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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08화 (108/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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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하벨은 마부에게 8골드를 준 다음 말에 올라탔다.

그는 고삐를 잡아당겨 천천히 말을 몰았다. 역시 삐쩍 마른 말이라고는 하지만 말은 말이라 하벨을 태우고 달리기는 했다. 하지만 몸 상태로 봐서는 얼마 못 가 쓰러질 것 같았다.

레비 마을을 벗어난 하벨은 말에서 내려 말의 상태를 살폈다.

“으음… 역시나 말이 독에 중독된 것이었군. 독버섯을 잘못 먹고 이렇게 된 모양인데, 그걸 마부가 몰랐던 모양이야. 큐어 포이즌(Cure poison).”

츠츠츠츠.

말의 몸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일어났다가 이내 사라져버렸고, 말은 그 빛으로 인해 독에 중독된 몸에서 벗어났다.

“후후후… 이 녀석, 이제 살 것 같은 모양이구나. 피부병을 비롯해 여러 가지 질병도 있으니 한꺼번에 치료해주마. 큐어 디지즈(Cure disease).”

츠츠츠.

이번에는 백광이 말의 몸에서 일어나더니 피부병과 각종 질병을 치료했다.

“네 녀석의 몸속과 주변에도 오염된 균들이 많으니 정화해야겠어. 퓨리피케이션(Purification).”

츠파파팟!

말을 비롯해 주변까지 마법으로 깨끗하게 정화했다.

“자… 이제 다시 가보자꾸나.”

이히힝! 푸르륵!

말도 아픈 몸이 다 나았기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었다.

말 등에 올라탄 하벨은 켈터스 남작의 저택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한참을 달린 끝에 그는 켈터스 남작의 저택이 있는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남작의 저택이 있는 곳이라 그런지 레비 마을 보다 몇 배나 커 보였다.

4백여 가구, 2천여 명 정도의 영지민들이 살고 있는 이곳은 진흙과 나무를 섞어 지은 집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나마 나아 보이는 집이 통나무집이었다.

통나무집은 70여 채 정도밖에 안 되었는데, 흙집과는 길을 사이에 두고 따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가 보기에 흙집보다는 형편이 나은 듯했다.

그런 가운데 유독 돋보이는 저택 한 채가 있었으니, 그 집은 흙집, 통나무집과 대각선으로 1백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2층으로 되어 있었으며 높은 담은 돌로 쌓았기에 튼튼해 보였다.

“다른 집들과 확연하게 차이를 보이는 걸 보니 켈터스 남작의 저택인 모양이군.”

다가닥다가닥.

그는 대로를 따라 말을 천천히 몰면서 길가에 있는 상점을 바라보았다.

빵집과 보석상점도 보이고, 옷집, 곡물상점, 농기구를 진열한 대장간과 무구점, 짐수레와 마차를 취급하거나 수리하는 상점도 있었는데, 시골의 조그마한 장터 정도의 규모였다.

상점들 끝에는 여관이 몇 개 있었는데, 그는 그중 외관이 흰 돌로 되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관 입구 옆에 서 있던 소년이 다가와 하벨이 타고 있는 말의 목 부분을 쓰다듬으면서 고삐를 잡았다.

“저희 화이트 여관에서 묵으십시오. 깨끗하고 좋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깨끗할 것 같구나. 묵고 가마.”

“예, 결정 잘하셨습니다.”

“말이 그동안 제대로 먹지를 못해 말랐으니 맛있는 먹이로 많이 줘야 할 거다.”

“예, 염려 놓으십시오. 말이 깨끗해 보이는데 오늘 목욕을 시킨 모양이죠?”

“그래. 오는 길에 레비 마을에서 목욕을 시켰다.”

“알겠습니다. 말은 잘 돌보겠으니 걱정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그럼 부탁하마.”

화이트 여관 안으로 들어서자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

키가 2미터나 되는 장신에 백색 로브를 입어 마법사의 느낌이 풍기는 데다가 머리카락은 검은색에, 잘생긴 얼굴은 이국적이라 관심을 받을 만했다.

중년의 남자가 들어가 있는 긴 테이블의 바(Bar)로 걸어가자 그가 말했다.

“묵고 가실 겁니까?”

“그렇소. 하지만 얼마나 묵을지는 결정하지 않았소. 일단 오늘 하루 묵어보고 결정하겠소.”

“알겠습니다. 1인실 특실이 하나 있는데 그걸로 드릴까요?”

“그렇게 해주시오. 식사도 했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저희 집이 자랑하는 요리로 준비하겠습니다. 아킨아, 손님을 특실로 모시거라.”

“알겠어요. 저를 따라오십시오.”

아킨을 따라 들어선 특실은 넓고 시설이 잘되어 있었다. 룸의 가운데에는 침대가 놓여 있었고 대각선으로는 티 테이블도 있었으며, 벽면에는 그림까지 걸려 있었다.

“이 정도면 시설도 좋고 마음에 드는군.”

요리가 준비되는 동안 그는 실내에 마련되어 있는 샤워실에서 손과 얼굴을 씻고, 침대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요리가 나오자 읽던 책을 내려놓고는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마친 그는 향긋한 차를 한잔 마시며 다시 책을 들고 읽어나갔다.

그러다 보니 밤이 깊어졌고, 그는 편안한 침대에 누워 천장을 보다가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화이트 여관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짹짹짹.

이른 아침부터 창밖에 이름 모를 작은 새 두 마리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더니 이내 저편으로 날아가 버렸다.

“음… 잘 잤다. 모처럼 제대로 된 잠자리였어.”

샤워실에 들어가 세수를 하고 나온 그는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1층으로 내려왔다.

30명 정도가 여러 개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간밤에 묵었던 사람들인 듯했다.

“식사는 스테이크로 부탁하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식사를 주문하고 빈 테이블로 걸어가 앉았다.

종업원이 물주전자와 물컵을 내려놓고 가자 그는 물컵에 물을 부어 한 모금 마셨다.

“음… 아침인데도 후덥지근하군. 그래서 그런지 물이 너무 밍밍하고 시원하지 않군. 얼음이라도 넣어서 마셔야겠어.”

스윽.

그가 의지를 일으켜 손짓을 하자 물주전자 속에 들어 있던 물이 줄처럼 길게 늘어나면서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내 주먹만 한 크기의 큰 물방울이 하나 만들어졌다.

스스스.

잠시 후 물방울보다 두 배나 큰 투명한 막이 형성되었고, 막은 물방울을 감쌌다. 그 물방울은 이내 터졌고 그로 인해 막 속에는 물이 고였다.

보글보글.

물은 김이 났고, 기포(氣泡)도 생겼다. 그 기포는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그것은 물이 투명한 막 속에서 끓어오르는 현상이었다. 즉, 물이 의지를 담은 염력의 힘으로 투명한 막 속에서 순간가열로 끓고 있는 것이다.

주변의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곤 하벨에게 시선을 모았다.

“우와… 저것 봐, 물이 끓고 있어.”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마법사다, 마법사!”

관객들이 호응하면 배우들은 더욱 신나는 법.

잠시 후 투명한 막 속에 들어 있던 끓는 물은 더 이상 기포가 생기지 않았다. 대신 호두알만 한 크기의 물방울 10개로 나뉘어졌다.

“아이스(Ice).”

10개의 물방울이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했다.

퐁퐁퐁.

물컵에 얼음이 들어가자 금방 물이 시원해졌다.

벌컥벌컥.

“아… 시원해서 물맛이 좋군.”

페파스 공국은 대륙에서 동남부 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사시사철 26도 정도의 기온을 유지했다.

하지만 남부 지역은 좀 더 기온이 높았는데, 그중에서도 최남단 켈터스 남작령은 해안가를 끼고 있었기에 32도 정도의 여름 날씨를 보였다.

그러다 보니 귀족들은 재력을 이용해 빙계 마법사의 도움을 받아 얼음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그럴 능력이 없는 일반 영지민들은 얼음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식사 나왔습니다.”

“이쪽으로 내려놓게. 음… 냄새가 좋은 게 맛있겠어.”

쩝쩝쩝.

역시나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그렇게 하벨이 한참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의 곁으로 주인이 다가왔다.

“저… 손님.”

“무슨 일이오?”

“조금 전에 얼음을 만드시는 걸 보니 마법사님 같은데, 맞습니까?”

“그렇소만?”

“저…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무슨 부탁인지 말해보시오.”

“저희 화이트 여관에는 얼음을 생성하는 마법의 아티팩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게 갑자기 고장을 일으켜 얼음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요?”

“문제는 인근에는 마법사가 없어 이것을 고치려면 남부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솔라뮈르 후작령의 도시 햄머(Hammer)까지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마법사를 불렀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오려면 두 달이나 걸린답니다. 그래서 마법의 아티팩트를 마법사님께서 고쳐주셨으면 하고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으음… 무슨 말인지 알겠소. 그럼 아티팩트를 가져와보시오.”

“예, 당장 가져오겠습니다.”

주인이 가져온 것은 가로, 세로, 높이가 50센티미터인 구리로 만든 정사각형 상자였다.

윗면으로 열리는 문의 겉면에는 눈 결정 문양이 크게 새겨져 있었는데 이게 바로 얼음을 만들어주는 마법의 아티팩트였다.

그는 상자의 문을 열어 안쪽 면에 새겨져 있는 룬문자를 살펴보았다.

‘음… 역시나 4클래스의 빙계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구나. 이 정도의 수식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두 개나 배열을 잘못했군. 또한 그 자리까지 약간 어긋나 새겨져 있어 그 기능이 40퍼센트나 떨어지는군.’

“어디가 고장 난 건지 아시겠습니까?”

“음… 혹시 이 아티팩트를 만든 자가 3서클 마법사이지 않소?”

“맞습니다. 이것을 구입할 때 분명 3서클 마법사가 만든 아티팩트라 했습니다.”

“음… 이 아티팩트에 새겨진 빙계 마법진은 4클래스의 마법이지만 이것을 만든 마법사가 3서클이다 보니 두 개의 배열이 잘못되었소. 게다가 약간 어긋나 있어 본래 기능보다 40퍼센트 정도 기능이 떨어지는구려.”

“그렇습니까?”

“그것 때문에 큰 고장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게 고장나버렸구려.”

“예? 그, 그게 무슨?”

“룬문자로 새겨져 있는 빙계 마법진 속에는 마력을 일으키는 하급의 마나석이 하나 박혀 있는데, 마나석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소. 여기 이게 마나석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내가 말한 대로 미세한 균열이 보일 것이오.”

“아… 그렇군요. 미세한 균열이 있습니다만, 이것 때문에 작동이 안 되는 것입니까?”

“그렇소. 빙계 마법진의 배열이 잘못되면 조금씩 마나석의 마력이 불안정해지고, 그 때문에 마나석에 미세한 균열이 생긴 것이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상태가 된다면 마나석은 얼마 못 가 수명이 다해 산산이 부서질 것이오.”

“아… 그럼 마나석을 새로 바꿔 끼워야 하는 겁니까?”

“다시 새로운 마나석을 교체하더라도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에 완벽히 고쳤다고는 할 수 없소. 결국 빙계 마법진의 배열을 고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현상이 또 일어날 거요.”

“으음…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 아티팩트는 언제 구입했고, 얼마에 구입했소?”

“4년 전에 30골드를 주고 구입했으며, 마법 상점 주인의 말로는 5년은 보장한다고 했습니다.”

“마법사가 출장 와서 고쳐주고 가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는 거요?”

“3개월 전에도 한 번 왔었는데 5골드가 들었습니다. 이제까지 총 4번이나 수리했습니다.”

“허허… 그럼 20골드가 들었다는 말인데… 수리비용이 많이 들어갔구려.”

“음… 그렇긴 했습니다만, 영업에 필요한 물품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일, 내가 바로 고쳐주겠소.”

“저, 정말이십니까?”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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