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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101화 (10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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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츠파파팟.

레어에서 사라진 드래곤들은 하벨이 있는 바다의 근처로 이동을 해왔다. 그러나 하벨의 엄청난 마력장 때문에 더 이상의 접근은 불가능했다.

마력장은 그물망처럼 아주 촘촘하게 마력이 연결되어서 5킬로미터 정도 펼쳐져 있었기에 고룡급의 드래곤들도 접근하지 못했다.

“혹시 마계의 마왕이라도 헌신한 거 아니냐?”

“글세… 암흑의 마력은 아니니까 그건 아닐 거야.”

“그럼 바다 위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아나이스, 나도 모르는 걸 어떻게 대답하라고?”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어.”

그 시각, 하벨은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굳어져 있던 얼굴이 점점 펴지면서 환하고 자비로운 웃음이 피어났다. 또한 그에 따라 주변에 퍼져 있던 마력장이 점점 흩어졌다. 그제야 드래곤들이 하벨을 향해 날아왔다.

“후후후… 드디어 깨달음을 얻어 9서클에 올랐다.”

휘휘휘휭.

심장에는 9개의 마나 고리가 형성되어 힘차게 돌았다. 일시적으로 마력을 전부 뿜어냈기에 환골탈태를 하기 위해 몸이 스스로 알아서 주변 공기 중에 있는 마나를 끌어당겨 흡수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운명의 장난인지 성격이 급한 레드 드래곤 아나이스가 9클래스의 절대용언 마법을 펼쳐 보였다.

“죽어라. 파워 워드 킬(Power Word, Kill).”

죽음의 의지가 담긴 드래곤의 절대용언 마법이 펼쳐졌다.

하벨은 강력한 존재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알았고, 그 강력한 존재가 드래곤이 9클래스의 절대용언 마법을 펼치자 즉시 절대의 방어막인 엡솔루트 배리어를 배열해 시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드래곤의 마법이 너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어 위험했다.

“크아아아… 나와 대면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왜 날… 죽이려고 하지?”

비로소 깨달음을 얻어 환골탈태를 눈앞에 둔 상태였는데, 이때 느닷없이 드래곤이 나타나 드래곤의 9클래스 죽음의 절대용언 마법을 맞고 만 것이다. 하벨의 양쪽 눈과 코, 입과 땀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너무나 강력한 공격이라 피는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왔다. 또한 몸속의 장기도 약간씩 파열되었고, 뼈는 미세하게 균열이 가버리는 치명상을 입었기에 살아나기는 틀린 듯했다.

그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하벨의 몸속에 들어 있던 마신 벨제르티스의 켓츠 블루와 엘프 여신 앙테뮈르의 눈물의 권능과 힘이 순간 몸속과 몸 밖으로 내뿜어지면서 공간이 그 마력에 이지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르릉… 번쩍, 콰콰쾅!

천둥과 같은 굉음이 터지면서 암흑의 연기가 하벨에게 생겨나 주변으로 화살 같은 빠르기로 퍼져 나가는데, 암흑연기 속에서는 번개도 일었다.

“허억… 아나이스 공간이 마력에 이지러지고 있어. 피해야 해!”

“이… 이건 말도 안 돼. 어찌 인간의 몸속에서 신의 힘이 내뿜어지는 거지?”

“시간이 없어! 이동해야 해. 아니면 우리도 소멸할 수 있어. 어서 가자, 텔레포트.”

“아… 알았어, 에드워드. 텔레포트.”

츠파파팟.

드래곤이 이동함과 동시에 폭발음이 터졌다.

쾅!

화산이라도 터진 듯한 폭발은 엄청난 에너지의 파장을 내뿜었다. 주변에 있는 바닷물이 일시적으로 증발했고, 사방으로 퍼져 나간 폭발력에 휘말리는 것은 모두 소멸해버렸다.

망망대해의 수평선에서 일어난 폭발력으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났고, 그것은 대륙의 해안 일대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수십 킬로미터가 떨어진 레어로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해온 에드워드와 아나이스도 충격파에 당황할 정도였다.

얼마 후 모든 것이 잠잠해졌지만 하벨은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대륙의 최남단 헤바(Heba)화산.

630년 전에 화산폭발이 있었지만 그 후에는 아직 화산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휴화산이었다.

산 정상의 분화구에는 자연호수가 형성되어 있었는데, 해발 3,720미터 정상에 있는 이 호수의 면적은 면적 18.365제곱킬로미터, 둘레 26.4킬로미터, 평균수심 323미터, 최대깊이 424미터였다.

후우웅, 스스스스.

호수 위의 허공 한곳이 이지러지면서 그린 로브를 입은 자가 나타났다. 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얼굴이 드러났는데, 그는 대부족장인 하프오크 켈란이었다.

그는 신들의 권능이 스며들어 있는 아티팩트라는 책을 보고 동굴광장에서 나와 이곳까지 워프로 장거리를 이동해 온 것이다. 대륙의 북쪽 끝에서 최남단까지 가로질러서 연속으로 3번이나 워프 마법으로 이동해 왔기에 켈란은 무척 피곤했다.

“취익… 워프 마법을 연속으로 3번이나 시전했더니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하군, 취익.”

그의 손에 들고 있던 상급의 마나석이 빛을 잃었다. 몸속에 있는 마나도 많이 소비했다. 워프 마법을 연속으로 3번이나 사용하느라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상급의 마나석을 80여 개나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제2 오크 성의 광산에서 채광한 것을 보유했는데 지금도 계속 오크들이 채광을 하고 있었다.

스윽.

켈란은 로브 속에서 상급의 마나석을 하나 꺼내더니 그 속에 들어 있는 마나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츠츠츠츠.

얼마 후 충분하게 마나를 흡수해서인지 켈란은 피로가 풀렸다.

“역시 상급의 마나석이야, 취익.”

얼굴에 미소를 지은 그는 즉시 플라이 마법으로 허공에 떠올랐다. 그리고는 심장에 있는 마나 고리를 휘돌려서 7서클의 강력한 마력을 일으켰다.

우우우웅.

그는 번개와 태양의 신 라칸(Rakhan)의 권능과 힘이 들어 있는 마법 지팡이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고 더욱 정신을 집중했다. 한참을 그렇게 정신집중을 하니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분명히 이건 마법 지팡이의 기운일 거야, 취익.”

켈란은 일단 헤바 화산에 마법 지팡이가 있다는 걸 느꼈기에 그것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헤바 화산을 뒤진 지 10일이나 되었다. 마법 지팡이를 찾는 일은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기보다 무모한 짓이었다.

그렇게 쉽게 찾을 물건이었으면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은둔의 대마법사가 먼저 찾았을 것이다. 은둔의 대마법사는 켈란이 동굴광장에서 발견한 마법서의 첫 장에 쓰여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쓰지 않고 그냥 자신을 은둔의 대마법사라 칭하며, 마법은 7서클 마스터라 했었다.

이제 겨우 7서클에 오른 자신보다 훨씬 마법이 뛰어났던 은둔의 대마법사도 찾지 못하고 사라졌는데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그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위치가 모호하게 느껴져 10일간 그것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생각에 잠겨 있던 켈란은 허공으로 떠올라 헤바 화산의 정상 분화구에 있는 자연호수로 이동했다.

그는 허공에 뜬 상태에서 호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이 호수 밑바닥 어딘가에 있을 것 같아, 취익.”

호수는 평균수심이 깊었기에 꽤 어두웠다.

꼬르륵.

이때 배에서 허기진 소리가 났다.

“배가 고프군, 취익… 오늘은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을까? 취익.”

마침 물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고, 그는 마력을 일으켜 의지로써 물고기를 끌어당겼다.

푸드득.

물고기는 마력에서 벗어나 보려고 힘찬 몸짓으로 퍼덕거렸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물고기는 산 정상의 분화구 호수라서 그런지 천적이 없어 크기가 제법 컸다.

슈우우웅.

그는 호수의 가장자리로 날아가 땅으로 내려섰다. 단검으로 1미터나 되는 물고기의 비늘을 제거하고 내장과 피도 뺐다. 그리고 칼집까지 넣고 납작하고 평평한 돌을 하나 물에 씻어 그 위에 물고기를 올렸다.

“취익… 파이어.”

화르르르.

간단한 시동어 만으로 돌 밑에 초록색의 불꽃이 생성되더니 이내 돌이 달구어졌다.

치이이이.

채 1분이 지나지 않았는데 돌 판은 뜨거워졌고, 물고기에서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가 났다.

그는 노릇하게 구워진 물고기를 잡고 뜯어먹었다.

“구수하고 맛있어, 취익.”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허겁지겁 먹던 켈란은 갑자기 동작을 멈추었고 얼마 후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 내가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취익.”

호수의 물속에는 이런 물고기들이 제법 많이 살고 있었기에 그는 이것들을 패밀리어로 만들어 호수 밑을 살펴보도록 하면 마법 지팡이를 어쩌면 찾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력을 일으켜 주변의 물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를 강제적으로 끌어당겼다. 물고기들이 끌려들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소용없었다.

물고기 머리가 물 위에 보이자 켈란은 즉시 주문을 중얼거리면서 자신의 의지를 물고기에게 주입시켰다.

약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주문을 걸자 물고기의 눈이 붉게 물들었다.

“주문이 걸려 나의 패밀리어가 되었구나, 취익… 가랏, 가서 마법 지팡이를 찾아라. 어서 가거라, 취익.”

세 마리의 물고기들이 물속으로 사라져 마법 지팡이를 찾기 위해 호수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물고기의 눈으로 보는 것은 그도 볼 수 있었기에 그는 편안하게 앉아 호수 속을 관찰하며 구워진 물고기를 뜯어먹었다.

호수가 상당히 넓었기에 흩어져서 수색해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고기들이 제집 드나들듯 호수 밑바닥의 모습을 그에게 샅샅이 보여주었지만 결국 3시간이 지나도록 마법 지팡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때 의심이 가는 장소가 하나 보였다. 호수 가운데 있는 분화구 근처였는데, 거기에는 용암 상태에서 흘러내리다가 굳은 암벽 동굴로 추정되는 곳이 있었다.

켈란은 패밀리어를 그곳으로 들어가게 했다. 굽이 진 동굴 속으로 한참을 헤엄쳐 들어가자 20미터 정도 되는 공동(空洞)이 나왔다.

“저곳이 분명해, 취익… 들어가 봐야겠어, 취익… 워터 브리팅(Water breathing).”

스스스스.

그는 투명한 막이 생성되자 물속으로 들어갔다. 물속에서도 2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호흡할 수 있는 마법을 걸어두었기에 걱정이 없었다.

물속을 가로질러 물고기 패밀리어가 찾은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제법 깊숙이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마침내 물 밖이 나왔다. 이 공동은 용암 속에 공기가 들어가 그대로 굳어 생성된 듯했다.

“공기가 아주 희박하군, 취익… 클리에이션 에어(Creation air).”

츠츠츠츠.

공기창조 마법을 시전하자 공동에 공기가 만들어졌다.

“이제야 좀 숨을 쉬겠군. 댄싱 라이츠(Dancing lights).”

춤추는 마법의 횃불이 허공에 열 개나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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