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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진정한 대낮의 지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퍽퍽퍽, 빠악, 퍼억!
“아아악!”
“어구구… 나 죽는다.”
“저자는 악마야, 악마!”
1차 방어선과 마찬가지로 2차 방어선의 산적 1천 명은 그렇게 듀크에게 얻어맞고는 뻗어버렸다.
이건 인간의 무력이 아니었다. 1000 대 1로 싸우는데도 전혀 지치지도 않고 그저 가볍게 몸을 푸는 것만 같았다.
결국 대결은 30분 만에 끝이 나버렸다.
“자식들이 왜 이렇게 약해?”
“…….”
산적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1천 명이나 되는 산적들이 한 명을 당하지 못하고 이렇게 된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방금 전의 일은 꿈같았다.
이렇게 해서 2차 방어선까지 무너진 상황이 되었고, 1천3백 명이나 되는 엄청난 수의 산적들이 아까 전과 같이 끈을 묶인 채 3차 방어선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3차 방어선은 코르스 산적 무리의 본채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해 있었다. 때문에 이곳은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주변에 감시탑을 5개나 세워놓았다. 산채는 3개가 있었고, 150명 정도가 주둔해 있었다.
3차 방어선에서 본채는 겨우 150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으며, 그곳에는 수백 채의 목조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코르스 산적 약 4천 명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이기도 했다.
감시탑 위에서 망을 보고 있던 산적은 동료들이 끈에 묵인 채 걸어오고 있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즉시 매달아두었던 종을 치면서 비상을 걸었다. 또한 당황한 나머지 가지고 있던 활로 화살을 날려댔다.
땡땡땡땡!
요란한 종소리가 코르스 산적들의 본채까지 전달되었다.
“적이다! 적이 나타났다!”
하지만 화살은 보이지 않는 막에 걸려 땅에 떨어져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어디야, 어디?”
“저기다! 저기!”
“적들이 습격해 오고 있다. 막아라!”
“아, 아니 저건?”
가만히 보니 적들이 아니라 2차 방어선과 1차 방어선을 지키는 자신들의 동료였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전부 줄에 묶여 있어. 말도 안 돼.”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무려 1천3백 명이나 되는 산적들이 줄에 묶여 자신들 앞으로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맨 뒤에 말을 타고 유유히 다가오는 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저자 혼자서 1천3백 명이나 되는 동료들을 사로잡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너희들은 어서 본채에 계시는 코르스 님께 이 사실을 알려라. 어서!”
“서둘러서 가라, 어서!”
산적 1천3백 명은 본채의 큰 운동장 한쪽에 쪼그리고 앉았다.
한편 손에 각종 무기를 든 산적들이 듀크를 향해 다가와 그를 완전히 포위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듀크는 조금도 긴장한 모습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하다. 일단 저놈을 잡아라.”
“저자를 잡아라.”
“예, 알겠습니다. 가자!”
10명의 산적들이 튀어나가면서 롱소드로 듀크의 상체를 사선으로 베었다.
그러나 그는 상체를 뒤로 젖히면서 여유롭게 칼을 피하더니, 뒤돌아 차기 한 방으로 그 산적을 6미터 정도 날려버렸다.
퍽퍽, 빠악!
“커억!”
4천 대 1의 신화적인 싸움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순간적인 듀크의 움직임을 놓친 산적들은 그의 발차기에 맞아 뒤로 6미터 정도를 날아가 떨어졌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일단 그에게 한방 맞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약한 자는 그대로 기절했고, 그나마 제법 수련을 닦은 자라고 해도 뻗어버려 일어나지 못했다.
2천 명이 넘게 쓰러지자 산적들의 두목인 코르스가 두목의 산채에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이 황당한 일에 눈이 커졌다.
“뭐, 뭐야!”
“두목님, 큰일 났습니다, 큰일.”
두목 코르스의 참모인 하리마가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는 말을 시작했다.
“무슨 일이야? 저건 다 뭐고?”
“적이 쳐들어 왔습니다.”
“그래? 1차 방어선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왜 이렇게 소란이야?”
“저… 그게 말입니다.”
“뭔데 뜸들이고 그래?”
“1차 방어선은 벌써 무너졌고, 2차 방어선의 1천 명도 깨졌습니다.”
“뭐? 그렇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안드라 후작의 기병들이라도 쳐들어온 건가?”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입니다.”
“저것과 연관성이 있나?”
“어떻게 아셨습니까? 저게 바로 심각한 상황입니다.”
“음… 그랬군. 혼자서 제법 잘 싸우는군. 나머지 적들은 어디에 있나?”
“저자 혼자입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자 혼자서 여기를 쳐들어왔고, 1차 2차 3차 방어선이 모두 무너졌습니다. 이제는 본채의 4천 명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 그게 말이 돼? 어떻게 혼자서 4천 명을 상대한단 말이야?”
“그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지금 저렇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보이십니까?”
“으으… 이건 꿈이야, 꿈!”
4천 명이나 되었기에 시간이 좀 걸렸지만 결국에는 그 많던 산적들이 그의 공격에 모두 쓰러졌다.
먼저 당했던 산적들이 일어나 다시 싸울 수도 있지만 극심한 고통을 또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들은 그대로 땅에 누워 있었다.
듀크의 강한 공격력도 한몫했지만 결국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인해 이런 상황까지 오고 만 것이다.
4천 명의 산적들이 모두 쓰러지고, 현재 땅 위에 서 있는 자는 두목인 코르스와 참모인 하리마, 칼을 손에 들고 있는 10명의 산적이 전부였다. 10명의 산적들은 겁에 질려 다리를 벌벌 떨고 있었다.
그때, 듀크의 공포스러운 협박이 이어졌다.
“무기 들고 설치다가 저렇게 될 수도 있고, 아님 이것에 맞아 죽는 수가 있어. 잘들 생각해“
그는 주먹을 치켜들면서 산적들을 위협했다.
찔끔.
그에 10명의 산적들과 참모인 하리마까지 겁을 집어먹고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두목인 코르스는 역시 두목이었다. 조금도 물러섬 없이 허리에 매어둔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 들고는 앞으로 성큼 나섰다.
“나를 이기면 코르스는 이제부터 자네 것이다. 간다!”
“큭큭큭… 그 말 멋지군.”
쉬이잇, 파팟!
쉬쉬쉭, 가가각!
역시나 두목은 두목이었다. 아직 깨달음이 부족한지 소드 마스터는 아니었으나, 검술 실력은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맞먹었다.
무척 오랜만에 코르스는 자신의 검술을 마음껏 시전했다.
듀크는 오러 블레이드로 간단하게 승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두목이 마지막 상대라 좀 더 멋진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 마냥 방어만 하고 있었다.
“헉헉헉… 자네 정말 대단하군.”
“큭큭큭… 검술이 제법이지만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멀었어. 이제 슬슬 지겨워지니까 끝내도록 하자.”
“그런가? 이제까지 피했던 것은 그럼?”
“알았으면 됐어. 그 정도면 두목으로서 최소한의 체면은 차렸으니 된 거야.”
쉬이잇… 퍼억!
“크어어억!”
털썩.
두목 코르스는 듀크가 날린 주먹 한 방을 배에 맞고 뒤돌아 차기에 턱을 맞고는 뒤로 나가떨어졌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되자 산적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듀크는 혼자서 산적들의 산채를 공격해 무려 5천 명이나 되는 모든 산적들을 때려눕힌 것이다. 그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신화였다.
드래곤이 폴리모프해서 인간을 공격하면 모를까, 사람이 혼자서 5천 명을 때려눕히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저 정체불명의 사나이는 그걸 성공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듀크가 이끌고 온 용병 무리도 코르스 산적들의 본채로 올라왔다.
그들은 지금의 상황을 보고는 경악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자신들의 대장이 강한 것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무력으로 산적들을 제압한 듀크는 얼마 후 그들을 완벽하게 흡수, 통합했다.
헤럴드 상단의 마차 행렬이 들판에 길게 이어졌다. 숲이 아니라 그런지 별다른 일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날이 저물자 사흘째 야영이 시작되었다.
하벨은 산책을 위해 풀밭 쪽으로 걸어갔다.
야영지와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 다다랐을 때였다. 말을 탄 10명의 용병들이 하벨에게 빠르게 달려와 그를 포위하며 공격 태세를 갖추었다.
“날 죽이려고 하는가?”
“흐흐… 그렇다. 잘 가거라.”
“잘 가는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다. 쯔쯔.”
“미, 미친놈… 공격해!”
스스스스
하벨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허공에 다시 나타났다.
“콘 오브 아이스(Cone of ice).”
슈슈슈슝.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이 생성되어 말을 타고 있는 용병들에게 날아왔다. 하지만 밤인 데다 투명한 얼음조각이라 눈에 잘 보이지 않았다.
퍼퍼퍼퍽!
“아아악!”
털썩.
4명의 용병이 말에서 떨어졌다. 그들의 가슴에는 원뿔 모양의 얼음조각이 박혀 가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치명적인 빙계 마법 공격이라 그것에 맞은 자는 살아나기 어려웠다.
“이것도 한번 받아봐라. 블레이즈.”
휘리리릭.
“크아악!”
“커억…….”
하벨이 회전하는 칼날을 불러내 적을 공격하는 마법을 시전했는데, 너무 빨라서 용병들은 그것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허리가 두 동강나면서 말에서 떨어졌다.
주위는 온통 피바다가 되었고, 마법 두 방에 10명이던 용병이 2명으로 줄었다. 그들은 도저히 정면대응을 할 수 없어서 작전상 후퇴하기로 하고는 뒤돌아 도망쳤다.
“후후…그냥 가게 놓아둘 것 같으냐? 매직 애로우.”
슈슈슈슝.
파공성이 일어나면서 마법 화살이 도망치고 있는 용병들에게 날아갔다.
퍼퍼퍼퍽.
“케에엑!”
그것은 4발이나 생성되어 용병들에게 두 방씩 등에 격중되었고 용병들은 말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주위에 결계를 생성했기에 소리가 일절 결계 밖으로 흘러나가지 못했다. 때문에 아무도 이런 일이 일어난 줄 몰랐다.
“주변을 깨끗이 처리해야겠군. 어스 쉐이크(Earth shake).”
쩌어억.
죽은 용병들의 반경에만 대지를 흔드는 지진마법이 일어나 그들을 땅속으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내 갈라졌던 땅은 원상태로 회복되어 아무 흔적 없이 일은 처리되었다.
“후후후… 이로써 완벽하게 처리했군. 이제 그만 돌아가야겠어.”
스스스스.
하벨은 허공을 날아 야영지로 향했고, 야영지가 가까워오자 그제야 땅에 착지해 천천히 걸어갔다.
척후를 보던 용병들은 하벨이 미리 주변을 산책한다고 말을 해두었기에 그를 보고서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는 여유롭게 자신의 마법의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