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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이제 급속 냉동을 시키면서 긁어주기를 몇 번 반복하면 부드럽게 되죠.”
“이제 다 된 건가요?”
“예, 드디어 과일아이스크림이 완성되었습니다.”
“호호… 너무 맛있겠다!”
“과일아이스크림을 그냥 먹는 것보다는 예쁜 그릇에 담아서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호호…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어요.”
하벨은 로브 속에서 투명한 유리잔에다가 과일아이스크림을 담아서 내밀었다.
“자, 이제 다 되었으니 맛보세요.”
“아! 너무 예뻐요! 정말 맛있을 거 같아요.”
“예, 저번의 과일빙수보다 훨씬 부드럽고 달콤할 겁니다.”
“아… 너무 맛있어요!”
“오늘은 각종 과일을 함께 섞어서 만들었지만 각 과일마다 독특한 향과 맛을 가지고 있기에 한 가지의 과일만 넣어 만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어도 맛있지요.”
“예, 정말 그렇겠어요.”
하벨과 아르미온은 과일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법의 텐트로 돌아온 하벨은 책을 꺼내 밤늦도록 읽다가 침대에 누웠다.
“음… 정말 사랑스러운 아가씨야.”
밤늦도록 잠을 못 자는 사람은 또 있었다.
아르미온은 점점 하벨에게 향하는 마음을 인정했다.
“너무 멋진 남자야. 그와 있으면 너무 행복해.”
다음 날.
아르미온은 마차 대신 말을 타고 이동했는데, 그녀의 옆에는 하벨이 말을 타고 있었다.
아르미온의 눈부신 아름다움에 주변에서 이동하던 기병들도 마음을 빼앗길 정도였고, 특히 헤럴드 상단을 호위하면서 이동하는 용병들도 모두 뒤를 힐끔 거리면서 아르미온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보니 마차를 타고 이동 중이던 상단의 둘째 아들인 로레인도 이상한 것을 느꼈다.
“센티, 밖에 무슨 일이지?”
“글쎄요.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센티는 마차의 창문을 열어 옆에서 말을 타고 이동 중이던 이번 상행의 용병들의 대장을 맡고 있는 페이쇼에게 물었다.
“페이쇼 대장, 밖이 왜 이렇게 어수선한 것이오?”
“아예. 뒤쪽에서 따라오는 켈터스 남작님의 따님이신 아르미온 님께서 마차에서 내려 말을 타고 이동 중이신데, 미모가 너무 아름다우시어 용병들이 자꾸만 뒤돌아보며 한마디씩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란스러운 것입니다.”
“아르미온 님이시라구요? 남부를 넘어 공국에서도 그 미모가 세손가락 안에 들어간다는 그 미모를 소유한 아르미온?”
“그렇습니다. 저도 조금 전에 보았는데 정말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허… 켈터스 남작님의 부탁으로 수도 켄싱턴까지 가는 마차와 기병들을 합류시키기는 했지만 설마 아르미온 님이 타고 계셨을 줄이야.”
“센티, 페이쇼 대장의 말이 사실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도련님.”
“흐… 그렇다면 이번 참에 인사를 하고 호감을 얻어야겠군. 저택에서 거의 나오지 않아 얼굴 보기 힘든 아가씨니 말이야.”
마차 안에 앉아 있는 로레인은 금발에 호리한 몸을 가지고 있었으며, 얼굴도 상당한 미남에 바람둥이였다. 눈 꼬리가 약간 올라간 게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실제로도 그는 자기 자신만 아는 이기주의자였다.
“그렇습니다. 도련님께서는 잘생기셨기에 아르미온 아가씨께 충분하게 호감을 받을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럼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겠습니까?”
“흐흐… 더구나 나는 헤럴드가의 도련님이니 같은 남부 시골 남작가문에 청혼을 넣기도 좋아! 아주 딱이군.”
“그렇습니다. 도련님 형님이신 로웰 님이 남작가문을 이어받을 후계자이니 차라리 켈터스 남작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는 것도 도련님의 야망에 좋을 듯합니다.”
“나도 알고 있어. 게다가 우리 가문에서 운영 중인 상단은 외부적으로는 헤럴드 상단 하나지만 사실 내부적으로는 두 개니 그중에서 하나는 내가 물려받을 테지. 그러니 자금력도 걱정 없어. 난 이런 시골 영지의 영주로 만족하는 사람이 아냐!”
“그래서 제가 로웰 님이 아닌 도련님을 택한 것입니다.”
“흐흐… 센티, 자네가 나에게 옴으로써 나의 야망이 더욱 활활 타올랐지.”
“도련님, 제가 켈터스 남작가를 말씀드리는 건 중요한 문제 때문입니다.”
“그게 뭐지?”
“켈터스 남작가는 남부 최남단의 보잘것없는 시골 영지지만 바다를 끼고 있습니다. 대륙의 서부에는 스너비 왕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몇 년 전에 건국되었다는데 알고 계십니까?”
“스너비 왕국? 그런 나라가 있었어?”
“아비린 왕국이 분리되었다 하더군요.”
“아, 아비린 왕국은 어느 정도 알고 있지.”
“제가 말하려는 것은 스너비 왕국이 건국되기 전, 즉 영지였을 시절에는 아비린 왕국의 서부 해안가에 있었으며, 가장 낙후된 오지 중의 오지에 있는 영지였다는 것입니다.”
“그랬어?”
“예, 그런데 스너비 영지에 하벨이라는 자가 영주로 부임하면서부터 급성장을 했다는 겁니다.”
“음… 어떤 능력이 있었기에 급성장을 했다는 거지?”
“이전까지만 해도 대륙의 모든 소금은 암염이었습니다만 그자가 해안에서 천일염이라는 것을 개발한 후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그것도 단기간에 말입니다.”
“그, 그럼 그 천일염이 스너비 영지 것이었어?”
“예, 지금은 스너비 왕국이 되어 대륙에서도 아주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왕국이 되었지요.”
“으음… 정말 대단한 자군.”
“그러나 그자의 능력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이제 천일염은 대륙에 널리 퍼져 대부분의 왕국이나 공국에서도 구입하고 있습니다만 도련님께서도 알고 계시는 도자기라는 것 말입니다.”
“도자기? 설마 그것도 스너비 왕국의……?”
“그렇습니다. 모든 귀족들이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게 바로 도자기입니다. 예전에는 보석이 가장 우선순위였습니다만 이제는 도자기입니다.”
“으음… 하벨이라는 자는 능력과 안목까지 겸비한 자로군!”
“스너비 왕국은 대륙에서 제국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왕국일 겁니다.”
“그 정도야?”
“그렇습니다. 아… 얘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는데, 제가 운이 좋은 건지 얼마 전에 천일염전이라는 곳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자에게서 천일염의 제조비법을 들었고 그래서 비법의 약 80퍼센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걸 개발한다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 있을 것입니다.”
“정말 천일염 제조비법을 알고 있어?”
“아직 완전한 비법이 아니기에 질이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천일염을 생산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몇 년만 더 연구하면 완전한 제품으로 생산이 가능할 겁니다.”
“흐흐… 그것만으로도 켈터스 남작가에 청혼할 이유가 충분하군. 바다를 끼고 있는 왕국에 청혼을 한다라… 하하하!”
“해안가를 영지로 가지고 있는 켈터스 남작가 외동딸, 미녀 아르미온 게다가 수도 켄싱턴에는 아르미온의 외가인 루카스 드 록시 백작이 있습니다.”
“뭐? 루카스 백작가가 아르미온의 정말 외가였어?”
“그렇습니다. 그러니 청혼만 성사된다면야 도련님의 야망을 얼마든지 펼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흐흐… 그런 최상의 조건들이라면 목이라도 걸어야겠어. 안 그런가?”
“킬킬… 그렇습니다, 도련님.”
한편 그런 둘만의 대화를 하벨은 전부 듣고 있었다.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으음… 본의 아니게 대화를 전부 듣게 되었어.’
“클로버 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아, 아닙니다. 날씨도 좋고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서 잠시 딴생각에 빠져 있었습니다.”
“무슨 생각에 빠져 계셨는지 궁금하네요.”
“경치가 좋아 악상이 떠올랐거든요.”
“그래요? 조금 들어볼 수 있어요?”
“뭐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니… 제가 피리를 한번 불어보겠습니다.”
빌릴릴리… 빌리리리…….
맑고 경쾌한 피리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음악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피리연주가 수준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연주 솜씨는 대단했다.
감성이 풍부했던 미녀 아르미온은 하벨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몽롱한 눈빛이 되어 자신만의 멋진 환상에 빠졌다.
‘아… 너무 멋져. 클로버 님, 내 마음이 이렇게 콩닥콩닥거리는 걸 아시나요?’
18살의 아르미온은 이렇게 첫사랑에 푹 빠져버렸다.
이때, 그녀의 아름다운 환상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하벨의 피리소리도 어느새 멈춰 있었다.
“아르미온 님, 아르미온 님!”
“누, 누구?”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아르미온 님, 저는 헤럴드가의 로레인이라 합니다.”
귀족가의 잘생긴 공자였기에 평소에 보았더라면 그녀도 호기심을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르미온의 눈에는 온통 클로버만 들어왔기에 로레인은 안중에도 없었다. 즉, 그녀는 이미 사랑에 푹 빠진 아가씨였다.
그러다 보니 로레인이 약간 느끼하면서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상황이니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가 아닌 약간 냉랭한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충분히 아름다운 목소리였지만 말이다.
“네, 그러세요?”
“이번 상행에 아르미온 아가씨께서 동행하신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런 일로 사과하실 필요는 없죠.”
“어디 불편하신 것은 없으십니까? 제가 성심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없어요. 나중에라도 부탁할 게 있으면 하겠습니다.”
“하하… 이번 상행의 책임자가 저이니 꼭 저에게 말씀해주십시오.”
“예,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로레인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이내 자신의 마차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한번 깨진 둘의 좋은 분위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하벨의 얼굴이 굳어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을 더 이동했고 석양으로 대지가 물들어서야 적당한 장소에서 멈추었다.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가 먼저 광활한 들판의 한곳에 자리를 잡자 나머지 일행도 각자 자리를 잡고 야영에 들어갔다.
오늘로써 야영이 2일째.
광활한 들판을 다 통과가려면 앞으로 3일은 더 걸릴 것이다.
테이커 남작과 트로백 남작의 영지전은 트로백 남작의 우세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나타난 용병 듀크로 인해 완전히 뒤바뀌는 상태가 되었다.
그가 전투에 나서고부터는 한 번도 트로백 남작의 승리가 없었다. 10여 번이나 전투에서 졌고, 이제 마지막 총공격을 남겨둔 상황에까지 처했다.
양측의 영지병사들과 전쟁용병들은 긴장되었다. 그들은 서로의 얼굴들을 마주보고 서 있었는데, 돌격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둥둥둥둥.
“돌격하라, 돌격!”
테이커 남작 진영에서 먼저 돌격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에 따라 도열해 있던 병사들이 튀어나갔다.
트로백 남작 진영에서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뿌우우우…….
고동소리가 크고 길게 울려 퍼지자 무장한 병사들이 달려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