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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권 다크 실버문
쿠르르르.
화려하게 장식된 마차가 대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다.
마차의 지붕 모서리에는 깃대가 꽂혀 있으며, 스너비 왕국 문장이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렸다.
마부석에는 마부 대신 은색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20대 중반의 기사 두 명이 앉아 말을 몰고 있었다.
마차의 앞과 옆, 뒤쪽에도 은색 플레이트 아머를 착용한 기사단 3백 명이 호위를 하면서 달리고 있다. 스너비 왕국의 10대 기사단 중 하나인 싸이클론(Cyclone)기사단이었다.
큰 회오리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싸이클론 기사단원들은 전원 마나를 검에 실을 수 있는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며, 부단장과 단장은 상급에 올라있는 자들이다.
마차 안에는 올슨 시종장이 두 눈을 감고 앉아 있었고, 맞은편 좌석에는 흰색 로브를 입은 마법사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두 명의 마법사들 중 왼쪽에 앉자있는 자는 마른 체형에 키도 180센티미터 정도 되어 보이며, 20대 초반으로 금발은 물론, 눈썹까지도 금색이었다. 파란 눈은 총기로 가득해 보였다.
그의 옆에 앉아있는 마법사는 70대의 노인으로 머리카락과 눈썹이 눈처럼 하얀색이었다. 160센티미터 정도의 단신이며, 광대뼈가 툭 튀어나와 있어서 꼬장꼬장 한 성격으로 보였다.
손에는 홀이 박힌 지팡이를 쥐고 있었다.
노인이 금발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다린(Darin)아, 오늘 너의 얼굴을 보니 밤사이에 마법적인 성취가 있었던 것 같구나.”
“간밤에 명상을 하다가 한 단계 올라선 것 같습니다.”
“호오… 그래? 어쩐지 마나의 기운이 더 높아진 것 같더라니…그럼 이제 5서클 상급이 되는 거로구나.”
“예, 스승님. 좀 더 수련에 박차를 가해서 6서클에 오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허허허… 네 나이가 이제 21살인데 이런 속도라면 30살 이전에 6서클에 충분하게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과분한 칭찬입니다. 스승님.”
“아니다. 너는 충분하게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마법에 입문한 지 10년 만에 6서클을 바라보는 경지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스승님.”
“허허… 넌 마법적인 재능이 천재라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하거라.”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그러자 올슨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하하…축하드립니다. 다리오(Dario) 님, 6서클 마스터이신 스승에 그 제자는 21살의 나이에 5서클 상급이라니요.”
다리오라는 마법사는 그런 올슨 시종장을 보며 대답했다.
“재능이 뛰어난 제자를 운이 좋게도 제가 거둘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다리오 님도 정말 겸손하십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알기로는 10년 만에 5서클 상급에 오른 마법사는 처음인 것 같군요.”
“허허… 제가 알기로도 처음입니다.”
“하하하. 이보게, 다린 경.”
“예, 올슨 시종장님.”
“이번에 내가 국왕폐하의 밀명을 받고 옐로우 캐슬로 왜 간것 인지 아나?”
“그것을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만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 되었습니다."
“어떤 점이 그러했는가?”
“우선 왕성을 거의 나가시지 않으시는 분이 긴급하게 나오셨고, 또한 스승님과 왕국의 10대 기사단 중 하나라는 싸이클론(Cyclone) 기사단까지 동원하신걸 보면 그 정도의 추측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네. 원래는 다리오 님만 나와 함께 동행할 예정이었으나 간곡한 부탁을 하셨기에 함께한 것이네.”
“저도 그럴 것이라 생각은 했습니다.”
“자 그럼 이제는 내가 왜 옐로우 캐슬로 향했는가 하는 점인데 그것을 설명해주겠네. 국왕폐하께서는 나에게 명하시기를, 옐로우 캐슬로 가서 헐리슨 남작이 며칠 전에 구입한 켓츠 블루라는 보석을 대금을 지급하고 가져오라 명하셨네.”
“켓츠 블루라는 보석이 올슨 시종장님께서 직접 가서 가져와야 할 정도로 중요한 겁니까?”
“나도 처음에는 보석 하나 때문에 직접 그곳까지 가서 가져 오라는 명에 의아해했다네. 그렇지만 왕명이니 어찌하겠는가. 갈 수밖에.”
“…….”
“어쨌든 난 헐리슨 남작을 만나 왕명이라 말하고 그것을 건네받았지.”
“임무는 깔끔하게 완수하셨군요?"
“그렇다네. 하지만 이제부터가 위기상황이네.”
“네? 그게 무슨?”
“이건 나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국왕폐하께서는 미래를 보시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네.”
그러자 다린이 놀란 듯 되물었다.
“그…그건 신의 영역 아닌가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분명한건 국왕폐하께서는 신은 아니시지만 그렇다고 인간이라고 하기에도 말을 할 수 없어. 그래서 위대한 존재가 아닐까도 생각했지만 아니었어.”
“그…그럼 무엇입니까?”
“신이 가진 능력을 가진 인간이라고나 할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네. 신의 능력을 가진 인간이시면서 또한 두려우면서도 존경스러운 국왕폐하시라네.”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올슨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사실 내가 말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
“뜬구름잡기식의 말은 그만하도록 하고, 지금의 상황에 대하여 말해주겠네.”
“올슨 시종장님, 말씀하십시오.”
“어쨌든 나는 헐리슨 남작으로부터 건네받은 켓츠 블루 보석을 가지고 있네. 예상했던 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우린 내일 정오 정도면 왕성에 도착할 걸세.”
“지금처럼 늦은 밤인데도 야영을 하지 않고 대로를 계속 달린다는 가정 하에 그 정도의 시간이 예상되지.”
“그럼 그 예정된 시간을 방해하는 자들이라도 나타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정확하게 보았네. 아마 내일 오전 중에 적들과 마주치게 될 거야.”
“으음…그럼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으시지요?”
“하하하, 그래. 대비책도 가지고 있지.”
“그게 무엇입니까?”
“그건 말이야…….”
올슨 시종장이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속삭이듯 나직한 목소리로 설명을 해주자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던 마법사 다리오까지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올슨 시종장님, 그…그것이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다리오 님.”
“저는 설명을 전부 듣고서도 믿을 수 없습니다.”
“하하하…다린 경, 나도 처음에 국왕폐하로부터 설명을 듣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지만 헐리슨 남작의 저택에 정체를 알 수없는 자들이 습격해 왔다는 연락을 받고는 무척 놀랐다네.”
“아… 그럼 오후에 마법통신구로 통신했던 게 그 연락이었습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내가 내일 오전에 있을 놈들과의 접전이 신경 쓰이지 않겠는가.”
“으음… 도무지 믿기 힘든 말인 것 같습니다. 올슨 시종장님. 안 그렇습니까, 스승님?”
“그러나 모든 것이 사실일 테니 믿어야 하겠지. 내일은 아주 중요한 일전이 될 것이니 마음을 단단히 먹거라.”
“예 스승님, 말만 듣고도 긴장되어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입니다.”
아비린 왕국의 남부 라키아 영지에서 발현된 클라우스 강(Klaus river)은 스너비 왕국의 북서쪽으로 흐르면서 노아헤임(Noahem)지역을 거쳐 수도 스너비 외곽을 지나 바다까지 흘러가는 제법 긴 강이다.
도시 옐로우 캐슬에서 수도 스너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도와 반나절 거리에 있는 노아헤임 지역을 지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건너야만 했다.
강의 폭이 약 150미터 정도 되었기에 다리도 없으니 유일한 길은 배로 건너는 방법뿐이었다.
선착장에는 검문소가 설치되어 강을 건너가는 자들을 검문했다.
검문소에서 약 1킬로미터 떨어진 평야에는 노아헤임성이 축성되어 있었으며 5천 명 규모의 보병 부대가 주둔해 있다.
또한 클라우스 강 때문에 땅이 비옥해서 밀농사가 잘되는 곳이었기에 예로부터 이 주변에는 5백 명 규모의 마을이 세 곳이나 있었는데 하벨 국왕이 전략적인 위치 때문에 이곳에 노아헤임성을 축성하고 지명까지도 노아헤임이라 불리도록 명했다.
노아헤임 지역에서 클라우스 강을 건너가면 노아헤임 지역보다 다섯 배나 큰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며, 이곳을 나스툰(Nastun) 지역이라 명명했다.
그리고 나스툰 지역의 평야를 가로질러 약 5킬로미터 정도 가면 나스툰성이 나온다.
이 나스툰성도 노아헤임성 처럼 중요한 지점에 위치해 있었기에 축성 후에 3군단의 4, 5사단 2만명이 주둔해 있었다.
스스스슷.
마법 스크롤로 이동한 다크 실버문들은 클라우스 강 건너 나스툰 지역의 평야에 나타났다.
강가에서 약 8백 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이었는데 늦은 밤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없었다.
하이거가 품속에서 지도를 꺼내 주변 지형을 살펴보았다.
“다크 스타, 여긴 클라우스 강가에서 약 8백 미터 떨어진 지점이네.”
“저는 잘 모르겠는데 지도를 보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알겠네. 지도의 여기를 보게.”
다크 스타는 하이거가 내민 지도를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여기 길게 표시된 부분이 클라우스 강이고, 우리가 있는 곳은 여기이네.”
“그럼 강 건너편이 노아헤임 지역이고, 우리가 있는 곳은 나스툰 지역이군요?”
“그렇다네. 여기에서 나스툰성까지는 4킬로미터가 조금 넘으니 아주 정당한 장소로 이동해 온 거지.”
“그럼 시간상으로 보면 곧 클라우스 강을 배를 타고 건너 올 것이니 기습하기 좋은 곳에 은신해 있어야겠습니다.”
“켓츠 블루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추격해 보아야 정확한 것을 알게 되겠지만 내 예상으로는 아침이 되어서야 그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니까 저쪽에 있는 갈대밭에 은신하는 게 어떻겠나?”
“은신해 있다가 기습하기엔 적당한 장소 같아 보이니 그렇게 하시죠.”
“그럼 가세나.”
“예, 따라와라.”
하이거와 다크 스타가 앞장서서 이동하자 그 뒤를 다크 실버문 대원 5명이 뒤따랐다.
갈대밭을 살펴본 그들은 대로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동해 은신에 들어갔다.
어둠이 물러가고 아침이 다가왔지만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해가 뜨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 즈음 올슨 시종장이 탄 마차가 노아헤임 지역의 선착장에 도착했다. 이미 연락을 받고 나온 무장한 병력 2백 명이 마차와 싸이클론 기사단을 보고는 긴장했다.
찰스 백부장이 선두에서 말을 타고있는 싸이클론 기사들을 보고는 말했다.
“어서 오십시오. 이미 연락을 받고 배를 10척이나 준비해 두었으니 승선하시면 강을 건너실수 있으십니다.”
“고맙다. 그 정도면 기다리지 않고서도 한 번에 전부 건널 수 있겠군.”
“그렇습니다. 지금 승선하시겠습니까?”
“한시가 급한 일이니 바로 승선하겠네.”
“기사님들을 도와드려라.”
“예, 알겠습니다.”
싸이클론 기사단과 마차가 승선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병사들이 도와주었기에 쉽게 배에 승선할 수 있었으며, 승선이 완료되자 배는 물살을 가르면서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싸이클론 기사단은 혹시라도 적들이 기습을 해올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신속하게 하선하라.”
“하선해라. 서둘러.”
싸이클론 기사단의 선두가 먼저 대로로 나서면서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