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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09화 (10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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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하벨은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아티팩트에는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변화가 일어났다.

마법의 아티팩트 상자의 문 안쪽 면에 새겨져 있는 룬문자가 금색 빛에 휩싸이면서 스르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회오리바람에라도 휘감긴 듯 휘돌더니 금색 빛의 가루가 되었고, 몇 초 후에는 다시 금색 빛의 가루가 뭉치면서 새로운 룬문자로 변했다.

“와… 저런 일이!”

“우와… 멋지다, 멋져!”

처음 룬문자가 새겨져 있는 자리에 다시 룬문자가 박혀 들었는데, 두 개의 글자는 각각 다른 글자였으며 다른 자리에 안착했다.

룬문자가 자리를 잡자 금색 빛은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마법진에 박혀 있던 하급의 마나석이 스르르 빠져나오더니 허공으로 떠올랐다.

하벨의 손이 움켜쥐는 듯한 손짓을 하자 신기하게도 하급의 마나석은 엄청난 압력이라도 받은 듯 서서히 그 크기가 줄어들더니 원래 크기의 3분의 2 정도 되어서야 멈추었다.

우우웅, 화아악!

그리고 이내 공명음이 터지면서 빛이 마나석에서 내뿜어졌다.

스윽.

손짓에 따라 하급의 마나석은 다시 마법진의 지정된 자리에 박혀들었고, 잠시 후 빛은 모두 사라졌다.

“음… 자, 이제 다 되었으니 한번 작동해보구려.”

주인은 쇠그릇에 물을 떠오더니 물을 상자 안에 집어넣고 문을 닫았다.

우우웅.

번쩍!

공명음과 함께 빛이 일어났다가 순간 사라졌다.

주인은 다시 문을 열고 그 속에 넣었던 것을 꺼냈다.

“아… 확실히 예전보다 훨씬 냉각되는 시간이 짧고 냉기도 더 강력해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럴 거요. 마법진을 다시 손보았기에 예전보다 2배 정도는 냉기가 더 나올 것이고 당연히 얼음도 빨리 만들어질 것이오. 하급의 마나석의 크기는 마력으로 압축했기에 3분의 2로 줄었지만 그 성능은 거의 중급의 마나석과 맞먹을 거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사례비를 얼마나 드릴까요?”

“사례는 무슨, 그냥 과일이나 한 접시 내오는 걸로 합시다.”

“그, 그래도 되겠습니까?”

“안 될 게 뭐 있소.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싱싱한 과일로 올리겠습니다.”

주인은 고민거리가 해결되자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그는 커다란 은접시에 싱싱한 과일을 가득 담아 하벨이 자리 잡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오늘 아침에 들여온 싱싱한 과일입니다. 드셔보십시오.”

“고맙구려. 잘 먹겠소.”

과일은 역시나 달콤하고 맛있었다. 하지만 날씨가 후덥지근하다 보니 빙수가 생각났다.

“너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더 필요하신 건 없으십니까?”

“음… 우유 한 잔과 벌꿀을 좀 얻을 수 있겠소?”

“그거야 주방에 많이 있으니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킨아, 주방에 가서 우유와 벌꿀을 좀 가져오너라.”

“예, 알겠어요.”

“주인도 거기 앉구려. 마침 내가 별미를 하나 만들어 먹으려는데 같이 먹읍시다.”

“별미를요?”

“그렇소. 아주 달콤하면서도 시원할 것이니 먹을 만할 거요.”

주인은 이미 하벨의 마법실력을 보았기에 기대감이 들었다.

곧 아킨이 주방에서 우유와 벌꿀을 가져와 내려놓았다.

하벨은 로브의 안쪽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푸른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 빛깔의 유리그릇 두 개였는데, 그 자체만으로도 시원해 보였다. 주인은 한눈에도 예사로운 물건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이, 이건 유리라는 귀한 그릇이 아닙니까?”

“그렇소. 내가 만들어 먹을 별미는 이 유리그릇에 담아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거니 잘 보구려.”

스윽.

하벨의 손짓에 물주전자 속에 들어 있던 물이 길게 늘어나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는 한곳에 뭉쳐 큰 물 덩이가 되었다.

그는 그것을 의지로 끓였고, 순간가열로 팔팔 끓자 이번에는 그것을 얼려버렸다.

“아이스(Ice).”

스스스스.

물 덩이가 얼음이 되자, 그는 그것을 손짓으로 유리그릇 위로 이동시켰고 얼음은 이내 회전을 시작했다.

우수수.

그러다 얼음은 눈송이처럼 잘게 가루가 되어 유리그릇에 담겼다.

그는 이어 과일을 의지만으로 허공으로 띄웠다. 과일은 칼도 없는데 허공에서 그냥 잘렸다.

이내 잘린 과일은 유리그릇에 담겨져 있는 얼음가루 위에 잘 놓여졌다.

이번에는 허공에 남아 있는 과일을 조금 압력을 주어 즙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즙을 우유에 넣고 벌꿀과 함께 잘 섞어 유리그릇에 적당하게 부었다.

“자, 다 되었으니 맛을 보시오.”

“저, 정말 신기합니다, 마법사님.”

“맛은 어떻소?”

“오! 시원하고 달콤한 게 정말 맛있습니다.”

“과일빙수라는 거요. 이런 후덥지근한 날에 먹기 딱 좋은 별미죠.”

“이런 것은 처음 먹어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주인은 과일빙수를 너무 맛있게 먹으며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웠다.

아킨과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그 맛이 연상되어 침을 삼켰지만 아쉽게도 과일빙수는 더 이상 없었다.

“이보시오, 주인. 우리에게도 그것을 만들어 맛을 보여주시오.”

“방금 전의 것과 같은 것으로 하나 만들어주시오.”

주인은 손님들의 열화와 같은 주문요청에 주방장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주방장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적인 표현을 했다.

과일빙수는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아서 금방 만들어졌고, 곧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우와… 시원하면서도 달콤한 게, 정말 맛있어.”

“너무 시원하고 맛있소.”

“주인, 앞으로도 이런 것을 만들어 팔아도 되겠소이다.”

아킨이 유리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가져오자 하벨은 그것을 받아 들어 로브 속에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려고요?”

“그렇소. 배가 부르니 주변 산책이라도 좀 해야겠구려.”

“다녀오십시오, 마법사님.”

고개를 끄덕인 하벨은 문을 열고 나가 마구간으로 향했다.

이히힝, 푸르륵!

“허허… 녀석도, 그리도 반가운 게냐?”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말은 잘 먹어서인지 살이 조금 오른 듯했다.

스윽, 슥.

갈색 말은 주인이 사랑이 담긴 손으로 쓰다듬자 기분이 좋은지 가만히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것이니 잘 먹어야 한다.”

하벨은 말은 그대로 두고 나와서는 뒤를 돌아 주변을 걸었다.

혼자만의 산책도 그런대로 할 만했다.

산책을 마치고 화이트 여관으로 들어서자 갑옷을 입은 영지병사 10명이 두 개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고, 그 옆 테이블에는 체인 아머를 입은 기사가 혼자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법사님, 오셨습니까?”

주인의 물음에 영지병사들과 기사는 고개를 돌려 출입구에 서 있는 하벨을 쳐다보았다.

“차나 한잔 해야겠으니 물주전자를 가져다주게.”

“예. 아킨아, 마법사님께 물주전자를 가져다드리거라.”

“예, 알겠어요.”

스윽.

하벨은 로브의 안쪽에 설치되어 있는 아공간 속에서 청화백자 다기세트를 꺼내 내려놓았다.

다기세트는 청화백자 주전자를 비롯해 찻잔과 받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츄화아아악.

의지로 마력을 이용하자 물주전자 속에 들어 있던 물이 쭈욱 늘어나 허공으로 모여 뭉쳤다.

검지로 한번 원을 그리자 물 덩이 표면에 투명한 막이 생겼고 막은 물 덩이를 감쌌다.

보글보글.

물 덩이 속에서 공기방울이 마구 생겨나면서 물이 끓기 시작했다.

스윽.

물 덩이는 곧 두 개로 나뉘어져 거리를 벌렸다.

그가 말린 찻잎이 담긴 도자기 통의 뚜껑을 여니 찻잎 한 숟가락 정도의 분량이 허공으로 스르르 떠올랐고, 그것은 허공에 떠 있는 물 덩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가 검지를 휘휘 돌리자 물 덩이 속에 들어 있는 찻잎이 회오리바람처럼 휘돌면서 찻잎 물을 우려냈다.

스윽.

검지를 옆으로 까닥거리자 찻잎이 물 덩이 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맑은 물 덩이 속으로 들어가 찻잎 물을 다시 우려냈다.

그는 첫 번째 찻잎 물을 우려낸 것은 물주전자 속에 담았고, 두 번째로 우려낸 찻잎 물은 청화백자 주전자 속에 집어넣었다.

쪼르르.

찻잔에 우려낸 찻잎 물을 부어 향을 한번 맡아본 후 고개를 끄덕인 그는 차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셨다.

그런 하벨의 모습을 영지병사들과 기사가 보고는 놀라워했다.

그러나 그는 남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마시는 데 열중했다.

차를 두 잔 마신 그는 이번에는 로브 속에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간간이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게 여유가 넘쳐 보였다.

얼마 후 식사를 마친 영지병사들과 기사는 화이트 여관을 나갔지만, 하벨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책 읽는 일에만 몰두했다.

석양(夕陽)이 붉게 물든 시각.

하벨은 테이블에 앉아서 아직도 책을 읽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각이라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식사를 한 후 룸으로 올라갈 생각이었다.

그때 화이트 여관의 문이 열리면서 낮에 보았던 기사와 영지병사들이 들어오더니 하벨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왔다.

인기척에도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그가 말했다.

“무슨 일이오?”

“마법사님, 영주님께서 저녁식사에 초대하셨는데 저희들이 뫼시겠습니다.”

“나를 말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래요? 가봅시다.”

하벨이 테이블에서 일어나자 주인이 그걸 보고는 말했다.

“아킨아, 마법사님의 말을 내어 오너라.”

“예, 알겠어요.”

화이트 여관을 벗어난 그들은 영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스피어를 들고 정문을 지키고 서 있던 경비병이 정문을 열어주자 그들은 말을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택 문 앞에 도착하자 피르 집사가 나와 서 있었다.

은발에 사십대 후반의 피르 집사는 마른 체형이었으며, 인상을 보아 일처리를 깔끔하게 할 것 같았다.

“어서 오십시오, 마법사님.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곳은 처음이니 안내를 부탁합니다.”

“예, 제가 안내를 해드리겠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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