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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02화 (10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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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스윽.

그의 손짓에 따라 횃불이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자리를 잡아 공동이 환하게 밝아졌다.

“취익… 이제 좀 밝아서 잘 보이는군.”

그는 공동의 끝 쪽으로 걸어가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여기에 죽어 있었군, 취익.”

그랬다. 켈란이 발견한 건 바람의 계곡 동굴광장에서 발견했던 마법서의 주인인 은둔의 대마법사 시체였다.

검붉은 색의 로브를 입은 은둔의 대마법사는 뼈만 남은 상태로 앉은 채 죽어 있었다.

로브의 좌측 가슴 부분에는 검은 킹코브라가 고개를 치켜들고 있는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마법서에도 똑같은 마크가 있었기에 켈란은 단번에 그가 은둔의 대마법사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취익… 어쩐지 바람의 계곡으로 돌아오지 않은 것 같아서 의문스러웠는데 여기에서 죽어 있었군, 취익.”

공동에는 은둔의 대마법사만 죽어 있을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취익… 이상하군! 엄청난 기운이 분명히 느껴지는데 아무것도 없어.”

뭔가 이상해서 켈란은 은둔의 대마법사 시체를 살짝 건드려보았다. 그로 인해 백골이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취익… 이런! 이건 뭐지?”

그런데 무너진 백골 사이로 지팡이 같은 것이 보였다.

그는 지팡이를 손으로 집으려다가 이내 멈추었다.

“취익… 뭔가 이상해, 취익… 집으면 안 될 것 같아, 취익.”

그는 마나를 의지만으로 일으켜 염력으로 백골 속에서 지팡이를 끌어내보았다.

스르르.

그러자 백골 속에서 끌려나온 지팡이가 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곧게 뻗은 길이가 50센티미터 정도 되는 지팡이는 상아로 만들었는지 하얗게 반들거렸다. 또한 지팡이 전체를 칭칭 휘감은 검은 킹코브라의 머리가 손잡이였다. 뱀의 두 눈에는 레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었다.

“취익… 대마법사나 되는 사람이 방어하지도 못하고 죽은 것 같아. 저 지팡이를 함부로 손대면 나도 위험해질 것 같으니 조심해야겠어, 취익.”

누구보다도 은둔의 대마법사의 능력을 잘 알고 있기에 그런 추리가 가능했다.

위험하다고 판단이 되자 그는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었다. 그러고 나서 물고기 패밀리어 한 마리를 허공으로 끌어당겨 지팡이에 접촉해보기로 하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마법 보호막을 생성시켰다.

“취익… 안티 매직 쉘(Anti magic shell).”

츠츠츠츠.

마법을 막아주는 개인 보호막이 생성되어 안전이 확보되자 그는 물고기를 지팡이에 접촉해보았다.

파지지직.

그 순간 엄청난 전류가 물고기에게 흘렀고 물고기는 재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켈란에게는 날아오지 않아서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취익… 역시 위험할 줄 알았어, 취익.”

이것으로 은둔의 대마법사가 방심하여 저 마법의 지팡이를 만지다가 순간적인 고압의 전류가 흘러나와 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었다.

“취익… 이것을 보면 저 마법의 지팡이는 신의 권능과 힘이 들어 있는 아티팩트라 자아를 가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 취익.”

그는 어떻게 하면 저것을 가질 수 있을까 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취익… 어쩌면 주인의식을 해야만 진정으로 주인으로 선택받을 수 있을지도, 취익.”

그런 생각이 들자 그는 즉시 손바닥만 한 크기의 투명한 구를 형성해 그 안에 손가락에 피를 내어 자신의 녹색 피를 듬뿍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의지로 움직여 지팡이의 검은 킹코브라의 머리 위에 멈추고는 피가 흘러나오도록 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피가 바닥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지팡이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투명한 구속에 있던 녹색 피를 전부 소비하고서야 검은 킹코브라의 붉은 두 눈에서 혈광이 뻗어 나오면서 동굴 속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깨운 게 너인가?]

“취익… 그렇다. 마법의 지팡이여, 취익.”

[너는 하프오크구나.]

“그렇다, 취익… 그게 무슨 상관이지?”

[저능한 오크보다도 못한 하프오크다 보니 의외라 그렇다.]

“취익… 너는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Rakhan)의 권능과 힘이 들어 있는 마법 지팡이(Magic staff)가 맞느냐?”

[그렇다. 나의 힘의 일부가 느껴지지 않는가?]

“취익… 지금 느껴지는 게 힘의 일부인가?”

[마법적인 능력이 7서클 정도 되어 보이는데 맞는가?]

“음… 취익… 그런 것도 알 수 있나?”

[나의 능력을 의심하지 마라. 중간계에서 가장 강하다는 고룡급의 드래곤도 나의 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취익… 그렇게 네가 강한가?”

[그렇다. 나 매직 스테프는 번개와 태양의 신이신 라칸 님께서 직접 권능과 힘의 일부를 불어넣어 만든 존재다.]

“취익… 네가 대단한 존재인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를 인정해주는 그대가 비록 하프오크이지만 마음에 든다. 나와 동반자로서 계약을 하겠는가?]

“취익… 나와 계약을 하면 나에게는 어떤 점이 좋은가? 취익.”

[라칸 님의 권능과 힘을 너의 능력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뭘 더 바라는가?]

“취익… 너는 신의 아티팩트니까 자부심이 대단하니 거짓을 말하지는 않겠지? 취익.”

[그렇다. 나와 계약하면 네가 죽을 때까지 나와 동반자가 될 것이다. 나는 라칸 님의 권능과 힘의 기본적인 것은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권능과 힘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은 너의 능력에 달렸다.]

“취익… 그렇다면 계약을 하겠다, 취익.”

[그럼 나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움켜쥐어라.]

“취익… 고압의 전류가 흐르는 것을 보았는데 괜찮을까?”

[그건 나의 허락 없이 함부로 만졌기 때문에 응징을 한 것이다. 너는 괜찮으니 어서 나를 잡아라.]

“그렇다면 너를 믿고 만져보겠다, 취익.”

켈란은 마법 지팡이를 움켜쥐었고, 이내 엄청난 힘이 느껴졌다.

[묻겠다. 이제부터 너는 나 매직 스테프와 계약하는데 동의하는가?]

“취익… 동의하겠다, 취익.”

[나와 계약을 하는 동반자의 이름은?]

“취익… 하프오크 켈란이라고 한다, 취익.”

[나의 동반자 하프오크 켈란은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 님의 권능과 힘이 들어 있는 나 매직 스테프를 맞아 라칸 님이 주신 권능으로 말하노니 생명이 다할 때까지 동반자가 될 것을 동의하는가?]

“취익… 나 하프오크 켈란은 동의한다, 취익.”

[좋다. 그럼 이제 피의 의식을 해야 하니 너의 피를 쓰게 될 것이다. 동의하는가?]

“동의한다, 취익.”

[그럼 피를 흡수하고 라칸 님 권능의 증표를 팔에다 세기겠다.]

주우욱.

매직 스테프의 검은 킹코브라의 머리가 마치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나타나더니 그것은 곳 입을 벌리고 그대로 켈란의 오른팔을 꽈악 물었다.

켈란은 진짜 뱀이 팔을 문 것처럼 약간의 고통을 느꼈고 이내 막대한 양의 피가 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순간적으로 막대한 피가 빨려나가자 두려운 마음도 있었지만 매직 스테프를 믿어보기로 했다.

얼마 후 피는 더 이상 빨려나가지 않았고, 환상처럼 검은 킹코브라의 머리는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켈란의 오른팔에는 중지 크기의 매직 스테프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취익… 매직 스테프, 이게… 라칸 님의 권능의 증표인가? 취익.”

[그렇다, 나의 동반자 하프오크 켈란이여. 이제 모든 의식이 끝났으니 너와 나는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의 의지만 있으면 나를 너의 손으로 소환할 수 있다.]

“취익… 매직 스테프여,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 취익.”

[그것이 무엇인가, 켈란이여.]

“취익… 너 말고도 이 대륙에는 신의 아티팩트가 5개나 더 있다고 일고 있는데 그 점에 대해서 알고 있나? 취익.”

[당연히 알고 있다. 혼돈의 신 카오스 님의 다크박스, 천신 휴라니아 님의 크로스, 눈과 얼음의 신 발보르 님의 자히르, 마신 벨제르티스 님의 켓츠 블루, 엘프 여신 앙테뮈르 님의 눈물이다.]

“취익… 마지막에 말한 엘프 여신 앙테뮈르 님의 눈물을 나는 엘프 여신의 눈물이라는 보석함으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취익.”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취익… 그게 무슨 말이지? 취익.”

[나를 포함해서 6개의 아티팩트는 같은 날 모인 6분의 신들께서 즉석 제안으로 창조되었다. 그런데 엘프 여신 알테뮈르 님의 아티팩트가 창조될 때 알테뮈르 님께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계셨다. 그래서 가지고 계신 물건이 없어 눈물을 보이셨는데, 처음에는 그 눈물이 녹색 빛의 덩어리였다. 그것에 권능과 힘을 불어넣자, 자아가 생겼고 그로 인해 눈물은 원하는 모양으로 언제든지 변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훗날 엘프 여신의 눈물이라는 보석함으로 불리게 되었을 거다.]

“취익… 그렇구나! 그런데 말이야, 그동안 무척 궁금했던 건데 대륙의 창세기에 대해서 들려줄 수 있나? 취익.”

[대륙의 창세기를 설명하려면 태초부터 설명해야 하는데 들어볼 텐가?]

“물론, 취익… 대륙의 역사서를 읽어보긴 했지만 아무래도 너보다는 정확하지도, 구체적이도 않을 것 같으니 들려줬으면 해, 취익.”

[그거야 당연하지. 난 태초부터 알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 매직 스테프는 태초부터 대륙의 창세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태초에는 오직 그분만 홀로 존재하셨다. 근원(根源)이며 본체(本體)라 할 수 있는 그분께서 의지로써 처음으로 창조하신 게 어둠이셨다. 어둠께서 외로이 존재하는 걸 보신 그분께서는 창조의 힘을 발휘해 밝음의 근원이라는 빛을 창조하셨다. 어둠과 빛은 오랜 시간 같이 존재했기에 그 속에서 창조되신 게 대창조주셨다.]

켈란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스테프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스테프는 하던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대창조주께서는 존재하시는 이유가 창조하는 데 있으셨다. 처음 창조한 것이 우주라는 공간인데, 그것을 무려 99개를 만들었고 그게 차원이 되는 것이다. 너무 많은 힘을 쓰셨기에 쉬셔야 했지만 차원을 관리할 존재가 필요하여 혼돈의 신을 창조하셨고, 그런 다음 대창조주께서는 깊이 잠드셨다. 혼돈의 신은 아버지 대창조주에게서 99개의 차원의 관리임무를 받으셨지만 혼자서는 너무 벅차다는 것을 아셨기에 자신을 도와줄 신들을 99명이나 창조하시고 각 신에게 하나의 차원, 즉 우주를 맡기셨다.]

스테프는 마치 대창조주의 현명한 선택이 눈에 선한지 감격에 겨운 듯 말을 잠시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혼돈의 신은 너무나 많은 창조의 힘을 사용했기에 아버지 대창조주처럼 잠이 드셨다. 한 개의 차원, 즉 우주를 맡게 된 99명의 신을 너희는 창조주라고 말하곤 하더군. 어쨌든 그렇게 차원의 신인 창조주께서는 자신을 도와줄 신을 창조했는데, 그분이 바로 혼돈의 신인 카오스(chaos)와 98명의 신이셨다. 차원의 신께서는 창조의 힘을 다 소비하시어 그것을 보충하기 잠에 빠지셨다. 카오스 님과 98명의 신은 서로 의논해서 우주를 세분화하셨는데, 크게 천계, 마계, 정령계, 사의계를 만들었고 서로 만나는 장소가 필요해서 중간계를 창조하셨다.]

거침없이 이어지는 스테프의 입담에 켈란은 잠깐 멍하니 스테프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이어지는 스테프의 말을 들었다.

[그런데 천계는 빛의 천신 휴라니아를 따르는 신들이 함께 모여 천계를 발전시켰으며, 마계는 마계대로 어둠의 마신 벨제르티스를 따르는 신들이, 정령계와 사의계도 같은 식으로 서로 맞는 신들끼리 모여 발전시켰다. 중간계만 그대로 비어 있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르고 천계, 마계, 정령계, 사의계는 체계가 잘 잡혀서 신들은 중간계에 관심을 돌리게 되었다. 그때부터 4계의 신들은 자신들의 권능으로 중간계에 수많은 종족을 만드셨다.]

“취익… 오와 정말 대단해! 취익.”

스테프는 켈란의 말을 듣지도 않고 침통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큰 문제가 발생했다. 각 신에게는 사랑으로 만든 자신의 분신이 있었는데 그들 간에 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당연히 각 신은 자신의 분신의 편을 들었기에 일은 크게 번졌다. 마침내 우주가 다 시끄러울 정도로 일은 커졌고, 그로 인해 차원의 신 창조주께서 잠에서 깨어나셨다. 그리고는 크게 진노하셨다.]

“취익… 저런… 안타깝군, 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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