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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한편 아르미온은 하벨과 함께 천막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르미온은 하벨에게 고대사에 전해져오는 얘기들과 각종 사랑에 대한 전설을 들려주었고 하벨은 정신없이 그 얘기에 빠져 있었다.
“아… 너무 아름다운 얘기였어요.”
“아름답지만 슬픈 전설이죠.”
이때, 아르미온의 하녀 라라가 들어와 말했다.
“아가씨, 헤럴드 상단의 로레인 님께서 저녁식사에 초대를 하셨습니다.”
“응? 갑자기 저녁식사 초대를?”
“예, 아가씨.”
“클로버 님도 같이 가세요.”
“예? 저는 초대를 받지 않았는데요…….”
“저와 같이 계셨으니 식사도 같이 하셔야죠.”
“그래도 될런지…….”
“같이 가세요. 아님 저도 안 갈 거예요.”
“아, 알겠습니다. 저도 가죠.”
이렇게 해서 아르미온과 하벨, 경호대장인 기사 세르마도 동행하게 되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르미온 님.”
테이블을 흰 천으로 덮었기에 깔끔했으며, 꽃병도 놓여 있는 것으로 보아 제법 신경을 쓴 것 같았다.
로레인과 보좌관 센티, 페이쇼 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르미온을 맞이했다.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분들은?”
“아, 이분은 마법사 클로버 님, 이쪽은 저의 경호를 책임지고 있는 기사 세르마입니다. 인사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법사 델리안 폰 클로버라 합니다.”
“기사 켈터스 세르마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헤럴드 드 로레인이라 합니다. 이쪽은 나의 보좌관 헤럴드 센티, 이쪽은 용병대장인 아칸 페이쇼입니다.”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그들은 자리에 앉았고, 곧 요리가 테이블에 차려지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대화들이 오고갔지만 하벨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있는 자들의 속마음을 읽어보았더니, 로레인이라는 자는 아르미온의 외모에 관심이 많았다. 그보다 기분 나쁜 건 가슴과 몸매를 자꾸만 쳐다보면서 음흉한 상상을 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보좌관인 센티, 이자는 겉으로 보면 부드러워 보이지만 속으로는 상대방을 보고 분석하는 치밀한 자였다. 어떻게 하면 아르미온을 이용할까 하는 생각과 로레인은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모사꾼인 듯했다. 또한 마법사인 자신을 보며 어떻게 하면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지 열심히 궁리 중이었다.
마지막으로 용병대장인 페이쇼는 아르미온의 외모에 빠져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기사 세르마는 식사에 초대되어 기분이 좋았으며, 맛있는 요리를 먹을 수 있다는 데 즐거워하고 있었다.
아르미온은 식사를 하면서도 로레인의 말에는 별관심이 없는지 형식적인 대답만 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하벨에 대한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로레인이 하벨에게 말을 걸었다.
“클로버 님은 남부 지역의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예, 대륙의 서부 쪽에서 왔습니다.”
“대륙의 서부에서요?”
“예. 대륙을 여행 중인데, 배를 타고 오다가 그 배가 침몰했고, 며칠을 마법으로 날아온 곳이 바로 켈터스 남작령의 해안 이었습니다.”
“하하… 날아서 오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수도인 켄싱턴으로 가고 있습니다.”
“수도 켄싱턴에는 누가 있습니까?”
“페파스 공국에는 아무도 없습니다만, 일단 수도 켄싱턴으로 가서 며칠 묵으면서 돌아보다가 여행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그러셨군요. 부럽습니다.”
로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럽다는 표현을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식사가 끝이 났다.
빈 접시들이 치워지고 각종 과일이 담긴 큰 접시가 나왔다.
여러 가지 과일이 담긴 것을 보고는 하벨이 말했다.
“든든하게 식사도 했는데 이번에는 시원하면서도 새콤달콤한 것을 한잔 마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아요.”
아르미온의 즉각적인 대답에 그들은 전부 하벨을 쳐다보았다.
“제가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스윽.
하벨의 손짓에 물주전자 속에 들어 있던 물이 허공으로 떠올라 뭉쳐 큰 물 덩이가 되었다.
물 덩이는 속에 기포가 생기면서 위로 떠오르더니 김이 났다. 물이 순식간에 끓고 있는 것이다.
“오오… 저런 일이!”
“저, 정말 대단합니다.”
물 덩이는 이내 다시 식었고, 이번에는 레몬과 벌꿀 통이 허공으로 떠올라 물 덩이에 주르륵 흘러내려 섞였다. 그런 후 즙을 짠 레몬과 벌꿀 통은 다시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검지를 휘돌리자 허공에 떠 있는 물 덩이가 회전하면서 잘 섞였고, 이렇게 해서 간단하게 레모네이드가 만들어졌다.
그는 허공에 떠 있는 레모네이드를 두 개로 나누어 한 덩어리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한 덩어리를 30개의 작은 덩어리로 만들어 급속 냉동시켜 얼음으로 만들었다.
“이번에는 이것을 담을 컵을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스윽.
하벨의 손짓에 물주전자 속에서 나온 물이 허공으로 솟아올랐고, 그것은 6개로 나뉘더니 길쭉한 원통형으로 변했다.
쩌쩌쩡.
순간 6개의 원통형 물이 급속 냉동되어 얼음컵이 되어버렸다.
그 신비스러운 마법에 모두들 놀라워했다.
그는 얼음덩어리를 레모네이드 덩어리 속에 집어넣고 한 번 더 회전시켜 잘 섞은 다음, 6개의 빈 얼음컵에 얼음과 레모네이드 부었다.
스스스스.
테이블에 6개의 레모네이드가 들어 있는 얼음컵이 내려졌다.
“자… 드셔보십시오. 이것이 레모네이드라는 겁니다.”
“아… 클로버 님, 오늘 멋진 걸 구경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마법이었습니다.”
모두들 하벨에게 한마디씩 하고는 그들의 앞에 있는 컵을 들어 레모네이드를 마셨다.
“아… 정말 새콤달콤하면서도 시원한 게 좋은데요?”
“입안이 깔끔해졌습니다.”
“정말 시원한 게 그만입니다.”
“컵도 얼음으로 만든 거라 너무 시원합니다.”
얼음컵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녹기는 했지만 레모네이드를 다 마실 때까지는 괜찮았다.
그렇게 즐거운 저녁식사가 끝이 났다. 아르미온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뒤이어 하벨과 기사 세르마가 일어나 로레인에게 인사를 하고는 천막을 나왔다.
로레인은 아르미온과의 저녁식사가 만족스러웠는지 밝은 모습이었지만 그의 보좌관인 센티는 아니었다.
“센티, 왜 그러나?”
“도련님, 제가 보기엔 마법사 클로버를 조심해야겠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의 마법실력이 대마법사에 버금갈 정도입니다.”
“음… 나도 그자의 마법실력이 뛰어난걸 보았지만, 설마 대마법사는 아닐 거야.”
“문제는 그자의 능력에 아르미온 아가씨의 마음이 온통 빼앗겼다는 데 있습니다.”
“뭐? 그, 그럴 리가…….”
“제가 보기에 아가씨는 분명 그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상태였습니다. 그자를 보는 눈빛이 너무 뜨거웠습니다.”
“으음…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일단 클로버라는 자가 수도 켄싱턴으로 간다고 했으니 그때까지는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되며, 도련님의 앞길에 걸림돌이 될 것 같으니 수도에 도착한 후에는 어쌔신을 동원해 그자를 제거해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그,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아닙니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듯싶습니다. 제가 보기엔 그자는 도련님의 앞길을 틀림없이 방해할 자로 보였습니다.”
“으음, 센티 자네가 그렇게 보았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다면 자네가 책임지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자를 제거하도록 해.”
“흐흐… 염려놓으십시오, 도련님.”
두 사람이 하벨을 제거하기로 한 말은 아르미온의 천막으로 향하던 하벨이 모두 들은 상태였다.
‘후후후… 날 화나게 하는군. 너희들이 먼저 시작한 일이니 날 원망하지 마라.
하프오크이며 대부족장인 켈란은 매직 스테프로부터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Rakhan)의 권능과 힘을 각각 45퍼센트나 흡수했다.
이제까지 매직 스테프의 주인들은 권능이나 힘 중 한 가지라도 30퍼센트를 흡수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는 두 가지 모두 45퍼센트씩 흡수한 것이다.
천재성을 가진 켈란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매직 스테프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더라도 마찬가지의 결과였을 것이다.
매직 스테프는 라칸신의 권능으로 켈란의 심장 옆에 드래곤 하트와 유사한 걸 생성시켜주었는데, 그걸 켈란은 오크 하트라 명명했다.
그 오크 하트로 인해 서클 개념이 무의미해져버렸다. 이전의 마법경지는 7서클의 대마법사였는데, 이제는 신의 아티팩트 덕분에 권능을 가지게 됨으로써 언령 마법이 가능해졌다.
아무튼 오크 하트로 인해 그는 드래곤에 버금가는 마나를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그라도 라칸신의 힘을 45퍼센트 이상 흡수할 수는 없었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흡수하느라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만약 욕심을 부려 더 흡수했다가는 자신의 몸이 견디지 못하고 터져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쉬웠지만 중지해야 했다. 어차피 시간을 가지고 계속 라칸신의 힘과 권능을 흡수하면 되는 일이었다.
지금 켈란의 힘은 드래곤으로 치면 고룡급과 마찬가지였다. 거기다가 라칸신의 권능을 일부 흡수했기에 드래곤의 마법도 잘 통하지 않는 상태였다.
그것이 켈란의 마음을 흡족케 했다.
“취익… 예전에는 인간족이나 드래곤이 무서웠지만 취익…이제 날 죽일 자는 거의 없다, 취익.”
[나의 동반자 켈란이여, 이제는 너의 야망을 펼쳐라.]
“취익… 그래, 매직 스테프여. 취익… 이제는 나에게 힘이 있으니 무엇이 두렵겠는가, 취익.”
바람의 계곡 동굴광장에서 나온 켈란은 오크 성을 둘러보고는 드래곤이 공격해 와도 버틸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결계를 설치했다.
이곳 오크 성은 켈란의 고향이기에 앞으로 오크 왕국의 왕성이 될 것이다.
훈련이 잘되어 있는 오크전사들이 5만 마리나 되고, 그밖에도 암컷 오크들과 어린 오크, 나이 먹은 늙은 오크들까지 포함하면 10만 마리나 되었다.
식량이 풍부하다 보니 오크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도 있었지만 렌달 지역이라 명명한 제2의 오크 성이 있는 렌달 부족이 있던 자리에서도 오크전사들과 오크들이 대거 이동해 와 살고 있었기에 10만 마리나 되는 것이다.
츠파파팟!
매직 게이트를 이용해 제2의 오크 성으로 향한 켈란은 그곳에서 오크 천부장들과 군단장들을 모아 그동안 진행한 일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
또한 4개 군단은 새로운 오크들을 찾아 나서서 흡수해야 한다며 오크부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