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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 Luck-94화 (9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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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권  오크 왕국

“이것 봐, 이 대거 멋진데?”

“이 털 코트도 아주 따뜻하고 좋아 보여.”

그런데 이 모습을 물속에서 잠수를 한 채 머리만 물 밖으로 살짝 내민 그가 노려보고 있었다. 그제야 산적들도 그가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흐흐흐… 네놈의 옷이 여기 있으니 어서 물에서 나와라.”

벌거벗은 몸인 그가 물속에서 걸어 나왔다.

부끄러울 텐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걸어 나오자 산적들은 대담한 놈이라 생각했다.

“흐흐… 털 코트와 대거는 우리가 가져갈 것이다. 그리고 너는 이만 죽어줘야겠다.”

산적이 낡은 롱소드를 그에게 내리쳤다. 동료들은 키만 장대같이 큰 놈의 목이 떨어질 거라는 것을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산적이 헛손질을 한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에 그 산적은 흠칫거렸고, 그것은 허점을 노출하게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가볍게 팔을 뻗어 산적의 가슴을 밀어버렸다. 산적은 무려 10미터 정도를 나가떨어졌다.

울컥.

그 산적은 넘어진 상태에서 고개만 겨우 들 수 있었는데 입에서 검붉은 피를 내뿜더니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두 명의 산적은 서로를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장난치지 마.”

하지만 장난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나머지 산적들과 5미터 정도로 거리를 좁힌 좁힌 그는 양손을 내뻗어 산적 두 명의 가슴으로 밀어버렸다.

“커억!”

“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간 산적들은 먼저 날아가 떨어진 동료 옆에 떨어졌다.

입에서 피를 흘리던 산적들은 고개를 조금 들어서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눈을 뜬 채 머리를 떨어뜨렸다.

그는 산적이 날아가면서 떨어뜨렸던 옷을 여유롭게 주어서 입은 다음 마지막으로 털 코트까지 걸쳤다.

투웅.

그런데 그때 그의 등 뒤로 화살이 빠르게 날아왔다. 하지만 그것이 격중될 찰나 그는 재빨리 뒤돌아 손으로 화살을 잡았다.

부르르.

힘과 속도가 실린 화살을 맨손으로 잡은 그의 신기에 산적들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르르.

더 이상 숨어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산적들은 모두 앞으로 튀어나와 그를 넓게 포위했다.

“악독한 놈, 세 사람이나 죽이다니…….”

“하하하하… 정말 우습구나. 남의 물건을 마음대로 빼앗는 것만 해도 용서할 수 없는데 감히 나를 죽이려고 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저놈을 죽여라!”

“자히르! 오늘은 너에게 피를 듬뿍 먹여주마.”

대거 자히르를 뽑아 든 그는 대거를 산적을 향해 던졌다.

퍼억.

“크아아악!”

다가오던 산적 한 명의 가슴에 자히르가 날아가 박히더니 순식간에 산적의 피를 전부 흡수해버렸다.

털썩.

산적은 피가 말라붙은 시체가 되어 힘없이 고꾸라졌다.

휘리리릭.

대거 자히르가 가슴에서 뽑히더니 그에게로 되돌아왔다. 산적들은 일제히 자신들의 무기로 그를 찌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어느새 허공으로 도약해서 공중제비를 선보이면서 멀찌감치 내려섰고, 산적들을 향해 대거 자히르를 던졌다.

퍼억.

“아악! 사, 살려줘.”

쓰러져서 부르르 떨던 산적의 신음하는 소리가 잠잠해졌다.

그를 향해 산적들이 모여들어 공격하면 그는 빠른 몸놀림으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그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대거 자히르를 던져 피를 전부 흡수해 죽였다.

“저 대거를 놈이 쓰지 못하도록 잡아!”

“하하… 대거를 잡았어!”

피를 빨아먹는 대거를 산적 하나가 손으로 잡아 승리를 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 알게 되었다.

파지지직.

“아아악!”

대거 자히르에게 감전사시킬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전력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부르르 몸을 떠는 산적은 피를 빼앗기며 쓰러졌다.

“으아… 헹겔이 피를 빨리고 죽었어.”

산적들이 겁을 먹으면서 뒷걸음질을 치자 얼굴에 덥수룩하게 수염이 난 산적 두목 베튼은 크게 고함을 질렀다.

“한 놈을 처리하지 못해 우리가 도망치다니… 놈을 공격해라. 어서!”

“두목 말이 맞아. 저놈을 공격해서 죽이자.”

산적들은 눈에 살기가 담은 채 그를 공격해왔다.

퍽퍽! 빠악!

“우욱!”

“커억!”

그러나 그는 여유 있게 상체를 흔들면서 공격을 피하더니 가볍게 내뻗은 스트레이트로 산적들의 얼굴을 맞혀서 고꾸라지거나 뒤로 넘어지게 했다.

충격이 큰 듯 바로 일어나는 산적은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산적 하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어느새 날아온 대거 자히르 날이 그자의 등에 꽂혀 피를 빨았기 때문이다.

“이, 이게?”

털썩.

어렵게 정신을 차린 산적은 그렇게 허무하게 피를 빨리며 쓰러졌다.

산적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그를 공격하려고 하면 그는 멀리 피하면서 대거 자히르만 던지고 도망만 다녀서 산적들은 미칠 것만 같았다.

31명이나 되는 산적들이 한 명을 처리하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다가 도리어 역습을 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산적들이 그의 능력을 너무 몰랐던 것이 패인이었다.

어느새 31명의 산적 중에 살아 있는 자는 겨우 두목을 포함해서 3명뿐이었다.

씨익.

그가 여유로운 듯 웃음을 짓자 산적들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자신들이 적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살려주시오.”

“살려주세요. 제발.”

쉬이잇, 퍼억.

크아아악.

산적의 간절한 부탁을 무시하듯 또 한 명의 산적이 목에 대거 자히르가 박히면서 피를 빼앗겼다. 십여 초도 안 되어서 그 산적은 피를 전부 빼앗기고 쓰러졌다.

대거 자히르는 마물인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의 피를 빨아 먹고도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산적 두목과 부하는 서로 눈짓으로 주고받더니 양쪽으로 갈라져서 도망을 갔다.

아니 도망을 치려고 몸이 움직였으나 땅에 발이 붙어서 꼼짝할 수가 없게 되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쉬이잇, 퍼억.

또다시 날아온 대거 자히르가 산적의 부하들의 등에 꽂혀 피를 빨아먹었다.

“으아아… 살려주시오. 제발 난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아.”

산적 두목이 절규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부하의 등에서 빠져나온 대거 자히르가 이번에는 산적 두목의 등에 꽂혔다.

“커억, 사…살려줘.”

도망치려고 손가락으로 땅을 긁어서 손톱에 금세 피가 맺혔다.

얼마 후 피를 전부 빼앗긴 산적 두목은 절명해버렸다. 먼저 죽었던 산적들도 아직 피가 굳지 않았기에 대거 자히르가 하나도 빠짐없이 빨아먹었다.

이로써 산적 31명이 모두 그에게 죽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대거 자히르에게 피를 빨리고 죽은 것이다.

그는 대거 자히르를 검집에 집어넣고 허리춤에 사선으로 꽂아 넣고 주위에 흩어져서 쓰러져 있는 산적들의 시체를 한 번 쳐다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보기에 안 좋으니까 처리해야겠군.”

스윽.

그의 손짓에 주위에 있던 마른 나뭇가지가 순식간에 날아와서 쌓였다.

얼마나 대단한지 의지만으로 그는 이 같은 것을 일상적으로 시전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산적들의 시체도 그의 손짓에 날아와 짐처럼 쌓였다.

화르르.

마른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 비비자 불이 확 하고 붙었다. 그것을 쌓아놓은 시체에 던지자 불이 크게 일어나면서 활활 타올랐다. 잠시 산적들의 시체가 불에 타는 것을 바라보다가 사라져버렸다.

스윽.

30미터 정도 떨어진 나무 사이로 고개를 누군가 내밀었다.

그자는 흔한 갈색 로브를 입고 후드까지 쓰고 있어서 쉽게 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흐흐흐… 정말 대단한 놈이군! 옷을 보니 제국인은 아니고 아이스랜드인 같네. 좀 더 지켜보면 정체를 알 수 있겠지.’

스스스스.

정체 모를 존재가 허공에 흩어지듯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쉬쉬쉬쉭.

나무 사이로 상체를 좌우로 흔들면서 잘도 이동하던 그는 얇은 나뭇가지를 하나 꺾어서 멀리 있는 나무의 측면을 향해 던졌다.

슈우우… 퍼억.

털썩.

나무 위를 오르던 동물이 등에 나뭇가지를 맞고 땅에 떨어졌다. 그는 그곳으로 이동해서 죽은 동물을 집어 들었다.

온몸에 갈색 털이 나 있는 다람쥐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었는데 크기가 토끼만 했다. 바로 스케르라는 동물이었다.

계곡의 상류로 이동한 그는 스케르의 가죽을 조심스럽게 벗기고 바위 위에 펼쳐 놓았다. 그런 다음 스케르를 내장과 피를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었다.

잠시 후 모닥불을 피우고 그 위에 나무를 끼워 빙글빙글 돌리면서 고기를 익히기 시작했는데, 칼집을 내고 약간의 소금과 향신료를 뿌려 두었다. 또한 한쪽에는 냄비에 수프를 끓였다.

후우우웅.

누군가 허공을 날아서 높은 나무 꼭대기의 얇은 가지에 내려섰다. 바로 갈색 로브를 입은 자였다.

“흐음… 식사 준비를 하는군. 엄청난 힘이 저놈에게서 느껴지는데 도대체 저놈의 정체가 뭘까?”

잘 익은 고기를 뜯어먹던 그는 이상한 느낌에 갑자기 뼈다귀를 나무 위로 던졌다.

피이이잉.

마나가 실린 뼈다귀는 바람을 일으키며 갈색 로브를 입은 자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갔다. 갈색 로브의 사내는 깜짝 놀라서 뼈다귀를 피하고자 상체를 뒤로 젖혔다.

피피핑.

이번에는 뼈다귀 세 개가 날아오자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몸에서 순간 빛을 내더니 사라져버렸다.

그는 그 모습에 피식 웃고는 다시 먹는 데 집중했다.

식사가 끝이 난 그는 차를 한 잔 마시면서 양피지를 꺼내었다. 양피지에는 킬라스 제국에 있는 북부지역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으음… 아침에 출발했던 바위 언덕이 여기고, 브루노 자작의 영주성이 있는 도시 시마(Cyma)가 여기니까 난 여기쯤 있네. 바람의 계곡(Valley of wind)인가? 지도상으로 이틀 정도만 더 가면 되는군. 일단 목적지를 시마로 하고 하면 되겠지.”

양피지를 말아 넣고는 모닥불 속에 장작을 몇 개 더 집어넣었다.

스윽.

미리 봐두었던 넓고 평평한 바위를 손가락으로 가리킨 후 들어 올리는 동작을 취하자 그 바위가 스르르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 톤의 무게를 가진 바위가 너무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고, 그것이 모닥불 근처로 날아와서 불을 붙였다.

“하하하… 계속 수련을 했더니 바위를 옮기는 것까지 가능해졌어.”

그는 만족스러운 결과에 흐뭇해하며 바위에 올라가서 가부좌를 틀고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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