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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쾅!
화가 치민 로레인이 테이블을 내리쳤고, 그로 인해 찻잔이 흔들리면서 찻물이 흘러넘쳤다.
보좌관 센티는 굳은 얼굴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10명이나 말을 타고 갔는데 클로버 그자만 돌아온 것으로 보아 모두 당한 것 같습니다.”
“뭐? 10명이 한 명을 감당하지 못했다고?”
“그자는 보통의 인물이 아닙니다. 마법사입니다.”
“으음… 아무리 마법사라고 해도 기습공격을 했을 것인데, 상처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나!”
“어쩌면 그자는 산책한다면서 우리를 유인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말이 돼? 그자가 어떻게 우리가 기습한다는 걸 알고 있었겠어!”
“음… 그건 그렇지만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좀 더 지켜보면서 대책을 강구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는 확실하게 처리해. 알았어?”
“예, 염려 마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한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좋아, 한 번 더 믿어보지. 그자 때문에 아르미온에게 작업 걸기가 힘드니, 젠장!”
“너무 조급해하실 것 없습니다, 도련님. 아르미온 님께서 수도 켄싱턴에 도착하시면 당분간 그곳에 머물지 않겠습니까?
“그래, 맞아. 내가 너무 조급했어.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겠군.”
“그렇습니다. 그래야 도련님께서 앞으로 야망을 펼치시는 데 유리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은 시간이 늦었으니 그만 막사로 돌아가도록 해. 그나저나 내일은 어떤 말을 해서 만나야 하지…….”
“도련님, 저는 막사로 돌아가서 밀린 업무를 처리해야겠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해. 내일은 확실하게 처리해야 돼.”
“예, 염려 마십시오. 오늘밤 어떤 방법이 좋을지 생각해놓겠습니다.”
“알았어. 그만 나가서 일 봐.”
“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센티는 로레인의 자신의 천막으로 들어가 간이 책상에 앉아 장부를 꺼내 펼쳤다.
“으음… 밀린 일을 처리하려고 해도 클로버라는 자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군. 그나저나 그를 어떻게 처리한다?”
스스슷.
그때였다. 센티의 등 뒤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에 놀란 센티가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고개는 돌아가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어떠한 힘에 가로막혔는데 그의 정수리를 누군가의 손이 움켜쥐었다.
“누, 누구냐!”
“그건 알 필요 없고, 그만 가거라.”
파지지직.
“끄으으…….”
머릿속에 고압의 전류가 흘러들어와 뇌손상을 일으켰다.
아주 민감한 머리에 충격을 받자 입이 저절로 벌어지며 침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눈동자도 흐리멍덩해 바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후후후… 멋진 마무리를 해줘야겠군.”
츠츠츠츠.
그가 강력한 의지력으로 센티의 생각을 지배해 허수아비 상태로 만들자 센티는 롱소드를 꺼내 들고는 천막을 나섰다. 그리고는 모닥불 근처의 용병들을 향해 롱소드를 휘둘렀다.
슈가가각.
“크아아악!”
용병 제프가 등을 보이고 앉아 있다가 센티의 기습을 받았다. 그는 등에 사선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는 쓰러졌다. 피가 분수같이 흘러나오고 있어 살기는 틀린 것 같았다.
센티는 나머지 용병들도 죽이기 위해서 롱소드를 마구 휘둘렀다. 그제야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안 용병들은 허리에 매어놓았던 검을 꺼내 들고 마주 싸웠다.
채채챙, 가가각!
“아아악!”
“커억!”
두 명의 용병이 또 쓰러졌다. 그리하여 벌써 세 명의 용병이 당했고, 4명의 용병은 경미한 상처를 입고 뒤로 물러선 상태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당하겠다. 공격해!”
“미, 미친놈… 받아라!”
푸푸푹, 슈가각!
“커억!”
“아아악!”
센티의 등에는 세 개의 검이, 가슴에는 하나의 검이 박혔다. 또한 가슴과 등에도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롱소드를 휘둘러 용병 두 명의 목을 잘라버렸다.
주르륵.
가슴과 등에 찔린 상처와 베인 상처에서 피가 엄청나게 쏟아졌기에 그들은 곧 절명(絶命)해버렸다.
“왜 우리를 공격했을까?”
“휴우… 우리도 죽을 뻔했어.”
1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일이라 용병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주위에 있던 용병들이 그 상황을 보고는 달려왔지만 벌써 상황은 이렇게 끝이 나 있었다.
용병 한 명이 이번 상행의 책임자인 로레인에게 달려가 보고했다. 그에 로레인이 천막 속에서 튀어나와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달려왔다.
“이, 이게 어찌된 일이지?”
“저, 그게…….”
“더듬지 말고 말해봐라.”
“저희들이 모닥불 있는 곳에 앉아 있었는데 느닷없이 센티님께서 롱소드로 저희들을 공격했습니다. 제프가 먼저 등을 베여 죽었고, 베이더와 윌리엄이 역시 롱소드에 베여 죽었습니다.”
“그, 그럴 리가…….”
“저, 정말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저희들은 검을 꺼내 들고 싸웠고, 센티님은 등과 가슴에 상처를 입고 절명하셨습니다.
“…….”
“피해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4명의 용병이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루스와 캐달이 목이 잘렸습니다. 주위에 있던 용병들이 전부 보았기에 사실입니다. 꼭 미친 사람 같았습니다.”
“크… 이렇게 갈 사람이 아니었는데 센티가 이렇게 죽다니…….”
로레인은 죽어 있는 센티의 모습을 보고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날벼락 같은 일을 겪어 충격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일어난 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새날이 밝아왔다.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들은 긴 행렬(行列)을 이루면서 다시 수도 켄싱턴을 향해 출발했다.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
오크 왕 켈란은 성의 광장에 모여 있는 오크전사들을 내려다보면서 흐뭇해했다.
“취익… 나의 충성스러운… 오크전사들, 취익.”
광장에 모여 있는 오크전사들은 제36군단부터 제40군단까지 5만 마리였는데, 칼과 방패를 비롯해 가죽갑옷까지 갖추고 있어서 무력이 상당해 보였다.
6개월 전, 드래곤 산맥의 오크 부족과 몬스터를 은밀하게 사로잡아 매직 게이트로 이동시켰고 드워프족도 12명이나 생포했다.
오크 왕 켈란은 그들에게 무기를 만들 것을 명령했고, 반항하는 드워프는 정신계 마법으로 간단하게 제압해버렸다.
그 뒤부터는 일사천리로 모든 일들이 처리되기 시작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드워프들이 매달렸고 철광석을 용광로에 부어 쇠를 녹이는 작업이나 망치로 두드리는 일, 단한 담금질 정도는 오크전사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그렇게 해서 무기는 대량생산이 되어 보급되었다.
예술품을 만든다고 생각하며 각종무구들을 만드는 드워프 장인들과는 달리, 오크들은 실용적으로 그리고 신속하게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대량생산이 가능했다.
철광석이 필요해지자 오크 왕 켈란이 직접 나섰다. 각 오크 성 근처의 지하를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의 권능으로 수색한 그는 철광석이 매장되어 있는 곳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오크전사들을 대거 투입해 광산을 개발해 그곳에서 대량의 철광석을 캐냈고, 그것으로 각종 무구들을 만들었다.
특히 예전에는 없었던 보우나 석궁도 드워프가 있었기에 만들어 보급할 수 있게 되었다.
오크 왕 켈란은 가축을 키우고, 밀농사와 잡곡농사, 감자농사 같은 식량생산을 늙은 오크들이나 어린 오크들이 직접 체험하게끔 지시했다.
그로 인해 오크들은 날로 똑똑해져갔다. 또한 오크전사들은 무장을 완벽하게 갖추고 잘 먹어서 몸집도 상당히 커 보였다.
6개월 전만 하더라도 오크의 수가 75만 마리 정도였으나, 이제는 암컷 오크들이 새끼를 많이 낳아서 120만 마리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하지만 식량이 충분해 걱정이 없었다.
모든 일이 오크 왕 켈란의 영향으로 잘 진행되었고 날로 세력은 커져갔다.
5개의 오크 성에 오크들이 골고루 살고 있었지만 레기온 숲 제6의 오크 성은 예외였다. 이곳은 군사적인 목적으로 세운 전략적인 성으로, 오크 왕 켈란이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오크전사들만 주둔 시켜둔 성이었다.
“취익… 나의 오크전사들아, 취익… 작전대로 이동을 시작하라, 취익.”
완전무장한 오크전사들이 매직 게이트를 이용해 드래곤 산맥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광장에는 매직 게이트가 무려 10개나 설치되어 있었는데, 마나석이 충분했기에 이렇게 많이 설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이번 작전은 드래곤 산맥의 곳곳에 오크들의 거점을 설치하고 주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오크 부족을 흡수하며 각종 몬스터를 사로잡아 오는 것이었다.
7서클 대마법사일 때도 정신계 마법으로 몬스터를 손쉽게 가디언으로 활용할 수 있었는데, 라칸신의 권능을 일부 흡수한 지금은 간단하게 의지만으로도 가능해졌다.
“취익… 이제는 드래곤을 겁먹을 필요가 없어졌다, 취익… 오히려 그들이 날 보면 겁을 먹고 도망치게 될 것이다, 취익.”
그는 세월이 지남에 따라 점차적으로 라칸신의 권능과 그 힘을 계속 흡수하고 있었기에 날로 힘이 강해졌다.
이제는 요령을 터득했기에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권능과 힘을 흡수할 수 있었고, 또한 지금의 능력으로는 고룡급의 드래곤 한 마리 정도는 손쉽게 싸워 이길 수 있었다.
나이가 어린 드래곤들은 두 마리까지 상대가 가능할 정도였다.
드래곤 산맥의 동남쪽에 레어를 만들어 살고 있는 3천7백 살의 실버 드래곤, 지오반니(Giovanni)는 화창한 날에 레어에만 있다 보니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텔레포트 마법을 이용해 하늘 높은 곳으로 순간이동을 했다.
“아… 진작 이렇게 하늘을 날아보는 건데 그동안 왜 레어에만 있었을까?”
본체로 헌신하지 않고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 하늘을 나는 것도 나름대로 멋지고 재미있었다.
“하하하… 상쾌하고 좋구나. 으응? 그런데 저, 저게 뭐지?”
우연히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자신의 레어와 그 영향력이 미치는 곳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1만여 마리의 오크 무리가 숲을 이동 중이었는데, 오크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무장과 정신상태가 좋아 인간족의 정예병을 방불케 했다.
“저런 오크 무리는 처음 보는데? 어디 심심한데 추격이나 해볼까?”
슈우우우.
호기심을 느낀 지오반니는 은밀하게 오크 무리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오크군단장들은 이미 오크 왕 켈란에게서 드래곤들의 레어와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을 들은 상태였다.
그리고 오크 무리들에게 그것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주어 경계심을 높였다.
또한 소란스럽지 않게, 되도록이면 은밀하게 모든 일처리가 이루어지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킨 상태였다.
모든 오크전사은 철저하게 그 행동수칙을 숙지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었다.
“취익… 서둘러야 한다, 취익.”
“취익…서둘러라, 취익.”
1만의 오크군단은 드래곤 산맥에 살고 있던 오크 부족 중 3천 마리의 울칸 부족을 무력으로 제압하여 매직 게이트로 이동시키기 위해 끌고 가는 중이었다.
또한 각종 몬스터들도 보였는데, 오크군단은 하이에나 같은 머리를 가진 몬스터인 놀, 녹색의 청개구리 몬스터 프로그 자이언트, 4미터의 신장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몬스터인 에틴, 키는 인간보다 조금 작으며 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고블린, 개와 비슷한 얼굴을 가진 코볼드, 아나콘다보다 훨씬 큰 몸을 가진 자이언트 스네이크, 거대한 검은 몸을 가진 거미, 자이언트 스파이더, 멋진 뿔이 난 소의 머리에 용자처럼 탄탄한 체격을 가진 미노타우로스까지 약 2천 마리의 각종 몬스터를 포획했고 그들을 우리 속에 집어넣어 이동했다.
그것은 드래곤 산맥에 살고 있는 오크 부족은 절대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