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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11화 (11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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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하벨은 화이트 여관에서처럼 파란 유리그릇을 4개 꺼낸 뒤에 얼음을 생성시켜 얼음가루를 만들고는 각종 과일을 이용해 과일빙수를 만들어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들은 그가 과일빙수를 만드는 내내 신비스러운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원한 과일빙수라는 겁니다. 한번 드셔보십시오.”

“얼음을 가루로 만들어 무척 시원하겠는데요?”

켈터스 남작과 미쉘, 아르미온은 기대를 하며 숟가락으로 과일빙수를 떠먹어보았다. 그리고는 그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맛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오오… 정말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게 맛있군요!”

“이런 후식은 처음이에요!”

“하하… 클로버 경, 정말 대단한 후식이오.”

그들은 과일빙수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이렇게 아침식사가 즐겁게 끝이 나자 그들은 소화도 시킬 겸 해서 저택의 정원으로 나왔다.

아르미온이 직접 정원을 안내해준다면서 하벨의 옆에 서서 걸었다.

“클로버 님은 어떤 분이세요?”

“예? 그게 무슨?”

“페파스 공국인이 아닌 것 같아서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사, 사실은 제 자신에 대해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떤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은데 조금씩 기억의 단편들이 떠오르고 있긴 합니다. 그러니 세월이 조금만 더 지나면 모든 게 확연하게 떠오를 겁니다.”

“전혀 큰 충격을 받은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데요?”

“지금은 상처가 다 나았지만, 3달 전에만 하더라도 영주님의 레비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서 상처를 입고 깨어났거든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미안해요.”

“이젠 괜찮습니다. 비록 조금씩이지만 기억도 돌아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곧 이곳을 떠나실 것 같은데, 맞나요?”

“예,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어디로 가실 거예요?”

“일단 페파스 공국의 수도인 켄싱턴(Kensington)으로 가보려 합니다.”

“네… 하루빨리 기억을 되찾으시길 빌게요.”

“고맙습니다.”

정원 산책을 끝낸 하벨이 켈터스 남작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화이트 여관으로 되돌아오니 주인이 반갑게 맞이했다.

“혹시 수도 켄싱턴으로 가는 상단이 있는가 알아봐줄 수 있소?”

“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아킨아, 헤럴드 상단이 언제 떠나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알겠어요.”

아킨이 문을 열고 뛰어나갔다가 조금 후 되돌아왔다.

“아저씨, 모레 아침에 떠난다는데요?”

“수고했다. 마법사님, 모레 아침에 헤럴드 상단이 수도 켄싱턴으로 떠난다고 하니 동행해서 가시면 될 겁니다.”

“고맙소.”

다음 날, 하벨은 헤럴드 상단에 들러 수도 켄싱턴까지 가는 상행에 동행 허락을 구했다.

헤럴드 상단은 마법사가 동행한다고 하니 순순히 허락했다. 무보수에 먹을 것까지 준비해서 가는, 즉 동행만 하는 것이라 하니 더더욱 좋아했다.

그는 상점에 들러 수도 켄싱턴까지 가는 9일 동안 야영하면서 먹을 식량과 고기, 채소, 과일, 향신료, 말먹이까지 구입해 화이트 여관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난 하벨은 샤워를 하고는 아칸에게 일러 아침식사가 준비하게 했다. 또한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마구간에 있는 말을 목욕을 시키도록 부탁했다.

“잘 지내다가 가는구려. 아킨아, 잘 있거라.”

“마법사님, 혹시 다음에도 이곳으로 올 일이 있으시면 꼭 다시 들러주십시오.”

“안녕히 가세요, 마법사님.”

그렇게 화이트 여관 주인과 아킨에게 작별을 한 그는 말을 타고 헤럴드 상단으로 향했다.

다가닥다가닥.

하벨이 헤럴드 상단으로 가니 그곳에는 짐을 가득 실은 짐마차 30대와 마차 한 대가 있었다.

또한 상단의 마부들과 인부들이 72명, 상단을 호위할 용병이 60명이었는데, 용병들은 모두 말을 타고 있었다.

이번 상단의 책임자는 헤럴드 상단주의 둘째 아들인 로레인으로, 그와 그를 보좌할 센티와 하녀 두 명, 호위 라스는 마차에 타고 있었다.

또한 헤럴드 상단의 짐마차 뒤에는 고급스러운 마차 두 대와 말을 탄 기병 30명도 이번 상행에 동행을 하게 되었는지 따라왔다.

두 시간 후, 켈터스 남작령을 벗어나자 평평하고 넓게 트인 들판이 나왔다.

그들은 날이 어두워지자 이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상단 일행은 짐마차를 둥글게 세우고 모닥불을 피운 다음 그 위에 냄비를 올렸다.

하벨은 말뚝을 하나 땅에 박고는 고삐를 묶었다. 그리고는 말에게 물과 먹이를 충분히 주었다.

이히힝, 푸르륵!

기분이 좋은지 말은 울음소리를 한번 내지르고는 먹이를 먹기 시작했다.

하벨은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마력을 끌어올렸다.

“매직 텐트(Magic tent).”

츠츠츠츠.

그러자 빛의 반사를 이용하여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천막이 생성되었다.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지만 마법의 텐트 안에서는 밖이 너무나 잘 보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 사람이 들어가 누우면 딱 맞을 것 같은 텐트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그렇지가 않았다. 텐트는 마치 홀(Hall)처럼 넓었다.

저녁을 먹기에는 아직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었기에 하벨은 그동안 책을 꺼내어 읽었다.

“마법사님, 마법사님!”

“무슨 일이오?”

갑자기 가죽갑옷을 입은 한 병사가 그를 찾아왔다. 그는 헤럴드 상단의 뒤를 따라왔던 기병이었다.

“저희 아가씨께서 잠시 모셔 오라 하셔서 이렇게 왔습니다.”

“아가씨라니?”

“켈터스 남작님의 따님이신 아르미온 님이십니다.”

“뭐라구요? 헤럴드 상단의 상행에 따라왔단 말이오?”

“아가씨께서는 수도 켄싱턴(Kensington)에 일이 있으셔서 가시는 길입니다.”

“음… 알겠소. 가봅시다.”

아르미온은 천막 안에 들어가 있었다.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하인, 하녀들의 천막과 기병들의 천막까지 모두 3개의 천막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천막의 뒤쪽에는 마차 두 대가 세워져 있었다. 기병들의 말도 마차 옆에 말뚝을 박아 잘 묶어놓았다.

천막 앞에는 모닥불을 피운 채 식사준비가 한창이었는데, 식사준비는 하인 5명과 하녀 3명이 하고 있었다.

나머지 2명의 하녀는 아르미온의 천막 속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아가씨, 마법사님 오셨습니다.”

“안으로 뫼셔라.”

“예, 아가씨. 마법사님,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고개를 끄덕인 하벨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아르미온은 양쪽 어깨가 드러나는 검정 드레스를 입고 양탄자에 앉아 있었다.

흰 피부에 가슴이 약간 보이는 섹시한 차림이라 하벨은 얼굴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

“크흠흠… 저를 찾으셨다고요?”

“예, 그래요. 앉으세요. 혹시 제가 불편하세요?”

“아, 아닙니다.”

“라라야, 차 좀 가져오너라.”

“예, 아가씨.”

잠시 후,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찻잔을 들고 홀짝거리기만 했다.

몸에서 열이 나는지 아르미온은 한 손을 들어 금발머리를 뒤로 넘겼다.

‘음… 둘만 있어서 그런가, 왜 이렇게 덥지?’

“입고 계신 드레스가 예쁘네요.”

‘어… 이게 아닌데?’

“옷만 예쁘고 얼굴은 아닌가요?”

“그, 그거야… 얼굴도 예쁩니다.”

“호호… 고마워요.”

‘아… 환하게 웃으니까 더 예쁘네.’

“큼큼, 저를 부르셨다고…….”

“아, 그거요. 저녁이라도 같이 하려고요.”

“그, 그렇군요.”

“바쁜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 아닙니다. 그런 것 없습니다.”

“저번에 만들어주셨던 과일빙수는 잘 먹었어요.”

“아, 예… 시원한 거니까 드실 만하셨을 겁니다. 저… 그런데 아가씨께서 수도 켄싱턴에는 무슨 일로?”

“외할아버지가 수도 켄싱턴에 살고 계셔서 이번 기회에 한번 들려보려고 가는 거예요.”

“아, 예… 그렇군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떤 말을 선뜻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고 있을 때 하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식사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안으로 가져와.”

“예, 아가씨.”

하녀 두 명이 천막 안으로 들어와 간이 테이블을 설치하고, 준비해온 식사를 놓자 둘만의 식사가 시작되었다.

“어때요? 먹을 만해요?”

“예, 아주 맛있습니다.”

“맛있게 잘 드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그렇습니까?”

“예. 드시는 걸 보고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다 행복해진다니까요.”

“그런가요? 전 모르고 있었습니다.”

“후식은 과일뿐인데 저번처럼 과일빙수를 해주실 거예요?”

“오늘은 다른 것을 만들어드리죠.”

“다른 것이요?”

“예, 이번에는 과일아이스크림을 한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호호… 저번의 과일빙수도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후식일지 정말 기대되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고 시원하니까요.”

“아… 어떻게 그런 걸 다 개발하신 거예요? 정말 대단하세요.”

“뭐…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되니까요.”

“호호… 그게 그리 쉽나요?”

“제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는군요?”

“그,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알아요, 무슨 뜻인지…….”

어색했던 분위기는 식사를 하면서 많이 나아졌다.

식사가 끝이 나고 하녀에게 부탁해 마련한 재료로 하벨은 특별후식 만들기를 시작했다.

“과일아이스크림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버터와 생크림이 준비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지금 바로 버터와 생크림 만들어보겠습니다.”

“버터와 생크림이오?”

“예, 생우유에 소금을 조금 집어넣고 휘돌리면 표면에 하얀 막이 생깁니다. 그걸 버터라고 하죠.”

“아… 그렇군요.”

“그럼 이제 직접 만드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스윽.

하벨은 손짓으로 생우유를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 그런 다음 투명한 막을 생성해 그곳에 생우유를 집어넣었다. 물론 소금도 함께 집어넣었다.

검지를 휘돌리자 투명한 막 속에 들어 있던 것들이 휘돌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고속으로 회전하다 보니 얼마 후 표면에 하얀 막이 생겼다.

“어머! 정말 하얀 막이 생겼어요!”

“우유의 표면에 하얀 막이 생기니까 신기하죠?”

“예, 너무 신기하네요.”

“이것이 우유로 만든 버터라고 하는 겁니다. 이번에는 생크림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스윽.

이번에도 그는 허공에 우유를 띄워 투명한 막 속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이 우유를 가열하겠습니다. 파이어(Fire).”

화르르르.

투명한 막 밑에 불길이 조그맣게 일어나 우유를 가열했다.

우유가 80도 정도로 가열되자 그는 먼저 만들어두었던 버터를 우유에 첨가하여 휘저으며 온도를 조금 낮추었다.

검지로 그것을 휘젓자 그것들은 허공에서 고속으로 섞이면서 휘돌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간단하게 생크림이 만들어졌다.

“어머, 저게 생크림이에요?”

“예, 저것 자체만으로도 부드럽지만 차갑게 얼어서 먹는다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시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하겠어요.”

“어떤 맛일지 느낌이 오는데요?”

“하하… 이제 과일아이스크림의 기본적인 재료가 준비되었으니 본격적으로 과일아이스크림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하벨은 계란 노른자 3개에 꿀을 넣고 가열하여 녹였다. 그런 다음 생크림을 넣고 검지를 휘돌리자 그것들이 서로 잘 섞였다.

“이제 거의 다 되었으니 각종 과일을 넣겠습니다.”

“정말 맛있겠어요.”

그는 각종 과일을 적당한 크기로 썰고는 일부는 과즙을 내어 함께 섞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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