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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와아아아!”
채채챙! 파팍!
“화살을 쏘아라!”
“스피어로 공격해! 어서!”
“기병들은 뭐 하는가! 적들을 짓밟아버려라!”
조장들과 백부장들이 병사들을 독려함으로써 전투는 치열해졌다.
그러나 듀크가 이끄는 7조는 여유로웠다. 이전과 같이 화살촉 대형을 유지하면서 듀크의 뒤만 따라가면 되었기 때문이다.
선두에 서서 달려 나가던 그는 대거 자히르를 던졌다. 그러면 어김없이 적 병사나 용병들이 반드시 대거에 맞아 쓰러졌다.
자히르는 절대 빗나가는 일이 없었다. 그렇기에 적들은 듀크 쪽은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했으며, 지금도 그의 근처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또한 듀크가 그들에게 달려 나가면 옆으로 피하기 바빴다. 마치 양떼 우리에 늑대 한 마리가 마구 날뛰는 듯했다.
그는 대거 자히르를 던지거나 그것을 휘둘러 적들의 공격을 막았다. 또한 적들의 가슴을 찔러 자히르에게 피를 먹인 후 다른 희생자를 찾아다녔다.
벌써 10여 명의 희생자를 만들었고, 지난 전투를 전부 합하면 희생자는 3백 명이 넘었다. 그만큼 그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그걸 본 트로백 남작이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를 질렀다.
“으으… 또 저놈이냐? 도대체 저놈은 지치지도 않아?”
“남작님, 저놈이 또 설치니 이번 전투도 힘들 것 같습니다.”
“뭐야?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어. 저놈을 상대하기보다는 테이커 남작을 잡아라.”
“예? 테이커 남작을요?”
“그래. 그자만 잡으면 영지전은 우리의 승리다. 병사들과 제법 떨어진 곳에 테이커 남작이 있지 않느냐? 기병들을 전부 저쪽에 투입하면 가능하다. 어서 서둘러!”
“공격하라, 공격!”
“와아아아!”
“어엇! 적 기병들이 이쪽으로 옵니다.”
“적 기병들을 막아라, 막아!”
테이커 남작의 앞을 영지보병들이 스피어를 들고 막아섰고, 검을 든 전쟁용병들도 합세했다.
채채챙!
“막아라, 막아!”
“밀어붙여서라도 테이커 남작을 잡아라! 어서!”
“아아악!”
“크억!”
양측의 병력이 대부분 테이커 남작이 있는 쪽으로 몰렸다. 하지만 듀크는 대거 자히르에 피를 먹여주어야 하는 목적이 있었기에 그쪽으로 가지 않고 주변에 있는 적들을 죽이는 것에 몰두했다.
“크아악!”
털썩.
대거 자히르에 피를 전부 빼앗기고 용병 한 명이 쓰러졌다.
“조장님, 남작님이 계신 곳으로 적 기병들이 대거 몰렸습니다. 우리도 지원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우리는 이쪽에서 적들을 막으면 돼.”
“크아악!”
그는 혼자 적들에게 달려들며 대거 자히르로 그들의 복부를 찔러 죽였다.
“크크… 오늘만 17명째군.”
한편 테이커 남작 쪽은 위기를 맞고 있었다. 트로백 남작의 기병들이 전력을 기울여서인지 테이커 남작 쪽은 점차 밀리기 시작하더니 결국 기병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테이커 남작을 포위했다!”
“남작을 잡아라, 잡아!”
테이커 남작은 트로백 남작의 기병들에게 포위를 당해 점점 그 포위망이 좁혀져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듀크는 다 파악하고 있었다.
“크크… 테이커 남작이 위기에 처했으니 내가 나서서 처리해줘야겠군.”
휘리리릭.
퍼억!
듀크의 팔 힘이 얼마나 강했던지 대거 자히르가 2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휘돌며 날아갔고 그것은 기병의 등에 정통으로 박혔다.
“커어억!”
털썩.
기병은 피를 다 빼앗기고는 말에서 떨어졌다.
대거 자히르는 기병의 등에서 빠져나와 허공으로 떠오른 다음, 근처에 있는 기병에게 또다시 날아갔다.
“허억, 이게!”
기병은 순간적인 반응으로 날아오는 대거 자히르를 막고자 팔을 들었지만 팔에 박히면서 피를 빨렸다.
멀리 떨어진 듀크의 손짓에 대거 자히르는 허공으로 날아다녔고, 그러면서 기병들을 공격해 벌써 6명이나 말에서 떨어뜨려 죽었다.
슈우욱!
퍼억!
어느새 달려온 그가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날아 차기를 시전했고, 그것에 맞은 기병은 6미터를 날아가 떨어졌다.
듀크가 대거 자히르를 쥐고 적 기병들을 베고 혼자 검술을 펼쳤다. 역시나 그의 상대는 없었다.
보통 보병들은 전투력이 약해 기병들의 상대가 안 되었는데, 듀크는 눈으로 잘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면서 대거 자히르를 휘두르거나 허공으로 도약해 기병들을 사선으로 베었다.
워낙 빠른 공격이라 기병들이 확인했을 때에는 이미 10여 명이 넘게 말에서 떨어진 뒤였다.
“아아악!”
“커억!”
털썩.
듀크의 활약으로 위기에 처했던 테이커 남작과 참모는 다행히 뒤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트로백 남작의 기병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후퇴하라, 후퇴!”
“도망쳐!”
두두두두.
말머리를 돌려 기병들이 달아나기 시작했지만, 듀크는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대거 자히르를 휘둘러 한 번에 두 명씩 기병들을 베어버렸다.
“크아악!”
털썩.
기병들이 말에서 떨어졌고, 듀크도 땅에 내려섰다. 그는 달리다가 다시 도약하여 기병들을 거침없이 베어버렸다. 말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리면서 죽이니 기병들에게는 공포였다.
“이러다가는 다 죽겠다. 너희들 5명은 저놈을 막아라!”
“예, 조장님!”
죽을 줄 알면서도 자신들이 막으면 동료들이 살 수 있기에 결국 그 명령에 따른 것이다.
“우리들이 막아야만 동료들이 안전하다. 최선을 다해보자.”
“예, 알겠습니다!”
5명의 기병이 달려오는 듀크의 앞길을 막았다.
“이놈들 봐라?”
기이이잉!
대거 자히르의 날에서 붉은 광선이 3미터나 튀어나왔다.
“오, 오러 블레이드?”
“허억! 마, 말도 안 돼.”
“오러 블레이드다… 소드 마스터다.”
슈가가각.
대거 자히르의 앞을 막는 것은 말이건 사람이건 방패건 모두 두 동강나버렸다. 그동안 감추어왔던 능력을 일부 드러낸 것이다.
5명의 기병들이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모두 두 동강나버렸고,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가 트로백 남작 진영으로 뛰어들었다.
가가각.
“아아악, 컥!”
“저놈을 막아라, 막아!”
“궁병들은 뭐 하나! 저놈을 공격해!”
“일제히 저놈에게 달려들어라!”
“와아아아!”
휘리리릭!
가가각!
“으악! 컥!”
검술 실력 차이가 너무 나다 보니 죽어 나가는 건 트로백 남작의 병사들과 전쟁용병들이었다.
붉은 오러 블레이드는 역시나 무서웠다. 닿는 것은 무엇이든지 잘려나갔다.
벌써 수십 명이 쓰러졌지만 그는 조금도 지친 모습이 아니었다. 마치 블링크 마법이라도 펼치는 건지 형체가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면서 휘휙 바람소리를 일으키면서 순간이동을 하니 궁병들도 속수무책이었다.
또한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대니 방패병의 방패도 소용없었으며, 무조건적으로 앞을 가로막는 것은 전부 잘려나갔다. 사람, 무기 할 것 없이 전부. 그건 당하는 입장에서는 공포였다.
듀크 혼자서 무려 380명이나 되는 영지병과 용병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모한 일처럼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아아악!”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놈이야… 도망쳐!”
“인간이 아냐… 피에 미친놈이야.”
“15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140여 명이나 죽인 놈이야.”
겁을 집어먹은 영지병사들과 전쟁용병들은 부챗살처럼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등을 보이는 그들을 향해 듀크는 대거 자히르를 휘둘렀고 그들은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와아아아!”
“적들이 도망친다!”
“추격하라, 추격해!”
전투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었다. 단지 살인마 듀크에게서 벗어나는 길만이 모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조건적으로 도망쳤다.
얼마 후 트로백 남작과 참모들이 테이커 남작의 전쟁용병들에게 생포되었다.
살아남은 영지병과 전쟁용병들을 합하면 150명 정도가 전부였다.
이렇게 영지전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테이커 남작의 승리로 돌아갔다.
치욕스럽게도 트로백 남작은 테이커 남작에게 무릎을 꿇으면서 모든 것에 대한 권리를 넘겼다. 그는 전쟁배상금과 모든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으며 결국 영지를 빼앗겨 추방당했다.
한편 테이커 남작은 듀크를 영지의 기사로 임명하려 했지만 그는 단번에 거절한 채 막대한 포상금을 받고는 그곳을 떠나버렸다.
광활한 들판의 헤럴드 상단 야영지.
두 곳에 피운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헤럴드 상단의 한 천막 속에서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상단의 마부들과 인부들 72명과 경호를 맡게 된 60명의 용병들 식사까지 만들다 보니 양이 상당했다.
또한 한쪽에서는 로레인과 보좌관 센티가 먹을 요리도 만들어지고 있었는데 평소보다 많은 양이었다.
로레인의 하녀 베스는 요리가 거의 다 된 것을 확인하고는 로레인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도련님, 요리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그럼 가서 아르미온 아가씨께 내가 정중하게 식사에 초대한다고 말하고 뫼시고 오너라.”
“예, 도련님.”
하녀 베스는 아르미온의 천막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