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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올슨 시종장의 마차가 마지막으로 배에서 하선하자 즉시 호위대형으로 포진했으며, 뒤쪽 강가에 정박해있던 배 10척은 무사히 임무를 완수 했기에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레스경.”
“예, 올슨 시종장님.”
싸이클론 기사단장인 레스 남작이 마차 옆으로 다가왔다. 작은 창문을 연 올슨 시종장이 말했다.
“여기에서부터 수도 스너비까지가 고비이니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지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두에 1백 명을 세우고 마차와 뒤쪽에 각각 1백 명씩 해서 배치를 할 것입니다.”
“그 정도면 호위로 충분하겠구려.”
“기사들에게 단단히 주지를 시켰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국왕폐하의 말씀으로는 적들은 얼마 되지 않지만 나스툰성까지의 5킬로미터 거리가 생사의 길이라고 하셨으니 명심하시오.”
“알겠습니다. 선두는 출발하라.”
다그닥다그닥.
싸이클론 기사단은 적들의 기습공격에 대비하느라 속도를 천천히 유지하면서 길게 뻗은 대로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갈대밭에 은신해 있던 다크 실버문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이거 님, 예상하기로는 마차를 호위하게 될 병사들이 기병들로 약 1백 명 정도 되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보니 3백 명은 되는 것 같습니다.”
“나도 보았지만 쉽지 않겠어.”
“그럴 것 같습니다.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걸로 보아서는 분명 기사단의 기사들입니다.”
“으음… 우리는 겨우 7명인데 불가능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네.”
“방법이 있단 말씀입니까?”
“그렇네. 몬스터인 오우거를 마법적으로 소환해내는 주문이 있네. 잘 보게나. 몬스터 서머닝(Monster summoning).”
스스스슷.
그러자 대로 바닥에 주먹만 한 크기의 원형이 형성되더니 순식간에 3미터의 큰 원형으로 변했다. 뒤이어 기이한 룬문자가 원진을 이루더니 4미터의 신장을 가진 오우거가 소환되었다.
쿠워어어어!
포효를 지른 오우거는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싸이클론 기사단을 향해 달려 나갔다.
오우거를 발견한 기사가 즉시 외쳤다.
“모두들 조심해! 오우거가 나타났어!”
“1조와 2조는 즉시 석궁을 발사하라!”
투투투퉁!
20명의 기사들은 즉시 석궁을 발사했고, 파괴력이 뛰어난 퀘럴이 허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하지만 민첩한 오우거는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퀘럴을 피했다.
“어엇, 오우거가 퀘럴을 전부 피했어!”
“이…이런 젠장.”
스르릉.
롱소드와 바스타드 소드를 꺼내든 기사들이 달려오고 있는 오우거를 향해 말을 몰아서는 공격했다.
마법으로 소환된 오우거는 보통의 오우거보다 훨씬 머리가 좋고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공격하니 기사들이 방어하기 무척 까다로웠다.
그때였다. 또 다른 오우거 한 마리가 기사들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저기에 또 오우거가 나타났으니 막아!”
기사 10명이 롱소드를 꺼내들고선 오우거를 향해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그리고 2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세 번째 오우거가 나타났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벌써 오우거가 세 마리째야!”
육상몬스터 중에서도 상급에 올라있는 오우거는 그만큼 힘이 좋고 사냥기술이 뛰어나 다른 몬스터들도 공포에 떠는 놈인데 그것들이 무려 세 마리나 나타난 것이다.
“여긴 평야라 몬스터가 출몰하지 않아. 특히 저런 오우거는 말이야.”
“그럼 여기 어딘가에 마법사가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흩어져 찾아 나설 수도 없잖아.”
“어엇, 저기에 또 오우거가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두 마리입니다.”
“뭐? 그럼 벌써 오우거가 다섯 마리잖아!”
“이러다가는 시간이 많이 지체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저 오우거들을 죽인 후에야 이동할 수 있을 거다.”
왕국의 10대 기사단중 하나라는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들은 역시나 검술실력이 뛰어났기에 오우거를 침착하게 협공하여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을 갈대밭에 은신해 살펴보던 다크 스타가 하이거에게 말했다.
“오우거가 대단하긴 하지만 싸우고 있는 기사들의 검술실력도 모두 소드 익스퍼트 중급은 되는군요.”
“으음… 오우거 다섯 마리라면 제법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렇다면 이것을 써야겠군. 클라우드킬(Cloudkill).”
뭉게뭉게.
그의 주문에 따라 독 구름이 생성되어 싸이클론 기사단을 향해 이동했다. 오우거와 싸우느라 가장 선두에 서 있던 기사는 등 뒤에서 밀려온 독 구름도 모른 채 싸우다가 검붉은 피를 내뿜었다.
“끄아아악…….”
털썩.
땅바닥에 쓰러진 기사는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잠잠해졌다.
몬스터는 오우거는 독 구름에 내성이 있어서 상관없었지만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들은 아니었다.
“독이야, 독!”
“조심해라. 독 구름이다!”
독 구름에 신경 쓰느라 미쳐 오우거의 공격을 놓친 기사 하나가 몽둥이에 맞아 저만치 날아가 떨어졌는데 상체의 갑옷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울컥.
입에서 피를 내뿜은 기사는 그 충격에 기절해 버렸다.
독 구름이 한창 싸우고 있는 기사들을 덮쳤다.
“커억, 크아아악!”
털썩.
순식간에 14명의 기사들이 독 구름을 들이마시고는 중독되어 쓰러졌다.
마차 안에 타고 있던 다리오와 제자 다린은 심상치 않은 마법의 기운에 마차 밖으로 재빠르게 나와 상황을 살펴보았다.
“조심해라. 이 근처에 마법사가 은신해 있다.”
“이런 악독한 독 구름 생성마법인 클라우드킬 마법을 사용한걸 보고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
“이대로 있다가는 기사들의 피해가 늘어나겠어. 디스펠 매직.”
푸스스스.
그러자 독 구름이 중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그것을 본 하이거는 분노에 치를 떨면서 아껴두었던 마법을 영창했다.
“흐흐흐… 그래, 네놈들이 어디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 에니메이트 데드(Animate dead).”
스스스슷.
그가 사용한 마법은 죽은 인간이나 몬스터가 다시 살아나는 것으로 하급의 언데드를 만들어 내는 마법이다.
그리고 오우거와 싸우다 죽은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 16명과 오우거 두 마리가 언데드가 되어 양팔을 앞으로 내밀고 다가왔다.
“어엇, 다시 살아났어! 조심해!”
“저들은 동료가 아니라 언데드다! 죽여야 해!”
“어…어떻게 그럽니까? 생사를 같이했던 동료인데요.”
“안 그럼 우리가 죽는다. 어서 죽여라.”
채채챙, 파팍!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들은 죽은 동료가 언데드가 되어 다가오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나거나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수적인 우세에도 불구하고 점점 전세가 밀리는 형태가 되었다.
마법사 다리오는 지팡이를 가슴 앞으로 들어 올리고는 마법을 영창했다.
“이미 한 번 죽었던 마물들아, 그만 움직이거라. 홀드 언데드(Hold undead).”
츠츠츠츳.
그러자 언데드가 갑자기 몸이 굳어버린 건지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을 확인한 다리오는 제대로 마법이 먹혔다 생각하고는 언데드를 태워버리는 마법을 시전했다.
“언데드는 너희들의 세상으로 돌아가거라. 파이어.”
화르르르!
끼아아악!
언데드의 몸에서 불길이 일어나면서 타기 시작하더니 1분도 안 되어서 재가 되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푸스스스.
언데드가 모두 소멸되어버리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갈색 로브를 입은 하이거가 대로에 나타났다. 그가 머리에 쓰고 있던 후드를 벗자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하이거를 본 다리오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허엇, 너…너는 하이거?!”
“그렇다. 다리오, 날 잊지는 않았겠지?”
“네…네가 어떻게? 그럼 이 모든 것들이 네가 저지른 일이구나!”
“30년 전의 복수를 해주지. 매직 미사일(Magic missile).”
슈슈슈슝!
하이거의 손끝에서 10개의 매직 미사일이 생성되어 그중 8발이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들을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기사들은 롱소드로 날아오는 매직 미사일을 갈라 버리려고 휘둘렀지만 매직 미사일은 뱀장어가 헤엄치듯 공격을 피하면서 그들의 가슴부분에 격중되었다.
퍼퍼퍼퍽!
“커억, 아악…….”
풀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들이라 제법 충격을 받아 일부가 우그러졌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고, 다만 그 충격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뒤이어 두발의 매직 미사일이 다리오에게 날아오자 그는 즉시 지팡이를 앞으로 쭉 내밀면서 주문을 중얼거렸다. 그러자 날아오던 매직 미사일 두발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하이거, 겨우 매직 미사일로 나를 죽일 수 있다 생각하느냐?”
“흐흐흐… 아니지. 진정 무서운 것은 이제부터다. 판타스멀 킬러(Phantasmal killer).”
츠츠츠츳.
그것은 한 번 시전하면 상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것이 환상으로 만들어져서 시각화시켜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아주 무서운 마법이었다.
싸이클론 기사단 기사들의 눈에 갑자기 자신이 가장 무서워하던 환상이 보이기 시작하자 모두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면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스펙탈 핸드(Spectral hand).”
하이거는 마나로 이끌어 낸 유령 형태의 빛나는 손을 만들어,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 한 명을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마법에 걸린 기사는 갑자기 쥐고 있던 롱소드로 앞에 있는 동료의 목을 베어버렸다.
“으아… 이게 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령이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조종해서 동료를 죽이자 그는 무척 당황하면서도 공포에 질렸다.
순식간에 공포의 환상마법으로 인해 싸이클론 기사단의 기사들은 서로를 적으로 보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마법사 다리오는 즉시 마법의 지팡이를 높이 치켜들면서 외쳤다.
“예전에도 이런 사악한 마법을 사용하더니 또 그러는구나.”
“흥, 그때처럼 디스펠 매직을 사용하려는 거군. 그렇게 놓아둘 줄 아느냐? 파이어 볼.”
슈아아앙!
불덩이가 다리오에게로 빠르게 날아왔다.
다리오는 디스펠 매직 마법을 시전하려고 마법을 영창하려 했으나 그렇게 되면 저 파이어 볼에 자신이 맞아 먼저 죽게 될 참이었다.
“스승님, 파이어 볼은 제가 막겠습니다. 어서 디스펠 매직을 시전해주십시오.”
“알았다. 디스펠 매직.”
츠파파파팟!
다린은 즉시 방어마법을 시전했다.
“파이어 실드(Fire shield).”
스으…츠츠츳.
불길이 이글거리는 원형의 대형 방어막이 생성되었고, 날아오던 파이어 볼은 같은 화염계마법이라서 그냥 흡수가 되어버려 아무런 피해가 일어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