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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흐음… 정말 보면 볼수록 더 의심스러운 오크들이군. 하지만 좀 더 추격해보면 뭔가 알게 되겠지?”
투명화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면서 하늘을 소리 없이 날고 있는 지오반니는 아주 유쾌해졌다.
1만5천 정도의 무리가 한꺼번에 이동 중인데도 불구하고 소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들은 얼마 후 숲에서 마련된 넓은 공터에 도착해 매직 게이트 포획한 몬스터를 이끌고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평소 훈련이 잘되어서인지 1만5천이 모두 사라지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투명화 마법을 시전한 지오반니도 오크 무리 속에 스며들어 매직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이동되었다.
스스스스.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의 외성벽 밖의 넓은 평지에 설치되어 있는 매직 게이트로 이동되어 왔다.
오크들은 익숙한 동작으로 포획한 몬스터를 이끌고 외성의 문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파지지직.
그때였다. 갑자기 외성벽 위에서 번개가 오크전사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그곳에는 투명화 마법으로 보이지 않는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가 서 있었는데, 그는 블링크 마법을 이용해 번개공격을 피했다.
“취익… 투명화 마법으로 숨어 있으면 모를 줄 알았느냐?”
“호오, 제법인걸?”
스스스.
투명화 마법을 해제하니 그의 모습이 드러났고, 주변에 있던 오크전사들이 신속하게 뒤로 물러나면서 싸울 장소가 마련되었다.
이것만 보아도 오크전사들이 기존의 오크들과는 확연하게 행동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지오반니 신기하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오크 왕 켈란은 허공을 날아와서 그의 앞에 당당하게 마주보고 섰다.
“이 오크들이 너의 작품이냐?”
“취익… 그렇다, 드래곤. 취익.”
“허엇, 나의 정체를 벌써 눈치 챘어?”
“취익…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취익.”
“하하하… 제법 높은 경지의 마법까지 익힌 오크 마법사로구나.”
“취익… 은밀하게 일을 추진했는데 벌써 눈치 채고 이동해 왔구나, 드래곤.”
“으하하하… 호기심이 일어서 말이야. 난 궁금한 건 못 참거든.”
“취익… 그게 너의 명을 단축했다, 취익.”
“하하하… 정말 웃기는구나. 한낱 오크 따위가 나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 님을 죽인다고 하다니.”
“취익… 나 오크 왕 켈란이 오크 역사상 처음으로 드래곤을 사냥한 오크가 되겠구나, 취익.”
“이이… 단번에 태워 죽여 버리겠어. 디레이드 블래스트 파이어 볼!”
화르르르.
슈아아앙!
이 마법은 화염계 마법인 파이어 볼보다 휠씬 높은 클래스의 마법으로, 폭발 시간을 즉각 터지는 것에서부터 몇 분 후까지 시전자가 조절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취익… 디스펠 매직(Dispel magic).”
스스스.
“뭐, 뭐야? 나의 마법을 해제시켰어? 이게 말이 돼?”
지오반니는 깜짝 놀랐다. 오크 마법사가 드래곤의 마법을 해제시켰다는 것은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던 일이었다.
“으아아…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tning).”
파지지직.
그의 손가락 끝에서 번개가 생성되어 날아와 오크 왕 켈란의 가슴에 정확하게 격중되었다.
너무나 빠른 공격이라 미쳐 피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하하하… 너도 별수 없구나. 번개공격 한방에 끝이 나버리다니 말이야. 허억!”
드래곤이 시전한 공격 마법을 맞았지만 그는 그대로 서 있었고, 입가에는 비웃음마저 보였다.
그는 매직 스테프를 치켜들고 외쳤다.
“취익… 이것이 드래곤이 시전한 마법인가? 취익… 너무 가소롭구나, 취익… 이번에는 내가 시전하는 걸 한번 받아보거라, 취익… 홀드 퍼슨(Hold person).”
츠츠츠츠.
켈란이 이번에는 드래곤에게 포박 마법을 걸었다.
“으하하하… 그런 공격이 나에게 통할까? 이익… 이게 왜이래?”
드래곤인 자신이 오크가 시전한 마법에 걸려 포박되고 만 것이다.
“그럼 난 이것을 쓰면 될 것이야. 스트랭스.”
츠츠츠.
그것은 일정한 시간 동안 힘을 배로 늘려주는 마법이었다. 그래서인지 포박 마법이 깨지려고 흔들거렸다. 그러자 오크 왕 켈란의 외침이 터졌다.
“취익… 이제 그만 끝내자, 취익… 라칸신의 권능으로 말하노니 태양을 머금은 번개여 너의 힘을 보여주소서, 취익.”
번쩍.
매직 스테프에서 마법으로 일으킨 번개 마법과는 차원이 다른 번개가 날아갔다.
파란색과 백색이 뒤섞인 번개였는데, 고압의 전류에 태양의 뜨거움이 합쳐진 라칸신의 권능이 담긴 힘이었다.
“끄아아아… 커억!”
드래곤의 질긴 가죽이 번개에 맞아 검게 타버리면서 가루가 되어 우수수 떨어졌고, 또한 드래곤의 강력한 몸속에도 쉽게 회복하지 못할 정도의 번개가 스며들어 큰 충격을 추었다.
드래곤으로 살아오면서 이런 큰 고통은 처음 받아본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는 기절해버렸다.
“취익… 드래곤을 물리쳤다, 취익.”
“와아아아!”
주변에 있던 오크전사들은 크게 환호성을 질렀다.
두려움의 상징이었던 드래곤을 자신들의 왕인 켈란이 간단하게 물리쳤기 때문이다.
스윽.
매직 스테프를 치켜들자 허공에 거대한 은색 링이 생성되었다.
“취익… 마나동결이 걸려있는 마법물품의 아티팩트라면 드래곤도 꼼짝하지 못한다, 취익.”
양팔과 양다리에 4개의 링을 끼우자 아티팩트에서 빛이 순간 번쩍이다가 사라져버렸다.
“취익… 이제 되었구나, 취익… 드래곤을 사로잡았으니 정신계 마법을 지속적으로 걸어 정신을 약하게 만든 뒤에 나의 충실한 가디언으로 삼아야지, 취익… 드래곤만 한 가디언이 또 있을까? 취익.”
그는 기절한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를 허공에 띄워 오크 성 안으로 사라졌다.
그제야 주변에 있던 오크전사들도 잠시 중단되었던 자신들의 일을 시작했다.
쿠르르르.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메마른 날씨 때문인지 흙먼지가 제법 심하게 일었기에 용병들이 투덜거릴 만도 했지만 입을 여는 자는 없었다. 지난밤의 의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마부들이나 용병들 분위기가 침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단의 짐마차가 이동 중일 때 머리 위에 있던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또한 그동안 지겨웠던 들판이 끝이 나고, 마침내 계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이던 한 용병이 소리쳤다.
“저기 계곡이 보인다.”
“하하… 오늘밤은 모처럼 계곡에서 야영하겠어.”
“서둘러라. 곧 날이 어두워진다.”
로레인은 마차 속에서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었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안 돼.”
매사를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하고 처리하는 센티가 그런 어처구니가 없는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의심스러운 자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클로버라는 마법사가 의심이 가는군. 그자가 아니고서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가 없어.”
그리고 또 다른 의문도 들었다.
“음… 어떻게 그자가 암습을 어떻게 눈치 챘을까? 그걸 알 수는 없었을 텐데…….”
이렇게 저렇게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무지 시원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끓어오르는 화를 풀 대상을 클로버로 결정했다. 그때 마차가 멈추었다.
“크흠… 일단 저녁식사에 아르미온을 초대해서 먹은 후 늦은 밤 클로버를 제거해야겠군. 밖에 베스 있느냐?”
“예, 도련님. 찾으셨습니까?”
마차 밖에서 하녀 베스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 창밖을 보니 벌써 계곡이구나.”
“예, 도련님.”
“소리를 들어보니 야영준비를 하는 모양이구나.”
“예, 도련님, 조금 전에 계곡에서 야영을 한다고 페이쇼 대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곧 어두워지니 당연히 그럴 것이다. 너는 지금 아르미온 아가씨께 가서 내가 식사에 초대한다고 전하고 와라. 또한 페이쇼 대장에게 내가 보잔다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도련님.”
하녀 베스가 마차에서 내려 저쪽으로 사라졌고, 곧 페이쇼 대장이 마차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일단 거기에 앉지.”
“예, 도련님.”
로레인의 얼굴이 굳어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중요한 말을 할 것 같았다.
“페이쇼 대장, 오늘 긴히 처리 해줘야할 일이 있어.”
“혹 클로버라는 마법사를 제거하는 일이 아닙니까?”
“맞네. 센티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그런 미친 행동을 한 것은… 아무래도 마법사 때문인 것 같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도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 이상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제일 의심스러운 자로 클로버라는 마법사를 떠올렸습니다.”
“나와 생각이 같군. 어차피 그자는 제거되어야 하는 인물이니 오늘밤 확실하게 자네가 나서서 그자를 처리해주게.”
“예, 안 그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녁식사에 아르미온을 초대했으니 그자도 참석할 거야. 그때 나는 술에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약을 탈거야.”
“아… 그럼 그자는 술에 취해 그런 줄 알고 자신의 마법 텐트로 가겠군요.”
“그래. 그때 자네의 부하들이 대기해 있다가 기습한다면 손쉽게 그자를 제거할 수 있을 거야.”
“그것 참 좋은 계책이십니다. 그자는 우리가 공격할 걸 전혀 생각지도 못할 겁니다.”
“식사 중에 공격할 수도 있지만 아르미온이 보는 앞에서는 안 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도련님께서 아르미온 님을 특별하게 생각하시고 계신데 조심해야지요. 괜히 피를 보였다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죠.”
“고맙네, 나의 의도를 잘 알고 있군.”
“저는 일단 나가서 믿을 수 있는 부하들에게 이 사실을 일러둔 후 다시 오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해.”
로레인은 바라던 대로 계획이 잘 진행될 것 같자 의기가 올랐다.
“흐흐… 이번의 계책이라면 실패하지는 않을 것이야.”
로레인이 다시 생각해봐도 완벽해 보이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하벨은 로레인을 주시하고 있었다.
아르미온의 마차가 멈추었는데도 하벨이 생각에 빠져 있었기에 아르미온이 말을 걸었다.
“클로버 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아… 아르미온 님,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때 마차 밖에서 하녀 라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로레인 님께서 저녁식사에 초대하셨습니다. 어찌할까요?”
“그래? 참석한다고 전하거라.”
“예, 아가씨.”
“클로버 님도 같이 가실 거죠?”
“죄송하지만 먼저 가십시오.
“그럼 참석 안 할 거예요?”
“잠시 야영지를 살펴보고 나서 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 이상한 사건들이 일어나니 조심해야죠. 일단 야영지와 계곡을 한번 살펴본 후 가겠습니다.”
“오래 걸리시진 않죠?”
“네. 먼저 가 계시면 곧 가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럼 먼저가 있을 테니 빨리 오세요.”
“예, 아르미온 님.”
마차 밖으로 아르미온이 먼저 나가자 하벨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법을 시전했다.
“인비지빌리티.”
스스스.
그로 인해 하벨의 몸은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는 마차에서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후후후… 아무도 날 볼 수 없겠군. 플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