어를 갖추자 몬스터들도 쉽게 쳐들어오지 못했다. 오히려 오크전사들이 대거 동원되어 몬스터를 사냥해 돌아왔다.

예전에는 오크들이 30여 마리가 달려들어도 오우거에게 당하고 말았지만, 지금은 오크전사 20마리가 싸워도 그리 밀리지 않았다.

오크전사들은 최소 단위가 1백 마리의 부대였는데, 5개 부대 5백 마리가 한 번에 몰려다니다 보니 다른 어떤 강력한 몬스터라고 해도 오크전사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갑옷으로 방어구를 착용하고, 우수한 무기에 잘 먹어 큰 몸집에 단련된 튼튼한 몸을 가진 오크전사들은 무적의 군대가 되어 있었다.

오크전사들에게 몬스터들이 포획 당하면 일단 오크 전초기지로 이동된다.

그 후 매직 게이트를 이용해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으로 이동되어 그곳에서 선별과정을 거친다.

이런 선별과정이 끝나면 각 오크 성으로 이송되어 그곳에서 필요한 곳에 동원된다.

오크 부족의 오크들도 각 오크 성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잘 먹고 혹독한 훈련도 받아 진정한 오크전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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